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별전/한 겨울의 클래식

기적적이고 행복한 순간의 서스펜스 - 에른스트 루비치의 <모퉁이 가게> 에른스트 루비치는 불가시의 영역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작가 중 하나다. 빌리 와일더가 ‘루비치 터치’에 대해 설명하며 예로 들었던 (1931)의 오프닝 시퀀스는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모든 상황을 시시콜콜 설명하는 대신 닫힌 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즉 우리가 볼 수 없는 부분들을 남겨 두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그 불가시의 영역만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놀라운 솜씨는 세련되고 우아한 루비치식 유머를 만들어나간다. 루비치 스스로가 “내가 살면서 만든 가장 훌륭한 영화”라고 표현한 (1940)에서 또한 이러한 불가시성이 영화의 전체를 작동시켜나간다. 부다페스트의 작은 거리에 위치한 마더첵 상사는 그리 인기 있는 상점이 아니다.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소담히 가게를 꾸려나가는 가운데, 크랄릭(제임.. 더보기
모호하지만 황홀한 경험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자브리스키 포인트> “현대 영화사의 가장 이례적인 재앙 중 하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1970)를 두고 지가 한 말이다. 700만 달러의 제작비에 90만 달러의 수입. 완벽한 실패였다. 그러나 안토니오니의 이 유일한 미국영화는 계속해서 스크린에서 되살아났다. 영화를 부활시킨 것은 다름 아닌, 작품 속 배경인 데스밸리(Death Valley), 죽음의 사막이었다. 이방인이 본 북미대륙의 스펙터클한 풍광이 관객의 시선을 끌었던 것이다. 실로 ‘공간’은 볼거리를 넘어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다. 감독은 가장 미국적이라고 할 법한 두 공간, 즉, 마천루와 광고판들이 즐비한 대도시와 줄곧 서부영화들의 배경을 담당해 온 사막을 스크린에 담았다. 70년대, 도시의 젊은이들은 히피문화와 반전운동, 혁명의 분위기에 젖어 있다.. 더보기
한 겨울의 클래식 겨울에 어울리는 거장들의 만찬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2010년의 대미를 장식할 프로그램으로 오는 12월 28일부터 2011년 1월 12일까지 10여일 간 서울 낙원동 소재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한 겨울의 클래식’이란 제하로 겨울에 어울리는 클래식 영화 8편을 엄선하여 상영한다. 클래식의 매력 중 하나는 내용 여하에 상관없이 필름이 주는 질감이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는데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과거의 영화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가지고 있듯이, 이번에 기획한 ‘한겨울의 클래식’에서 준비한 8편의 영화는 온 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추운 겨울 마음의 보온을 가져다 줄 목록으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영작은 에른스트 루비치의 를 비롯한 할리우드 클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