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영화의 미래를 위한 건축



올해 3월, 시네마테크 복합건물 설계 공모에서 조민석 건축가(매스스터디스)의 설계안이 최종 당선되었다. 그리고 지난 8월 24일(금)에는 조민석 건축가가 직접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당선안 “MONTAGE 4:5”에 대한 열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패널들의 의견과 관객들의 질문까지 더해져 시네마테크를 향한 기대와 애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이날 자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변재란((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이사) 우리는 2007년부터 서울시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었다. 2008년의 공모제 전환 시도 같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전용관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먼저 박경민 팀장의 얘기를 듣도록 하겠다.


박경민(서울시 영상산업팀장) 많은 분들이 같이 연대해 주었기 때문에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 오늘 나온 얘기를 경청하고 서울시정에 반영해서 영화인들과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시네마테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시네마테크 건립이 이제 시작되었다.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


변재란 오늘은 설계안과 ‘시네마테크 복합건물’의 기본적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까 한다. 시네마테크의 운영 방안을 포함한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또 다른 자리에서 가질 것이다. 2010년부터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꾸려서 서울시와 지속적인 논의를 해왔다. 당시 계획은 2018년 완공이었는데 많이 늦어진 셈이다. 그동안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박기호 사무국장의 설명을 듣도록 하겠다.


박기호(서울아트시네마 사무국장) 서울아트시네마는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유일의 민간 시네마테크 전용관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1991년 ‘문화학교 서울’에서 출발했고, 2002년 소격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에서 개관했다. 개관과 더불어 전국 시네마테크 단체들과 함께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를 구성하였고, 2004년 재계약 불허가 나올 때까지 소격동에서  서울아트시네마를 운영했다.

이후 낙원상가 허리우드 극장의 한 개 관을 임대해서 운영했고, 이때부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같은 행사도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2008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시네마테크 복합상영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예산 확보 실패와  함께 건립이 무산되었다. 당시 지원금도 중단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었다. 이에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분들의 도움으로 2010년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게 됐다. 많은 감독과 배우분들이 광고 출연료를 전액 기부해주신 것도 이때였다.

비슷한 시기에 시네마테크 지원을 위한 조례안 개정이 있었고, 이와 더불어 서울시와 시네마테크 전용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네마테크 건립 추진을 위한 민간자문단을 구성했고, 전용관 타당성 조사도 이루어졌다. 지원이 바로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2014년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원순 시장에게 지지에 대한 확답도 받았다. 당시 진행한 관객 청원 운동에는 약 24,000명이 동참해 주었다.

2014년에는 시네마테크 건립 추진 태스크포스팀(TF 팀)이 결성되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에 어울릴 만한 장소를 찾다가 현재 충무로 공영주차장이 부지로 결정되었고, 2015년 서울시의 투자 심사를 통과했다. 2016년에는 두 번의 반려 끝에 행정자치부의 심사를 드디어 통과했다. 2017년에는 설계공모를 통해서 조민석 건축가의 시네마테크 복합건물 설계안이 확정되었고, 올해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을 한 뒤 2019년 공사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변재란 이제 조민석 소장님을 소개하겠다. 한국은 물론 뉴욕과 네덜란드를 포함해 여러 지역의 건축과 도시계획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분이다. 2004년, 2010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초청되기도 했었다. 특히나 영화를 아주 사랑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조민석(건축가, 매스스터디스 대표) 오늘은 시네마테크 설계공모에 제출했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현재 많은 부분을 수정 중이니 전체적인 컨셉 중심으로 봐주면 될 것 같다. 오늘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다.




- 시네마테크의 성격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이 자리가 나에게 굉장히 의미가 깊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영화가 꽃을 피웠던 1990년대에 나는 한국에 없었다. 89년에 공부를 하러 외국으로 갔다가 2003년에 돌아왔다. 외국에 있을 때 내가 한국영화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줬던 것이 바로 시네마테크였다. 네덜란드의 시네마테크에서 <초록 물고기>를 봤고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에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봤다. <나쁜 영화> 상영 후 장선우 감독을 먼발치에서 보기도 했다. 뉴욕에서 <플란다스의 개>, <공동경비구역 JSA>, <피도 눈물도 없이> 등을 봤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 그만큼 시네마테크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시네마테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살 당시 킴스비디오(Kim’s video)가 있는 바로 그 동네에 살았다. 그러면서 시네마테크를 많이 찾았었는데 앨런 긴스버스나 요나스 메카스 같은 예술가들을 직접 보았던 기억은 지금도 소중히 남아있다. 그 극장들은 가장 고전적인 좋은 영화와 가장 동시대적인 작품들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 두 가지 작업을 너무 잘해내는 걸 보면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했었다. 물론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성공했지만 그 안에는 점차 양극화되는 모습도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네마테크를 관에서 세금으로 짓는다는 건 세상에 별 예가 없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의 경우 예술 사업은 대부분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공적인 영역에서 시네마테크를 만드는 건 정말 뜻깊은 일이다.

독립영화와도 개인적인 인연이 좀 있다. 2001년 충무로에 오재미동이 만들어질 때 내가 김광수 건축가와 공동작업을 했었다. 지하철역을 재밌게 꾸며보자면서 당시 활동하시는 분들과 '저지르는' 느낌으로 재밌는 작업을 했었다. 나중에 지원과 운영 문제 때문에 시청 앞에서 데모를 했던 기억도 있다. 이번에 충무로에서, 시네마테크 작업을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한편 왜 이 시대에,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시대에 극장을 가야 하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나는 문화적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건 노트북만 켜도 볼 수 있다. 극장은 그보다는 좀 더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를 갖고 가는 것이고, 결국 시네마테크라는 자리가 어떤 생태계를 지속시키는 불씨를 살려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닻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


- 몽타주와 건축

건축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로 넘어가보겠다. 충무로라는 도시도 참 흥미롭다. 충무로는 5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 제작의 요람 같은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부지가 240평 정도밖에 안 된다. 여기에 10층 정도 되는 고층건물을 올려야 한다. '고층건물'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투기 같은 개념들이 저절로 생각난다. 어떤 면에서 사람을 고립시키는 게 고층건물이다. 이 고층건물을 어떻게 사회성 있는 건물로 만들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여기서 이번 설계안의 제목인 '몽타주 4:5'를 떠올렸다.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공존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극장, 시네마테크 공간은 빛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로비, 도서관, 강의실 같은 공간은 햇빛을 받아도 좋은 곳이다. 또 이곳 주변의 건물 배치가 매우 ‘한국적’이다. 2층~3층 작은 건물 옆에 20층이 넘는 건물이 있다. 이처럼 도시 자체가 하나의 몽타주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유럽의 도시처럼 잘 정돈된 느낌이 아니지만 이런 풍경이 이미 우리의 현실로서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시네마테크 복합건물은 고층건물의 볼륨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 작은 건물들의 스케일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몽타주는 에이젠슈타인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일종의 충격을 주는 효과가 있는데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어울릴 때는 그런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건물 자체는 그렇게 충격적인 건물은 아니다. 영화인들 앞에서 아는 척하는 것 같긴 한데(웃음), 에이젠슈타인이 건축을 전공했던 건 다들 아실 것이다. 건축적인 아이디어가 영화적 아이디어와 많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참고로 몽타주란 단어는 편집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는 동시에 당시 아방가르드 예술의 맥락에서도 많이 쓰인 흥미로운 단어다.

시네마테크를 서울이라는 몽타주에 얹었을 때, 주변의 고층 타워들하고 줄을 맞춰오는 듯하다가도 앞에 있는 작은 건물들하고도 대화를 한다. 명보극장 쪽에서 보면 건물들에 살짝 가리는데, 뒷골목에서 보면 계단이 보이고, 남산에서 내려다볼 때는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높은 곳에서는 굉장히 좋은 뷰를 확보하면서 영화 이상의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 건물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적극적으로 썼다. 에스컬레이터 외에는 솔루션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워낙 수직적인 프로젝트고  짧은 시간에 사람들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엘리베이터와 함께 20세기 도시를 바꿔놓은 발명품이다. 에스컬레이터로 지하부터 7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올라갈수록 남산을 눈앞에 바라보게 된다. 제일 꼭대기에 우리가 덤으로 제안한 건 야외극장이다. 날씨 좋은 날 특별한 행사들이 있으면 좋겠다. 영화 상영도 할 수 있지만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곳. 어쨌든 여러 이유로 자주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 다음은 밖에서 보이는 입면이다. 기본적으로 벽면에는 아무것도 안 하자고 생각했다.  좀 밝은 백색 콘크리트의 구조만 보여주는 거다. 건물 외벽 전체를 파사드로 덧씌우는 건물은 강남대로에 가면 많다. 여기는 마치 신전처럼 진지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 이런 얘기도 했었다.


설계안에서 마지막으로 강조했던 말은 건축이 순수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어떤 건축적인 특수효과가 아니라 공간 자체의 수행성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잘 쓰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몽타주는 큰 그림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의 단순한 합 이상으로, 그 이상의 부가적인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활기가 생기면 이 동네에 영화에 관련된 작은 서점이 생기는 식으로, 이제 비디오 대여점은 생기지 않겠지만(웃음), 어떤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나는 이 충무로와 을지로를 좋아한다. 이 동네에는 인쇄소나 건축 자재상이 많은데, 그렇게 이 동네를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해주신 분들과 함께 젠트리파이되지 않으면서 삶의 터전으로 계속 쭉 가면 좋겠다.



정윤철(감독,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이사) 보면서 감탄했다. 영화를 잘 아는 분이 설계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지난 10년간의 갖은 고생이 허무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는 날이 몇 년 안에 올 텐데, 고전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이 느껴지는 건물을 만나게 될 것 같아 굉장히 설렌다. 사실 땅이 너무 좁아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설계안을 보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재란 사실 이 공간은 시네마테크만 있는 곳이 아니라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관도 함께 들어간다. 이마리오 감독은 독립영화를 계속해 오시고 현재 미디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센터의 입장에서 시네마테크 복합공간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이마리오(감독,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 이사) 미디어센터, 그러니까 서울의 미디액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싶다. 먼저 이 건물의 실제 운영 주체는 시네마테크, 독립영화전용관, 미디어센터, 이렇게 셋이다. 이 주체들과 서울시, 그리고 건축가가 모여 실제 공간 구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변경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더 안정적인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로 미디어센터는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모이고 형성되는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를 제작하고 미디어운동을 진행하고, 시민사회단체들도 모이는 등 굉장히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된다. 현재 설계안을 보면 커뮤니티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6인에서 10인 정도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시네마테크 도서관이 독립영화 아카이브 기능까지 해줬으면 한다. 독립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있는 곳이 적다. 일반 극장이나 예술영화관에 소개되지 못하는 영화까지 포괄해서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박경민 이마리오 감독님이 이야기한 대로 시에서도 공간의 세밀한 구성에 대해 더 긴밀하게 논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곧 시네마테크 운영자들과 설계자가 만날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네마테크가 개관하면 시민들이 극장과 미디어센터에 찾아올 수 있게 시에서 정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에도 홍보 매체들이 많기 때문에  시네마테크가 개관하면 대대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오늘 함께한 분들과 영화인들이 함께 지지하고 연대한다면 시네마테크가 멋진 복합영상문화시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관객1 새로 짓는 시네마테크가 젊은 영화관이면 좋겠다. 예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학교를 했었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시네마테크를 경험하고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센터가 되면 좋겠다. 또 시네마테크가 해야 하는 역할 중에는 필름 영화 상영도 있기 때문에 필름 저장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재란 정말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시네마테크, 그리고 필름 아카이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영화라는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와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윤철 시네마테크는 영화 상영관뿐 아니라 필름 보관 장소의 기능도 있다.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아카이브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객2 영화와 미술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영상 작업들이 꼭 극장이라는 공간에서만 상영되지 않는다. 최근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기에는 시네마테크가 너무 올드한 건축 형태가 아닐까? 영화의 미래를 위한 건축이라면 영상매체가 나아가고 있는 형식에 대한 배려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조민석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면적상의 제한이 있어서 쉽지가 않다. 현재로서는 강의실이 굉장히 플랫하고 벽도 트여 있어서 가변적으로 쓸 수 있다. 또 다행히 건물 전체에 기둥이 많지 않아서 공간 활용이 제한적이지 않다. 자유롭게 잘라서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변재란 시네마테크는 그야말로 다양성과 공공성을 잘 안배해야 한다. 멀티플렉스가 여전히 특정 영화들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네마테크는 먼저 독립영화와 고전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또한 어린이 관객 얘기도 나왔지만 영화 문화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교육공간 역할도 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기억하고 보존하는 박물관으로서의 영화관, '갤러리'로서의 영화관 역할도 해야 한다.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영화인들이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되어야 한다. 이마리오 감독님이 말씀하신 다양한 커뮤니티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의 역할도 해야 한다.


관객3 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으로서 상영관 내부의 모습이 어떨지도 궁금하다. 많은 경우 아무리 좋은 극장을 가도 상영관 내부는 기능적이고 재미가 없다. 소장님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조민석 멀티플렉스처럼 공식대로 찍어내는 상영관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은 확실히 있다. 오페라 하우스처럼 금장식과 빨간 벨벳 의자가 있는 뉴욕의 아주 오래된 극장들, 그런 욕심들이 좀 있다. 사실 아직 그 부분까지 본격적인 작업은 하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난다.


관객4 시네마테크는 멀티플렉스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래의 영화관을 생각하면 영화를 본다는 개념과 영화관에 간다는 행위 자체의 본질적 성격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를 재정의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갤러리, 박물관, 극장 이런 전통적 개념도 좋지만 아예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꼭 저렇게 큰 관이 세 개 있어야 할까? 열 명 정도가 볼 수 있는 작은 관 스무 개가 더 낫지 않을까? 같은 질문도 던져보면서 영화를 보는 행위에 대한 본질과 미래에는 그 본질이 어떻게 변할지도 함께 고민해가면 좋겠다.



정윤철 미래의 극장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라고 본다. 이렇게 극장이 커야 될까? 같은 질문들 말이다. 지금은 누워서 보는 관이나 프라이빗하게 볼 수 있는 소규모관 등 다양한 상영관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저희가 약 10년 전 시네마테크 전용관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을 때는 안정된 공간에 대한 바람이 제일 컸다. 그러면서 새로운 요소를 시도하기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먼저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극장에서 70mm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봤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그 대형 화면을 포함한 고전적 극장의 이미지가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극장의 모던한 느낌도 물론 좋지만 관객들이 시네마테크를 찾는 이유는 아날로그적 정서나 영화의 어떤 원형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다고 본다.

질문하신 분이 말씀하신 '새로운 극장', 더 작은 규모의 다양한 극장은 앞으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어떤 분은 조그만 공간들을 엮어 하나의 시네마테크 군락을 만드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런 모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때로 너무 모던하게, 너무 효율적으로 지어진 극장에 가면 굉장히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 극장에 들어가면 바로 스크린이 보이고 바로 벽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영화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오늘 많은 고민을 함께하면서 안락하고 편안하게 영화의 본질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지금 서울극장도 좋고, 옛날 허리우도극장도 올드하면서도 컨셉이 있는 빌딩이었다. 앞에 있던 시멘트 공터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웠지만 굉장히 여유가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영화를 보러 간다는 퍼포먼스의 느낌이 묻어나왔다. 상영관 내부도 스크린 위아래로 여유가 많은 게 나쁘지 않았다. 요즘 현대식 극장에서 줄 수 없는 감수성이 있었는데 이번 시네마테크 복합건물에도 그런 아이디어를 짜보면 좋겠다. 그렇다고 꼭 '올드'한 형태만이 답인 것도 물론 아닐 것이다.


변재란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른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자리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조민석 오늘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이런 자리를 몇 번 더 가져야 할 것 같다. 특별히 시네마테크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의 열정적인 관심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우리 팀들도 다 함께 와서 들었는데 긴장 바짝하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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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란  파리 외곽에 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가면 70mm 상영관이 있다. 그리고 시네마테크를 중심으로 굉장히 많은 작은 극장들이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우리의 서울 시네마테크 복합공간이 변치않는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그리고 급진적인 혁명의 물결을 전통으로 환원해내는 수많은 박물관들처럼 영화의 오래된 미래, 서울의 미래를 포용하면서 보여주는 그런 영화의 집이면 좋겠다. 우리의 공공자원인 영화의 가치를 찾아내서 검증하고 미래 세대와 공유하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 그리고 시네필에서 영화인, 그리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수성이 집적되고 순환하는 그런 공간이기를 바란다. 박수로 오늘 자리를 마무리하겠다.


*매스스터디스의 “MONTAGE 4:5” 영상 포트폴리오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tuIqVT4Yfug


정리 송재상 프로그램팀

사진 목충헌 자원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