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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빛깔

[Cinetalk] 영화적이기보단 회화적이다 파라자노프 상영 후 홍상우 교수 시네토크 벚꽃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5일 일요일, 서울아트시네마는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날이었다. 연달아 그의 영화 3편을 상영하였는데, 그 중 후엔 홍상우 교수가 함께 하여 시네토크를 펼쳤다. 다소 낯선 러시아라는 환경과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의 영화적 세계에 관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 시간의 일부를 옮긴다. 홍상우(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 : 은 내용만으로 챕터를 나누면 12장 정도가 된다. 어린 시절, 성장기, 사랑, 수도원에서의 생활, 꿈꾸는 것 같은 장면, 죽음의 천사와의 만남, 죽음 등등. 전체적으로 크게 보면 시인의 생애다. 유년시절, 젊은 시절, 수도원을 나와서 죽을 때까지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파라자노프는 시인을 소.. 더보기
[Review] 민속박물관으로서의 영화,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수람 요새의 전설> 은 파라자노프의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다. 형식 실험이 정점에 달한 (1968) 이후, 파라자노프가 다시 영화를 만들기까지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세월동안 파라자노프는 억울한 누명을 덮어쓰고 소비에트 당국에 의해 투옥되는 고초를 겪었다. 1978년 수용소에서 풀려난 파라자노프는 1984년부터 제작에 착수했다. 영화를 향한 파라자노프의 의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는 과 의 형식적 유사성에서 짐작할 수 있다. 에서 파라자노프는 아르메니아 지방 시인의 내면을 영화로 옮기면서 사각형의 프레임을 흰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듯 을 만들었다. 이러한 회화적, 또는 연극적인 연출은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면적으로 구성된 미장센,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사물들, 관.. 더보기
[Essay] 영화의 사원 몬테 헬만은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저주받은 작가였다. 프리웨이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방황하는 젊은이를 그린 (1971)은 (1969)의 계보를 잇는 70년대 로드무비의 숨겨진 걸작이지만, 흥행부진 때문에 몬테 헬만은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방출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은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실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역설적으로 작가는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그가 ‘지옥에 떨어진 남자 Hell-Man’라 불리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영화의 역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작가주의를 주창한 ‘카메라-만년필론’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은 비평에서 시작해 영화감독이 된 첫 번째 비평가로 누벨바그(특히 고다르)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 드물게 이스트먼 컬러로 촬영한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