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박찬경 감독 GV 현장스케치


지난 11일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박찬경 감독의 첫 장편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상영되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안양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지난 해 탄생한 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 안양이라는 도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춘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뒤섞인 독특한 형식 속에 담긴 잊혀진 이야기들을 박찬경 감독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전체적으로 두 가지의 사건이 주를 이룬다. 88년 그린힐 화재 사건과 안양천 수재 사건이다. 물과 불이라는 두 가지 사건이 안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특정하게 이 부분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박찬경(영화감독): 안양이라는 도시는 80년대 중반 대학에 다닐 때 여공들이 밀집해있던 도시로 기억된다. 안양이 큰 도시가 된 것은 6,70년대 여공들의 경공업 단지 덕분이다. 그 중 88올림픽 시절 그린힐 화재 사건이 여러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건이었는데 잊혀져 있었고, 다루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과 불이라는 우주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를 택한 것은 영화 전체의 냄새와 색깔, 어조가 무속 신앙과 전통 문화와 관련되게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김성욱: 안양이라는 이름과 공간지리적인 기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옛 안양사를 발굴하는 장면은 영화를 찍을 당시에 실제 발굴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인가.

박찬경: 안양의 어원이 안양사에 기원한다는 것이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이다. 안양사 옛 터는 당시 실제로 발굴되었다. 3개월 동안 안양에서 실제로 일어난 중요한 일들, 선거나 안양사 발굴 같은 일들을 따라다니면서 카메라에 담았다. 3개월이라는 단시간에 최대한 담아내야 했다. 짐승 같은 태도로 덤볐다.

김성욱: ()이라는 한자어에 대한 뜻풀이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성이 머리에 갓을 쓴 형상인 안()을 포함해서 88년의 여공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염두에 둔 것인지 궁금하다.

박찬경: 첫 장편 다큐멘터리였고 의도적으로 남자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은 사실이다. 여공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도시를 여성적 시각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연히 안양의 안()자가 재미있는 글자이기도 했다.


김성욱: 영화 <시민 케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민 케인>의 로즈버드처럼 기원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할머니나무다. 영화 속에서 몇 번 등장하는 할머니나무를 영화 속 스태프들은 결국 찾지 못했다.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경: 파라다이스를 찾아가는 과정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교통건축 영화, 도시의 이모저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상의 목표는 찾아 다니는 것이다. 어떤 것은 찾기도 하고 어떤 것은 못 찾는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나무는 실제의 할머니 나무다. 극중 인물들이 찾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러한 게 있다는 것을 나름 보여준다. ()자가 새겨진 기와 역시 실제로 발굴되었다.

김성욱: 산행 장면이 재미있다. 갑자기 지팡이가 날라와 꽂힌다던가, 술에 취한 상태, 산속에서 보게 되는 마네의 풀밭 위의 오찬 같은 구도 등. 산에 올라가는 설정 자체가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찬경: 산이 안양에 기원한 장소이기도 하고 무속에 관한 게 많이 나오니까 지리적으로도 중요했다. 산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했다. 한국의 산이라는 것은 중년의 남녀들이 소주와 삼겹살을 먹으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퇴폐적 장소이자 한편으로는 성스러운 장소다. 성과 속이 급격하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누드가 나오는 장면은 마네의 그림에서 차용한 것이다. 당대 마네의 그림이 동시대 문화에 대한 자신감인 것처럼 산 위에서 이루어지는 중년의 만남 또한 한국에 있는 일종의 속된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싶다.

관객1: 감독님의 기존 작품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생로병사나 무•불가적 코드, 전통적 코드가 많다. 아무래도 그런 소재로 작업을 하려면 특별한 영적인 경험이나 계기가 있을 것 같다.

박찬경: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있다. 겨울 눈 덮인 계룡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충격을 받았다. 그 감정이 뭔지 고민하고 찾아보았다. 숭고라는 경외심이 굉장히 보편적인 감정이고 미술, 문학, 영화 등에 많이 퍼져 있다는 것을 공부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롭고 넓은 영역이라서 관심을 키워왔다. 경외나 숭고 중에서도 하필 왜 무•불가적이냐고 묻는다면 공부를 하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 지역적이고 토착적 체험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근대성을 설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억압을 받은 민간신앙, 무속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가치에 비해서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김성욱: 인터뷰나 픽션 장면과는 다른 방식의 카메라 워크가 보인다. 미술관에서 여성들을 따라다니는 장면이나 처음 안양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인간적인 시선 같지 않은 느낌의 카메라 움직임 장면이 몇 개 있었다.

박찬경: 카메라 워크가 자유로워지길 바랐다. 영화 전체가 강박에 시달리지 않기를, 스토리 중심이기보다는 보는 사람을 관찰자 입장에 두고 싶었다. 마지막에서 미술관을 훑는 것은 그림 속 그들이 우리 사이에 섞여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술관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는 개인적인 뜻도 있다.

관객2: 아트시네마에서 있었던 지난 번 감독님 GV 때도 그렇고 이번 역시 봉제 공장 여공들에 대한 추모 같다고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소설가의 대사, 끔찍한 부분을 생생하게 재현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 감독님의 끔찍한 사건의 영화적 재현과 추모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박찬경: 리얼리즘 영화는 아니다. 세세하게 보여주기보다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시 화재 사건의 자료를 구했다. 끔찍한 장면들이 많았다. 소설 속에서도 끔찍한 묘사가 있다. 그런 것들이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정적 리얼리즘과는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영화의 형식 속에서 질문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관객3: 배우들이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앞서 사무실에서 한 번, 그린힐 화재를 재현한 뒤에 또 한 번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박찬경: 자매애를 표현하고 싶었다. 머리를 감겨주는 일은 사람과 사람이 친근해졌을 때 할 수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행동 중의 하나, 인간과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과 뒤가 좀 다르다. 뒤는 산사람이 죽은 사람의 머리를 감겨주는 일종의 제의적 행동이다. 어떤 형식으로 애도할 수 있느냐가 항상 개인적 질문이다. 가장 해야만 하는 일은 과거에 대한 좋은 애도라고 본다. 두 번째 머리를 감겨 주는 행동이 귀신처럼 보였으면 했다.


김성욱: 88년의 사건이 포토 몽타주처럼 재현되었다. 영화 초반에 영화는 정지된 것을 움직이면 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정지된 사진과 재현된 움직임의 색깔 톤이 바뀐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영화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데 스토리상에서 볼 때 이 영화가 과연 만들어졌을지 아닌지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많이 투영된 듯 하다.

박찬경: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안양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했다. 안양에 살지도 않고, 많이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제작의 과정을 정직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픽션도 아닌 영화 형식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과정상의 변화 같은 것들을 그대로 노출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실제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스텝들이 찾아가는 것과 실제 스텝들의 진행이 거의 같다.

관객4: 일반적으로 점집이나 무당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파란만장을 봤을 때 깜짝 놀라면서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도 그런 것 같다. 이 시대에 대한 어떤 치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찍으시는지 궁금하다.

박찬경: 치유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상처가 더 벌어지고 심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유라는 말은 너무 쉽다. 상처를 정확히 이해하고 볼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애도는 상처를 바라보게 하는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무속이 무섭다고 하셨는데 종교는 모두 무서운 것이다. 무서움이란 대부분의 종교에서 가지고 있고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성욱: 두 명의 소설가가 등장한다. 한 명은 실제 소설가이고 한 명은 소설가를 연기하는 배우다. 두 명을 등장시킨 것이 특이하다. 각각의 여성들을 더블화하고 있다. 머리를 감겨주거나 비디오를 보는 장면, 산에서 둘이 마주하는 장면 등 한 사람에서 둘로 같이 존재하게 되는 장면이 많다.

박찬경: 명확하게 나타난 장면은 산에서 불상을 볼 때, 마지막에 미술관에서 주인공과 죽은 여자의 얼굴이 번갈아 나타날 때이다. 그 두 장면에서 더블 이미지들을 많이 생각해놓았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되도록 많은, 다양한 여성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성의 정체성이라는 구조가 정형화되어 있는 것을 흐트러뜨리려 했다.

관객5: 왜 미술관을 벗어나고 싶어하시는지 듣고 싶다.

박찬경: 실은 어디나 벗어나고 싶다. 그 당시에 특히 그랬던 것 같다. 미술관 장면에서 실제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영화 전체의 형식에 대한 요약이다. 도시의 유랑하는 형식을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것처럼, 흩어진 사방을 따라가면서 본다는 이 영화의 형식을 미술관을 관람하는 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현대적인 미술에서 전통적인 그림으로, 행렬도로 갔다가 다시 네비게이션으로 간다. 이리 저리 옮겨가면서 익명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죽은 자들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정리 손소담(관객에디터) 사진 이호규(자원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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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연상호 감독 GV 현장스케치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며 개봉 전부터 이례적인 화제를 모아 어느덧 2만 관객 돌파의 고지에 선 <돼지의 왕>이 지난 10일 저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상영작에 포함되어 상영되었다. 화제작임을 입증하듯 많은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연상호 감독과의 GV가 이어졌다.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차분하게 각자의 모습을 반추해보며 작품 속에서 발화하는 계급적 문제의식에서부터 제작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그 현장을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번 기획전에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돼지의 왕>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이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2만 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본 걸로 알고 있는데, <돼지의 왕>에 쏠리는 관심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연상호(영화 감독): 부산에서 상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웃음)

허남웅: 아무래도 우리가 안고 있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알고 있는데, 학창시절도 많은 연관을 맺고 있지 않나. 그런 계급적인 문제들을 중학교 때부터 갖고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연상호: 중학교 때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저희 집이 연립주택이었는데 옆에 차고가 있었다. 그 차고를 개조해서 다세대 주택으로 만들었었고, 그게 바로 영화에서 철이와 철이 엄마가 사는 집의 모델이 됐다. 반 지하라 여름에 비가 오면 물이 들어갔는데, 거기서 예쁜 여자들이 나와서 물을 막 퍼내는 거다. 그때만 해도 예쁜 사람은 부자라는 인식이 있던 터라, 예쁜 여자들이 왜 굴 같은 데서 나와 물을 퍼내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사색에 빠졌었는데, 알고 보니 영동시장에 있는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거기서부터 계급적 의식을 가지게 됐다.

허남웅: 군대도 굉장한 계급사회지 않나. 그런 환경도 영향을 미쳤는지.

연상호: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을 하는데 소위 군대에서 말하는 풀린군번이라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할 게 없어서 시나리오를 많이 썼다. 철책 근무를 섰는데 8시간 동안 나가서 임진강 물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할 게 없어서 매일 같이 이렇게 저렇게 나는 생각들을 육군수첩에 적었다. 그 수첩을 제대할 때 가지고 나왔는데 다 쓰레기였고 <돼지의 왕> 하나 건진 거다.

허남웅: 군대에 있을 때라면 십 년도 더 넘은 시간일 텐데 그때의 형태와 지금이 많이 달라졌나.

연상호: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일단 <1991년 우리의 영웅 철이>라는 제목이었고, 내용은 종석이와 경민이가 철이라고 하는 어렸을 때의 히어로를 회상하는 거다. 알고 보니 히어로가 아니었는데 스스로 기억을 조작해서 히어로였다고 생각을 하면서 끝이 나는 내용이었다. 그걸 가지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개, 돼지가 들어갔고 <돼지의 왕>이라는 제목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시나리오도 많이 바뀌었다.

허남웅: <돼지의 왕>도 제작비 문제 때문에 실사 영화로의 제작도 염두에 두었다고 들었는데, 그럴 경우 지금보다 더 잔인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상호: 그때 제작지원을 못 받으면서 <돼지의 왕>을 못 만드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못 만들어지다니 하는 마음에 가슴이 많이 아팠다. (웃음) 그러던 와중에 재정이 안정된 것 같은 제작사 분이 와서 투자를 알아봐주시면서 실사로 하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했는데, 그래도 투자가 잘 안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다시 써보라고 해서 회사 대표님과 얘기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썼고, 그 작품이 <사이비>.

허남웅: 상상마당에서 지원을 좀 받기도 했고 적은 비용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알고 있는데, 그 과정은 어땠나.
연상호: 일단은 그 과정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진 않았다. 스태프들도 미친 듯이 일을 한 건 아니다. 대신 내가 쓰는 시나리오가 가뜩이나 애니메이션인데다가 투자를 받기 힘든 내용이라는 걸 옛날부터 알고 있어서 제작 노하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었다. 투자를 많이 못 받을 테니 적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스킬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점점 고도화되다 보니까 돈이 없어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더라. 시나리오만 써서 기계에 넣으면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가끔 든다. (웃음)

허남웅: 다음 작품은 <돼지의 왕>보다 환경이 더 나아진 상황에서 진행하게 되는 건가.

연상호: 많은 분들이 환경 제안을 해 주시는데, 그런 것들이 막 당기지는 않더라. 만들기는 계속 만들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투자자들의 어떤 태도나 관상 같은 것을 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웃음) 돈 없이도 만들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각자의 욕구에 맞게 학교라든가 여러 프로그램 업체 등에서 도와주면 그 프로그램을 쓰면서 홍보를 해준다든가 하는 방법도 있고, 제작비 절감에 대한 얘기도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합치면 진행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다. 일단 진행하면서 상황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또 맞춤형 기술이 생기다 보니, 이제는 참 좋다. 이걸 스필버그 감독에게 알려주면 당장 나를 캐스팅할 텐데, 영어를 못해서 아쉽다. (웃음)

허남웅: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는 해석이 좀 달리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많은 분들이 비극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 오히려 어떤 개선의 여지를 남겨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감독님은 어떤 의도로 넣었는지 궁금하다.

연상호: 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여성에게 짐 지우는 장면을 만들어 버리게 됐는데, 원래는 엔딩에 대한 몇 개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하나는 명미(종석의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나 지금 짐 싸서 나왔어라고 얘기하는 것도 있었고 전화 장면이 아예 없는 것도 있었다. 또 경민이의 시체를 보고 울다가 일어서서 도망가는 종석이의 뒷모습을 잡으면서 끝나는 내용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중에서 제가 강하게 선택을 했던 것이 지금의 이 엔딩이다. 그건 마지막 대사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가 너무 매끄러우면 재미가 없지 않나. 영화가 리얼하게 만들기 대회도 아니고, 이 정도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1억 가지고 하는 건데 망해봐야 얼마나 망하겠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제 생각에는 잘 넣은 것 같다.



허남웅: 처음에는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상층과 하층을 나눠서 얘기를 하다가 뒤로 갈수록 약자 계급 속의 약육강식 구조를 보여주는 데, 처음부터 그런 구분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구성했나.

연상호: 저는 쓰는 재미를 중요시 여긴다. 쓰는 게 재미가 있어야지 즐겁다. 뭐랄까, 남들이 안 쓰는 방식을 쓰는 데에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돼지의 왕>이 처음 잡았던 컨셉이 있다. 보통 반전 영화라고 하면 앞에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무엇일까를 맞추게 하는 힘이 있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유도를 하지 않나. ‘이게 답일 거야하다가 아니었다고 하는 게 보통 반전 영화의 구조인데, 그 질문 자체가 뒤에 와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늦게 질문하고 연이어 빨리 답해버리는 형식이라면 그 사이에. 복선 같은 게 들어갈 필요가 없지 않나. 복선이라는 게 그것을 끌어오면서 배신감을 상쇄하기 위한 건데 그 두 개를 붙여 버리면 복선도 필요 없고 그저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걸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생긴 문제가 그 앞은 무엇으로 채울까 하는 거였다. 반전 영화의 묘미는 역시 이 답을 알게 하는 재미로 끌고 가는 건데, 앞은 무엇으로 채울까 하다가 장르영화로 채우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장르 영화적인 뭔가를 찾다 보니 학원폭력물이라고 하는 주제가 또 계급 문제를 나타내기 가장 쉬운 장르이기도 해서 학원폭력물이 들어갔고, 뒤에는 그 장르물을 비꼬는 방식의 패러디가 들어가서 영화와 패러디 무비 같은 게 합쳐진 형식이 된 것이다. 앞의 장르영화는 드래곤볼의 구성을 차용했다. 하나의 적을 없애면 그 위가 있고 또 그 위가 있고 하는, 드래곤볼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왜 드래곤볼만큼 히트가 안 되는 걸까. (웃음)

관객1: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종석이 노무현 대통령을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연상호: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많이 나오는 얘기다. 종석이는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니고 양동근을 모델로 했다. (웃음) 양동근을 모델로 했는데 내용 때문인지 외형 때문인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

허남웅: 동물을 의인화한 점 역시도 메시지를 소개하는 데 적절한 방식이었다는 생각을 하는데, 처음에 그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

연상호: 그런 생각은 아주 예전부터 했었다. 개와 돼지가 불평등하게 대우를 받고 있다 하는 생각 말이다. 돼지는 살아있을 때부터 식량이지 않나. 돼지는 자신의 살을 스스로 쓰는 게 아니라 인간들에게 먹히기 위한 몸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많은 속성들을 보고 있었다. 황우석이 그렇게 되어봐야 돌아오는 게 없는데 몰입을 하게 된다든가, 김연아의 피겨 실적이 좋다고 애니메이션이 잘 되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들. 솔직히 아사다 마오의 근성을 좋아했다. (웃음) 해주는 것도 없는 국가와 나라를 위해 사람들이 충성을 다하는 모습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런 불만들이 오랫동안 있었던 거다. 개도 마찬가지다. 어떤 노조가 데모를 할 때 먹고 살만한데 왜 그러냐, 배가 불러서 그렇다 하는 얘기들을 하는데 막상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을 보면 이미 먹고 살만한데다 자식까지 먹고 살만한 재산과 별 필요도 없는 재산을 많이 가진 분들이더라. 그런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려면 본인이 먹고 살만한 재산 외의 돈은 기부를 하면 괜찮은데 그렇지도 않지 않나. 그러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들이 먹고 살만한 것 이상의 뭔가를 가지려고 하면 왜 그 이상의 것을 욕심 내냐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이 다 같은 인간이 아니다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다.

관객2: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와이 슌지의 <릴리슈슈의 모든 것>을 잠깐 생각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애들 사이에 그렇게 끔찍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르나 하는 의문이 들었었고, 또 하나는 왜 아이들도 어른들에게 아무 말도 안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었다.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도 역시나 학교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어른들은 기계적인 균형에 의한 잣대를 들이대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만 체벌을 한다든가 하는 것과, 아이들 역시도 그런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항변하지 않는 것 즉 소통하지 않는 단절된 부분이 부각된 것이 또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해서, 이 두 영화를 절절하게 본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불편하고, 직시하게 만드는 효과 때문인지 너무 가슴 아프게 봤다.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께서는 <나는 세상이 이렇다고 본다. 그것에 대한 재론의 여지는 없다> 같은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쓰셨는지 궁금하다.

연상호: 요즘 GV를 하러 다니면서 많이 인용하는 영화가 있다. <치킨 런>이라는 영화인데,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든 아드만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에서는 양계장이 폭력적인 사회로 나오고 거기에 똑똑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등장한다. 결과적으로는 양계장에서 닭들을 탈출시키려고 하는 거다. 나중에 온 미국 닭에게 탈출시켜달라고 하지 않나. 그러나 한 마리가 탈출을 하는 건 쉽지만 전체가 탈출을 하는 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다음 각자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나는 법을 배우는데 그게 또 사기였다는 게 밝혀지고 절망을 한다. 결국은 그들이 합심을 해서 양계장을 개조한 비행기를 만들어서 탈출을 하는데, 이처럼 이 영화가 여러 가지를 많이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기본적인 담론들을 보면, 한 명이 탈출하는 담론은 정말 쉽다. 그런데 그것을 전체에다 넣으려고들 많이 한다. ‘이렇게 살면 되지 않느냐하는 것을 따라 하려고 하는데, 그건 기득권에서 만드는 이미지라고 생각을 한다. <돼지의 왕> 개봉 이후 인터뷰를 하면서 조심하려고 했던 게, 미친 듯이 노력을 하고 고생을 많이 해서 성취했다 라고 하는 얘기를 안 하려고 했던 부분이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게 기득권들이 이 세계는 정당해라고 말하는 증거로서 많이 쓰이지 않나.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 그 다음에 택하는 게, 개개인의 수양이나 사회를 받아들이는 개개인의 입장, 정신세계를 통해 풀려고들 많이 한다.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 사회가 편하다든가 하는 접근을 많이 하는데, 결국 <치킨 런>에서 모든 닭을 날게 하려고 하는 것과 똑같은 거다. <치킨 런>에서 성공을 하는 건 연대해서 큰 구조를 만들고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 거다.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딱 하나다. 우상을 통한 하위계급의 연대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위 계급들의 연대는 쉽지만 밑으로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피라미드 구조라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해지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의 연대는 불가능하다. 보통 상위 계급이 연대하는 방식으로 하위 계급을 연대시키려고 하다 보니 그게 안 되는 거다. <돼지의 왕>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을 했고, 이런 것에 대한 일종의 큰 우화다. 학교문제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하위 계급의 연대, 우상을 통한 연대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게 심플한 목적이었다.

관객3: 시나리오를 쓰실 때 감독님은 돼지의 입장이었는지, 아니면 돼지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입장이었는지가 궁금하다.

연상호: 일단 구조를 짠 다음에는 감정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정으로 쓴 영화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 오랫동안 한국대중에 대한 분석을 하다 보니 소위 야마를 중요하게 여기더라. 하나의 예를 들자면 다이나믹 듀오보다는 항상 리쌍이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공신력 있어 보이지 않나(웃음). 다이나믹 듀오는 쿨한 느낌이고 리쌍은 쥐어 짜는 느낌인데, 보면 항상 리쌍이 인기가 많다. 대중적이려면 감정적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구조를 구상한 다음에 연기를 하면서 썼다. 종석이의 기분으로 많이 썼을 것이다. 그리고 저는 저를 당연히 돼지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셔도 그렇다. (일동 웃음) 의심스러운 게 저는 당연히 돼지라고 생각을 하는데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돼지일까, 개일까하는 의문을 갖더라. 돼지인데, 왜들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일동 웃음) 돼지라는 것을 알면서 돼지라고 절대 말을 못하는 것부터 잘못된 거라고 생각을 한다. 자기가 돼지라는 것을 빨리 인정해야 뭔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김미화 씨가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얼핏 들었는데, 동학농민 운동이 일어난 지역에서 동학축제를 주도하는 전교 회장 학생의 인터뷰였다. 굉장히 똘똘한 학생이었는데 학생이 받은 마지막 질문이 학생은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어떤 사람이었을 것 같냐는 거였다. 그러자 학생이 머뭇거리면서 농민을 도와주는 착한 양반이라고 대답을 하더라.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그렇게 설명하면서도 죽어도 농민은 싫은 거다. 양반이 좋은 거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 돼지다. (웃음)

관객4: 그림체 얘기를 하고 싶다. 일본적이지도 않고 미국적이지도 않고 한국적인 그림체라고 느꼈다. 캐릭터들이 잘생기고 멋지고 보기 편한 얼굴들은 아닌데 포인트를 준 부분이 있나. 화면 왜곡 효과 같은 것은 만화에서만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또 하위 계급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됐는지 알 것 같은데, 시나리오 작업하실 때 상위 계급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도 궁금하다.

연상호: 처음 시나리오 쓸 때는 강민이 커서 출판사 사장이 됐다는 느낌으로 그렸는데, 최근에 강민의 근황을 확실히 알게 됐다. 강민이 개명을 했더라. 용석으로. 그림체는 엄밀히 보자면 일본의 그림체다. 일본만화를 폭 넓게 보지 않으셔서 모를 뿐이지, <사채꾼 우시지마>라는 만화책을 보면 <돼지의 왕>과 같은 그림체라고 느끼실 거다. 또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등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들이 있고, 삽화체를 좋아한다. 못생긴 주인공은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하고 싶었다. 계급문제나 인권을 다룬 영화를 보면 보통 선과 악의 싸움으로 많이 그린다. 인권을 착취하는 쪽은 너무 악독하고 그 반대로 인권을 보호하거나 착취당하는 편은 너무 선해서 심지어 얼굴도 공유(배우)’같고 그렇다. 이 설정을 바꾸면 관객들이 혼란해할 게 분명하고 저놈은 착취당해도 마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것 같아서, 영화를 만들 때 주인공은 못생긴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제 작품 최초로 대머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대머리에 대한 간단한 소회를 말하자면, 바코드 머리를 비하하며 빡빡 미는 게 당당하다는 식의 노래들이 있는데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코드 머리는 머리의 빈 부분을 양 옆의 검은색으로 메워서 톤을 맞추려고 하는 거고, 머리를 민다는 것은 그 반대일 뿐이다. 즉 밝은 색으로 톤을 맞추는 것뿐인데 한 쪽은 왜 당당하고 한쪽은 또 왜 비굴하다는 건지, 그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 그래서 다음 작품 주인공은 대머리다.

허남웅: 이제 앞으로의 감독님의 계획을 여쭙고 이 자리를 마치고자 한다.

연상호: <사이비>라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다. 앞부분도 지루하지 않고 뒤에 깜짝 놀랄 만한 반전도 있다. (웃음) 사이비 종교에 대한 내용인데, 기독교와 굉장히 흡사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얘기다. <돼지의 왕> 캐릭터들은 대체로 입체적인데 비해 <사이비>에는 입체적이지 않은,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다 평면적으로 자기 주장만 하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죽도록 자기 주장만하다가 다 죽어버리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동 웃음) 또 단편 하나를 빨리 끝내야 한다. 군대 얘기고 내년 초까지 완성을 해서 끝낼 예정이다. 이 단편이 끝나면 바로 장편 작업에 들어갈 거고, 다다음 작품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또 요즘은 만화(단행본)도 한 편 그려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정리 장미경(관객에디터) 사진 주원탁(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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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남다정 감독 GV 현장스케치

지난 12월 9일 저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란 제하 아래 올해 6월에 개봉한 <플레이>가 상영되고, 상영 후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남다정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작년 겨울에 찍었던 영화를 올해 겨울에 이야기하는 것이 묘하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남다정 감독과의 만남의 시간을 여기에 옮겨 본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시작하기에 앞서 글렌 한사드가 나왔던 장면의 사용 허가를 받으면서 그가 당신의 영화를 꼭 보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가 영화를 봤는지.
남다정(영화감독): 그 장면을 써도 되냐고 메일로 물어봤을 때, 메이트에게 축하한다고 전해달라며 어떤 것이든 사용해도 좋다고 답변이 왔다. 그런데 영화를 메일로 보냈는데 아직까지 답이 없다.

허남웅: <플레이>가 기획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남다정: 2009년 10월 즈음 영화제작사에서 음악영화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 구상 중에 밴드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고, 거기서 메이트를 처음 만났다. 아직 유명하진 않았지만 우연히 TV에서 메이트가 공연하는 걸 보고 눈여겨봤다. 몇 번 만나다가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서 인터뷰와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는데 1년 정도 걸렸다.

허남웅:
이 작품은 음악이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또 메이트 밴드 멤버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음악영화와는 달랐다. 연기가 검증 되지 않은 멤버들에게 어떻게 그 자신들을 연기하게 했는지.
남다정: 데뷔작이고 연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도 많이 부담이 되었다. 처음에는 연기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배우를 캐스팅할 경우에는 배우들이 연주를 연기로 할 수 있는지, 또 라이브를 봤을 때 느꼈던 현장감을 살릴 수 있을지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멤버들 다 부담스러워했으나, 상당 부분이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갈수록 본인들이 열심히 참여했다. 어색한 연기들은 연주하는 모습으로 커버가 된 것 같다.

허남웅: 외려 본인들의 모습이 묻어난 연기가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연기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는 감독님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남다정: 연기를 못하게 했다. 카메라를 놓고 한 달 동안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연습을 시켜서 카메라에 어떻게 나오는지 터득을 하게 했다. 멤버들이 내성적이라서 서로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시나리오 쓰는 것보단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본인의 입에 맞는 대사와 행동들을 같이 썼다. 결과적으로 연기할 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허남웅: 현실과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허구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얘기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남다정: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연애 얘기를 많이 하였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경험이 녹아있는 1집 음악의 얘기들을 시나리오에 넣었다. 밴드가 된 이후에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극화되었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음악들도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음악들이었다.

허남웅:
메이트 멤버들과 다른 배우들의 최근 근황도 궁금하다.
남다정: 임헌일 씨는 4월에 군대를 갔고 다른 분들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지내고 있다. 정준일은 얼마 전에 솔로 앨범을 내서 소극장 공연을 하였고 내년엔 군대를 간다. 이현재 씨는 조만간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은채 씨는 일일드라마를 끝내고 휴식 중인 걸로 알고 있다.

허남웅: 정준일 씨가 임헌일 씨와 만났을 때의 의상이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확실한 캐릭터를 주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남다정: 정준일의 캐릭터는 다 그의 공이다. 기분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것과 자고 미동 없이 누워있는 것도 실제다. 의상도 본인들 것을 사용했었는데 정준일은 패셔니스타로 유명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옷을 가져왔다. 실제로 밴드 제의를 해서 만난 날 준일이 스카프를 두르고 바가지 머리를 하고 나타나 헌일씨가 본 순간 철렁했다고. 많은 분들이 준일 때문에 웃을 줄 몰랐다.

허남웅: 실제로 그 장면이 웃기지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엔딩인 글렌 한사드 공연의 버스킹 장면을 정확히 재현을 해서 스태프끼리 감동했다고 들었다.
남다정: 당시 버스킹을 처음 했었던 건데, 글렌 한사드가 내한했을 때 그가 항의하면 끝낸다는 상황에서 시작하였던 거다. 그런데 글렌 한사드가 실제로 보고 무대에 서달라는 말에 너무 놀랐다고 한다. 사실 이 엔딩 부분은 힘을 주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 장면이 촬영 막바지에 이루어졌었는데 그 날 아침에 노래의 가사가 나왔다. 촬영을 하면서 실제로 처음 노래를 부르게 된 거여서 엑스트라와 스태프가 관객이 된 듯이 관람했다. 1년 반 전 일을 떠올리며 멤버들이 노래를 하니 다들 얼굴에 열이 올랐다. 기분이 매우 묘해서 나도 모니터를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허남웅: 음악영화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매력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
남다정: 언젠가는 음악영화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지만 음악 영화로 데뷔할 줄은 몰랐다. 약 3년 동안 한심하게 살고 있는 와중에 지금 내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 음악 영화 제의를 받았다. 그래서 '음악 영화를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음악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모든 콘티가 확실해야만 후반 작업 시 음악이 들어갈 시간이 맞아 떨어진다는 거다. 만들고 보니 더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남웅: 다큐멘터리와 극이 혼재해 있는 형식의 작품인데, 이런 형식을 밀어붙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실제 밴드를 캐스팅해서 그렇게 진행이 되었는지.
남다정: 연주 장면 같은 경우에는 3명이 처음 모여서 데모 만드는 경우에는 다큐멘터리처럼 찍고, 멜로 장면들은 극영화 식으로 포착했다. 이처럼 두 형식이 섞이도록 의도했다.

허남웅: 데뷔작은 감독에게 엄청난 경험이면서 시행착오의 단계인데 과정에서 느꼈던 교훈은 무엇인가.
남다정: 좋은 친구들을 만나 음악 영화로 데뷔를 한 걸 고맙게 생각한다. 마지막에 무대로 나가는 모습이 내가 영화를 가지고 세상에 나가는 것과 맞닿아 있다. 또래의 이야기로 데뷔를 할 수 있었다는 게 개인적인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관객1: 시나리오를 1년 정도 준비했다고 했는데 제작이나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남다정: 2009년 10월에 처음 만나서. 2010년 10월에 촬영이 들어갔고 2010년 12월에 촬영을 마쳤다. 두 달 동안 30회차 정도 촬영을 했고 나머지 두 달 정도는 후반 작업을 했다.

관객2: 메이트의 팬인데 그들의 매력이 돋보인 좋은 영화였다. 촬영 중에 배우들과 갈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남다정: 시나리오 과정이 오래 걸린 이유가 바로 그거다. 영화작업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지문에 쓰인 작은 행동도 본인과 일치 하지 않으면 거부했다. 그런 걸 설득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배우들이 촬영하면서는 감독의 지시를 다 받아들였다.

관객3: 시나리오를 쓰는 와중에 포기해야하는 순간이 있다면 욕심대로 밀어붙이는지 아님 타협을 하는지 궁금하다.
남다정: 내가 원하는 캐릭터와 실제 그 친구들의 모습들을 타협할 수가 없었다. 항상 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다. 인물의 실제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느끼게 보여주는데 있어서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다.


관객4: 감독 판으로 DVD를 만들고 재개봉을 하기도 하는데, 혹 못다한 이야기가 있나.
남다정: 정준일 씨의 전사와 곡들이 조금 더 있다. 편집을 해보니 밴드가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그 부분을 삭제를 해야 했다. 생략된 연주 장면이나 준일 씨의 오버하는 연기가 들어가면 더 재밌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관객5: 제목 플레이의 의미는 뭔가.
남다정: 연주하고 놀기도 하고 또 극이라는 의미도 있다. 본인들의 이야기가 기본이지만 이건 극영화이다. 그래서 명료하게 플레이라고 지었다.

허남웅: 마무리할 시간이다. <플레이> 이후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이신지 향후 계획과 마무리 말씀 부탁드린다.
남다정: 1930년의 신여성의 센 치정극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치정극을 하기에는 경험을 더 쌓아야 할 것 같아서 나중으로 미뤘다. 내년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 해봐야 될 것 같다. 겨울이 되니까 플레이 때 스태프들이 작년이 떠오르는지 많이 연락을 한다. 겨울 옷 입고 마이크 잡고 영화 얘기하는 건 작년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극장에서 졸업 영화제 영화를 상영했던 것이 떠오르는데, 그때의 그 처음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이 영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잠깐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리 윤서연(관객에디터) | 사진 조유성(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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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www.cinematheque.seoul.kr)12 6일부터  18일까지 약 2주간 주류 바깥에서 만들어져 한국영화의 신() 면모를 과시하는 소위 ‘작은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란 제하의 기획전을 개최한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지난 3월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을 통해 또 다른 영화 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프로그래밍한 적이 있는데,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란 기획전은 이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것이다. 박스오피스의 흥행 수치를 좌지우지하는 건 주류의 영화들이지만 지금 한국영화의 신() 면모를 과시하는 건 주류 바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소위 ‘작은 영화’들이기 때문에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다시금 주류 바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한국영화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13편으로 이뤄진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은 주류에서 하면 시도하기 힘든 과감한 소재 선택과 실험적인 이야기 구조로 무장한 작품 일색이다. <> <두만강> <흉터> <돼지의 왕>은 우리의 일상이지만 부러 외면하는 현실의 이면을 불러온 경우이고, <애정만세> <풍산개>, <도약선생> <에일리언 비키니>는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오락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은 도시의 속성을 인간과 연결시킨 색다른 연출력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플레이>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요소가 혼재한 실험적인 영화 만들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뽕똘>은 제주도 출신 감독이 만든 토착영화라는 점에서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전을 기획한 허남웅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일련의 영화들을 기획하면서 ‘조용한 반란’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에 대하여 획일화가 가속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시의 적절한 메시지를 갖추고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지금은 새로운 씨앗을 받아들여 이를 싹 틔울 수 있는 영화계 토양의 건전성이 필요하고 중요해지는 시기로, 이번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 한국영화계에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기간 중에는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에서 상영되는 작품의 감독과 함께하는 일곱 차례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이 행사는 다시 한번 한국영화에 주목하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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