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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 <피 O Sangue> 페드로 코스타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이번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은 모두 많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졌다 하더라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 앞에서 관객들이 느낄 약간의 막막함과 당혹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각 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싣는다.



<피 O Sangue> - 페드로 코스타, 1989


페드로 코스타는 1959년에 리스본에서 태어났고 리스본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그러나 곧 리스본 연극영화학교에 입학해 안토니우 레이스, 파울로 로샤 등 선배 감독들에게 영화 연출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뒤 1984년에는 10분 길이의 단편을 연출했고, 주앙 보텔료의 <포르투갈식 이별 Um Adeus Português>(1986), 비토르 곤살베스의 <여름의 소녀 Uma Rapariga no Verão>(1986), 조르즈 실바 멜루의 <8월 Agosto>(1986)에 조감독으로 참여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1989년에 발표한 본격적인 데뷔작이 바로 <피>이다.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으며 극찬(“20년 사이에 만들어진 최고의 데뷔작”)과 우려(“너무 도드라지는 시네필의 자의식, 과시하는 듯한 촬영”)의 반응을 동시에 들었다.


<피> 이후 페드로 코스타는 <용암의 집>(1994)을 만들면서 ‘유물론적’이라 평가받는 자신의 독특한 영화적 방법론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갔고, 그 결과 <피>는 페드로 코스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비교적 뚜렷한 이야기와 갈등 구조, 관습적인 연기와 편집 등 이 영화는 <행진하는 청춘>, <반다의 방> 등 페드로 코스타의 ‘대표작’을 먼저 접한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단순히 페드로 코스타의 시행착오로 여기거나 별개의 영화로 구분하기 보다는 종종 ‘거칠다’고 오해를 사는 페드로 코스타의 미학적 태도가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는지 짚어보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페드로 코스타가 선보이는 특유의 미학이 현실의 공간으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할 때 우연히 발생한 결과물이 아니라, 보다 옳은 방식의 촬영과 편집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거쳐 ‘연출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글ㅣ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피> O Sangue 상영일정

- 9/ 18(금)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