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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 놓인 청춘들의 음악 이야기

'플레이' 남다정 감독 GV 현장스케치

지난 12월 9일 저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란 제하 아래 올해 6월에 개봉한 <플레이>가 상영되고, 상영 후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남다정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작년 겨울에 찍었던 영화를 올해 겨울에 이야기하는 것이 묘하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남다정 감독과의 만남의 시간을 여기에 옮겨 본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시작하기에 앞서 글렌 한사드가 나왔던 장면의 사용 허가를 받으면서 그가 당신의 영화를 꼭 보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가 영화를 봤는지.
남다정(영화감독): 그 장면을 써도 되냐고 메일로 물어봤을 때, 메이트에게 축하한다고 전해달라며 어떤 것이든 사용해도 좋다고 답변이 왔다. 그런데 영화를 메일로 보냈는데 아직까지 답이 없다.

허남웅: <플레이>가 기획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남다정: 2009년 10월 즈음 영화제작사에서 음악영화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 구상 중에 밴드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고, 거기서 메이트를 처음 만났다. 아직 유명하진 않았지만 우연히 TV에서 메이트가 공연하는 걸 보고 눈여겨봤다. 몇 번 만나다가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서 인터뷰와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는데 1년 정도 걸렸다.

허남웅:
이 작품은 음악이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또 메이트 밴드 멤버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음악영화와는 달랐다. 연기가 검증 되지 않은 멤버들에게 어떻게 그 자신들을 연기하게 했는지.
남다정: 데뷔작이고 연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도 많이 부담이 되었다. 처음에는 연기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배우를 캐스팅할 경우에는 배우들이 연주를 연기로 할 수 있는지, 또 라이브를 봤을 때 느꼈던 현장감을 살릴 수 있을지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멤버들 다 부담스러워했으나, 상당 부분이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갈수록 본인들이 열심히 참여했다. 어색한 연기들은 연주하는 모습으로 커버가 된 것 같다.

허남웅: 외려 본인들의 모습이 묻어난 연기가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연기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는 감독님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남다정: 연기를 못하게 했다. 카메라를 놓고 한 달 동안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연습을 시켜서 카메라에 어떻게 나오는지 터득을 하게 했다. 멤버들이 내성적이라서 서로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시나리오 쓰는 것보단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본인의 입에 맞는 대사와 행동들을 같이 썼다. 결과적으로 연기할 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허남웅: 현실과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허구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얘기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남다정: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연애 얘기를 많이 하였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경험이 녹아있는 1집 음악의 얘기들을 시나리오에 넣었다. 밴드가 된 이후에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극화되었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음악들도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음악들이었다.

허남웅:
메이트 멤버들과 다른 배우들의 최근 근황도 궁금하다.
남다정: 임헌일 씨는 4월에 군대를 갔고 다른 분들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지내고 있다. 정준일은 얼마 전에 솔로 앨범을 내서 소극장 공연을 하였고 내년엔 군대를 간다. 이현재 씨는 조만간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은채 씨는 일일드라마를 끝내고 휴식 중인 걸로 알고 있다.

허남웅: 정준일 씨가 임헌일 씨와 만났을 때의 의상이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확실한 캐릭터를 주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남다정: 정준일의 캐릭터는 다 그의 공이다. 기분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것과 자고 미동 없이 누워있는 것도 실제다. 의상도 본인들 것을 사용했었는데 정준일은 패셔니스타로 유명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옷을 가져왔다. 실제로 밴드 제의를 해서 만난 날 준일이 스카프를 두르고 바가지 머리를 하고 나타나 헌일씨가 본 순간 철렁했다고. 많은 분들이 준일 때문에 웃을 줄 몰랐다.

허남웅: 실제로 그 장면이 웃기지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엔딩인 글렌 한사드 공연의 버스킹 장면을 정확히 재현을 해서 스태프끼리 감동했다고 들었다.
남다정: 당시 버스킹을 처음 했었던 건데, 글렌 한사드가 내한했을 때 그가 항의하면 끝낸다는 상황에서 시작하였던 거다. 그런데 글렌 한사드가 실제로 보고 무대에 서달라는 말에 너무 놀랐다고 한다. 사실 이 엔딩 부분은 힘을 주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 장면이 촬영 막바지에 이루어졌었는데 그 날 아침에 노래의 가사가 나왔다. 촬영을 하면서 실제로 처음 노래를 부르게 된 거여서 엑스트라와 스태프가 관객이 된 듯이 관람했다. 1년 반 전 일을 떠올리며 멤버들이 노래를 하니 다들 얼굴에 열이 올랐다. 기분이 매우 묘해서 나도 모니터를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허남웅: 음악영화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매력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
남다정: 언젠가는 음악영화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지만 음악 영화로 데뷔할 줄은 몰랐다. 약 3년 동안 한심하게 살고 있는 와중에 지금 내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 음악 영화 제의를 받았다. 그래서 '음악 영화를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음악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모든 콘티가 확실해야만 후반 작업 시 음악이 들어갈 시간이 맞아 떨어진다는 거다. 만들고 보니 더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남웅: 다큐멘터리와 극이 혼재해 있는 형식의 작품인데, 이런 형식을 밀어붙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실제 밴드를 캐스팅해서 그렇게 진행이 되었는지.
남다정: 연주 장면 같은 경우에는 3명이 처음 모여서 데모 만드는 경우에는 다큐멘터리처럼 찍고, 멜로 장면들은 극영화 식으로 포착했다. 이처럼 두 형식이 섞이도록 의도했다.

허남웅: 데뷔작은 감독에게 엄청난 경험이면서 시행착오의 단계인데 과정에서 느꼈던 교훈은 무엇인가.
남다정: 좋은 친구들을 만나 음악 영화로 데뷔를 한 걸 고맙게 생각한다. 마지막에 무대로 나가는 모습이 내가 영화를 가지고 세상에 나가는 것과 맞닿아 있다. 또래의 이야기로 데뷔를 할 수 있었다는 게 개인적인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관객1: 시나리오를 1년 정도 준비했다고 했는데 제작이나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남다정: 2009년 10월에 처음 만나서. 2010년 10월에 촬영이 들어갔고 2010년 12월에 촬영을 마쳤다. 두 달 동안 30회차 정도 촬영을 했고 나머지 두 달 정도는 후반 작업을 했다.

관객2: 메이트의 팬인데 그들의 매력이 돋보인 좋은 영화였다. 촬영 중에 배우들과 갈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남다정: 시나리오 과정이 오래 걸린 이유가 바로 그거다. 영화작업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지문에 쓰인 작은 행동도 본인과 일치 하지 않으면 거부했다. 그런 걸 설득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배우들이 촬영하면서는 감독의 지시를 다 받아들였다.

관객3: 시나리오를 쓰는 와중에 포기해야하는 순간이 있다면 욕심대로 밀어붙이는지 아님 타협을 하는지 궁금하다.
남다정: 내가 원하는 캐릭터와 실제 그 친구들의 모습들을 타협할 수가 없었다. 항상 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다. 인물의 실제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느끼게 보여주는데 있어서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다.


관객4: 감독 판으로 DVD를 만들고 재개봉을 하기도 하는데, 혹 못다한 이야기가 있나.
남다정: 정준일 씨의 전사와 곡들이 조금 더 있다. 편집을 해보니 밴드가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그 부분을 삭제를 해야 했다. 생략된 연주 장면이나 준일 씨의 오버하는 연기가 들어가면 더 재밌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관객5: 제목 플레이의 의미는 뭔가.
남다정: 연주하고 놀기도 하고 또 극이라는 의미도 있다. 본인들의 이야기가 기본이지만 이건 극영화이다. 그래서 명료하게 플레이라고 지었다.

허남웅: 마무리할 시간이다. <플레이> 이후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이신지 향후 계획과 마무리 말씀 부탁드린다.
남다정: 1930년의 신여성의 센 치정극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치정극을 하기에는 경험을 더 쌓아야 할 것 같아서 나중으로 미뤘다. 내년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 해봐야 될 것 같다. 겨울이 되니까 플레이 때 스태프들이 작년이 떠오르는지 많이 연락을 한다. 겨울 옷 입고 마이크 잡고 영화 얘기하는 건 작년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극장에서 졸업 영화제 영화를 상영했던 것이 떠오르는데, 그때의 그 처음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이 영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잠깐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리 윤서연(관객에디터) | 사진 조유성(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