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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영화의 미래를 위한 건축 시네마테크, 영화의 미래를 위한 건축 올해 3월, 시네마테크 복합건물 설계 공모에서 조민석 건축가(매스스터디스)의 설계안이 최종 당선되었다. 그리고 지난 8월 24일(금)에는 조민석 건축가가 직접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당선안 “MONTAGE 4:5”에 대한 열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패널들의 의견과 관객들의 질문까지 더해져 시네마테크를 향한 기대와 애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이날 자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변재란((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이사) 우리는 2007년부터 서울시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었다. 2008년의 공모제 전환 시도 같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전용관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먼저 박경민 팀장의 얘기를 듣도록 하겠다. 박경민(서울시 영상산업팀장) 많은 분들.. 더보기
부동의 가치는 없다 - <올 더 머니> [동시대 영화 특별전 -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들] 부동의 가치는 없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17)는 줄거리만 놓고 보면 언뜻 교훈극 같기도 하다. 인류사상 최대부호로 알려져 있는 말년의 사업가 J.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손자 존 폴 게티(찰리 플러머)를 납치한 범죄조직에 몸값을 지불하는 데에는 더없이 인색하게 굴자, 존 폴 게티의 어머니이자 한때 J. 폴 게티의 며느리였으나 지금은 쥐뿔도 가진 게 없는 애비게일 게티(미셸 윌리엄스)가 J. 폴 게티의 재정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온갖 애를 쓴 끝에 존 폴 게티는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J. 폴 게티는 친손자 대신 아기 예수 그림만 끌어안은 채 씁쓸한 최후를 맞고, 애비게일 게티가 미성년인 아들을 대신해 그의 모든 재산을 .. 더보기
박화영을 이해하지 않기 - <박화영> [동시대 영화 특별전 -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들] 박화영을 이해하지 않기- 회상의 성격을 띠며 사건, 상황, 인물의 이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플래시백을 정의할 때, (2018)의 플래시백(일단 편의상 플래시백이라고 부르기로 한다.)은 이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엔딩을 제외한 6번의 플래시백 속 박화영(김가희)은 플래시백 바깥의 박화영과 대조된다. 짧은 머리에 걸걸하고 막무가내인 박화영은 긴 머리에 소심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초반의 플래시백은 박화영의 엄마에 관한 것으로 화영이 엄마에게 쌍욕을 내뱉고 돈을 뜯는 시퀀스 전후로 등장한다. 이 플래시백은 박화영이 자신의 엄마를 저주하게 된 원인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분절된 세 번의 플래시백을 조합해 보면 화영의 엄마는 살갑진 않아도 화영에게.. 더보기
잃어버린 느린 걸음의 시간 - <린 온 피트> [동시대 영화 특별전: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들] 잃어버린 느린 걸음의 시간- “뛰지 말고 걸어라.” 조련사 델(스티브 부세미)이 경마장에서 일하게 된 찰리(찰리 플러머)에게 무심하게 건네는 조언 중 하나다. 델은 설명하기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특별히 중요한 장면도 아니기 때문에 왜 경마장에서 뛰지 않고 걸어야 하는지 이렇다 할 이유가 덧붙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사소한 대사가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남는다. 앤드류 헤이의 (2017)는 뛰는 것보다는 걷기를 요청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리듬에 속하기를 원하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찰리가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가 걸음에 관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찰리와 린 온 피트가 공유하는 인상적인 속도를 .. 더보기
<물고기 떼> 상영 후 후지이 진시 특강 [소마이 신지 전작 회고전] “소마이 신지는 끝을 의식하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걸 고민하게 만든다”- 상영 후 후지이 진시 특강 김보년(프로그래머) 지난 “나루세 미키오 회고전” 때도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던 후지이 진시 평론가를 이번에 다시 초대했다. 후지이 진시 평론가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소마이 신지 회고전을 직접 기획하기도 했고 최근 『되살아나는 소마이 신지』란 책을 공동 편집하기도 했다. 후지이 진시(영화평론가) 소마이 신지를 8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대표 감독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분들이라면 이번 를 보고 그 고전적인 느낌에 당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을 포함해 나 같은 작품은 소마이 신지 감독의 작품 중 영화적 기법이 비교적 억제된 작품이다. 어디선가 ‘소마이 신지의 롱테이크’에 대해 많.. 더보기
[2018 시네바캉스 서울: 작가를 만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믿고 싶어서 계속 매달리는 인물들의 이야기” - <독전: 익스텐디드 컷> 상영 후 이해영 감독과의 대화 [2018 시네바캉스 서울: 작가를 만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믿고 싶어서 계속 매달리는 인물들의 이야기”- 상영 후 이해영 감독과의 대화 이해영(감독) 아까 상영관 앞에서 만난 관객분이 보다 개봉판이 더 완성도가 높다고 하시더라(웃음).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컷이 더 많이 붙어 있으니 이 감독의 의도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원래 오리지널 버전이 내 의도가 가장 많이 반영된 버전이다. 사실 처음에는 제작을 거절했었다. 영화가 두 개의 버전으로 남기를 바라지 않았고, 특히 엔딩에 다른 컷을 넣는 건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개봉 후 정말 많은 분들이 제안을 해주었고, 그래서 일종의 팬서비스 개념으로 만들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감독판’ 잘 봤다고 하시던데(웃음.. 더보기
“관객에게 위로를 주는, ‘선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리틀 포레스트> 상영 후 임순례 감독과의 대화 [2018 시네바캉스 서울: 작가를 만나다] “관객에게 위로를 주는, ‘선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상영 후 임순례 감독과의 대화 정지연(영화평론가) 의 전작이 였다. 가 2014년에 개봉을 한 뒤 거의 4년 만에 다시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데 연출을 임순례 감독이 맡는다고 해서 크게 기대했었다. 어떻게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처음 계기를 듣고 싶다. 임순례(감독) 사실 가 끝나고 중국에서 영화 연출 제의를 받았다가 결과적으로 잘 안 되면서 텀이 좀 생겼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던 중에 를 만들었던 제작사의 대표가 일본 영화 의 리메이크를 제안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가 40대 중반 남성이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 않나? 그분이 평소 만들던 영화와 색깔도 많이 다르다(웃음).. 더보기
홀로 있기 위한 노력 - <이사>(소마이 신지, 1993) [소마이 신지 전작 회고전 - 불안한 아이들과 우울한 어른들] 홀로 있기 위한 노력- (소마이 신지, 1993) 렌코(다바타 도모코)는 홀로 있고자 한다. 소마이 신지의 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은 렌이 혼자 있는 모습이다. 어떤 사이즈의 숏으로든 화면 안에는 단지 렌만이 자리하고, 움직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다.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렌은 엄마로부터 달아나며, 아빠와 함께 서있기를 거부하고, 같은 반 친구들의 추궁에 불이 붙은 알코올 램프를 엎어버린다. 격렬한 몸부림 끝에 렌은 비로소 혼자 있게 된다. 자신의 동의 없이 결정된 부모의 결별을 무효화하기 위한 렌의 행동은 엉뚱하기보다 일방적이고 위험하며, 크고 작은 결과를 도출한다. 엄마 나즈나와 아빠 켄이치의 노골적인 다툼.. 더보기
<북극의 제왕> 상영 후 이용철 평론가 시네토크 [탄생 백 주년 기념 로버트 알드리치 특별전] “알드리치의 영화에서 죽음은 패배가 아니다”- 상영 후 이용철 평론가 시네토크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오늘 시네토크의 제목은 “할리우드: 고전기와 뉴웨이브 사이 어디쯤”이다. 알드리치의 공식 데뷔가 1950년대 초반이고, 1981년에 유작을 찍었다. 할리우드의 1950년대는 약간 애매한 시기인 것 같다. 흔히 1930~40년대 할리우드를 두고 ‘고전기’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1950년대는 전쟁도 겪은 후이고, 30~40년대에는 활동하지 않았던 감독들도 등장한 후라서 ‘고전기’라고 칭하기는 어렵다. 시대적 매핑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 이용철(영화평론가)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은 1918년에 태어났고, 1950년대에 데뷔했다. 아마 감.. 더보기
<천황 군대는 진군한다> 상영 후 하라 가즈오 감독과의 대화 [하라 가즈오 특별전: 물러서지 않는 카메라] “당시 오쿠자키의 심정이 여전히 궁금하다”- 상영 후 하라 가즈오 감독과의 대화 변성찬(영화평론가) 하라 가즈오 감독이 거의 13년 만에 새 작품 을 발표했다. 1972년에 첫 작품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8편의 영화만 만들었다. 과작의 감독인 셈인데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중 6편을 볼 수 있다. 먼저 감독님의 인사를 듣도록 하겠다. 하라 가즈오(감독) 어제 한국의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들과 식사를 했다. 지금 제작 중인 작품들의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다들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라 나도 질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 연출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는지 싸우는 세계다. 젊은 감독들에게 지지 않겠다. 이게 내 인사말이다. 변성찬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