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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리뷰] 가장 영화다운 영화는 어떤 것일까 - 오승욱 감독의 선택작 <아일랜드의 연풍> “지금 같은 세상에서 관용이란 의미, 그리고 남성과 여성이 각자의 존엄을 지키며 사랑하는 모습을 확인시켜 주는 영화다.” - 오승욱 감독의 추천사 [리뷰] 을 2014년에 다시 본다는 것 - 가장 영화다운 영화는 어떤 것일까 내가 처음 을 본 것은 TV에서였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주말의 안방극장이었던 명화극장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소개하는 사람은 검은 뿔테 안경이 인상적이었던 정영일 영화평론가였다. 그 당시 나는 정영일 씨가 명화극장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소개할 때 “놓치면 안 되는 꼭 보아야 할 영화” 또는 “놓치면 후회할 영화”라고 한 영화들은 꼭 보았다. 그가 놓치면 안 되는 영화라고 소개한 영화 (1979, 피터 예이츠)를 보고 홍콩 무술영화가 아닌 청소년들이 나오는 멜로 영화에서도.. 더보기
[리뷰] 변하지 않는 세상, 떠도는 아이들 - 제작자 오정완의 선택작 <안개 속의 퐁경> “내게 새로운 영화의 세계에 눈 뜨게 해준 계기가 된 영화입니다.” - 제작자 오정완의 추천사 [리뷰] 변하지 않는 세상, 떠도는 아이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알렉산더는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누나 불라는 “태초에 어둠이 있었어. 그 후에 빛이 만들어졌고”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매일 밤 불라와 알렉산더는 ‘창조’의 순간을 입에 올리고 귀로 듣는다. 두 아이는 아빠를 보지 못했다. 엄마는 아빠가 독일에 산다고 말했고, 남매는 엄마의 말을 믿고 있다. 남매는 독일에 있는 아빠와 그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삼촌이 미국에 산다고 믿는 것과 아빠가 독일에 산다고 믿는 것은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미국에 사는 삼촌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어떤 가능성과 관련된 존재이지만, 독일에 사는.. 더보기
[리뷰] 아버지 세대를 향해 기관총 난사!-이해영 감독의 선택작 <세일러복과 기관총> “여전히 어딘가 아찔한 영화.” - 이해영 감독 추천사 [리뷰] 아버지 세대를 향해 기관총 난사! (1981)은 1980년대 일본 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일군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다. 아카가와 지로가 1978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소마이 신지가 영화로 만들었는데 세일러복을 입은 여고생이 기관총을 들게 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소마이 신지의 영화 이후 1982년, 그리고 2006년에 TV드라마로 두 차례나 만들어졌을 정도니 그 인기는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평범한 여고생 이즈미(아쿠시마루 히로코)에게 야쿠자 조직원들이 찾아온다. 조직의 보스가 되어 달라는 거다. 직계가족이 없는 보스가 죽으면서 자신의 핏줄을 찾아 차기 보스로 삼으라는 .. 더보기
[리뷰] 유령에 매혹당한 자들 - 김태용 감독의 선택작 <유령과 뮤어 부인> “아직도 어리거나 혹은 너무 나이 들어버린 어른들이 즐거워할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전영화입니다. 많이 보러 오세요.” - 김태용 감독 추천사 [리뷰] 유령에 매혹당한 자들 조셉 L. 멘키비츠의 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불안정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시네필들에 의해 자주 언급되는 고전도 아니고, 멘키비츠의 대표작을 꼽는 자리에서 누락되기 일쑤이고, 개봉 당시에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으며, 감독 스스로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영화다(이 영화는 개봉 당시 유럽에서 더 따뜻한 반응을 얻었고, 음악을 담당했던 버나드 허만 - 과 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한 - 은 의 음악이야말로 자신의 작업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영화비평가 고(故) 프리다 그라페(Frieda Gra.. 더보기
[리뷰] 신화와 전설의 마지막 시대 - 변영주 감독의 선택작 <엑스칼리버> “이를테면 지금 판타지나 SF 장르의 인기는 신기할 노릇이다. 문학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게임으로 뿌리를 내리고 미드와 마블의 영화산업 진출이 무성한 줄기를 가꾸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판타지의 몇 가지 원조할매 중 하나인 『아발론 연대기』에 기초한 를 우리는 지금 어떤 새로운 방법으로 즐길 수 있을까. 바로 이 영화 때문에 나는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를 지정할 때 양손검만을 선호하게 되었다. 취미의 근원! 그리고 헬렌 미렌의 아름다움에 매료당할 영화. .” - 변영주 감독의 추천사 [리뷰] 신화와 전설의 마지막 시대 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의 전설을 다루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아서나 모가나, 랜슬럿 같은 이들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전설의 명검, ‘엑스칼리버.. 더보기
[리뷰]바스라질 것 같은 인간들의 내면 - 소쿠로프의 <영혼의 목소리> “영화가 당신과 함께한다는 말을 종종 의심할지 모르겠습니다.그렇다면 소쿠로프의 이 영화는 그 말을 당신 눈앞에서 증명할 것입니다.세상이라는 것이 정신이며, 그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영혼이 그 안에서 경험하는 것뿐입니다.이 영화를 보면서 해가 지는 순간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그 시간 동안 당신께서는단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빛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에 당신과 함께 극장에 있겠습니다.” - 정성일 평론가 추천사 [리뷰]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바스라질 것 같은 인간들의 내면 현대 러시아의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감독인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는 (1997), (2002), (2010) 등의 극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편수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역사, 도시, 여행,.. 더보기
[리뷰] 누아르 탐정, 멜랑콜리한 방랑자 - 로버트 알트만의 '기나긴 이별' [리뷰] 누아르 탐정, 멜랑콜리한 방랑자 로버트 알트만의 (1973)은 1970년대에 되살린 필름 누아르다. 1953년에 발표된 레이먼드 챈들러의 후반기 동명소설이 원작인데, 흔히 이 소설은 작가의 초기 작품인 『빅 슬립』, 『안녕, 내 사랑』과 더불어 챈들러의 3대 작품으로 꼽힌다. 독자들은 먼저 영화화됐던 『빅 슬립』과 『안녕, 내 사랑』을 더 좋아했지만, 챈들러는 『기나긴 이별』을 ‘자신의 최고작’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자전적인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기 때문일 터다. 이 소설의 주요 테마처럼 챈들러는 실제로 알코올중독에 시달렸고, 그리고 글쓰기의 장벽(writer’s block)에 부딪혀 작가로서의 정체성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 아내가 오랜 병환 때문에 .. 더보기
[리뷰] 말론 릭스의 '풀어헤쳐진 말들' [리뷰] 이 여전히 새로운 이유 이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이 영화가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흑인 남성들의 모습이 나오는가 싶더니 그와 동시에 “Brother to Brother to Brother…” 라는 말이 낮은 목소리로 들려온다. 그런데 이 말은 느리게 이어지다가 갈수록 빨라지고, 급기야는 다른 목소리들과 겹쳐지면서 아예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말이 원래의 의미를 잃고 음악적 리듬 안에서 또 다른 의미를 얻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 그대로 “말이 풀어헤쳐지고”, “묶인 혀들이 풀리는” 것을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그 뒤로도 영화는 일반적인 나레이션 대신 쉬지 않고 흐르는 음악과 같은 대사들을 통해 다양한 말이 영화를 가득 채우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