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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행로

[리뷰] 존 카사베츠의 '사랑의 행로' 사랑은 멈추지 않아요 극 중 작가인 로버트 해먼(존 카사베츠)은 어린 배우 지망생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너에게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언제였니?" 이에 대해 지망생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하지만 이 질문을 해먼에게 돌려보면 그 역시도 마땅한 대답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술과 담배와 커피에 절어 살며 오랜만에 만난 12살 아들을 혼자 호텔방에 남겨두고 인터뷰를 빙자해 만난 여자들과 하룻밤 사랑을 즐기는 그에게 인생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해먼의 인생에 과연 의미라는 것이 존재할까? 는 인생의 의미 여부를 떠나 적어도 해먼과 같은 이들에게 계속 살아나가기 위한 의지와 삶에 대한 끈기가 있다고 말하는, 그럼으로써 응원하는 영화다. 해서 이 영화에는 우리가 쉽게 실패한 인생이라고 단정 짓는 인물들..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사랑의 행로'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영화 - 존 카사베츠의 정신과 의사가 극중 사라(지나 롤랜드)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가져본 적 없는 것에 상실감을 느끼죠?” 그때 사라가 답한다. “사랑은 강물 같은 거예요. 사랑은 계속되는 것이고, 결코 멈추지 않아요.” 영화의 제목 의 출발점이 되는 이 장면은 사라가 남편과의 이혼 협의 후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간 후다. 그녀에게는 남편 사이에 딸이 하나 있고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이력이 있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한 후에 딸을 데리고 먼 곳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늙고 병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딸은 그녀와의 생활을 거부하고 남편과 살기를 선택한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과 딸을 사랑하고 가족을 원하지만 결국 혼자 남겨진다. 극중 로버트(존 카사베츠)는 소설가.. 더보기
[Review] 탐색의 곤경 - 존 카사베츠의 <사랑의 행로> 꿈의 파탄과 사랑의 붕괴의 지점에서 삶을 회복하기. 존 카사베츠의 실질적 유작인 (1984)는 이런 탐색의 곤경을 보여준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지나 롤랜즈는 택시 운전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발 참을성을 갖고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으면 해요. 왜냐하면 내가 정확하게 지금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카사베츠는 방향 잃은 인물들의 여정을 흐름으로 포착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사랑의 흐름이다. 사랑은 존재의 모든 부분을 생기 넘치게 해주는 강렬한 에너지이다. 카사베츠는 인물들이 자기만의 철학을 갖길 원했다. 그 철학이란 어떻게 사랑할지를 아는 것, 어디에서 사랑을 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분노와 적대감, 그리고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 사랑이다. 그의 영화에서 흐릿.. 더보기
[Essay] 왜 영화의 정전이 필요한가? - 100편의 시네마 오디세이 유토피아를 향한 첫번째 여행 왜 영화의 정전(canon)이 필요한가? 왜 최고의 영화들을 시네마테크는 선정하는가? 왜 걸작선의 분류가 필요하고, 작품들을 상영하려 하는가? 시네마테크의 취향을 보여주려 함은 아니다. 영화의 과장된 지식과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함도 물론 아니다. 평론가인 조나단 로젠봄이 ‘영화 정전의 필요성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가 영화의 정전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다면 대학의 칠판이나 학생들이 읽는 영화 교과서, 혹은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에 기재된 목록들로, 혹은 박스오피스 성적의 결과로 영화들이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네마테크가 정전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앤드루 새리스가 1960년대에 영화의 판테온을 세우려 했던 것과는 다른 의도에서 시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