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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2 데카당스와 빛 (1)

한겨울의 클래식 영화사 강좌 [4]

서울아트시네마의 '한겨울의 클래식' 기획전 기간에 영화에 대한 즐거움을 한층 더할 수 있도록 '영화, 역사, 풍경'을 테마로 한 영화사 강좌가 마련되었다. 지난 1월 9일,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 상영 후에는 그 마지막 시간으로 한창호 영화평론가가 "데카당스와 빛"이라는 제목으로 강좌를 맡았다. 그는 <레오파드>에서 드러나는 오페라에서 가져온 4막 구성을 따라, 공간과 미장센을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비스콘티의 데카당스 미학에 대해 들려주었다.


한창호(영화평론가): 2년 전에 비스콘티의 <루드비히>와 관련된 강좌 이후, 비스콘티로 여러분들과 만나는 두 번째 시간이다. 오늘은 "데카당스와 빛"이란 제목으로 준비했다.
영화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 당시 이탈리아는 대부분 왕정이었는데,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 있는 사보이 왕가를 중심으로, 모든 왕국들이 사보이 왕가에게 충성 맹세를 하는 흡수 통일이 시작됐다. '비토리오 엠마누엘레'라는 왕과 '카부르'라는 재상, 직접 전투를 벌이는 '주세페 가리발디' 세 사람이 그 중심이었다. 그들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큰 대의에는 합의를 했지만, 어떻게 통일하느냐에 있어서는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다. 사보이 왕가는 입헌군주제를 원했다. 귀족과 부르주아가 서로 합의하여 권력을 분점하려 한 것이다. 반면, 가리발디는 국민주권의 공화국 건설을 하려 했다. 그런데, 가리발디가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왕가 입장에서 그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사람이 된다. 귀족들은 가리발디에게 밀려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먼저 가리발디를 숙청한다. 영화의 끝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그것이 현재 이탈리아의 출발이다. 이탈리아는 비록 통일은 했지만, 그것은 처음에 목표했던 '혁명'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미흡한 상태로, 정치적 타협을 한 상태로 이뤄졌다. <레오파드>의 주인공 돈 파브리치오(버트 랭카스터)는 구시대에 속한 사람의 본능처럼 가리발디를 적대한다. 반면, 조카인 탄크레디(알렝 들롱)는 세상의 변화를 알고 있고, 가리발디에 자신의 미래를 건다. 상식적으로 가리발디는 이탈리아의 국민적 영웅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레오파드>에서 가리발디는 공포를 주는 대상이자 무뢰한처럼 나온다. 이는 주인공인 귀족의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레오파드>부터 비스콘티가 데카당스의 미학을 시작한다. 비스콘티는 1953년에 만든 <센소>에서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처음 드러내며, <레오파드>부터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죽음이 된다. 비스콘티는 유명한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한데, 점점 대 서사를 지닌 멜로드라마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오페라의 영향일 것이다. 그는 <레오파드>부터 본격적으로 오페라의 4막 형식을 영화에 가져온다. 1막에서 큰 줄거리를 던져놓고, 2막은 아다지오처럼 살짝 내려갔다가, 3막에서 다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해, 마지막 4막에서 종결되는 오페라의 전형적 구성이다. 이에 따라, 공간 구성도 명백하게 분리돼 있다.
1막의 경우, 황금빛 저택이 주위에 아무 것도 없이 홀로 서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다들 검정색 옷을 입고 성직자의 안내를 따라 가족의례를 하고 있다. 곧 그 평화가 깨지고 밖에서 소음이 들리더니, 군인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는 그 군인이 속한 구질서의 종말을 뜻하며, 돈 파브리치오의 운명을 암시한다. 2막에서는 돈 파브리치오 일가가 팔레르모에서 돈 나푸가타까지 거의 대각선으로 시칠리 섬을 가로질러 피난을 간다. 그 과정에서 사막 같은 죽은 공간이 펼쳐진다. 시칠리아의 색깔은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비스콘티는 그 메마른 색이라고 잡은 것이다. 2막 부분은 분위기가 소강상태로 변한다. 가족들이 돈나푸가타의 교회에 도착하고, 교회에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보여주는 수평 트래킹 숏은 명백하고 노골적인 죽음의 암시다. 곧 밀려나는 세대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때 나오는 오르간 음악은 <라 트라비아타>의 격정적인 아리아이다. 즉 대단히 세속적인 음악을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한 것이다. 또한 1막에서는 커튼을 살랑살랑 거리게 만들던 바람이 2막에서는 매우 거센 모래 바람이 된다.

3막은 탄크레디가 비오는 날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3막에서는 안젤리카(클라우디오 카르디날레)의 집안이 상승하는데, 안젤리카의 행동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처음 안젤리카가 그 집안에 들어올 때는 심호흡을 하고 들어오는데, 3막의 시작에서는 별다른 예의를 차리지도 않고 거침없이 들어와서 탄크레디와 포옹하고 키스를 나누는 것이다. 영화는 복도에서 키스하는 장면에서 그 성의 폐허 같은 공간으로 이동한다. 산 사람이 있을 만한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먼지도 많으며, 쥐가 많다고 하지만 심지어 쥐도 없을 것 같은, 살아있는 생명이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남녀가 사랑을 한다. 잉태될 수 없는 사랑을 암시하는 비스콘티의 수법으로, 죽은 공간에 인물을 배치하여, 그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실을 맺지 못하리라는 표현이다. 3막부터 데카당스에 관련된 테마 이야기를 많이 한다. 토리노에서 온 정치인이 돈 파브리치오에게 상원 의원을 해달라고 부탁할 때, 돈 파브리치오의 대답은 "시칠리아인들은 늘 피곤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자고 싶다. 시칠리아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불멸이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불멸이라는 것은 죽음이다. 그렇게 죽음을 원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는 정치인을 배웅하면서, "우리는 표범와 사자였는데, 지금은 하이에나와 양들의 세상이 우리를 대체했다."라고 말한다. 돈 파브리치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시스템이 바뀐다면 사실상 자신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기를 새로운 질서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마지막 4막은 45분 동안 이어지는 무도회 장면이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한다. 이 영화가 185분 쯤 되는데, 오페라처럼 시간도 배분하여 각 막이 45분 정도가 된다. 여기서는 중요한 춤이 세 번 등장한다. 춤추는 장면 이전에 비스콘티가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자기의 코뮤니스트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4막이 시작되면서 나오는, 외부에서 왈츠가 들려오는데, 농부들은 노동을 하는 숏이 있다. 독점하고 있는 계층만 바뀔 뿐이지 혁명이라는 건 없으며, 농부들은 여전히 땅을 파고 끊임없이 노동하며, 착취당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춤을 추는 첫 번째 커플은 탄크레디와 안젤리카다. 이들은 귀족과 부르주아의 결합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자들이다. 이때 돈 파브리치오는 소녀들이 떠드는 장면을 보며 현기증을 느낀다. 사회적인 죽음은 이미 받아들였고, 머지않아 물리적 죽음도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두 번째 커플은 그 무도회를 주최한 공주와 가리발디를 패배시킨 대령이다. 승자들의 춤이며 정치적인 춤이다. 이때 돈 파브리치오는 집주인의 서재에 들어가 프랑스 화가의 그림을 보고 있다. 거기에는 아버지의 임종을 맞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 장소로 들어오던 탄크레디는 "삼촌, 지금 죽음에게 구애하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돈 파브리치오는 "나의 죽음도 저런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시트가 더 깨끗하고 자식들의 복장도 더 단정하면 좋겠다."라고 대답한다.

세 번째가 돈 파브리치오와 안젤리카의 춤이다. 3분 동안의 가장 중요한 춤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버트 랭커스터가 처음 캐스팅 됐을 때, 비스콘티는 대단히 화를 냈다고 한다. 비스콘티는 랭커스터에게 춤 선생을 붙여 유럽의 사교춤을 가르치게 한 후, 귀족들이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1주일 후에 왈츠 스텝을 보러 온 비스콘티는 랭커스터가 귀족식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큰 모욕을 주었다고 한다. 랭커스터도 화가 나 짐을 싸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 사람하고 일을 해야겠다는 어떤 무언의 소리가 들리더라는 거다. 내가 볼 때는 랭커스터가 대인이었다. 비스콘티의 질책을 예술적인 야망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친구였다. 세 번째 춤은 4막의 피날레이자 이 극 전체의 피날레이다. 하얀 옷을 입은 소녀와 검은 옷을 입은 나이든 남자의 춤이다. 소녀가 상징하는 사랑과 돈 파브리치오가 상징하는 죽음이 동시에 만나면서, 죽음과 순결한 사랑이 더 강조되는 대조법을 쓴 장면이다. 이 장면이 끝난 후 돈 파브리치오는 죽을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밤새도록 벌어진 파티가 끝나고 돌아가는 에필로그에서, 탄크레디와 안젤리카는 마차를 타고 가며, 돈 파브리치오는 걸어간다. 마차를 타고 갈 때 들리는 소리는 총소리이며, 파브리치오가 홀로 길을 걸어갈 때는 교회 종소리가 들린다. 종소리는 죽음을 앞둔 돈 파브리치오의 영혼은 위로하는 일종의 진혼처럼 들린다. 앞을 쳐다보니 좁고 깊은 검은 색 골목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는 어깨를 당당히 펴고 걸어 들어간다.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러 들어가는 것이다. 랭커스터가 워낙 연기를 잘했다. 사회적으로도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는 남자가 물리적으로도 죽게 되는 데 이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일종의 의례로서의 춤을 전개시키는 이러한 형식은 다른 영화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부>인데, 결혼식을 통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 다음에 영화가 전개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공간과 소품은 세트디자인이 아니라 모두 진짜다. 시칠리아의 귀족에게 빌린 실제 성이다. 살레모라는 지역에서 매일 꽃을 공수했으며, 초는 매 시간마다 갈았다. 춤추는 홀 바로 옆방에 부엌을 설치해서 실제로 음식을 만들어 먹게 했다고 한다. 조명을 많이 쓰지 않고 거의 양초로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중에 스탠리 큐브릭이 <배리 린든>에서 양초를 활용한다. 귀족들의 파티를 재현했다기보다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비스콘티는 같은 영화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 왕족 내부자가 그린 귀족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비스콘티 이외에, 극소수 계급을 대표하는 내부자의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권위를 잘 표현한 사람은, 현재로서는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정리: 박영석)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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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관객 2011.01.17 1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에는 이 분 강의를 꼭 들어야겠습니다. 정리해놓으신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