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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 파이튼의 성배

[에세이] 영화보기, 내 십대의 특별한 생존기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조금 특별했다. 이상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른다. 공립 대안학교였는데, 갓 한국에서 온 열여섯의 영어가 느린 동양인 여자아이에게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가지고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 토론하는 수업시간은 신세계였다. 매번 문학시간은 공포였고 두려움이었다. 나는 ‘일리야드’를 읽지도 플라톤의 ‘국가론’ 전문을 읽어본 적도 없었는데, 그곳의 아이들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미식축구 감독 욕을 하며 인용했고 세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슨 작품들을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드라마에 비유하곤 했다. 그곳의 똘똘한 아이들은 나에겐 거대한 충격이었다. 난 거기서 살아남고 싶었고 말하고 싶었고 함께하고 싶었다. 우리 학년에서 유행했던 고급 영국식유머를 배우고 즐.. 더보기
"자국 문명과 역사를 해체해 낼 수 있다는 문화와 예술의 힘" [시네토크] 이준익 감독이 추천한 테리 길리엄과 테리 존스의 지난 10일 저녁, 중후반에 들어선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영화의 즐거움’이란 모토에 딱 맞는 영화 의 상영이 있었다. 끊임 없이 웃음을 자아낸 극장 안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다그닥 다그닥’ 코코넛 말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이 영화를 추천한 이준익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논한 시네토크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를 꽤 오래 전에 비디오로 자막 없이 처음 접했다고 들었다. 오늘 스크린에서 자막과 함께 본 소감이 어떤가? 이준익(영화감독): 너무 재밌게 봤다. 영어를 못하면서도 자막 없이 봤는데, 그때 내가 추측했던 내용 .. 더보기
현대 코미디 역사의 전위 - 테리 길리엄의 ‘몬티 파이튼의 성배’ 1975년에 가 공개되었을 때, ‘몬티 파이튼’은 TV 시리즈를 통해 이미 하나의 컬트 현상이 되었다. 골계미마저 느껴지는 풍자와 비틀린 유머로 점철된 저예산 소모성 코미디인 ‘몬티 파이튼’ 시리즈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 코미디 역사의 전위로 불리고 있다. 는 그 중에서도 이 우상파괴적인 코미디 시리즈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여기에는 시리즈의 골수팬들이 열광하는 전설적인 장면들이 수두룩하게 들어가 있다. 는 TV 시리즈에서부터 이어진 코믹한 패러디 각본을 모델로 삼고 있다. 왕 중의 왕이 되기 위해 성배를 찾으려는 아더 왕의 이야기를 패러디 한 스토리는 특별한 중심 모티프 없이 제멋대로 전개된다. 서기 932년 잉글랜드, 아서 왕(그레이엄 채프먼)은 카멜롯으로 성배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