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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영화의 본질에 대한 추적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애매한 과 달리 는 명백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 즉 ‘웨딩 사진가 오레스테 피폴로’인데 영화는 웨딩 사진 촬영으로 나폴리의 유명인사가 된 피폴로의 작업을 따라간다. 나폴리에서 결혼을 결심한 남녀들이 피폴로를 찾는 이유는 촬영 능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신랑, 신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신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조는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변함없이 피폴로가 명성을 유지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마테오 가로네가 최우선으로 삼는 영화적 철학이기도 하다. 가로네가 굳이 결혼 사진가를 주인공 삼아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극중 피폴로가 웨딩 사진을.. 더보기
아메리칸 드림의 노스탤지어 -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는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을 때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된 믿음인 아메리칸 드림을 해체하고 재정립하는 영화다. 이태리에서 온 이민자 후손 록키 발보아는 하루하루를 4회전 복서로 살아간다. 그것만으로 돈벌이가 되지 않자 건달 노릇까지 하면서 구차하게 돈을 번다. 그러던 어느날 헤비급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에게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1976년에 만들어진 는 제작과정부터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명제작자 어윈 윈클러에게 의 시나리오가 눈에 띄기 전까지 스탤론은 33번의 흥미 없는 시나리오를 쓴 가난한 이민자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은 의 감독, 작가 그리고 배우를 모두 소화해 내며 일약 스타가 된다. 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 즉, 노스탤지어를 구체화한다... 더보기
사라진 미래가 빚어낸 이탈리아 영화의 현재 -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 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비장하고 장엄한 일대기를 그려온 갱스터 무비의 전통을 거스른다.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는 안티 갱 영화에 가깝다. 소수의 갱스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나폴리 범죄조직 카모라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사슬아래 놓인 인물들의 선택을 교차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립되어 보이는 플롯이 결국 하나로 모이는 타란티노식 서사마저 거부한 나열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불친절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비전문 배우의 기용과 일상적인 세팅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집필된 르포르타주 원작에 힘입어 손쓸 새 없이 부식되어가는 나폴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 방위적으로 조명한다. 나아가 평범한 나폴리 주민과 세계 곳곳의 사람들까지 범죄에 연루시키는 카모라의 광범.. 더보기
고집센 아가씨가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 에릭 로메르의 <아름다운 결혼> 에릭 로메르는 여러 영화에 걸쳐 한 배우를 찍곤 했다.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영화들에서 그 인물들의 성격이 일관되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배우가 자신의 성격과 맥락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베아트리스 로망은 바로 그 대표적인 여배우이다. 그녀는 10대 때부터 그의 영화에 출연해 (1982)에서는 주인공 사빈느 역할을 맡았다. 로메르의 의뭉스러운 인물들 사이에서 가장 솔직하고 충동적인 이 아가씨는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의견에 굽힘이 없다. 오죽하면 (1986)에서는 불쌍한 마리 리비에르를 몰아붙이다가 울리기까지 한다. (그러고는 사과도 하지 않는다!) 툭하면 싸우기 일쑤인 그녀는, 그러나 감정의 기복이 죄다 드러나서, 귀엽다. 은 이 저돌적이며 총명하고 귀여운 여성이 결혼을 .. 더보기
뜻밖의 영화가 들려주는 유쾌한 우연의 노래 [리뷰] 에릭 로메르의 더보기
믿음에 대한 용기를 건네는 소박한 기적 - [리뷰] 에릭 로메르의 <겨울 이야기> 17세기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파스칼의 내기’라고 불리는 흥미로운 논증을 제시한다. 신을 믿을 경우, 신이 없으면 아무런 이득도 없지만 신이 있으면 천국에 간다. 그러나 신을 믿지 않을 경우 신이 없으면 아무런 이득도 없고 신이 있으면 지옥에 간다. 그러므로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 신을 믿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에릭 로메르는 이를 사랑에 적용한다. 파스칼의 내기에 대한 로메르식의 해석인 더보기
신이 내린 축복같은 소박한 사랑의 기적 [리뷰] 에릭 로메르의 의 주인공 펠리시는 미용사다. 그녀는 ‘미’를 다루는 게 자신의 직업이고,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펠리시는 세 명의 남자와 만나고, 그 세 명 중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한다. 선택의 기준은 미적 취향에 의거한다. 펠리시는 먼저 동년배의 친구 로익과 자신이 일하는 미장원의 사장 맥상스를 두고 고민한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로익은 지적이고 부드러운 남자이지만 펠리시는 그에게 위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펠리시의 미적 기준은 지혜와 강인함이다. 로익을 마음에 들어 하는 홀어머니는 남자의 아름다움이 지적 능력에 있다고 말하지만, 펠리시는 경험에서 오는 지혜를 갖고 있고 육체적으로 강하고 아름다운 남자를 좋아한다. 영화의 한 장면, 느베르에서 펠리시는 맥상스와 거리의 고고학 박.. 더보기
영웅들의 우정이 꽃피는 세계 -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 (1959)는 전작의 참담한 흥행 실패로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생활하던 하워드 혹스가 4년여 만에 할리우드로 돌아와 만든 영화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미국 사회에서 TV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고, 그 가장 큰 요인을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캐릭터에서 찾았다고 한다. 그는 에 이러한 요소를 도입한다. 영화의 스토리와 공간을 매우 단순하게 구성하고, 그 속에서 다채로운 특징을 지닌 캐릭터들이 개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며 활보하도록 한 것. 마을을 거의 홀로 지키는 보안관 챈스(존 웨인), 전직 부보안관이었으나 사랑의 실패로 받은 상처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듀드(딘 마틴), 젊은이의 활기와 냉정함을 동시에 갖춘 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