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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풍경- 클로드 샤브롤의 <도살자>(1969) 석회동굴의 오프닝 크레딧이 지나면 영화는 작은 마을의 전경을 비추며 시작된다. 어딘가 음울하고 스산한 느낌이 들던 석회동굴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마을의 모습은 조용하고 평범하다. 이어서 영화는 결혼식장으로 카메라를 옮기는데, 이곳은 처음으로 푸줏간 주인 포폴과 사립교사 교장 엘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다음에 진행되는 이야기를 거칠게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포폴과 엘렌은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그러던 중 마을에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몇 차례 일어난다. 영화의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줄곧 포폴이 범인이 아닐까, 추측하던 관객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마을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는, 흔히 우리가 설정 쇼트라고 부를 법한 풍경의 장면들이 영화에는 몇 차례 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 영화에서 풍경을 보.. 더보기
[강연] '혁명과 아방가르드' - <샤갈-말레비치> 상영 후 이지연 교수 강연 [러시아 혁명 100주년 특별전: 혁명과 영화] '혁명과 아방가르드' - (알렉산드르 미타, 2014) 상영 후 강연 알렉산드르 미타 감독의 최근작 (2014)의 제목은 흥미롭다. ‘샤갈’과 ‘말레비치’가 그 어떤 술어나 수식어, 하물며 접속사도 없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어의 줄표(-)가 가진 계사(copula)로서의 기능을 생각해 본다면 이 짧은 제목 ‘샤갈-말레비치’는 심지어 ‘샤갈은 말레비치다’로도 읽을 수 있다. 적어도 이는 알렉산드르 미타 감독이 이 영화를 단순히 ‘샤갈과 말레비치’로, 다시 말해 그들이 함께 활동하고 대립에 이르며 결국에는 샤갈이 자신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던 전기적 사실만으로 그리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는 러시아 제국의 변방이었던 비.. 더보기
[시네토크] “마이크 리의 인물들은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 같다” - <커다란 희망> 상영 후 윤여정 배우, 이재용 감독 시네토크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마이크 리의 인물들은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 같다”- 상영 후 윤여정 배우, 이재용 감독 시네토크 정지연(평론가) - 한국 영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두 분을 모셨다. 윤여정 배우와 이재용 감독이다. 윤여정(배우) - 안녕하세요, 윤여정입니다. 이재용(감독) - 안녕하세요. 이재용 감독입니다. 오늘 윤여정 선생님이 이 영화를 추천했다. 나는 오늘 같이 자리에 앉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러 왔다. 정지연 - 평소 두 분이 서울아트시네마에 종종 같이 오신다고 얘기를 들었다. 윤여정 - 이재용 감독이 자주 오고 나는 가끔 본다. 여기서 봤던 제일 지루했던 영화가 생각이 나는데 바로 이었다(웃음). 정지연 – 오늘 본 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처음 상영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추.. 더보기
[시네토크] “인물과 시대에 대한 고민이 영화의 스타일로 이어진다” - <산쇼다유> 상영 후 임흥순 감독 시네토크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인물과 시대에 대한 고민이 영화의 스타일로 이어진다”- 상영 후 임흥순 감독 시네토크 김성욱(프로그램 디렉터) -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임흥순 감독을 초대했을 때, 임흥순 감독은 가장 먼저 미조구치 겐지의 에 대해 언급했다.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뭔가? 임흥순(감독) -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2014년도다. 을 만들던 때였고, 여성들의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영화 안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다. 그런 와중에 조감독이 이 영화를 추천했다. 그때 미조구치 겐지라는 감독을 처음 알았다. 를 보고 나서야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됐다. 를 보면서 당시에 내가 고민하던 것들과 비슷한 지점을 풀어내는 것에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책이든 영화든 작.. 더보기
[시네토크] “이야기는 뿔난 암소를 보여주는 일” -<케이프 피어> 상영 후 김의성 배우 & 최동훈 감독 시네토크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이야기는 뿔난 암소를 보여주는 일”- 상영 후 김의성 배우 & 최동훈 감독 시네토크 김성욱(프로그램 디렉터) – 오늘 김의성 배우와 최동훈 감독이 추천해준 를 보았습니다. 먼저 두 분께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하신 소감을 묻고 싶습니다. 김의성(배우) - 오늘 생각보다 많은 관객 분들이 오셔서 많이 놀랐고요. 사실 저는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봤습니다(웃음). 제가 영화를 갖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옆에 계신 최동훈 감독님을 살짝 꼬셨습니다. 그래서 감독님이 추천하고 저는 영화를 봤습니다. 오늘 얘기는 감독님이 많이 해주실 겁니다. 최동훈(감독) - 저는 선배님만 믿고 왔는데요(웃음). 이번에는 도 같이 추천을 했는데 은 이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을.. 더보기
[시네토크] “아직도 정체가 궁금한 작품이다” - <매그놀리아> 상영 후 윤가은 감독 시네토크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아직도 정체가 궁금한 작품이다” 상영 후 윤가은 감독 & 이화정 『씨네21』 기자 시네토크 이화정(『씨네21』 기자) – 오늘은 굉장히 빨리 매진이 됐다. 는 2000년에 국내에서 개봉했고, 무려 188분짜리 영화다. 당시에는 과잉의 영화라는 평가도 있었다. 수많은 영화 중에 왜 를 관객들과 함께 보고 싶어 하셨는지 궁금하다. 윤가은(감독) - 처음 제안해 주셨을 때, 세 작품 정도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좋아하는 영화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나에게는 영화 한 편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꼽은 세 편의 영화는 , , 였다. 개봉 당시 를 극장에서 못 봤었다. 그때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던 때다. 연습을 마치고 피곤한 상.. 더보기
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 ' KU 시네마테크/시네마트랩' 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2015년, 영진위는 예술영화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라는 신정책을 강행했다. 독립예술영화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시행된 이 정책은 기존의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기존의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이 예술영화관의 공공성을 인정해 극장을 지원하고 그들의 자율적인 작품 선정을 존중한 것과 달리, 신정책은 극장의 자율적 작품 선정을 부정하고 영진위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할 때만 지원을 한다는 선별 정책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영진위가 직영하던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가 지난해 말 폐관했다. 그리고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은 실패로 끝났고, 여전히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원은 .. 더보기
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 '아트나인' 편 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2015년, 영진위는 예술영화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라는 신정책을 강행했다. 독립예술영화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시행된 이 정책은 기존의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기존의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이 예술영화관의 공공성을 인정해 극장을 지원하고 그들의 자율적인 작품 선정을 존중한 것과 달리, 신정책은 극장의 자율적 작품 선정을 부정하고 영진위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할 때만 지원을 한다는 선별 정책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영진위가 직영하던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가 지난해 말 폐관했다. 그리고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은 실패로 끝났고, 여전히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원은 .. 더보기
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 '아트하우스 모모' 편 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2015년, 영진위는 예술영화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라는 신정책을 강행했다. 독립예술영화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시행된 이 정책은 기존의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기존의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이 예술영화관의 공공성을 인정해 극장을 지원하고 그들의 자율적인 작품 선정을 존중한 것과 달리, 신정책은 극장의 자율적 작품 선정을 부정하고 영진위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할 때만 지원을 한다는 선별 정책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영진위가 직영하던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가 지난해 말 폐관했다. 그리고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은 실패로 끝났고, 여전히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원은 .. 더보기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스케치 열두 번째 친구들 영화제가 막을 올렸습니다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식이 종로 서울극장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됐다. 개막작은 관객들이 직접 후보작을 추천하고, 투표를 통해 선정한 (킹 비더, 1928)이다. 이제는 시네마테크의 관객들과도 친숙한 강현주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연주도 함께 준비되었다. 관객들로 가득 메워진 자리였다.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의 현장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1월 19일 저녁 7시. 서울극장으로 이전한 후 두 번째로 맞이한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상영 전 관객 라운지에는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이 가득했고, 한편으로 극장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날 사회는 2006년 첫 친구들 영화제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