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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포르투갈 영화제” 상영작 리뷰 - <외딴 길>(테레사 빌라베르데, 2017) [2017 포르투갈 영화제 - 포르투갈의 여성 감독들] (테레사 빌라베르데, 2017) 테레사 빌라베르데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지만 주앙 페드로 로드리게스, 미구엘 고메스 등과 함께 뉴 포르투갈 시네마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여성 감독이다. 주로 여성이나 10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대 포르투갈 사회의 풍경을 성찰하는 영화들을 만들어온 그녀는 2017년 신작 에서도 한 10대 소녀의 가족의 일상적 리듬과 몸짓들을 통해 포르투갈 경제 위기의 여파를 고스란히 감지하게 한다.한창 꿈이 많아야 할 나이의 마르타는 실직한 뒤 자괴감에 빠진 아버지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매일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어머니와 함께 리스본 변두리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언뜻 그들은 빈곤한 환경 속에서도.. 더보기
“2017 포르투갈 영화제” 상영작 리뷰 - <돌연변이>(테레사 빌라베르데, 1998) [2017 포르투갈 영화제 - 포르투갈의 여성 감독들] (테레사 빌라베르데, 1998) 포르투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거의 일 년간 리서치를 진행한 테레사 빌라베르데는 자금 문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없게 되자 곧바로 픽션을 쓰기 시작한다. 그 결과 그녀의 세 번째 장편인 가 만들어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아이들(안드레아, 페드로, 리카르도)은 모두 조금씩 다른 이유로 일반적인 가족관계 안에 붙어있지 못한 채 시설에 들어간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가 시작한 지 꽤 지난 후에야 안드레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아이의 아빠와 만나기 위해 시설을 빠져나오고, 다시 돌아갔을 땐 오히려 쫓겨난다. 한편,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인 페드로와 리카르도 역시 돈을 벌기 위해.. 더보기
“2017 포르투갈 영화제” 상영작 리뷰 - <세 남매>(테레사 빌라베르데, 1994) [2017 포르투갈 영화제 - 포르투갈의 여성 감독들] (테레사 빌라베르데, 1994) 테레사 빌라베르데의 는 어느 소녀의 어둡고 잔인한 현실을 숨김없이 그린 작품이다. 가난한 가정의 둘째 딸인 마리아는 학업과 직장을 병행할 뿐 아니라 가사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다. 게다가 시각 장애인인 아버지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남편’과 ‘아버지’라는 권위를 무기로 아내와 자식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그는 마리아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마리아의 직장 상사는 이유 없이 그녀를 구박하더니 성폭행까지 시도하고, 클럽에서 만난 남자는 마리아의 몸만을 원한다. 그 후로도 더 나쁜 일들이 벌어지며 마리아는 점점 구석으로 몰린다. 경찰은 살인.. 더보기
‘괴물’과 ‘정상’의 구분 - <원숭이 여인> 상영 후 한창호 평론가 시네토크 [2017 베니스 인 서울] ‘괴물’과 ‘정상’의 구분- 상영 후 한창호 평론가 시네토크 - 마르코 페레리가 비교적 덜 알려진 이유마르코 페레리는 이탈리아 영화사에서 자기 위치가 분명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탈리아를 벗어나면 60년대에 같이 데뷔했던 파졸리니, 베르톨루치, 타비아니 형제 등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페레리는 파졸리니와 함께 전투적인 맑시스트를 대표하는 감독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서는 문화적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가교 구실을 하는 나라를 거치는 게 좋은데(파졸리니는 미국에 소개된 후 다른 나라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페레리는 좀 불리했다. 다른 나라 .. 더보기
몰락과 유예의 디스토피아에 머문 신데렐라 - <가타 신데렐라> [2017 베니스 인 서울] 몰락과 유예의 디스토피아에 머문 신데렐라 - ‘고양이 신데렐라’로도 번역할 수 있는 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나폴리만에 정박한 유람선 “메가라이드”를 거점으로 도시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신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비토리오 바질은 가수 안젤리카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바질의 어린 딸, 미아를 극진히 보살피는 경호원 제미토는 바질의 결혼이 탐탁지 않다. 안젤리카의 정부이자 마약상인 살바도르는 바질의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결혼식 당일 그를 저격한다. 일순 고아가 된 미아는 6명의 자녀를 둔 안젤리카의 방치나 다름없는 ‘보호’를 받으며 배 안에서 성장한다. 성년을 며칠 앞둔 미아는 아버지의 기술 덕분에 메가라이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더보기
나폴리를 영화 안에서 새롭게 상상하다 - <사랑과 총알을 그대에게> [2017 베니스 인 서울] 나폴리를 영화 안에서 새롭게 상상하다 -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마네티 형제의 (2017)는 마피아 조직이 벌이는 범죄 행각과 킬러와 여인의 운명적인 로맨스를 동반한 독특한 뮤지컬 코미디이다. 영화는 나폴리의 ‘수산물의 왕’으로 불리는 마피아 보스 빈첸조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첫 번째 뮤지컬 넘버가 연주되면 관객들은 관 속에 누워 있던 빈첸조가 눈을 부릅뜨고 노래를 부르는 광경을 지켜보게 된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빈첸조의 장례식이, 그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나폴리를 떠날 수 있도록 꾸며낸 아내 마리아의 위장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건 얼마 뒤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빈첸조가 살아 있다는 걸 목격한 간호사 파티마는 킬러들의 표적이 되는데, 그녀.. 더보기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 마지막 숨결, 장 피에르 멜빌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 마지막 숨결, 장 피에르 멜빌 카메라는 공기를 찍을 수 없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영화는 공기를 담을 수 없다. 영화는 가장 구체적인 액션들만 찍을 수 있지 추상적인 것을 담을 순 없다. 그러나 어떤 감독은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로 주인공의 거센 기운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감독은 총에 맞아 죽어가는 주인공의 마지막 숨결을 생생하게 잡아내는 그런 기적을 이뤄내기도 한다. 장 피에르 멜빌은 주인공이 죽어가는 순간을 냉혹하고, 잔인하게 낱낱이 기록하는 감독이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이다(이 경험은 이후 에서 정밀하게 묘사된다). 사내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둘 이상의 사내가 모이면 반드시 배신과 배반이 일어나며, 그들이 만약 진정한.. 더보기
‘보기’라는 행위의 미스터리 <광란의 사랑> [데이빗 린치 특별전] ‘보기’라는 행위의 미스터리 “나는 현실을 떠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중) 이것이야말로 데이빗 린치 영화의 모든 것이다. 그는 비현실 또는 초현실과 미스터리가 불러낸 혼돈을 이성적 사고로 조목조목 따지는 데 관심이 없다. 그가 바라는 건 강렬한 이미지와 그로부터 야기되는 어떤 인상(impression)이다. 그 인상을 저마다의 영화적 경험으로 감각하면 그뿐이라는 쪽에 가깝다. 역시도 그러하다. “신의 미스터리”라고밖에 달리 말할 길 없는 환영과 히스테릭하고 괴이하며 광적인 이미지들이 멜로드라마와 로드무비, 뮤지컬과 갱스터 장르를 품고 있는 이 영화에 자리한다.이 빚어내는 인상은 오프닝 타이틀이 뜰 때 이미 전달되기 시작한다. .. 더보기
거대하고도 황홀한 영화적 인상화 - <인랜드 엠파이어> [데이빗 린치 특별전] 거대하고도 황홀한 영화적 인상화 - 데이빗 린치의 의 줄거리를 요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 속 이미지들의 인과관계는 물론 인물들의 정체조차 명확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맡은 사람들조차 내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몰라 대충 ‘곤경에 빠진 여자’라고 태그라인을 붙이고 말아버렸다는 건 농담이 아니다. 물론 억지로 이렇게 추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거물 남편을 둔 한 여배우가 새로 이사 온 이웃의 예언대로 얼마 전 오디션을 본 영화에 캐스팅이 된다. 불륜과 사랑에 관한 낭만과 광기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그 영화는 알고 보니 두 주인공 배우가 살해를 당해 제작이 중단되고 만 어느 폴란드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제작진은 무성한 소문과 불길한 예감을 뒤로.. 더보기
<여배우는 오늘도> 상영 후 문소리 감독과의 대화 [문소리는 오늘도] “나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상영 후 문소리 감독과의 대화 장영엽(『씨네21』기자) 최근 영화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마치 유행어처럼 ‘기자님은 오늘도…’, ‘팀장님은 오늘도…’ 이런 말을 쓴다. 오늘 본 는 여배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여배우’ 대신 각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넣어도 무리가 없다. 그만큼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임순례 감독은 최근 문소리 감독에 대해 “연기도 잘하고 연출도 잘하면 반칙이다”라고 하더라. 문소리(감독) 세상이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웃음). 장영엽 오늘은 문소리 감독이 직접 인상적인 장면 세 개를 뽑아주었다. 먼저 기본적인 질문을 한 다음 그 장면들을 보며 이야기하겠다. 이 영화는 원래 세 개의 단편으로 시작한 걸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