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 기획전 마지막 날 마지막 상영작인 <풍산개> 상영 후 이 영화를 연출한 전재홍 감독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 현장을 여기에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김기덕 감독 각본이다. 원안에 대한 수정정도는 어땠나?
전재홍(영화감독): 데뷔작 ‘아름답다’이후 작가주의 류의 시나리오만 들어왔다.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기덕 감독님의 색을 유지하면서 내가 원하는 영화를 하려고 했다. 나는 모든 관객층이 재미있게 보는 것을 추구한다. 영화의 깊이 뿐 아니라 코믹 액션 멜로 등 모든 요소들이 들어가야 하고 그러기에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김성욱: 전체적으로 비극적이지만 중간마다 우스운 촌극의 느낌이 있다. 원안도 그런 톤이었나?
전재홍: 오리지널은 몽환적이었다. 풍산은 불사의 신 같은 존재였지만 인옥을 만난 후 감정이 생기고 인간화가 된다는 걸 조금 추가했다.

김성욱: 풍산은 원래 대사가 없었나?
전재홍: 전혀 없었다. 필요가 없다고 봤다. 서울말이나 북한말을 하면 흐름을 깰 수 있기 때문에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김성욱:
영화에서 잘 설명되지 않은 불상의 의미는?
전재홍: 북한에서는 종교를 가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액자 뒤에 숨겨놓기도 하고, 그러나 종교 주제의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인옥은 가족이 모두 숙청당했기 때문에 종교의 힘으로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불상이라는 소재를 만들었다.

김성욱: 북한 공작원이나 전향자들은 소재로 버거울 것 같았는데 어땠나?
전재홍: 전쟁 영화의 주인공은 다 군인이다. 군인의 슬픔이고 군인의 전쟁이고, 내가 본 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싸우는 것이었다. 나는 탱크나 폭탄을 본 적이 없다. 영화에서의 전쟁은 너무 멋있게 그려지고 영웅들의 놀이터 같았다.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할 때 실제로 북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우리랑 똑같이 생겼고 음악도 매우 잘했다. 그러나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게 분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겪으신 분들에겐 가볍게 보일 수도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내가 보는 시점으로 영화를 푸는 게 가장 영화답다고 생각한 거 같다.

김성욱:
평양까지 왕복거리가 세 시간?
전재홍: KTX로 부산까지 세 시간이다. 거기에 모티브를 둔 것이다. 평양을 세 시간 만에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 속의 북한은 몇 백년 거리의 대장정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세 시간을 둔거다.

김성욱: 김기덕 감독 각본이기에 철책선을 점프해서 넘어간다는 아이디어였구나 했는데 감독으로는 어떻게 생각했나?
전재홍: 오리지널에는 뱀이나 학으로도 변한다. 감독으로써 철조망을 뛰어 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진짜 새처럼 날고 싶은 마음이니까. 촬영에 고생이 많았다. 윤계상씨가 직접 와이어를 했고, 영하 18도 였던 것 같았다. 영화에선 고생한 게 별로 안 나온 것 같았다.

김성욱: 분단의 상징으로 여성을 다룬다. 희생적이며 비극적으로 남에도 북에도 속할 수 없는 이미지로 인옥이란 여성이 그려지는데, 분단이란 설정과 두 남녀의 사랑이라는 멜로가 섞일 때 톤 유지는 어렵지 않았나?
전재홍: 김기덕 필름이 여성을 비하시키고 여성들이 싫어하고 안 보는 영화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영화를 찍을 때 여자들이 재밌어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인옥이 죽지만 살해당한다기 보다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풍산을 놓아주는 의미가 있다.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풍산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김성욱: 어떤 장면들은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 또한 코믹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느낌도 많았다. 웃음과 비극이 이질적으로 붙어있는 것 같은데.
전재홍: 모든 관객이 재밌게 봐야했으므로 밸런스가 중요했다. 저예산 영화 특유의 어두움은 피하고자 했다. 예산이 적을수록 최고의 배우와 최고의 스탭이 필요하다. 예산이 적으면 학생 분들이나 아마추어 분들과 찍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다. 히말라야 무산소 등반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관객1: 남북 요원들을 좁은 방 안으로 집어넣는 장면은 이미 영화자체로 이야기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 같아 지루했다. 메시지를 억지로 주입하는 건 아닌가.
전재홍: 현재 남북 상황을 간단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없으면 그냥 아름답게 죽는 로멘틱 영화다.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분들에게 왜 방공호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믿는다. (웃음)

김성욱:
고위급 간부로 추정되는 공작원의 경우 경험치가 없으므로 순전히 상상적일 것 같다. 인공호흡, 키스, 입맞춤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캐묻는 장면도 있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해가면서 배우들과 함께 고민했는가?
전재홍: 캐스팅부터 힘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많았지만 난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단어에 집착한 것 또한 아니다. 갇혀있으면 예민해진다. 남자들의 질투심에 모티브를 둔 것이다. 간첩캐릭터는 만약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일을 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좀 인간적인 북한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김성욱: 크레딧을 보면 노래를 직접 불렀다. 따로 만든 것인가?
전재홍: 원래 성악을 공부했었다. 다른 음악이 사정상 못쓰게 됐는데 음악감독님 상의 하에 넣은 것이다. 풍산은 내가 투영된 것 같았다. 어릴 때 외국에서 살았고 전쟁에 대해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기 때문에 이런 나 자신을 노래로 넣고 싶은 면도 있었다.

김성욱: 이억이란 예산에서 음악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다. 처음부터 음악을 이 정도까지 넣을 생각을 했는가?
전재홍: 음악은 영화에 중요하다. 음악을 했던 사람으로서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기존의 저예산 영화는 음악의 수준이 매우 낮다. 난 빠른 스피드와 빠른 음악이 좋다. 북소리나 꽹가리 가야금 등 전형적인 아리랑 같은 건 싫다. 현재 관객들과 공감대가 중요하다. 음악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했고 뮤직 에디터는 반지의 제왕과 이클립스를 하신 분이기에 너무 만족한다. 내 영화의 톤을 잡아 주었다고 생각한다.

관객2: 김기덕 감독님과 다른 색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존경하신다는 김감독님과의 다른 면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중 지향점은 어디인지.
전재홍: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와 같다고 보면 좋겠다. 루이뷔통이라는 고전의 브랜드를 가져가면서 자기 디자인을 만든다. 또 뉴욕에는 자기만의 마크 제이콥스라는 브랜드가 있다. 김대표님과 있을 때는 김대표님의 색깔에 내 디자인을 넣고 따로 나왔을 땐 내 디자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작가주의출신이다. 단편영화가 베니스에 가게 되면서 ‘아름답다’를 찍게 됐고, 근데 지금 나이에 작가주의는 좀 어렵다고 본다. 인생의 깊이가...깐느에서 이창동 감독님, 김기덕 감독님이 앉아 계셨는데 엄청난 벽을 느꼈다. 어려운 옷을 입고 싶진 않다. 지금은 내가 추구하는 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헐리웃 영화를 지향하진 않고 그냥 모든 나이층이 즐겨볼 수 있는 영화를 추구한다. 내 몸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영화, 내 나이에 맞는 영화를 찍고 싶다.


관객3: 결말에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한건지 원래 각본인지 감독의 여러 버전 중 선택이었는지 궁금하다.
전재홍: 오리지널에서 풍산은 전쟁의 신이 된다. 나와 맞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금 엔딩이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좋아한다.

관객4: 김기덕 감독님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자에 대해 관심이 가는데 여기서도 성매매 여성분들이 인상적이고 날카롭게 그려졌다고 생각된다.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김기덕 감독님의 스케치와 전재홍 감독님의 생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전재홍: 나는 노출씬을 매우 싫어하는 감독 중 하나다. 많은 감독들이 신인여배우들에게 노출을 강요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감독일수록 배우를 아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신인여배우에게 나를 믿고 찍어라. 풍산개가 네 프로필에 들어갔을 때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성매매란 단어가 크게 느껴질 뿐 문제는 그 역을 얼마나 감독이 배려해주는 가 인 것 같다.

김성욱: 풍산개가 개봉할 때 김기덕 필름이 붕괴할 즈음이라는 얘기가 돌은 걸로 기억하는데 김기덕 필름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는지 예산 조달은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나?
전재홍: 영화사가 건물도 없었고 사무실도 없었다. 모든 것이 중지된 상태였다. 그랬다가 작년 9월에 전화가 온 것이다. 우선 이 영화로 김기덕 필름을 살려야하겠다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풍산개를 김기덕감독님이 만들었다고 알고들 있는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떼돈을 번 건 아니지만 김기덕 필름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재정은 만들어서 기분 좋다. 다음 영화는 다른 곳에서 할 예정이지만 김 감독님을 떠나는 건 아니다. 김기덕 필름은 좋은 신인 감독들을 찾고 있다.

김성욱: 끝으로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 등에 대해 듣고 싶다.
전재홍: 2008년 ‘아름답다’로 데뷔했을 때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근데 현실은 냉혹했고 1억 8천으로 찍은 영화는 2개관으로 개봉해서 망하고 말았다. 작가주의 영화라는 시장은 너무 냉혹했다. 양익준 감독님의 똥파리 워낭소리, 우리가 만든 영화는 영화다로 저예산 영화의 시선이 바뀐 것 같다. 그래도 저예산 영화에 대해 싼 영화라고 우습게 보는 것에 대해 본 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2억이란 예산 공개를 안 하려 한 것이다. 지금 영화감독은 일회용 종이컵 같다. 안 되면 버려지고, 한 편만 찍고 사라지는 게 너무 많다. 나도 그런 케이스였다. ‘아름답다’ 이후로 아무 제의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감독을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느냐로 결정되는 것 같다. 관객 분들도 저예산영화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셔서 많은 애정을 갖고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 김준완(관객 에디터) | 사진 조유성(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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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www.cinematheque.seoul.kr)12 6일부터  18일까지 약 2주간 주류 바깥에서 만들어져 한국영화의 신() 면모를 과시하는 소위 ‘작은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란 제하의 기획전을 개최한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지난 3월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을 통해 또 다른 영화 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프로그래밍한 적이 있는데,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란 기획전은 이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것이다. 박스오피스의 흥행 수치를 좌지우지하는 건 주류의 영화들이지만 지금 한국영화의 신() 면모를 과시하는 건 주류 바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소위 ‘작은 영화’들이기 때문에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다시금 주류 바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한국영화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13편으로 이뤄진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은 주류에서 하면 시도하기 힘든 과감한 소재 선택과 실험적인 이야기 구조로 무장한 작품 일색이다. <> <두만강> <흉터> <돼지의 왕>은 우리의 일상이지만 부러 외면하는 현실의 이면을 불러온 경우이고, <애정만세> <풍산개>, <도약선생> <에일리언 비키니>는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오락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은 도시의 속성을 인간과 연결시킨 색다른 연출력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플레이>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요소가 혼재한 실험적인 영화 만들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뽕똘>은 제주도 출신 감독이 만든 토착영화라는 점에서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전을 기획한 허남웅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일련의 영화들을 기획하면서 ‘조용한 반란’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에 대하여 획일화가 가속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시의 적절한 메시지를 갖추고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지금은 새로운 씨앗을 받아들여 이를 싹 틔울 수 있는 영화계 토양의 건전성이 필요하고 중요해지는 시기로, 이번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이 한국영화계에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기간 중에는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에서 상영되는 작품의 감독과 함께하는 일곱 차례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이 행사는 다시 한번 한국영화에 주목하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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