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첫사랑’


사랑의 본질은 만고불변이지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랑도 ‘조각’처럼 한다. <첫사랑>의 두 주인공 비토리오(비타리아노 트레비잔)와 소냐(미셸라 세스콘) 역시 조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금속세공사로 활동하는 비토리오와 화가를 위해 모델을 서주는 소냐는 블라인드 데이트로 만난 사이다. 첫 만남의 서먹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에 대한 탐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비토리오는 조각 같은 몸매의 소냐가 맘에 들고, 그녀 역시 자상해 보이는 그가 싫지 않다.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시작한 이들은 곧 동거를 시작하고 비토리오는 소냐에게 좀 더 날씬해질 것을 요구한다.

<첫사랑> 포스터의 태그라인은 ‘욕망에 대한 공포영화’(A Horror Movie about Desire)다. 즉, 달콤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육체에 대한 집착이 낳은 비극적 사랑에 대해 다룬다. 그것은 정신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비토리오의 유별난 관점에서 기인한다. 정신적인 사랑이 퓨즈를 꽂아야 육체적인 사랑에 전기가 통한다는 항간의 속설과 달리 그는 상대방의 육체에 혹해야 비로소 정신적인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는 남자다. 비토리오의 사랑이 에로스(Eros)와 구별된다면, 소냐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낀다기보다는 시각적으로 완벽한 형태의 육체를 갈구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 욕망은 소냐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비토리오의 요구를 차치하고, 그녀도 현재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비토리오와의 첫 만남 당시 소냐가 (인사를 제외하고) 그에게 던진 첫 말은 “제 몸매가 맘에 들지 않나요?”다. (이에 비토리오는 “좀 더 날씬한 줄 알았어요.”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감독 마테오 가로네는 촬영에 능한 감독답게 비토리오와 소냐가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3분간의 롱테이크를 담당했다. 그때 카메라는 마치 상대방의 몸매를 훑듯이 장면을 찍어나간다. 이는 음흉한 남자의 눈빛이라기보다는 오브제를 관찰하는 조각가의 시점에 더욱 가깝다. 아닌 게 아니라, 비토리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의 카메라는 등장인물, 특히 소냐를 조각하듯이 촬영한다. 처음엔 고정된 구도로 지긋이 바라보다가 이내 덩어리를 깎아가듯이 온 육체를 내지르고, 마지막 순간엔 미술품을 감상하는 양 섬세하게 소냐를 지켜보는 식이다. 이렇게 비토리오는 조각가의 마인드로 모델을 물색하듯 여자 친구를 고르고 완벽한 형체를 빚듯이 사랑을 나눈다.


다만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지 못하는 조각과 달리 인간의 사랑에는 자유의지가 작용한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육체 역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법이다. 비토리오가 소냐의 몸매를 가장 완벽한 형태로 구현하겠다며 먹을 것을 관리하려들수록 그를 향한 그녀의 거부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이 종국엔 파국을 맞이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 가능하다.

비토리오의 사랑은 비록 육체가 결부되어 있지만 이상주의적이며 관념론적인 사랑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플라토닉 러브’를 연상시킨다. <첫사랑>도 그렇지만 마테오 가로네는 전작 <박제사>에서도 육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남자를 내세웠었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드러난 마테오 가로네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정신과 육체의 균형이고 무엇보다 자유의지의 발현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랑은 결국 공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첫사랑>은 보여준다. (허남웅_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나폴리의 결혼 사진사>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애매한 <이민자들의 땅>과 달리 <나폴리의 결혼 사진가>는 명백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Oreste Pipolo, fotografo di matrimoni>, 즉 ‘웨딩 사진가 오레스테 피폴로’인데 영화는 웨딩 사진 촬영으로 나폴리의 유명인사가 된 피폴로의 작업을 따라간다.



나폴리에서 결혼을 결심한 남녀들이 피폴로를 찾는 이유는 촬영 능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신랑, 신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신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조는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변함없이 피폴로가 명성을 유지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마테오 가로네가 최우선으로 삼는 영화적 철학이기도 하다. 가로네가 굳이 결혼 사진가를 주인공 삼아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극중 피폴로가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영화 촬영 현장을 연상시킬 정도다. 연기자를 대하듯 신랑, 신부의 심리를 최대한 고려하고, 로케이션 하듯 촬영 장소를 신중하게 고르며, 조명의 각도에 대해서도 민감하리만치 반응하는 피폴로의 모습은 아무래도 영화감독과 닮아있는 것이다.



가로네는 <나폴리의 결혼 사진사>를 통해 영화의 본질에 대해 추적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구보다 사실을, 극영화보다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초창기의 그에게 지역성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였다. 그중에서도 나폴리처럼 낙후된 지역을 줄곧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는 이 작품을 비롯해 부분일지라도 직접 촬영을 겸한다.) 그런 지역을 선택하는 건 이탈리아의 실상을 드러내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삶을 이기기 위한 지역민들의 삶에 대한 애착은 이미 전작 <이민자들의 땅>에서부터 가로네가 관심 갖던 주제다. 이탈리아의 현실은 비토리오 데시카, 로베르토 로셀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등 네오리얼리즘 태동 때부터 늘 하층민들의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삶을 긍정하는 이들의 자세가 가로네의 영화에 담겨있는 것이다. (허남웅_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고모라>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비장하고 장엄한 일대기를 그려온 갱스터 무비의 전통을 거스른다.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고모라>는 안티 갱 영화에 가깝다. 소수의 갱스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나폴리 범죄조직 카모라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사슬아래 놓인 인물들의 선택을 교차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립되어 보이는 플롯이 결국 하나로 모이는 타란티노식 서사마저 거부한 나열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불친절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비전문 배우의 기용과 일상적인 세팅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집필된 르포르타주 원작에 힘입어 손쓸 새 없이 부식되어가는 나폴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 방위적으로 조명한다. 나아가 평범한 나폴리 주민과 세계 곳곳의 사람들까지 범죄에 연루시키는 카모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고발한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는 조직원 일부가 태닝을 하는 사이 배신한 조직원들이 그들을 총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죄악의 도시'라는 의미가 함축된 '고모라'라는 성서적인 제목이 올라간다. 이제 살인이 일상인 나폴리의 풍경이 그려질 차례다.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차지하는 것은 카모라 조직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생존법이다. 살육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는 돈 배달부와 약간 얼떨떨해 보이지만 카모라에 편입되길 갈망하는 소년은 박탈된 나폴리의 과거와 미래를 암시한다. 반면 카모라를 배후에 둔 영세한 공장의 재단사 파스콰레(살바토레 칸탈루포)와 유독성 폐기물 처리업자의 비서 로베르토(카민 파테노스테)는 죄악의 늪에서 기어코 빠져나온다. 그렇다고 '나폴리의 현재'인 이들의 앞날이 희망적일지는 의문이다. 할리우드 스타의 드레스를 재단하던 (본인은 몰랐던) 파스콰레는 무급 잔업과 박봉에 못 이겨 트럭 기사를 하게 됐고 로베르토는 보스의 말대로 피자나 만들게 될지 모른다.


인물을 클로즈업하면서 배경의 초점을 흐리는 단도직입적인 카메라는 때로 익스트림 롱숏의 활용으로 잊히지 않는 명장면들을 빚어낸다. 선택을 강요받고 사람 죽이는 일에 동참한 소년의 일그러진 표정 뒤로 그를 보러 나온 여자를 향해 총구가 겨눠지고 이후 슬럼가 전체로 총성이 울려 퍼진다. 배신을 망설이던 돈 배달부는 겁에 질리고 관객은 절망한다. 한편, <스카페이스>의 토니 몬타나를 흉내 내며 객기를 부리던 마르코(마르코 마코르)와 치로(치로 페트로네)는 예상보다 오래 생을 부지하기는 하지만 끝내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시체가 실린 채 지평선을 향해 가는 포클레인이 오랫동안 비춰진다. 희극은 롱숏이고 비극은 클로즈업이라고 하지만 엔딩 장면에서 관객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고모라>가 안티 갱 영화인 것은 카모라가 비애를 불러일으킨다거나 멋있기보다 범죄 집단임을 명백히 보여줘서이다. 동시에 토니 몬타나를 흉내 내는 얼치기 갱스터들의 최후를 냉담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모라의 비극은 나폴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절멸시키는 가운데 평범한 주민들과 나라 전체를 범죄에 연루시키는 데 있다. 가난 때문에 다수의 주민들이 자신의 토지에 독극물을 폐기하는 것을 자처한다. 로베르토의 말대로 이는 북부의 공장 노동자가 사는 대신 남부의 농민들을 죽이는 사태를 초래한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각성을 유발하는 <고모라>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라는 점이다. 극영화에서 사실적 연출이 갖는 힘을 <고모라>는 증명하고 있다.(최용혁: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1월 26일(수) 16:00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 상영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습니다. 2006년에 서울아트시네마의 안정적인 공간 마련과 재원확보를 위해 영화감독, 배우가 참여한 것이 벌써 6회에 접어든 것입니다. 아울러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또한 9년째를 맞았습니다. 매년 1월에 친구들과 영화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행사가 친구들 영화제입니다.

올해는 친구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당신에게 영화의 즐거움이 무엇인가'입니다. 지난해에 시네마테크는 물론이고 영화인들 상당수가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2011년에는 그런 시간을 넘겨 영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영화의 향락을 낙원에서 누려보자는 취지입니다. 영화의 즐거움을 함께 하자는 것은 우리들의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반대로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들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영화가 제공하는 즐거움은 다양합니다.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기억의 극장을 찾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익명의 친구들과 감성적 교제를 나누는 일이나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빛을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본 영화들을 두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을 쓰는 비평적 욕구도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은 영화를 만들고자하는 욕망으로 진전되기도 합니다. 시네마테크는 이런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열일곱 명의 친구들이 참여합니다. 예년보다 적은 예산이지만 반대로 전례 없이 가장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의 선택작들과 관객들의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특별히 해외와 국내의 시네마테크 두 기관을 친구로 초대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지난 해 서울아트시네마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대표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명의로 재정지원 확대와 독립성의 확보, 안정적인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카르트 블랑슈'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역사와 함께 했던 12편의 프랑스 영화가 소개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복원하고 발굴한 장 르누아르, 사샤 기트리, 막스 오퓔스의 영화와 시네마테크에서 꿈을 키웠던 고다르, 그리고 누벨바그 이후의 장 으스타슈, 필립 가렐 등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장 프랑수아 로제가 2월에 서울 아트시네마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아울러 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한국영화 네 편이 상영됩니다.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마태오 가로네의 영화는 지난해부터 서울아트시네마가 활발하게 진행한 우리 시대의 작가를 소개하는 행사의 일환입니다. 특별히 그의 대표작인 <고모라>를 포함해 세 편은 이탈리아 문화원의 협조로 국내 판권을 구매해 특별전 상영 이후에 시네마테크를 포함한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할 계획입니다. 지난 해 타계한 에릭 로메르를 기념하는 '오마주: 에릭 로메르'에서는 6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가 사랑하고 시네마테크를 사랑한 감독입니다. 2001년에 그를 기리는 '에릭 로메르 회고전'을 처음 기획해 시네마테크에서 개최한 바 있는데, 당시 에릭 로메르는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저의 모든 작품에 대한 당신들의 오마주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모든 감사와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받아주시길'이란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로메르에게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보낼 차례입니다.


영화가 허락한 즐거움은 영화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 분의 영화감독이 참여했지만, 2011년에는 이명세 감독부터 윤성호 감독에 이르는 현역의 감독 여섯 분이 참여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젊은이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가 열리게 됩니다. 지난 10년의 한국영화를 되돌아보는 행사도 있습니다. 장현수 감독의 <라이방>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년도에 개봉했던 영화들입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와라나고'라는 한국의 예술영화 제작과 배급, 예술영화 상영공간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게 만든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이 이미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보는 기회입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시네마테크를 후원하기 위한 영화제입니다. 알다시피 시네마테크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지난 해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네마테크 전용관의 건립과  공간 확보, 재정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에 대한 공적 지원이 50% 삭감되면서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생겼지만, 영화인들과 배우들의 후원 광고 덕분에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의 대표인 박찬욱 감독이 직접 국회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에는 당장 급한 시네마테크의 안정화 노력 외에도 전용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의 마련과 예산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전용관을 마련하는데 서울시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2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와의 좌담과 포럼을 시작으로, 3월에는 시네마테크 정책과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시네마테크의 해외 친구로 외국 영화인들의 초대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내년은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올 한해 십 주년을 맞는 준비들이 있을 것입니다.

올 해의 개막작은 에릭 로메르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입니다. 누벨바그의 동료였던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장 뤽 고다르가 초기 시절에 만든 단편 영화의 느낌으로 되돌아가 만든 작품입니다. 대표작인 <녹색 광선>을 만들고 불현듯 로메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즉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첫 에피소드에는 '블루아워'라는 동이 크기 전의 1분간의 정적의 시간에 대해 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밤새들이 잠들기 전, 낮 새들이 깨어나기 전의 정적이 시간은 영화 속 소녀의 말을 빌자면 마치 배심원들이 심의에 들어간 후 '사느냐 죽느냐'의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처럼 고요함과 불안이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농부들이 '누가 뭐래도 내일은 새로운 날이 될 거야'라던가 '무슨 수를 써도 내일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시네마테크가 그런 블루아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요함과 정적의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일이 오고, 내일이 오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내일 우리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
www.cinematheque.seoul.kr)는 오는 18일부터 2월 27일까지 한 달 반 기간 동안 시네마테크를 후원하는 영화인들과 함께 벌써 6주년을 맞이하는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개최한다. 2006년에 시네마테크의 설립취지에 공감하고 활동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이 참여해 처음 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직접 참여해 영화를 선택하고, 관객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매년 1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영화축제이다.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2012년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전용관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아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 Jouissance Cinema – '를 컨셉으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영화에서 어떤 즐거움을 발견하는지, 영화로 교류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관객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하며, 이와 관련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마련한다. 이번 영화제의 전체 섹션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개최된 이래 지속적으로 관개들에게 선보인 프로그램인 ‘친구들의 선택’과 ‘관객들의 선택’,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선택’을 메인 섹션으로 선보인다.


친구들의 새로운 선택

먼저 제6회를 맞이한 2011년의 친구들로는 이준익, 이명세,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최동훈, 오승욱, 김태용, 민규동, 이해영, 정가형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과 정성일, 김영진 영화평론가 등의 영화인들이 참여해 그들이 선택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토크 행사를 가질 예정이며, 새로운 친구로 황덕호 재즈평론가와 손관호 파고뮤직 대표 등 영화를 좋아하는 음악인들도 친구들로 참여,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읽기, 즐거운 영화문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코미디 배우, 버스터 키튼
관객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영화를 상영하는 ‘관객들의 선택’ 섹션 역시 놓칠 수 없는 영화제의 묘미다. 특히 올해는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란 컨셉에 맞춰 관객들의 선택으로 만나고 싶은 코미디 배우를 선정해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상영한다. 대표적인 코미디배우 15인 중에서 관객들이 지난 11월 20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카페 및 상영관 로비 게시판을 통해 온/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몸 개그의 선구자인 버스터 키튼이 1위로 선정되어 기존에 시네마테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없었던 키튼의 단편 영화들을 모아 상영할 계획이다.


카르트 블랑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한국영화의 고전

한편 시네마테크 활동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네마테크 관련 특별행사를 마련한다. 먼저 해외 시네마테크와의 교류 확대를 위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선택한 프랑스 작품을 상영하는 ‘카르트 블랑슈’ 섹션으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를 초청해 파리 시네마테크의 상황과 시네마테크의 미래에 관한 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카르트 블랑슈’ 섹션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한국영화의 고전들을 소개하는 ‘한국영상자료원 컬렉션’도 연다. 이 섹션에서는 새롭게 복원한 6-70년대의 한국영화 4편을 상영한다.


에릭 로메르, 신예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와 만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거장들의 특별전도 만날 수 있다. 2010년 타계한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를 추모하는 ‘오마주, 에릭 로메르’전을 열어,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 중에서 대표작과 국내에 덜 소개된 작품들을 포함해 6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특히 ‘오마주,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가장 사랑한 감독으로 시네마테크의 선택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탈리아 문화원의 협력으로 이탈리아 신예 감독 마테오 가로네의 작품 중 <고모라>를 포함한 3편을 필름 라이브러리로 구매해 첫 선을 보이고 그의 미 공개작을 포함한 ‘마테오 가로네 특별전’ 영화 7편을 소개한다.


마스터 클래스, 교육 행사, 한국영화 10년의 회고
이외에도 제6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해외 게스트를 초청해 심도 깊은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마스터클래스도 열리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이명세, 김태용, 이해영, 정가형제, 김종관, 윤성호 등 활발하게 작업을 진행중인 감독들과 만나 영화 연출론을 듣는 ‘시네클럽’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그리고 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되는 ‘작가를 만나다’도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진다. 2011년을 여는 연초에 진행되는 영화제인 만큼 개봉 10주년을 맞는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장현수 감독의 <라이방>을 2011년 1, 2월 작가를 만나다 시간에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한다. 10년 전인 2001년,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대작들에 밀려 아쉽게도 조기 종영된 영화들을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펼쳤던 이른바 ‘와라나고 운동’의 중심에 섰던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지난 10년의 한국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화의 즐거움을 테마로 한 제6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더욱 많은 친구들이 다양하고 의미 있는 영화들을 가지고 실제 자신들의 기억 속에 있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단상, 그리고 영화에 얽힌 다양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줄 것으로 보여 예년과는 또 다른 재미와 큰 만족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선자 서울아트시네마 기획홍보팀장)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