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건축가>의 정재은 감독

 

갑작스런 비바람이 몰아쳤던 지난 4월 21일 토요일,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건축 다큐멘터리인 <말하는 건축가>의 상영이 있었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영화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과 한선희 PD가 참여해 시네토크 시간을 이어갔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관객들이 참여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결국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이 날 상영은 끝날 수 있었다. 그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한 인물의 마지막 삶의 기록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정기용 건축가를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건축에 대한 영화를 찍을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정재은(영화감독): 평소 공간이나 도시를 영화에 잘 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이 영화를 찍을 때 중요한 목표이기도 했다. 그러다 점점 관심이 도시 환경과 건축 문화로까지 커져갔다. 건축영화제가 열렸을 때 외국다큐멘터리들을 보니 대부분 빌딩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며 건축가, 건축주, 시공사 등을 보여주더라. 이와는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고, 그러다가 정기용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김성욱: 이 영화는 건축가의 사회적 위치를 굉장히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시회를 함께 준비하는 큐레이터를 보면서 건축가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질문해보았다. 동시에 엔딩장면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앉아 있는 그 자리가 정기용 건축가의 적절한 위치일까라는 생각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건축가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재은: 건축과 영화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내게 건축이 뭐냐고 질문할 때마다 건축은 영화라고 답한다. 건축가의 삶과 건축 다큐를 찍으면서 되돌아오는 것은 영화에 대한 질문이었다. 예전에는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에는 크게 다른 고민들을 해 보지 않았고 늘 남들이 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기용 건축가를 만나면서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가, 영화 한 편에 과연 큰돈을 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을 스스로 해보았다. 건축가들의 양극화된 모습이 영화와 비슷하다. 거대한 설계사무소에서 찍어내는 건축이 있고 아뜰리에 스튜디오 방식으로 일하는 건축가들이 있다. 영화의 시스템이나 문화와 다르지 않았다. 사회 전반에 걸친 공통의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성욱: 건축가와 영화감독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대문 운동장을 보여줄 때 현실화된 건축이 있고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제안과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중 다른 제안이 이루어졌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프로젝트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는데 현실에는 일부만이 구현된다는 점, 그래서 건축이 영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에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셨을 텐데.

정재은: 처음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편집 작업이 시나리오 작업과 동일한 정신적 집중력을 요구하더라. 400 시간의 분량에서 하나의 신, 하나의 시퀀스, 하나의 상황을 고르는 것이 시나리오 작업과 똑같았다. 3개월 동안은 꼬박 줄여나갔고 그 다음 3개월은 여러 버전을 만들었다. 다른 버전들이 아쉽긴 했지만 결국 전시회가 중심에 있는 버전으로 완성했다.

 

 

김성욱: 한선희 프로듀서는 영화 속 큐레이터와 같은 역할이었을 것 같다. 이 작업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프로듀서로서의 작업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한선희(프로듀서): 건축 영화제의 1,2회 프로그래머를 하면서 감독님과 많이 가까워졌다. 개인적으로 나도 공간을 잘 표현한 작품을 좋아한다. 우리 삶의 한 부분인 건축이 한국에서는 문화나 예술의 분야로 잘 인식되지 않고 인문학에서도 열외라는 점이 이상했다. 그러던 중 감독님이 일 년 정도 혼자 작업하면서 촬영을 80% 정도 끝냈을 때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 후로는 감독님의 말동무 역할을 하면서 보충 촬영을 함께 진행했다.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건축 다큐멘터리이니만큼 한국 사회에서 건축을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차원에서 이슈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김성욱: 영화 안에서 정기용 선생님이 직접 촬영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분이 만든 영상이 주로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정재은: 정기용 선생님은 1972년 파리에 국비유학생으로 가서 15년 동안 공부를 했다. 그때 영화를 정말 많이 보신 것 같다. 실제로 촬영도 하면서 아마 영화감독도 꿈꾸지 않았을까. 특히 기록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어서 스틸 카메라, 슬라이드 카메라 등으로 자기가 본 것을 모두 기록했다. 이미 편집을 한 것도 있고 안 한 것도 있었는데 그중 ‘영화적’인 것들을 따로 선별했다. 이 푸티지 덕분에 다큐멘터리 이상의 영화적 느낌을 낼 수 있었다.

 

관객1: 영화를 완성하기 전에 정기용 선생님이 돌아가실 걸 알았는지 궁금하다. 만약 정기용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다른 결말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이 선역과 악역으로 나뉜 것 같았는데, 이런 갈등을 어떻게 묘사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정재은: 원래는 선생님이 강의를 하는 모습으로 끝내려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에 영화가 많이 흔들렸다. 영화의 중반부터 선생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지만 돌아가실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돌아가신 다음 다시 촬영한 부분도 있다. 갈등의 부분은, 다큐멘터리를 찍으니 오히려 극영화적인 부분을 살리고 싶더라. 다큐멘터리에 생각만 많으면 재미가 없어진다. 좀 더 스토리적 요소를 넣고 싶어 하던 참에 강성원 큐레이터가 등장해서 굉장히 기뻤다. 드디어 악역이 등장하고 갈등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분이 없었으면 영화가 재미없었을 것이다. 그 분도 영화를 보고 이해해주셨다. 상황과 영화의 시나리오 상 관객분들이 악역처럼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관객2: 개인적으로 정기용 선생님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분에게 쇼맨십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지만 정기용 선생님이 연기한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감독으로서 그 부분을 어떻게 제어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정기용 건축가가 영화를 통해 하나의 캐릭터가 되었는데 감독으로서 생각하는 정기용이 어떤지 궁금하다.

정재은: 정기용 선생님은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다. 상황에 대한 이해력도 빨라서 어떤 상황이든 그것에 대해 이성적이고 멀리서 보는 시선을 가졌다. 이 분을 주인공으로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 건 그가 타고난 아티스트라서이다. 삶 자체를 연기자처럼 사신 분이다. 보통 배우들은 주어진 대본을 갖고 연기를 하지만 선생님은 스스로 대본과 상황을 만들어 관객에게 보여주려 한다. 대표적 장면이 엔딩 장면이다. 그날 현장에서 선생님이 너무 의도적으로 그 자리에 가서 앉는 게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어떻게 찍힐지 아는거다. 그때는 찍으면서도 그 장면을 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모든 시간들이 지나고 이 장면을 엔딩으로 결정했을 때 선생님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관장한 진정한 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어디에 어떻게 남을지를 선택한 사람. 정기용 선생님에 대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배우라고 말하는게 최고의 극찬일 것 같다. 정기용 선생님이 쓴 책만 보면 글도 딱딱하고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안 온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어떤 사람인지 느껴진다. 영화라는 것이 이만큼 한 인물의 표정과 목소리와 느낌들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매체라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처음에는 건축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생각해서 한 인물의 삶을 포착하는 카메라와 영화의 힘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기용 선생님을 만나면서 다큐멘터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성욱: 지금까지 2만 7천명의 관객들이 보았고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이 볼 것이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아직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을 것 같다. 후속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사실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작가로서, 피디로서 쉽지 않은 조건인데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한선희: 모든 면에서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 건축과 삶에 대해 모두가 좀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음 작품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정재은: 개봉을 앞두고 90여분 짜리 한 편의 영화에 못 담은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건축 관련 삼부작을 만들고 싶다. 삼부작을 통해 영화의 방향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고 관객들에게 건축에 대한 새로운 관심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본다. 현재 서울 시청에 관한 두 번째 다큐멘터리가 촬영에 들어갔다. 극영화로든 다큐멘터리로든 곧 찾아뵙기를 바란다.

 

정리: 손소담 관객 에디터 ㅣ 사진: 최미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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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작가를 만나다 -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9월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오랜만에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를 함께 보고 정재은 감독과의 대화를 갖는 시간을 가졌다. 섬세한 터치로 휘청거리는 청춘 군상을 영화 속에 담아내왔고,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정재은 감독과 함께한 9월 ‘작가를 만나다’의 현장을 담아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고양이를 부탁해>는 감독님께도 관객들에게도 각별하게 기억되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1세기의 한국 영화의 베스트로 꼽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2001년에 영화가 나오고 9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떻게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재은(영화감독): 그때는 제가 영화 현장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대해선 잘 몰랐습니다. 당시 영화를 만들고 영화제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이구동성으로 프로듀서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곤 했어요. 특히 해외에서 그런 얘길 많이 들었죠. 어떻게 보면 영화적이지 않고 기본적인 이야기 자체가 뚜렷하지 않은데, 이런 영화의 제작을 결정한 제작자나 프로듀서가 훌륭하단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전체적인 한국영화의 분위기가 새로운 영화,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였고, 문화적 분위기 자체가 그런 것을 전반적으로 지지해주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이 돼요. 제가 영화를 전공하고 나서 제작 경험을 하고 싶은 생각에 <여고괴담2>의 스크립터로 참여했었어요. 그 영화를 하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있다 보니 내가 영화를 찍는다면 이렇게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다음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졸업 작품을 찍으면서 인천을 갔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인천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국적이고 멋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때 저와 단편 영화를 찍던 배우가 제게 고양이를 맡긴 일있었었죠. 그러한 일들이 엮여져서, 인천을 배경으로 고등학교 졸업을 한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컨셉으로 만들어지면서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데뷔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김성욱: 일본의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가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영화에 대해 글도 썼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는 두 종류의 영화감독이 있다면서 뭔가 있을 것 같은 것을 만드는 감독이 있고 전혀 존재할 것 같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는데, 후자가 니콜라스 레이의 <그들은 밤에 산다>같은 영화라면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도 그와 같은 영화라 말합니다. 그만큼의 호평을 받을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 인천이라는 공간 자체와 인천에서 서울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풍경이 바뀌는 장면, 태희와 지영이 돌아다니는 공간 등 여러 공간들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공간들은 어떻게 발견을 하시고 영화에 담아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재은: 사람들은 제가 인천을 잘 알고 있어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인천에 대한 첫 인상이 좋았기 때문에 일단 그 공간에서 무얼 찍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영화에 담은 인천은 구도심 중심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인천은 훨씬 더 넓고 광범위한 공간인데, 이상하게도 인물들의 동선이랄지 인물들이 방문하는 곳, 움직이는 경로를 영화에 담겨진 구도심 지역에서 머무르며 그 안에서 모두 해결하게 되었어요. 당시 저에겐 그런 풍경들이 낯설기도 하고 멋있고 찍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공간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어릴 적 살던 공간과 비슷한 면도 있었죠.


김성욱: 영화에서 몇 가지 사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다른 효과를 주곤 합니다. 칼이나 휴대폰의 경우도 있고, 넓게 이야기하자면 영화의 제목에 나오는 고양이도 그렇고, 각각의 특정 사물들이 반복 변주되는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정재은: 실제로 영화의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각각의 인물들에게 중요한 사물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똑같은 사진이더라도, 지영의 집에 걸려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공간이기도 한 오래된 인천의 풍경 사진, 혜주의 자기 자신의 사진, 태희의 가족사진처럼, 세 인물에게 각기 다른 사진을 설정해 배치했죠.

관객1: 중학교 때 처음 이 영화를 봤어요. 그 땐 잘 몰랐는데, 이제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 다시 영화를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의 음악은 어떻게 선택하신 건가요?
정재은: 당시 제가 모비 같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했고, 영화에도 그런 류의 음악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 음악감독 보다는 나의 정서와 맞는 사람을 찾고 싶어서 친구에게서 별을 소개받았어요. 별의 음악을 듣고 장면과 매치시킬 곡들을 고르게 되었어요. 특히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 시대는 갔는가’라는 곡이 마음에 들었고, 영화의 감성과 감각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곡을 메인 음악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별의 음악 외에도 M&F의 조성우 선생님과 협업을 한 곡들을 사용하게 되었죠.

관객2:
20대 초반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혜주 캐릭터가 밉게 보였는데, 다시 보니 좀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영화의 캐릭터들에 대해 좀 더 얘기듣고 싶습니다.정재은: 캐릭터라는 것이 절대적인 면으로 구성되는 게 아니라 관계들 안에서, 복합적인 위치 안에서 상대적인 느낌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영화에서는 내 안에 존재하는 현실과 이상, 관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캐릭터로 분리했다고 할 수 있어요. 캐릭터를 만들 때 극단적으로 한 가지 부분만 보이는 캐릭터보다는, 다섯 명의 관계 안에서 상대적이면서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예민한 특징들을 가지고 인물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3:
영화에서 고양이를 주고받는 행위가 일어나는데, 인물들 사이에서 고양
이가 갖는 역할이 궁금합니다.
정재은: 이 영화가 그나마 장편영화의 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건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웃음) 사실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기 어려운 굉장히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화 안에서 고양이를 부탁하는 행위가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이야기들을 엮어가고 하나로 이어주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관객4: 캐스팅 비화가 궁금합니다. 이요원씨나 배두나씨 외의 다른 배우들은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정재은: 처음에 이요원씨가 혜주 캐릭터를 싫어했어요.(웃음) 혜주를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미워할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조금만 현실적인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혜주에게 공감할 수 있고 그녀에게 느껴지는 연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이요원씨에게 설득을 했어요. 옥지영씨는 굉장히 쾌활한 성격이라 사실 이 영화의 캐릭터와는 전혀 상반되는 친구에요. 그래서 지영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던 면이 있었죠. 배두나씨는 처음부터 태희의 캐릭터를 맡았으면 좋겠다고 같이 생각했고 잘 어울렸죠. 비류와 온주의 캐릭터를 위해선 쌍둥이들 중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야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이은주, 이은실이라는 친구들이 그 중에서 가장 구분이 어려운 쌍둥이였어요. 중국어 공부를 위해서 중국 유학을 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웃음)

관객5:
혜주의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고 있고 혜주가 집에서 걸어 나올 때 등장하는 유리가 깨진 자동차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가족 내에서 어떤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설정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정재은: 혜주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자동차를 위주로 많이 생각했어요. 법원 장면에서도 원래 그렇게 자동차가 많은 곳이 아닌데 일부러 많이 배치했었죠. 그래서 아파트 앞 장면은 제가 사실 잘 찍고 싶었던 장면 중에 하나에요. 아파트 앞에 이유를 알 수 없게 검게 불탄 자동차가 있다는 설정이었는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애를 먹었어요.(웃음) 화면 상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불탄 자동차의 이미지에 대한 강한 느낌을 생각했어요. 가족에 대한 부분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양하게 설정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물이 가족이라는 일차적인 집단 안에서 의식을 갖추게 되는데, 그 이후에 사회나 친구들 같은 이차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안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고, 그런 틀 안에서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관객6: 캐릭터 설정을 하고나 촬영을 하실 때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어떤 건가요?정재은: 이야기 자체 보다 주변 환경이나 디테일한 묘사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해주길 바랬던 것 같아요. 다른 요소들을 가지고 이야기 이상의 것들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지영이와 연락이 안돼서 태희가 지영의 집을 찾아간다고 할 때 그걸 찍을 수 있는 방법은 수만 가지의 방법이 있을 거 에요.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저는 태희가 지영을 찾아가면서 그 동네에서 느끼는 낯섦, 가난한 풍경에 대한 느낌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정한 이미지나 풍경의 묘사로 전달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이야기를 다른 차원에서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관객7: 화면 구성이 특별한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정재은: 제작 초기에 인물들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배분한 면이 있어요. 혜주는 연립아파트, 자동차, 가죽이나 모피 느낌의 질감이나 이미지를 생각했고, 지영은 예전 달동네 같은 느낌,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미지를 갖고 어디로 탈출해야할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을 생각했고, 태희 는 자연, 나룻배, 빈티지의상 하는 식으로 인물들의 히스토리를 기계적으로 분류하고, 일종의 컨셉츄얼한 작업을 했어요. 이미지, 컨셉에 좀 더 많이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관객8: 영화를 볼 때마다 지영이 태희를 기다리고 함께 떠나는 엔딩을 참 좋아합니다. 엔딩을 만드는 과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하고, 감독님이 가장 애착이 갖는 캐릭터가 궁금합니다.
정재은: 가장 마음을 주고 힘을 쏟았던 캐릭터는 혜주였어요. 다른 캐릭터보다 더 직접적이고 설명적으로 찍었던 것 같아요.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가장 잘 이해받았으면 하는 캐릭터였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끝내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엔딩 장면에서 많이들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웃음) 고등학교 때는 혜주와 지영이 원래 더 친했지만, 왠지 모르게 사이가 멀어지면서 지영과 태희가 더 친해지게 되어서 둘이 함께 떠난다는 게 이 영화의 스토리인 셈이에요. 갈 곳이 없는 아이와 어디든 떠나고 싶은 아이가 만나 어딘가 떠난다는 것이 제가 생각했던 이야기였어요.

관객9: 혹시 속편의 계획이 없으신지, 그리고 감독님께서 영향을 받은 영화나 감독이 궁금합니다.
정재은: 속편 계획은 있어요.(웃음) 배우들도 흔쾌히 수락했는데, 당장은 아니고 제가 50세 정도 되었을 때 배우들도 중년이 되었을 때 <고양이를 부탁해2>를 찍어볼 생각이에요. (웃음) 이 영화를 찍었을 때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같은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집요하고 냉정한 부분에 감탄하고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성욱: 마지막 비행기 장면 이륙 장면이 실제로는 착륙장면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웃음)
정재은: 그 장면에 사연이 있어요. 사실 착륙하는 장면이 맞아요.(웃음) 편집을 마치고 봉준호 감독님께 영화를 봐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감독님께서 마지막에 비행기가 뜨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원래는 들어있지 않던 장면이었죠. 그래서 지영이 공항에서 일하는 설정이 있다보니 지영을 배경으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찍어둔 게 있었고, 그 장면을 쓰게 되었죠.


김성욱: 최근에 어떤 작업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재은: <태풍태양>이 끝나고 나서는 3,4년 동안 계속 시나리오만 썼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제가 찍고 싶은 장면들을 찍고 그걸 모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시나리오를 잘 못 쓴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좋은 시나리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하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서 결국 느낀 건 영화는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세 번째 영화부터는 호러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래전부터 호러 영화를 찍고 싶었고, 제겐 중요한 목표였어요. 호러영화 시나리오들을 여러 편 썼지만, 상황이 맞지 않아 제작을 못한 상태였어요. 일단 지금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어요.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건축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좀 더 긴 시간을 가지고 작업을 해서 1,2년 정도 좀 더 작업을 한 뒤 선보이려고 합니다. (정리: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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