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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 웃음과 폭력으로 빚은 삶의 이중주 [기타노 다케시 회고전] 기타노 다케시, 웃음과 폭력으로 빚은 삶의 이중주 1990년대 중반, 한국 대학가에서는 국내 개봉이 금지(?)된 영화를 비디오에 복제하여 돌려보는 게 유행이었다. 일본 문화가 전면 금지되었던 시기라 일본 영화가 특히 인기였다. 의 오시마 나기사, 의 수오 마사유키, 의 이와이 슌지, 의 츠카모토 신야, 의 나카타 히데오 등이 전설 같은 감독으로 회자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 바로 ‘기타노 다케시’가 있었다. 기타노 다케시의 (1990)은 개인적으로 처음 본 일본 영화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 대사보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캐릭터들의 반응, 우회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폭력 묘사 등 영화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에서도 ‘영화감독’.. 더보기
“우리의 목표는 멀티플렉스와 정확히 반대다” - 벨라이트 박스 대표 피어스 핸들링 초청 워크숍 [Special] “우리의 목표는 멀티플렉스와 정확히 반대다”- 벨라이트 박스 대표 피어스 핸들링 초청 워크숍 지난 3월 15일(수)과 16일(목),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서울아트시네마를 포함한 전국의 시네마테크 관계자들과 모여 ‘시네마테크 건립,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은 특별히 토론토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벨라이트 박스(Bell Lightbox)’의 피어스 핸들링 대표를 초대하여 진행했다. 열정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핸들링 씨는 시네마테크 건립을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긴 시간 동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이 지면에는 3월 15일의 워크숍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 더보기
로메르의 산책 [에릭 로메르 회고전] 로메르의 산책 에릭 로메르의 25편의 극영화 중 13편의 영화가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게다가 다큐멘터리 시리즈(신도시에 관한 다큐멘터리 등)와 6편의 단편 영화의 무대 또한 파리, 혹은 파리 근교이다. 손쉽게 우리는 로메르의 영화를 파리 산책영화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때로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인물들이 이동한다. 카메라가 로케이션을 도입하고 인물들이 공간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사건이라 부를 법한 이야기가 벌어지고, 때론 기적 같은 우연도 발생한다. ‘도덕 이야기’의 첫 작품 는 일찌감치 이런 형식을 예시한다. 영화의 중심에 정확하게 몽소 거리라는 장소가 위치하고, 첫 장면부터 주인공이 이를 소개한다. ‘파리 빌리에 가로수 길의 코너 동쪽으로는 바티뇰.. 더보기
샤브롤은 현실과 주류 영화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야수는 죽어야 한다> 상영 후 이명세 감독 시네토크 [클로드 샤브롤 회고전] 샤브롤은 현실과 주류 영화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상영 후 이명세 감독 시네토크 김성욱(프로그램디렉터) 프랑스 문화원 시절에 영화들을 보고 다니던 사람들이 고다르, 트뤼포를 얘기할 때 이명세 감독은 유난히 샤브롤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명세(감독) 1970년대 말 불란서문화원의 시네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었다.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들을 상영했다. 이 감독들은 당시 영화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고다르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었다. 샤브롤의 영화가 재밌고 좋은데 샤브롤을 얘기하면 조금 무식해 보이는 분위기가 있었다(웃음). 누구나 그렇듯 나도 추리와 서스펜스 장르에 관심이 있었지만 .. 더보기
“지금 현실 안에는 여전히 혁명의 유토피아적 이상이 내재되어 있다” - <카메라를 든 사나이> 상영 후 영화평론가 예브게니 마이셀 시네토크 [러시아 혁명 100주년 특별전 - 혁명과 영화] “지금 현실 안에는 여전히 혁명의 유토피아적 이상이 내재되어 있다”- 상영 후 영화평론가 예브게니 마이셀 시네토크 예브게니 마이셀(러시아 『영화예술』 편집인, 영화평론가)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은 자신의 탄생 50주년을 맞이해 기념 포스터를 제작할 때 한 가지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먼저 하나의 큰 원형의 치즈 덩어리를 상상해 보라. 그리고 치즈 덩어리 옆에 아주 조그만 생쥐를 그려 넣으면 좋겠다. 또 치즈 덩어리에 조그만 삼각형 모양의 조각을 내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삼각형 조각만큼의 작은 치즈 부스러기를 생쥐 옆에 따로 그려 넣으면 좋겠다.” 그 그림 밑에는 이렇게 해설을 달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 치즈 덩어리 밑에는 “영화의 가능성”, 생.. 더보기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의 세 번째 만남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의 세 번째 만남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마지막 날 극장을 찾은 손님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었다. 지난 2월 21일(화), 기요시 감독은 를 관객들과 함께 본 후 시네토크 시간을 가졌다. 기요시 감독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지난 소격동 시절에도, 낙원동 시절에도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던 기요시 감독은 빠른 시간 내에 서울아트시네마의 새로운 전용관에서 ‘네 번째 만남’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구로사와 기요시(감독) 를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하다. 는 정말 꺼림칙한 영화다. 원작 소설이 있는 이야기인데, ‘이사를 온 전직 형사가 찾던 범인이 옆집 남자다’라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서 만들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든 사.. 더보기
Z와 J, 유사한 기표들의 독립성 - 짐 자무쉬의 <다운 바이 로> 아무런 연고 없는 두 남자 잭(Zack)과 잭(Jack)은 각자 알 수 없는 모략에 빠져 우연히 같은 감옥에 수감된다. 곧이어 이탈리아인 밥이 이 감옥에 수감되면서 세 사람의 탈옥이 시작된다. 짐 자무시의 는 이 세 사람 사이의 대조와 유사성을 비교적 명확한 구도를 통해 보여준다. 미국인인 두 남자 잭(Z)과 잭(J)은 그들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유사한 듯 다른 인물들이다. 그들이 각각 다른 사건이지만 감옥에 누명을 쓰고 들어왔다는 점, 영화의 초반 연인과의 관계 안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 등,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으로 묶이게 된다. 사실 이들과 정반대의 면을 보여주는 인물은 이탈리아인 밥이다. 수용소 철장에 나란히 선 세 사람이 자신이 잡혀온 연유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 더보기
에릭 로메르 회고전 Eric Rohmer Retrospective 일시│2017년 4월 13일(목) ~ 5월 7일(일)주최│(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후원│영화진흥위원회,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장소│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 1층) 문의│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4월 13일(목)부터 5월 7일(일)까지 “연애의 모럴 - 에릭 로메르 회고전”을 개최합니다. , , 등 에릭 로메르의 연출작 20편과 로메르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모두 21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회고전은 에릭 로메르의 작품 세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너그러운 시선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로메르의 매력을 느껴보시.. 더보기
짐 자무쉬 특별전 Jim Jarmusch Special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4월 4일(화)부터 9일(일)까지 “짐 자무쉬 특별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자무쉬의 데뷔작 (1980), 대표작인 (1984), (2003) 등 모두 일곱 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80년대 미국 독립영화의 아이콘으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감독으로 자리잡은 짐 자무쉬의 1980-90년대 초기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별히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디지털로 새롭게 만든 상영본으로 모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더 큰 기대를 바랍니다. 또한 4월 5일(토)에는 상영 후 “9와 숫자들”의 송재경 가수가 자무쉬 영화의 음악과 그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인간의 외로움과 따뜻함, 대도시의 삭막함과 위로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짐.. 더보기
복수와 연대-클로드 샤브롤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1969) 남녀가 침대에 누워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남자는 자신의 어린 아들을 죽인 살인범에게 복수하고자하는 일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샤를이다. 그의 곁에 누워있는 여자는 그가 살인범을 찾기 위해 접근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 엘렌이다. 그들의 얼굴은 침대 옆에 있는 조명과 상대의 얼굴에 가려져, 두 사람 모두 한쪽 눈과 반쪽 얼굴만 카메라에 담긴다. 그런데 이들의 반쪽 얼굴은 또 하나의 얼굴을 이루어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는 두 눈을 가진 한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샤를의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엘렌의 눈은 샤를을 응시한다. 엘렌은 샤를에게 왜 폴을 도와줬냐고 타박하지만, 샤를은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마치 샤를의 일기장에 빼곡하게 적혀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