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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 <노란 집의 추억>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이번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은 모두 많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졌다 하더라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 앞에서 관객들이 느낄 약간의 막막함과 당혹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각 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싣는다.





<노란 집의 추억 Recordações da Casa Amarela> -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1989


감독 본인이 직접 연기하는 ‘주앙 드 데우스’는 어떤 터부에서도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인물이다. 주앙은 지극히 저속한 취향을 갖고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아주 긴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주앙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는 잠 못 드는 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이 퇴락과 죽음과 관련된다. 질병, 곤충들, 썩은 바나나. 신체의 소진. 죽음이 만연해 있다. 아주 지루하고 힘겹고 애달픈 삶이 구술된다. 이제 곧 늙고 생은 끝날 것이다. 사람들은 떠나고 늙어갈 것이다. 각자 세상의 한구석에서 지루하고 가련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다. 이 진지한 내레이션의 배경에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삼중주곡이 함께한다. 명백히 장례식의 분위기다. 가난과 질병은 그가 처한 세계의 조건이다. 고독과 빈곤의 테마. 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몰두하는 것은 아름다운 여인에의 집착이다. 성스러움과 비속함을 오가는 시작. 이 기묘한 조합이야말로 몬테이로 영화의 출발점이다. 주앙은 부도덕하고 추잡한 행동을 반복하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가 품격을 잃지 않는 것은 그의 이상스러운 행동이 도리어 자유와 존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제목의 ‘집’이 상기시키는 바, 인물이 처한 정신적 상태는 그들이 있는 공간과 관련된다. 영화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곳은 병원과 감옥이다. 이 둘은 단지 사회적 은유가 아니다. 가난과 질병은 물리적인 문제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병원에서 의사의 진찰을 위해 주앙이 말라비틀어진 자신의 몸을 과시하듯 드러내는 순간. 이어지는 장면. 병원에서 돌아온 주앙은 방에 들어와 천천히 노란색 비닐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옷을 문의 못에 걸어 놓고는 빈대를 죽이기 위해 구매한 곤충 스프레이를 천천히 침대 밑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침대에 앉아 안주머니에서 꺼낸 수저에 약병의 약을 부어넣고 입에 가져간다. 주앙은 물끄러미 속옷을 꺼내 쳐다본다. 느릿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의 연속이다. 몬테이로가 말하듯이 주앙은 의식의 사람이다. 그의 에로티시즘 취미는 이 의식에서 유래하고, 대상, 사물, 여인과의 에로스적 관계에는 이러한 의식의 시간, 지속의 시간이 필요하다. 놀라우면서도 관능적인 영화다.


글 ㅣ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노란 집의 추억> 상영일정

Recordações da Casa Amarela / Recollections of the Yellow House

- 9.12(토)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