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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 <치명적인 사우다지 Matar Saudades>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이번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은 모두 많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졌다 하더라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 앞에서 관객들이 느낄 약간의 막막함과 당혹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각 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싣는다.




<치명적인 사우다지 Matar Saudades> - 페르난도 로페스, 1987


무엇보다 제목에 쓰인 ‘사우다지 saudade’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사우다지는 포르투갈어와 갈리시아어(스페인의 갈리시아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로 포르투갈어와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에만 존재하는 단어로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를 하려고 할 때마다 항상 막막함을 느끼는 말이기도 하다(외국인에게 ‘한恨’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우다지를 영어로 설명할 때 보통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노스탤지어nostalgia와 멜랑콜리melancholy이다. 어떤 대상을 떠올릴 때 발생하는 우울한 그리움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그런가 하면 포영 사전은 다음과 같이 사우다지를 정의한다. “불완전성에 대한 어떤 멜랑콜리한 감정.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부재로 인한, 또는 어떤 장소나 사물로부터 떠나면서 겪는 결여의 상태를 회상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한때 간직했던 특별하고 유의미한 경험과 즐거움의 부재와 관련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작가 오브리 벨 Aubrey F. G. Bell은 노스탤지어와 달리 사우다지는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모호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갈구”라 설명하기도 했다.


다소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사우다지라는 개념에 녹아있는 이러한 맥락들을 생각한다면 어느 중년 남자가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벌이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복수극을 좀 더 다양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모국도 아니고 완전한 타국도 아닌 식민지에서 끔찍한 전쟁을 겪은 뒤 고향을 등진 남자에게는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고향이 그야말로 강렬한 사우다지를 느끼게 하는 대상이 아니었을까.

* 참고 자료 : 영어판 위키피디아 ‘사우다지’ 항목.


글ㅣ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치명적인 사우다지 Matar Saudades> 상영일정


- 9/15(화) 20:00 

- 9/23(수)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