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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거대하고도 황홀한 영화적 인상화 - <인랜드 엠파이어> [데이빗 린치 특별전] 거대하고도 황홀한 영화적 인상화 - 데이빗 린치의 의 줄거리를 요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 속 이미지들의 인과관계는 물론 인물들의 정체조차 명확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맡은 사람들조차 내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몰라 대충 ‘곤경에 빠진 여자’라고 태그라인을 붙이고 말아버렸다는 건 농담이 아니다. 물론 억지로 이렇게 추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거물 남편을 둔 한 여배우가 새로 이사 온 이웃의 예언대로 얼마 전 오디션을 본 영화에 캐스팅이 된다. 불륜과 사랑에 관한 낭만과 광기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그 영화는 알고 보니 두 주인공 배우가 살해를 당해 제작이 중단되고 만 어느 폴란드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제작진은 무성한 소문과 불길한 예감을 뒤로.. 더보기
<여배우는 오늘도> 상영 후 문소리 감독과의 대화 [문소리는 오늘도] “나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상영 후 문소리 감독과의 대화 장영엽(『씨네21』기자) 최근 영화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마치 유행어처럼 ‘기자님은 오늘도…’, ‘팀장님은 오늘도…’ 이런 말을 쓴다. 오늘 본 는 여배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여배우’ 대신 각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넣어도 무리가 없다. 그만큼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임순례 감독은 최근 문소리 감독에 대해 “연기도 잘하고 연출도 잘하면 반칙이다”라고 하더라. 문소리(감독) 세상이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웃음). 장영엽 오늘은 문소리 감독이 직접 인상적인 장면 세 개를 뽑아주었다. 먼저 기본적인 질문을 한 다음 그 장면들을 보며 이야기하겠다. 이 영화는 원래 세 개의 단편으로 시작한 걸로.. 더보기
[이마무라 쇼헤이 회고전] "이마무라 쇼헤이의 세계" [이마무라 쇼헤이 회고전] “이마무라 쇼헤이의 세계” 김성욱(프로그램 디렉터) 이마무라 쇼헤이 회고전을 기획하면서 덴간 다이스케 감독을 초청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아들이기도 한 덴간 다이스케 감독은 의 시나리오에도 참여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며, 현재 일본영화학교의 학장이기도 하다. 먼저 이마무라 쇼헤이에 대한 덴간 다이스케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덴간 다이스케(감독)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저항감이 있어 그동안 얘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나는 오늘 상영한 의 각본 작업에 참가했었다. 아버지와는 네 편의 영화에서 각본 작업을 함께했다. 작업을 할 때는 부자 사이라기보다는 각본가와 감독의 관계에서 격렬하게 싸우기도 했다. 는 원작소설을 가지고 있는데, 소설과는 이야기가 약간.. 더보기
이상한 행운 - <도박꾼 밥> [장 피에르 멜빌 탄생 100주년 회고전] 이상한 행운- (1956)을 보고 이 영화의 마지막 10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멜빌의 첫 번째 본격 범죄 영화인 이 작품은 멜빌이 이후 즐겨 선택한 테마를 잘 보여준다.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옛 영광을 추억하며 도박으로 살아가는 밥은 거액의 현금이 들어 있는 카지노의 금고털이를 기획한다. 그러나 젊고 경력 없는 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생각이 짧은 미모의 여인은 작전을 방해한다. 게다가 그의 적도 밥의 앞을 막아서고, 오래된 ‘친구’인 경찰도 밥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처럼 장애물이 많지만 밥은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밥은 아마 작전에 실패하고 비극을 맞을 것이다. 사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이며, 특히 장 피에르 멜빌의 세계에서 이런 .. 더보기
시대착오적 인물들의 마지막 통찰 - <암흑가의 세 사람> [장 피에르 멜빌 탄생 100주년 회고전] 시대착오적 인물들의 마지막 통찰- 고다르는 카메라의 두 가지 용도를 거론하면서 지질학자의 영화와 맹인의 영화에 대해 언급한다. 고다르의 진단은 카메라의 재현이라는 쟁점과 관련한 것이지만 그가 말한 두 가지 원리는 영화 내부의 서사와 형식에서도 발견되곤 한다. 먼저 주인공을 둘러싼 현상을 응시하고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발생했는지 되묻는 지질학자의 영화가 있다. 이들은 사건의 인과 관계와 흔적에 새겨진 지층의 역사에 몰두하면서 카메라에 부여된 탐사의 힘을 강조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태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리고 세계의 작동 원리를 가늠하며 그러한 원리를 쫓아가는 과정에 온전히 몸을 내맡기는 영화의 양식을 다른 말로는 성찰의 로드무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 더보기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 또다른 레지스탕스 [탄생 100주년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 또다른 레지스탕스 1947년, 장 피에르 멜빌은 파리 13구 주택가의 삼층 저택을 개조해 즈네(Jenner)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촬영소는 물론이고 두 개의 사운드 스테이지와 편집실, 의상실과 시사실, 자료와 서적, 재즈를 중심으로 한 방대한 레코드 콜렉션을 구비한, 당시로서는 감독 개인이 소유한 유일한 스튜디오였다. (1949)을 시작으로 (1956)과 (1959)을 멜빌이 독립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물적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창조적 아이디어뿐 아니라 빌딩과 물질이 필요하다. 즈네 스튜디오에서 멜빌은 자신의 영화뿐 아니라 타 영화 제작에 스튜디오를 임대해 주었고 - 샤브롤의 초기작과 자크 베케르의 유작 (1960)이 여기서 .. 더보기
<려행> 상영 후 임흥순 감독과의 대화 [2017 시네바캉스 서울 - 작가를 만나다] “영화관 밖에서도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상영 후 임흥순 감독과의 대화 이승민(평론가) 은 하나의 결로 포착할 수 없는 영화다. 이번 작품은 탈북 여성을 본격적으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서 기존의 영화보다 더 무대화된 방식을 취한다. 탈북 여성들과 을 만든 계기를 먼저 듣고 싶다. 그리고 이런 형식을 선택한 이유도 듣고 싶다. 임흥순(감독) APAP(Anyang Public Art Project) 라는 이름의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가 있다. 은 APAP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안양시의 지원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삼성산과 안양천이라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한 분들이 모두 바쁜 분들이라서 여러 장소를 섭외.. 더보기
<꼬마돼지 베이브 2>, <옥자> 상영 후 봉준호 감독과의 대화 [2017 시네바캉스 서울 - 작가를 만나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싶었다.”- , 상영 후 봉준호 감독과의 대화 정지연(평론가) 오늘 동시 상영으로 를 추천한 이유가 궁금하다. 봉준호(감독) 김성욱 프로그래머랑 ‘돼지 영화제’를 해보자고 얘기를 했다. 돼지에 관한 영화의 리스트를 쭉 늘어놓고 고민했다. 동시 상영을 염두에 두고 세 편의 영화(, )를 추천했고, 그중 이 영화를 틀게 됐다. 가 지난 시드니영화제 폐막작이었는데 조지 밀러 감독이 보러 오기도 했다. 식사도 함께 했었다. 오늘 이 영화 상영한다고 얘기도 드렸는데 답장은 아직 없다(웃음). 정지연 역시 도시로 간 돼지 얘기다. 를 준비할 때 영감을 준 측면이 있나? 봉준호 오늘 아주 오랜만에 다시 영화를 봤다. 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