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풍금>로 데뷔한 이영재 감독 편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들의 데뷔작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4인 감독의 데뷔작이 상영되고 있다. 또 매 저녁마다 ‘우리는 어떻게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첫 영화를 만들 수 있었나?’라는 주제로 영화를 만든 감독과 아카데미 선후배 감독들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대담 행사가 진행 중이다. 그 둘째 날, 이영재 감독의 데뷔작 <내 마음의 풍금>이 상영된 후,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이영재 감독과 그의 후배인 <사과>의 강이관 감독이 조촐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영재 감독은 현재의 관객들이 10년 전 영화의 리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관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싶어 했고, 관객들은 열띤 질문으로 그에 답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영재 감독님은 영화아카데미 3기로 알고 있다. 나이가 그렇게 안 들어보이시는데, 6.25 끝나고 나서 태어나셨다. 영화의 배경을 잘 기억하시는 게 이해가 된다. 꽤 오랜 시간 이 작품을 준비하셨는데, 그 과정을 듣고 싶다.

이영재(영화감독): 당시는 10년 정도 도제 시스템에서 일하곤 했다. 지금은 독립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지원해 주는 곳도 많지만, 그 당시에는 몇 사람의 유력한 사람들의 지원 없이는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관객들의 정서에 비해 느린 영화다. 지금의 관객들은 그 때보다 더 감각적이고 감내할 수 있는 편집의 리듬이 현재와는 많이 다를 텐데, 그게 궁금하기도 하다.

 

관객1: 리듬이 저랑 너무 잘 맞았고, 재미있었고, 감정이입이 잘 됐다. 영화를 보면서 특히 좋았던 게, 아역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군중 숏이나 운동장 장면들이 너무 화사하고 예쁘게, 티끌 하나 없는 것처럼 맑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저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재: 애초에 시류를 타지 않는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어울려 살며 다큐멘터리처럼 찍지 못해 아쉽지만, 아이들이 참 사랑스러웠다.

 

관객2: 강원도 사투리가 안 나와서 의아했다.

이영재: 전라도에서 대부분 촬영했기 때문에 전라도 아이들에게 강원도 영동 방언을 구사하게 하는 것은 무리라 그 부분은 포기했었다. 사실 아쉽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서는 영동 방언을 잘 써보려고 생각중이다.

 

관객3: 이렇게 예쁜 영화를 데뷔작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는지.

이영재: 홍연이라는 캐릭터의 순수한 열정, 순진무구함이 나에게도 많은 위안을 줬다. 이 캐릭터를 이 시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아날로그식 순애보이다.

 

강이관: 영화 보는 내내 울었다.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너무 친숙한 스타들이 나오는데, 배경은 60년대고, 저 정서를 내가 나이를 좀 먹어서 아는 건지.

이영재: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 정서라고 할까. 인간의 정서라는 게, 태평양 심해가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미동도 없듯이, 언제나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그런 면에서 잔재주 없이 진솔하게 다가간 것이 관객들에게 다가간 것 같다.

 

강이관: 플롯 보다 에피소드, 캐릭터 중심으로 갔다고 했는데,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각색할 때와 편집할 때 고생했겠다. 에피소드를 취하고 버리는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이영재: 감독들이 원래 하고 싶은 게 많다.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데 기회가 안 와서 참았다가 하니까, 통제하지 못하면 과잉이 되기 쉽다. 돈을 구하는 과정이 일종의 단련과 여과의 시간이었고, 각본에 내공이 쌓였다. 에피소드는 홍연의 감정 선이 중심이 된다. 그 외에는 그 당시 관객들에게 향수를 줄 수 있는 것을 주로 담았다.

 

관객4: 이병헌이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선비 같이 말을 하는데, 의도적으로 말투를 그렇게 썼는지, 또 엔딩은 미리 구상해놓으신 건지 촬영 중에 구상하신건지 궁금하다.

이영재: 아이들에게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문어체적인 말투, 사극 조의 대사를 쓰는 거다. 그게 재밌기도 했다. 엔딩 씬은 촬영 하루 전에 바꾼 거다. 액자형 구조기 때문에, LP판 올려놓고 내려놓는 것으로 회상이 시작되고 끝나는데, 배우들이 나이를 먹은 모습을 분장으로 하면 흉할 것 같아서 사진으로 대체했다.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김성욱: 마지막 인사말 부탁드린다.

강이관: 아카데미가 위기이고, 포럼도 진행할 텐데, 이 기회에 선배님들도 더 알게 되고, 아카데미가 참 오래된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영재: 감사드리고, 다음 작품을 통해 자주 만날 수 있도록 각성하여 작업하겠다.

(정리 :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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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친구들의 밤, 성황리에 열려



지난 3월 12일 밤 8시,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인근에 위치한 카페 씬에서 시네마테크 리로디드(Cinematheque Reloaded)라는 제명이 붙은 ‘시네마테크 친구들의 밤’ 행사가 열렸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이전부터 ‘관객회원의 밤’ 등의 행사를 통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는데, 이번 행사는 최근 시네마테크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취지에서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시네마테크를 자주 찾고 영화를 사랑하는 100여명의 영화애호가들이 참석해 서로서로를 응원하며 시네마테크의 안정적인 활동을 기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의 공모제 전환 시도는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우려를 불러왔는데, 그 중에서도 앞장서서 시네마테크를 지켜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직접 행동에 옮긴 사람들은 바로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를 아끼는 관객들이었다. 이들의 노력과 함께 공모제를 강행하려는 영진위의 1차 공모는 일단 지원자가 없어 무산되었다. 하지만 아직 사태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진위는 행사가 열린 12일 오후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 선정 재공모를 하겠다는 공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모인 이들처럼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열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비상식적이고 무계획한 영진위의 정책 집행은 손톱만한 호응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네마테크의 아낌없는 지원과 후원을 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시네마테크를 새롭게 다지는 재장전의 장이었던 것. 카페 씬을 가득 메운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서울아트시네마를 자주 찾는 관객들이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그동안 관객 모금 운동을 통해 모은 성금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최정운 대표에게 전달하는 전달식이 거행됐으며, 최정운 대표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강이관, 민규동 감독과 영화비평웹진 네오이마주의 백건영 편집장 등의 후원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이사장인 최정운 대표는 “오늘은 그 어느 때 보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아주 감격스럽고 역사 길이 남을 자리”라며 “믿고 이겨낼 수 있게 후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민규동 감독은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해 프랑스에까지 가서 많은 영화를 봤는데 돌아왔더니 훨씬 더 훌륭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시네마테크가 있더라”며 “많은 자극과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 장소가 꿋꿋하게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념비적인 날인 이날 행사에는 지난 1년간 묵혀둔 시네마테크 공모 철회를 요청하는 관객서명지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2월 5일 영진위를 방문한 관객들과 조희문 위원장과의 면담 기록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공식 식순이 끝난 뒤에는 남성 그룹인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멋진 공연이 펼쳐졌고, 행사 참석자들은 주최측이 정성스레 준비한 맛있는 음식과 음료, 그리고 준비된 라이브 음악을 자유롭게 듣고 즐기며 담소를 나눴다.

이번 '시네마테크 친구들의 밤' 행사는 서울아트시네마 측에는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 참석한 관객들에게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시련을 이겨내고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축제의 장이었고, 시네마테크의 가치와 필요성을 다시금 인지하는 자리였다. (홍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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