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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코스타

[리뷰] 페드로 코스타의 '아무 것도 바꾸지 마라 Change Nothing' 예쁜 얼굴의 여배우는 아니다. 키는 멀대 같이 크고, 넓은 미간이 빚는 표정은 기이하며, 허스키한 목소리는 여성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어떤 여배우의 그것보다 오묘하다. 그녀의 신비한 눈동자가 무얼 말하는지 알아차리기란 힘들기에, 소수의 감독만이 그녀로부터 진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 리스트에는 자크 리베트, 라울 루이즈, 아르노 데스플레셍, 올리비에 아사야스 같은 작가들의 이름이 자리한다. 그런데 그녀를 익숙하게 대하는 시네필조차 모르는 게 하나 있으니, 그녀가 언젠가부터 밴드를 이끌고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2009)는 잔느 발리바르와 그녀의 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다. 뮤지션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흔하디흔하다고 생각한다면 연출을 맡은 사람이 페드로 코스타.. 더보기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브루노 뒤몽의 (2009)의 한 장면에서 이 세계에서 폭력이 자연스런 것이라 말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그럼 순수한 사람들은 어떡하지’라고 묻습니다. 그는 정색을 하며 ‘사람들이 그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순수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 너 또한 세계에 가해진 굴종에 책임이 있는 거야’라 말합니다. 고다르의 (1962)에서 나나가 자신의 손을 들어 '내가 손을 드는 것은 내 책임이야'라며 세상의 모든 책임을 말했던 것처럼, 이 순간 남자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에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손으로(혹은 잘못된 선택으로) 그런 전쟁과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에게 힘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뒤몽이 보여주는 우리의 삶의 조건이자 모럴의 조건입니다. 삶에서 본질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