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사라진 미래가 빚어낸 이탈리아 영화의 현재 -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 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비장하고 장엄한 일대기를 그려온 갱스터 무비의 전통을 거스른다.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는 안티 갱 영화에 가깝다. 소수의 갱스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나폴리 범죄조직 카모라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사슬아래 놓인 인물들의 선택을 교차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립되어 보이는 플롯이 결국 하나로 모이는 타란티노식 서사마저 거부한 나열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불친절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비전문 배우의 기용과 일상적인 세팅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집필된 르포르타주 원작에 힘입어 손쓸 새 없이 부식되어가는 나폴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 방위적으로 조명한다. 나아가 평범한 나폴리 주민과 세계 곳곳의 사람들까지 범죄에 연루시키는 카모라의 광범.. 더보기
믿음에 대한 용기를 건네는 소박한 기적 - [리뷰] 에릭 로메르의 <겨울 이야기> 17세기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파스칼의 내기’라고 불리는 흥미로운 논증을 제시한다. 신을 믿을 경우, 신이 없으면 아무런 이득도 없지만 신이 있으면 천국에 간다. 그러나 신을 믿지 않을 경우 신이 없으면 아무런 이득도 없고 신이 있으면 지옥에 간다. 그러므로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 신을 믿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에릭 로메르는 이를 사랑에 적용한다. 파스칼의 내기에 대한 로메르식의 해석인 더보기
영웅들의 우정이 꽃피는 세계 -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 (1959)는 전작의 참담한 흥행 실패로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생활하던 하워드 혹스가 4년여 만에 할리우드로 돌아와 만든 영화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미국 사회에서 TV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고, 그 가장 큰 요인을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캐릭터에서 찾았다고 한다. 그는 에 이러한 요소를 도입한다. 영화의 스토리와 공간을 매우 단순하게 구성하고, 그 속에서 다채로운 특징을 지닌 캐릭터들이 개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며 활보하도록 한 것. 마을을 거의 홀로 지키는 보안관 챈스(존 웨인), 전직 부보안관이었으나 사랑의 실패로 받은 상처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듀드(딘 마틴), 젊은이의 활기와 냉정함을 동시에 갖춘 총.. 더보기
피와 총탄이 난무하는 미친 사랑의 도주극 - 샘 페킨파의 <겟어웨이> 폭력, 혹은 남성 집단에 대한 치열하고 묵직한 탐구를 이어가며 ‘폭력의 피카소’라고 불리던 샘 페킨파의 필모그래피에서 70년대 중반 무렵은 가장 저평가되는 시기이다. 초기 페킨파 영화들에 비해 다소 평범하거나 실망스러운 대중영화의 외양을 지닌 영화들이 줄지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페킨파의 하락세의 시작점으로 지목되는 작품이 (1972)다. 아서 펜의 (1967)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도주극들과 일견 큰 차이가 없는 평범한 내러티브를 가진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는 페킨파의 영화적 스타일과 세계관이 대단히 과감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드러나 있는 영화이다. 무장 강도혐의로 10년형을 살고 있는 닥 맥코이(스티브 맥퀸)는 가석방이 좌절되자 아내 캐롤(앨리 맥그로우)을 통해 유력한 지인 배넌(벤 존슨).. 더보기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 심연의 고통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에 관해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한 개인의 경험과 그 센세이션 중심에 있는 감흥을 있는 그대로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영화의 중심인물인 커츠 대령이 한말이기도 하고 을 본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이다. 프란시스 F. 코폴라가 3천만 달러가 넘는 거금을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을 바탕으로 상황을 베트남전으로 각색해 만들어 졌다. 영화는 캄보디아 밀림으로 잠적해 미쳤다는 소문이 도는 미스터리한 인물 커츠 대령(말론 블란도)을 찾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윌라드 대위(마틴 쉰)의 여정과 전쟁의 광기어린 현장을 묘사한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코폴라 감독은 영화가 베트남전에.. 더보기
복원된 이두용 감독의 태권액션영화를 만난다! 카르트 블랑슈: 한국영상자료원 컬렉션 1974년에 만들어진 이두용 감독의 은 만주를 배경으로 태권액션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전설적인 주인공으로 오디션을 통해 다리가 길고 화려한 발차기를 소유한 차리 셸(한용철)이 발탁되었다. 이두용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이 영화는 그러나 오리지널 네거티브가 테크니스코프(생필름을 절약하기 위해 필름의 한 프레임에 두 장면을 담는 방식)이어서 오랫동안 제대로 상영할 수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2009년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영화를 복원해서 2010년 5월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이번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시네마테크의 또 다른 친구로 영상자료원을 초대했고, 이두용 감독의 을 포함해 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네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더보기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되찾을 시간 -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현장 2011년 1월 18일 저녁 6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친구들 영화제는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Jouissance Cinema'라는 테마로 기획되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모를 둘러싼 문제들로 인해 거의 존립의 위기를 겪으며 다사다난하게 보냈던 지난 한해의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 그 위기를 넘어서 영화보기의 본래적 즐거움을 되찾고 누려보자는 취지다. 이번 개막식은 지난 한 해 각자의 영역에서 열렬한 후원활동을 펼쳐주었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감독들, 영화배우들, 관객들의 후원에 감사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2012년까지는 꼭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마련해 보자는 목표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