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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후원 릴레이

[시네마테크 지키기 27회] 시네마테크의 어깨 위에 앉아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한창이다. 5년 째 극장에 발을 들이고 있는 일반 관객으로서 그리고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시네클럽’에 참여하게 된 대학 동아리 연합회의 대표로서 여러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 영화들에 풍덩 빠질 수 있다는 게 새삼 너무 황홀하다. 거기다 박찬욱이나 봉준호, 류승완 감독 그리고 배우 안성기, 김윤석 씨 같은, 영화를 꿈꾸면서도 저 멀리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느껴졌던 ‘한국영화의 용사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말 그래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시네마테크 안에서 일반 관객들과 ‘용사’들은 평등하며 격의 없으며 편한 사이다. 시네마테크라는 공간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매력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그 ‘용사’들을 만든 곳 또한 시네마테크다. 수많은 감독들과 배우들 그리고 평론가들이 이 곳에서 아이작 뉴턴의 말을 빌리면 ‘거인의 어깨 위에’ 섰던 것이다.

우리가 멀티플렉스에서 제한적인 현시적 시간과 하향 평준화된 영상언어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때, 시네마테크는 지금 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날 영화일을 하는 영화인이든 평범한 시네필이든 간에 그들에게 다시 한번 영화적 영양분을 보충해주고 새로운 자극을 주어야 한다. 문학으로 따지면 고전문학작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호머라는 거대한 거인의 어깨를 빌렸다면 오늘날 영화도 고전영화의 거장들 어깨를 빌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원형인 고전영화를 지키고 다시 상영하여 ‘미래의 용사들’이 다시 어깨 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바로 이 시네마테크인 것이다. 그래서 소중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인류의 문화는 무조건 영상언어로 인해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활자의 힘을 넘어서 새로운 매체의 변화를 주도하며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언어 중 가장 예술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띄는 영화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네마테크를 지키려 하는 것은 그런 장기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이유 때문이지 결코 소수 영화인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참신하고 뛰어난 영화들을 만든 이들에게 어깨를 빌려줄 거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는 모두 이미 이루어진 것을 바탕으로 조금만 바꾸어서 새로운 걸 내놓는 정도에 불과하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시네마테크의 고전들이 있어야 앞으로의 새로운 영화들도 존재한다. 앞으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거인의 어깨 위에 당당히 올라가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기대하며, 시네마테크여 영원하라! (이민우, 2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