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토크] 봉준호 감독이 추천한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살의>

지난 20일 오후1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선택작인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살의>가 상영되고 상영 후에는 바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하는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전석 매진” 으로 봉준호 감독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영화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가 오갔던 그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붉은 살의>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60년대 초기작이다. 굉장히 압도적인 장면들도 많고 인상적인 영화였다. 오늘 영화를 추천하시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온 봉준호 감독님을 소개해드리겠다.
봉준호(영화감독): 재미있게 보셨는지 모르겠고, dvd로만 봤었는데 프린트로 보니 좋았다.

김성욱: 최근 이마무라 쇼헤이 dvd 세 편을 사셨다고 했는데, 그 세 편 중 <붉은 살의>를 추천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봉준호: 작년에 크라이테리언에서 쇼헤이의 초기작 dvd 3편이 나왔다. <붉은 살의>, <일본곤충기> 그리고 <돼지와 군함>이다. 해외영화제 갔다가 dvd를 사왔는데 세 편을 다시 보니 훌륭한 영화였다. 기회가 되면 나머지 두 편도 소개드리고 싶다. 그러나 나는 '살의'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소개시켜드렸다.

김성욱: 보다가 감독님 영화 중에 <마더>가 생각났다. 누에가 기어가는 장면과 침 놓는 장면이 비슷한 것 같다. 사다코라는 캐릭터가 김혜자 씨랑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에게 있어서 쇼헤이 감독이 어떤 흥미를 주고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봉준호: 쇼헤이 감독의 영화를 본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감독님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개봉한 것들은 노년에 만드신 후기 작품들이다. <우나기>나 <간장선생>,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이런 후기작들을 먼저 접한 후에 그 전 작품들을 점점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으로 봤다. 이번에 보신 <붉은 살의> 같은 초기작들은 뒤늦게 dvd로 봤다. 쇼헤이 감독은 나에게 김기영 감독님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자극을 주시는 분이다. 이 영화 보면서 <하녀> 생각이 났는데, <하녀>를 보면 주증녀 씨가 집에서 미싱을 밟고 있는데, 여기선 편직기를 짜고 있다. 그리고 이상한 느낌의 도서관 여자는 <하녀>에서 하녀가 주인과 잠을 자고 나서 하는 행동패턴과 비슷하다. 제일 좋아하는 두 분이 뒤섞인 느낌을 받으면서 속으로 즐거웠다. 나는 쇼헤이 감독님을 실제로 한 번도 뵙지 못했다. 2006년 깐느 영화제에 가있을 때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바로 몆 주 후에 돌아가셨다. 부산영화제도 오셨고 한국영화에 출연 하신 적도 있다. 장동건 주연의 <2009 로스트 메모리즈>보면 나오신다. 워낙 좋아하니까 간접적으로라도 여러 가지 흔적을 잡아보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집에서 혼자 dvd로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여러 관객들과 같이 보니, 그야말로 그분을 만나는 느낌인 것 같다.

김성욱: <붉은 살의>는 진짜 대단한 장면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궁금하다.
봉준호: 다시 봐도 놀라운 장면이 많다. 일단 처음에 여주인공이 폭행을 당하고 나서 죽어야 한다고 결심하면서 기찻길에서 이상한 체조를 하는 그 장면은 고속 촬영된 슬로모션인데 상당히 마술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린 사다코가 누에를 허벅지에 놓고 있는 장면을 보는데 그걸 또 밑에서 찍은 샷이 있다. 두 다리 사이로 내려다보는 어린 사다코의 장면도 잊혀지지 않는다. 쇼헤이 감독은 여자들의 강력함을 묘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놀라운 장면의 중심에는 모두 여자캐릭터가 있는데, 사다코는 그런 캐릭터의 정점이다. 동서의 모든 영화사를 통틀어서 그런 것 같다. <붉은 살의> 인터뷰를 다시 봤는데 사토 타다오 라는 평론가가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니 쇼헤이 감독이 덩치가 커서 여배우를 데려왔다고 한다. 유명배우가 아니어서 제작자들이 만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감하게 캐스팅을 했다고 한다. 사다코 역의 배우는 영화에서 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보여준 것 같다.


관객1:
불안한 요소가 모두 사라진 후에 병원에서 남편이 부인을 몰아붙이고, 부인도 될 대로 되라는 반응을 한다. 그리고 규칙을 중시하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렇게 변화된 캐릭터들에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영화작업이 궁금하다.
봉준호: 쇼헤이 감독 인터뷰 중 유명한 부분이 “나는 일본인들 개인의 허리 아래쪽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일본사회의 허리 아래가 개인의 허리와 충돌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이 본인의 영화세계를 집약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화에서 위험요소가 제거된 후에 남자도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 잘못하면 남자의 내연녀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나게 되니까 콧대가 죽어 눈치를 보는 것이다. 유산을 물려받고 안정되는 시기이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작업은 현재 시나리오를 고치고 있다. 미국작가와 각색을 하고 있다. 60퍼센트 이상이 영어 대사이기 때문이다. 캐스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캐스팅 관련기사는 모두 허구다.

관객2: 예전에 <복수는 나의 것>을 보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골을 허공에 던지는데, 땅에 떨어지지 않고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에서 옷이 허공에서 날아다닐 때 보면 영화에 귀신이 들렸다는 느낌이 드는데, 정지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만약에 남편의 정부가 죽지 않고 살았다면 언젠가 내가 진짜 부인이라고 이야기 했을 텐데, 그때 사다코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봉준호: 재미있는 질문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이미 사다코는 막을 수 없는 여자가 되었고, 도서관의 여자가 차에 치이지 않고 사다코가 알게 되었다면 소심한척하면서 가볍게 누에를 터트리듯이 처치했을 것 같다. <복수는 나의 것>의 마지막에 사형당한 아들 유골을 던지는데 그게 멈춘다. <복수는 나의 것>은 79년 중후기의 영화고 이건 초창기인데, <일본 곤충기>에도 정지화면이 많다. 그게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었다. 정지시킨 이미지에서 무슨 느낌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추측은 할 수 있을 것 같디. 재미있는 것은 화면은 멈춰있는데 사운드는 진행이 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뼈는 멈추고 거친 바람소리가 난다. 그것이 주는 묘한 감흥이 있는 것 같다.

김성욱: 움직임들이 슬로모션으로 이어질 땐 초자연적인 느낌도 있다. 영화의 전체에서 인물들의 물리적인 움직임은 정지된 장면과 대비가 되었다. 사진을 찍는 행위와 영화를 찍는 사람들과의 충돌이 느껴졌다.
봉준호: 쇼헤이 감독은 일본사회에 대한 다큐멘터리적인 터치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70년대에는 거의 다큐멘터리만 찍었는데, 영화 안으로 들어갈수록 표현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 길거리나 기차장면은 네오리얼리즘같이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는데 반해, 실내로 갔을 땐 인물의 전경 후경 배치, 조명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그것이 제대로 먹힌다. 극단적인 광각렌즈를 쓰는 장면도 있는데 리얼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것은 전체적인 스타일로 받아들여진다. 리얼한 터치와 조형적인 비주얼이 무리 없이 섞이는 것이 놀랍다.

관객3: 할아버지의 첩이었다가 자살을 한 분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영화 중간 중간 말이 나오는데, 처음엔 tv에서 나오는 말 인줄 알았는데 계속 중요 대목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들이 나누는 이야긴데 알아듣기 힘들다. 일본영화에서 보면 정령들이 행동에 따라 인간의 운명에 간섭을 한다. 어린 사다코를 데리고 갈 때 누추한 할머니 네 분이 속삭이는데, 그들이 결국 영화 전체에 걸쳐 사다코를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남편이 의심을 하면서도 “이 정도면 되었다”고 마무리 지을 때 웃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는데, 결국 정령들이 이끈 대로 된 것 같다. 그리고 사다코의 독백이 영화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지막으로 벌레가 나오는 장면에서 어린 사다코가 누에를 자신의 허벅지에 놨을 때 시어머니에게 제지당했으나 마지막엔 사다코가 뽕잎을 가지고 누에를 유도하는 것에 대해, 사다코가 모든 운명의 주도권을 가지는 뜻이 아닌가 싶었다.
봉준호: 사다코가 마을에 시집 내지는 식모로 가는데 나무 뒤에 있는 할머니들이 입은 옷의 모습은 전체 톤과 분리되어있다. 다른 시대에서 온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이 영화 처음 봤을 때 중얼거림에 대한 자막이 안 나와서 감독의 주문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마침 일본어를 들으신다고 하니 의문이 풀렸다. 할머니들이 저주 비슷하게 중얼거린다는 느낌이 있는 거지 언어 자체가 개념을 지시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것들이 나오는 시점이 간헐적으로 흩어져서 사다코 주변이 마치 저주가 맴돌듯이 나온 것이 과감한 사운드 사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맥베스>에도 이 영화 같은 저주가 있다. 다른 점은 <맥베스>는 저주대로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다코는 자기 욕망을 컨트롤 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어렸을 때처럼 욕망이 드러날 때 벌을 주는 시어머니도 없고, 많은 숫자의 누에가 보인다. <맥베스>의 파국과 다르게 사다코는 살아서 끝난다. 게다가 스톱모션을 좋아하는 감독답게, 이 라스트는 진행형이다. 숏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 영화가 끝나도 사다코는 자기 욕망을 컨트롤 하면서 잘 살아갈 것처럼 끝난다. <맥베스>의 마녀처럼 네 명의 할머니들이 있지만 그것마저 돌파하면서 가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붉은 살의>가 좋으셨다면 다른 쇼헤이 감독 작품도 봐주셨으면 좋겠다. 연구해 볼만한 감독님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리 : 정태형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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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의 시네마테크 후원 활동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5명의 감독들(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김지운 감독, 최동훈 감독, 류승완 감독)과 원빈, 김혜수, 하정우, 공효진, 류승범, 박시연, 이민기까지 총 7명의 배우들이 뭉쳐 도네이션으로 CF에 출연, 시네마테크를 위한 후원금 조성 및 안정적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선 것.

‘시네마테크’는 영화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그 자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영화자료보관소, 영화박물관, 영화도서관이라 불리며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전당으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는 그간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해 왔고, 이에 안타까운 마음을 모은 영화인들이 후원에 나서게 된 것.

에 대해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시네마테크를 살리기 위해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이 직접 광고에 출연하여, 출연료 전액을 서울아트시네마 후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시네마테크 후원을 위해 마음을 모은 12명의 영화인들이 출연하게 된 CF는 주류업체 하이트의 ‘맥스’ 맥주 광고. 이번 맥스 맥주 광고는 총 5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12명의 감독과 배우들이 5팀으로 각각 나뉘어 출연한다. 이 5편의 광고는 순차적으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이번 CF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전액 현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와의 안정적인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한편 서울아트시네마는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후원과 지지에 힘입어 올 상반기 정상적인 프로그램 상영회를 갖게 되었다. 이에 서울아트시네마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금 마련에 나선 영화인들과 함께 여러 특별한 행사들을 계획하는 등, 앞으로도 시네마테크의 진정한 주인인 관객들을 위해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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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봉준호 감독 편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들의 데뷔작과 만나다’라는 제명 하에 아카데미 출신 감독 4인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또 매 저녁마다 아카데미 출신의 선후배 감독들이 만나 ‘우리는 어떻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첫 영화를 만들 수 있었나’를 토픽으로 한 특별 대담이 마련되어 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지난 16일에는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상영 후 봉준호 감독과 <나는 곤경의 처했다>의 소상민 감독, 그리고 <너와 나의 21세기>를 연출한 류형기 감독이 함께 자리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그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들의 데뷔작과 만나다’의 특별대담 행사의 첫 번째 주인공은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봉준호 감독이었다.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데뷔하기전과 이후에 겪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주었다. 이 행사는 영화아카데미의 성장과 변화과정을 들여다보고 영화아카데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1995년에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봉준호 감독은 5년 동안 충무로의 현장경험을 익힌 후 비로소 데뷔할 수 있었다 한다. 시나리오는 옴니버스 영화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의 박종원 감독 파트에서 연출부로 일하면서 처음으로 작업했고, 그 후 박기용 감독의 <모텔 선인장> 연출부로 활동한 바 있었고, 이 때 봉 감독의 단편을 눈여겨봤던 이 영화의 제작자인 우노필름(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가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해오면서 입봉의 기회를 얻었다 한다. 회사에 소속된 처음에는 <유령>의 시나리오를 썼고, 그 이후에 본격적인 자신의 작품인 <플란다스의 개>의 각본과 연출을 맡게 되었는데, 배우 캐스팅이 번복되고 투자문제가 겹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플란다스의 개>는 2000년 개봉 당시에는 관객과 평단의 많은 지지와 호응을 얻지는 못했었지만, 지금은 재기 넘치고 발랄한 컬트영화로 인정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장편으로 데뷔하기까지 5년이 걸린 데 비해, 함께 대담에 참석한 류형기 감독과 소상민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제작연구과정’을 통해 참신하고 놀라운 작품으로 바로 감독으로 데뷔한 것이 부럽다고 말했다.

 

봉 감독에 따르면 <플란다스의 개>는 이전에 만든 세 편의 단편영화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으로 찍은 영화다. 단편영화를 만들 때 가졌던 의식을 그대로 유지하려 했다는 것. 4년 만에 <플란다스의 개>를 다시 봤다는 봉준호 감독은 “지금 보니 영화가 많이 어설프고 샷들도 정돈되지 않은 것 같아서 부끄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창회 모임처럼 진행된 대담에서 류형기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가 샷의 사이즈가 매우 정확한 영화”라고 말했고, 소상민 감독은 “화제가 됐던 단편영화 <지리멸렬>에 있었던 놀라움이 여전히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두 감독이 만든 영화야말로 카메라와 인물 사이의 거리에 대한 견고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며 두 감독의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자신이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과 그 이후의 영화작업과정에서 제작자와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들려주며, 돌이켜 보니 그때가 요즘에 비해 더 호시절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제작자가 감독을 많이 보호해 준데 비해 요즘은 감독의 작업이 투자사에 바로 노출되는 환경이 되어 안타깝다는 얘기다. 아울러 봉 감독은 “영화산업이 참신하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잘 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불거진 영화아카데미의 문제에 대해 소상민 감독은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지만 영화를 보러 온 많은 관객을 보니 문제가 잘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고, 류형기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을 볼 수 있도록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아카데미는 작은 조직이지만 오랜 시간 알차게 잘 운영되어 왔다”며 “미디액트와 시네마테크 등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묵묵히 열심히 꾸려온 공간들을 둘러싼 요즘의 문제들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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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 4인의 데뷔작 특별전


봉준호, 이영재, 이수연, 임상수 등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감독들의 데뷔작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들의 데뷔작과 만나다’라는 제명의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특별전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내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지위가 축소되고 운영이 파행을 겪자, 영화아카데미 동문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꾸리고 그 대응책의 하나로 마련한 행사다.

상영작으로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봉준호, 이영재, 이수연, 임상수 등 4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상영되며, 매 상영일 저녁 7시 영화 상영 후에는 그들이 어떻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첫 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 동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대담도 마련되어 있다.

첫날인 16일에는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상영 후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소상민 감독과 <너와 나의 21세기>의 류형기 감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17일 이영재 감독의 <내 마음의 풍금> 상영 후에는 <사과>의 강이관 감독과 <어떤 개인 날>의 이숙경 감독이 참석해 대화를 나눈다.

18일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 상영 후에는 <장례식의 멤버>의 백승빈 감독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지은 감독의 대담이 마련되어 있고, 마지막 날인 19일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 상영 후에는 <효자동 이발사>의 임찬상 감독과 <회오리바람>의 장건재 감독이 함께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한편 18일 오후 4시에는 한국 최대의 공공 영화교육기관으로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고유성을 논의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황규덕(명지대학교 영화과 교수), 이용배(계원조형예술대학교 교수), 정성일(영화평론가), 하명중(영화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포럼도 열린다.

한국영화 인재의 산실인 영화아카데미는 1984년 개원해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비영화학과 출신들을 감독과 프로듀서, 촬영 감독으로 배출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학교다. (신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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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시네클럽 현장중계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부대행사로 3차례에 걸쳐 준비한 시네클럽은 모두 성황리에 마감되었고, 그 마지막 주자로는 봉준호 감독이 떴다. 2월 5일 봉 감독과의 만남의 장에서 그는 전날까지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쓰다 왔지만 항상 시나리오 작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마더>의 주요 장면들을 직접 보여주면서 섬세한 말솜씨로 <마더>의 연출과정을 들려준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 순수한 열정에 가득한 강연으로 참가자들을 이미지에 대한 매혹과 열광 속으로 빠져들게 했던 그 현장을 전한다.


봉준호(영화감독):
저는 영화를 많이 찍은 거장도 아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연출론이 딱히 없고, 영화에 대한 일반론을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그래서 <마더>라는 영화를 가지고 연출에서의 다양한 시행착오를 포함해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경험담을 말씀드리겠다. <마더>는 2004년도에 김혜자 선생님 때문에 구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론 머릿속에 생각한 이미지를 찍어서 손에 넣고 싶은 충동이나 욕망 때문에 영화작업을 하는 것 같다. <마더>는 구상에서 완성까지 5년이 걸렸는데, 작업과정이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이를 돌파해 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갖고 싶은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핵심은 이미지다. 그 밑으로 감자뿌리가 주렁주렁 달리듯이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만들어지는 거다. 영화를 분석할 때 이미지의 풍부한 뉘앙스나 감성,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흥이나 분위기보다는 메시지에 치중해서 기계적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시간순으로 배열된 것이 아닌가. 스토리나 내러티브가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전개된 이미지를 보고 결과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 이미 이미지의 세부적인 구성과 사운드까지 고려한다. <마더>에서 손에 쥐고 싶었던 핵심적인 이미지는 첫 장면과 마지막의 춤추는 장면, 그리고 유치장에서 김혜자 씨와 원빈 씨가 과거의 트라우마와 대면하게 되는 장면이다.

 

첫 번째 이미지: 김혜자 선생님이 춤추는 장면, <마더>의 타이틀 샷

이 장면은 충남 태안 신두리의 사구에서 찍은 것이다. 살인 직후에 도달하는 장소라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의 들판을 찾아서 찍어봤다. 오프닝 씬은 관객과 감독이 일종의 약속을 하는 것인데, 저는 이 영화는 김혜자의 영화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약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낮에 혼자 들판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여자가 살짝 미쳤거나 앞으로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이 영화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여기서 <마더>라는 타이틀은 로케이션 당시 즉석에서 구상하고 찍어 본 것이다. 손을 가리고 웃는 장면이 강렬하고 인상적인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죄를 감추는 영화다. 이 장면이 전체적으로 이런 의미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찍혔다고 생각해서 이 이미지를 타이틀샷으로 쓰게 됐다.

 

두 번째 이미지: 원빈이 방뇨하는 가운데 엄마가 약을 먹이는 장면

<마더>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다. 어머니의 이미지엔 둘의 관계가 들어있다. 약을 먹이기 전에 원빈이 벽에 방뇨를 하고 있고 어머니가 와서 들여다보게 된다. 이 장면은 일상적이지 않은 하이앵글이다. 엄마와 아들이 서로를 통제하면서 대결하는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동반자살을 동반살인으로 복수한 얘기라고 볼 수도 있다. 먹는 것과 배설을 엄마가 다 통제하는데, 여기에는 사랑과 집착과 광기가 이상하게 뒤섞여 있다. 이 장면은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고, 컬러들이 단순한 상태에서 작은 이미지(오줌이 흐르는)에 집중한다. 모래알이 남듯이 약간씩 침전되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세 번째 이미지: 살인사건 장면

다음으로 언급할 이미지는 살인 사건 장면인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찍을 때 즐거웠다. 살인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샷인데, 여고생이 소개되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고생의 시체는 비참한 상태로 옥상에 널린 빨래처럼 하나의 대상(오브제)으로 보여진다. 해가 쨍하고 비치는 가운데 형사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노닥거리듯이 얘기한다. 이런 모순된 느낌을 한 프레임에 담고 싶었다. 다음 샷에서는 접혀져서 보이지 않았던 얼굴이 (일부러 어둡게 찍어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보여 지게 된다. 이 순간 여고생이 비로소 구체적인 사람으로서 보인다. 이 영화의 두 시간의 내러티브는 문아정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캐릭터로서의 인간 문아정이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보여지는 단초다. 아울러 살인사건 플롯의 출발이자 신호탄이 되는 이미지다.

 

네 번째 이미지: 유치장에 갇힌 원빈을 김혜자가 면회 간 장면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엄마와 아들의 과거사가 있다. 원래는 김혜자가 원빈에게 그날 밤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라고 했는데, 컨트롤이 잘 안되면서 엉뚱하게 다섯 살 때의 동반자살의 기억으로 점프하는 장면이다. 과거사를 보여 줄 때 감독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플래시백이나 인서트 장면을 쓰지 않고 대사와 핸드헬드 카메라에만 의지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선전포고를 하려 했다. 원빈이 멍든 한 쪽 눈을 한 손으로 가리는 이미지다. 저는 이 이미지가 이 씬 전체나 과거사의 핵심 이미지는 아니지만, 감정을 안내하는 문턱에 있는 이미지라 생각했다. 이 이미지로 여기서부터 섬뜩한 일이 시작된다는 것, 기억의 깊은 물속에서 결코 다시 끌어올리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아수라백작처럼 좌우가 다른 이미지를 원빈의 캐릭터에 적용했다. 원빈캐릭터는 비밀이 있고 알 수 없는 캐릭터인데, 원빈의 측면 얼굴의 느낌이 중요했다.

 

마지막 이미지: 고속버스에서 춤추는 이미지

이 이미지를 찍을 때 조건이 까다로웠다. 특히, 태양방위각도 때문에 2009년 1월 7일로 날짜를 받아서 찍었다. 이 마지막 이미지는 실루엣 같은 이미지로 찍고 싶었다. 아줌마들이 무리를 지어 춤을 추고 김혜자 선생님이 그 속으로 섞여 들어갈 것이고, 그 때 시커멓게 분간할 수 없는 이미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스텝들에게 말했다. 이 이미지를 찍으면서 제작부, 촬영부, 연출부들을 고생스럽게 했다. 4년 동안 오래 생각했던 이미지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과정에서는 마치 심해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를 골라내듯이 어려운 상황들이 펼쳐졌다. 해가 뜨고 지는 3, 40분 내에, 허허벌판이면서 차가 거의 없는 남북방향으로 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찾아서 승부를 봐야 했다. 또한 베테랑의 엑스트라들이 필요했다. 인천공항 옆 영종도에서 찍었는데 다행히 운도 따라주고 날씨가 좋았다. 5년 동안 꿈꿔왔던 이미지를 손에 잡았을 때의 쾌감이 있었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영화를 찍는 처음의 동기는 순수하고 예술적이지만 그것을 얻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돌파해야 할 장애물들이나 인간의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영화를 찍는 과정은 순간의 다큐멘터리 같은 면이 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실사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내 영화를 다시 보면 부끄럽고 후회되지만, 이 장면만큼은 다시 봐도 자부심이 있고 보람이 있다. 각자 이미 두 시간 오분 간의 영화를 보고서 이 장면을 보셨을 테니까, 왜 이 샷이 영화의 마지막이어야 할까, 앞의 모든 이미지나 장면들이 어떻게 이 이미지 속으로 수렴되거나 빨려 들어가는 것일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참관객1: <마더>는 클로즈업을 많이 쓰고 카메라 워킹 등 연출 스타일이 전작들과 다르다. 스타일이 바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봉준호: 이 영화는 각지고 모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오프닝샷의 부유하듯 유유하게 움직이는 크레인샷을 빼고 나면 원형 트랙이나 원형 크레인샷의 곡선적인 움직임이 없다. 영화가 처음 도입부의 작두날처럼 날카롭고 히스테릭한 느낌이 되길 바랐다. 클로즈업도 예쁜 배우를 찍은 느낌이 아니라 불안감이나 히스테리가 전달되었음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제가 처음으로 찍은 시네마스코프사이즈(2.35:1) 영화다. 인물의 불안 히스테리, 여백이 주는 이상한 느낌, 인물이 엣지에 몰리는 느낌을 시네마스코프로 표현하고 싶었다.

 

참관객2: 평소에 이미지를 모아 놓거나 찾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지.

봉준호: 일상생활에서 사진집을 보고, 전시회에 가끔 가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 광고판을 보고 매혹되기도 한다. 해외영화제 갔을 때 다른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인상을 받은 적도 있다. 도처에 이미지는 범람하는데, 어떤 이미지를 자기 머리나 가슴에 새기는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저는 실제 목격한 광경에 훨씬 강렬하게 자극을 받는 편이다. 제가 일부러 의식적으로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나 콘티를 쓸 때도 그렇고, 외부에서 오는 것 같다. 그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나한테로 온 느낌이 든다. <마더>를 찍을 때는 셀리 만이라는 미국의 여자사진가의 사진을 많이 참조했다. 헬렌 반이나 다이안 아버스의 사진도 좋아한다. 이미지를 찾는 것은 훈련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취향과 본능이 있는데, 이것이 자극받았을 때 그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 같다. 그런 이미지를 위한 스토리를 역으로 만들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 (김수현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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