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작가를 만나다 -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

지난 7월 31일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첫 장편연출작으로 호평을 받은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상영하고, 상영 후에는 김광식 감독과 관객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계의 입담꾼인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진행 하에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이야기가 펼쳐졌던 그 시간의 일부를 여기에 담아본다.


주성철(씨네21 기자): 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감독이 박중훈이라는 배우에 대해 갖는 애정이 드러나고. 취직을 하려면 무릎을 꿇고 빌라고 말하는데, <게임의 법칙>에도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이 있다. 박중훈이라는 배우의 아우라 그런 것이 생각났다.
김광식(영화감독): <게임의 법칙>을 보고 박중훈 씨를 매우 좋아했다. 특별히 그 영화를 연상하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박중훈 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에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박중훈 씨는 영화 내에서 죽은 지 십 년은 됐으니 자꾸 자기 배역을 죽여 달라고 했는데, 죽이지 않았다. 계단에서 쓰러졌을 때 박중훈 씨는 동철이가 죽기를 원했다. 촬영할 때, 죽는 것처럼 자꾸 눈을 감기도 했다.

주성철: 박중훈 씨는 코믹배우로서의 힘과 누아르 장르에서 가진 파괴력이라는 양극단을 잘 오가는 배우다. 영화에서 합기도 도장 사범들하고 싸우는 첫 장면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 봤다. 과장되게 웃기게 할 수 있는데, 진짜로 딱 그 나이 대의 퇴물 조폭이 당할 것처럼 정말 당하더라.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의 정서나 감정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첫 등장을 어떻게 시킬까, 첫 액션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했는지?
김광식: 시나리오를 쓸 때 주인공의 이미지를 잘 잡아야 한다. 특별한 계획보다는 보여지는 그대로, 좀 찌질한 사람 정도로 보였음 싶었다.

주성철:
두 사람이 하룻밤 자고 난 그 다음날의 느낌이 이채로웠다. 그 다음날의 대화나 이후의 관계 및 정서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김광식: 바닷가에서 뽀뽀를 할 때나 감정이 드러나지 하룻밤 장면은 사실 그냥 하룻밤의 일회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다.

주성철: 여기저기에서 읽어 본 영화평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88만원세대라는 말이다. 그런 것들이 두 남녀, 자기 조직 내에서 밀려나고 있는 한 퇴물 건달과 기를 쓰고 취업을 해보려하는 사회 초년병 여자의 관계를 통해 매칭이 된다.
김광식: 88만원 세대에 대한 글은 많이 봤지만, 이 영화에서는 홍보를 할 때도 그것만은 좀 빼달라고 말했다. 그들의 고통이 상업적으로 이용될까봐 부담이 됐던 거다. 영화에서는 의도했다기보다는 거의 무의식중에 나온,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고통 등을 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주성철: 이창동 감독님의 연출부 생활을 하셨는데, 도움이 됐던 가르침이라면?
김광식: 이창동 감독님께는 주로 영화적인 것을 하지 말라고 배웠다. 영화적인, 인위적인, 화면상의 아름다움,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아름다움을 배제하고 현실적인 것, 구질구질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라는 거다. 그런데 저는 한편으론 이명세 감독님의 영화의 표현적인 방식, 영상적인 아름다움의 느낌 등을 좋아하기도 한다. 일본 영화에 한때 경도되어 있던 적도 있었다. 이와이 슌지, 기타노 다케시, 왕가위 등. 이미지적인 것에 경도되어 있었고, 이 영화에도 그런 것들의 흔적이 남은 것 같다. 여전히 그 두 가지를 갖춘 감독이 되고 싶다.

주성철:
본인이 쓴 시나리오와 별개로 미묘하게라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
김광식: 시나리오를 갖고 이견을 보인 적은 없고, 약속한 촬영시간을 어긴 것에 대한 문제는 있었다. 계단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박중훈 씨랑 가장 많은 토론을 했다. 또한 엔딩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사족이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앞부분의 코믹한 터치와 조응을 이루기 위해서도 그러하고, 죽음을 딛고 선 취직이라는 것이 저의 윤리 상 용납이 안 되기도 해서 엔딩에서의 재회가 필요했던 거다.

주성철: 관객들이 많이 웃은 장면들에서 의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있다면?
김광식: 어이없는 부분에서 유머가 작렬하는데 아무도 안 웃더라. 가령 동철이가 세진이를 기다리며 "한세진 씨"하고 부르며 "면접실이 저기에요?"라고 하자, 비서가 "한세진 씨 세요?" 라고 말할 때, 저는 정말 웃긴데, 잘 안 웃더라. 또 동철이가 전단 붙이는데 세진이 "그런거 하면 얼마줘?" 하자 "너 이런 거 나오려고? 이런거 하려면 이뻐야 돼" 이럴 때도 마찬가지다. 뉴트리션 나오는 부분은, 뉴트리션이 뭔지 다들 모르시다가 영양제라고 하니까 그 때서야 웃으시더라. (웃음)

관객1: 영화 잘 봤다. 몇 년 후에 봐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연 배우들도 인상적이다. 조폭 맡으신 분들이나. 재혁 역의 권세인 배우. 캐스팅을 한 이유 같은 것이 있는지?
김광식: 감독과의 대화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지금 감독 된지 두 달 됐다. 권위나 신비화 같은 것들이 싫은 느낌이 있어서 재밌게 하고 싶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다. 권세인 씨는 사실 정유미 씨 소속사의 압박으로 캐스팅하게 됐다. 근데 만나보니까 유머코드도 있고 참 재밌더라. 사람이 재미있어야 영화 속에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재미없으면 같이 일하고픈 생각도 잘 안 든다.

관객2: 스토리상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부산에서 아버지하고 인사하고 나서 동철이 밖에서 시비가 붙는데, 몇 번 참다가 옷자락이 열리면서 문신이 보이고, 그 때부터 폭발하면서 시비남을 구타하기 시작하잖나. 시나리오 상에서 폭발하는 부분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김광식: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는 때리는 장면이 없었다. 문신이 보여지면서 끝나는 거였다. 그런데 조폭을 다루니까 아무래도 장르적으로 필요하다 싶어서 구타장면을 추가한 것이다. 이런 질문이 나와서 놀랐다. 제가 공주출신인데 아직도 서울이 낯설다. 어디를 가나 고향을 잃어버린 이방인이란 느낌을 갖고 살았다. 그 감정을 세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켜볼 생각이었다.

관객3: 제목은 직접 지으셨는지?
김광식: 제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그따위로 지었냐는 말도 들었다. 마돈나가 숀 펜이랑 사귀다 헤어졌는데, 그를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마이 디어 데스페라도' 라고 표현했던 것이 인상 깊었다. 박중훈 씨가 감탄했던 제목인 '무릎 꿇지마'로 바꿨다가 다시 바꿨다. 윤제균 대표님과 머리를 맞대다가 '개의 밤'으로 할까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 제목을 하게 된 거다.


관객4: 대학교 4학년으로서 정유미 역할에 공감하며 봤다. 대리가 된 다음에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는 부분은 꿈이 아닌데 장면이 환하게 비치면서 마치 꿈처럼 묘사된 거 같다.
김광식: 꿈처럼 묘사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모든 상황이 끝났고 환한 느낌이 들긴 할 것 같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그 공간 자체가 창이 많고 밝았다. 그 장면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동진 기자님이 제가 그걸 중요하게 여겼다고 쓰셨는데, 맞다. 그 장면은 꼭 하고 싶었던, 중요한 포인트였다.

관객5: 무거운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연출하셔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 영화의 속편을 만들거나 연극으로 만들거나 할 계획은 있는지?
김광식: 속편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조폭이 나오는 영화는 가능하면 이제 하고 싶지 않다. 미화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고 해서. 사실 뮤지컬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거절했다. 왜냐하면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이제 잊고 싶어서다. 다른 곳에서 결과물로 돌아다니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주성철: 끝으로 못다한 얘기가 있다면 해달라.
김광식: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고 처음이고 해서 긴장이 됐고 안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첫 영화고 보러 와주신 분들이 고마워서 여러분들 때문에 하게 됐다. 와주셔서 고맙고 다음 작품 빨리 결정해서 더 재밌는 걸로 돌아오겠다. 감사드린다. (정리: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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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작가를 만나다 -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지난 5월 15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의 대표적인 정기프로그램인 ‘작가를 만나다’ 행사가 열렸다. 상영작은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이날 극장 안은 개봉한지 꽤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함께 해 <사랑니>에 대한 여전한 팬심을 보여주었다. 사랑의 시작과 끝, 매혹, 그에 대한 기억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만들었다는 <사랑니>에 대해 정지우 감독과 관객들이 나눈 시네토크 현장의 일부를 이곳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사랑니>는 어떤 영화였고, 또 어떤 생각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는지?
정지우(영화감독): 긴 시간 독립영화를 하다가 <해피 엔드>로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하게 됐고, 그게 생각이 많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를 정말 잘 해보고 싶다고 열렬히 고민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5년 만에 영화를 하게 됐다. 하고 싶은 기분 그대로 끝까지 가서 만들었다.

김성욱: 이 영화는 어떤 이미지에서 시작 되었는지 아니면 어떤 이야기에서 착상 됐는지 궁금하다.
정지우: 여기 여자 관객 분들이 그동안 연애한 남자친구들을 하나하나 생각을 해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을 거다. 자기가 매혹되는 어떤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시작과 끝이 맺어져 있고, 매혹은 바뀌지 않고, 그런 기억들은 놓치지 않고 만들어야 되겠다는 기분이 있었다.

김성욱:
과거와 현재의 두 인물이 반복되고 치환되고, 또 보상 같기도 한데 영화 안에서는 그게 또 일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우: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대로이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는 수많은 것들이 과거의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또 다른 이미지로 되고, 이러면서 사람은 조금씩 변화하고. 영화를 마치면서 그래도 살만한 거 아니냐는 기분을 끝까지 던진 것 같다. 반복과 변주가 뱅뱅 돌면서 답답하고 괴롭기 보다는 변하고 달라지고 있는 것은 맞다.

김성욱: 공간들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지우: 공간에서 한옥을 사용했는데 안과 밖이 섞여 있는 공간으로서의 한옥이 너무 좋았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고 과거의 장면 같은 것은 대단히 모던하고 현대적인 공간으로. 그것이 서로 섞이는 그런 계획으로 구성되고 촬영됐다.

김성욱: 이 영화에서는 사실적인 레벨보다는 조금 떠 있는 듯한 순간들이 있다.
정지우: 현실의 물리적인 법칙들로부터 벗어난다든가 하는 그런 어떤 순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영화적으로 묘사하고 싶은 꿈이 있다.

김성욱: 그럴 경우에 배우들을 설득하는 편인가?
정지우: 배우가 불편해하는 건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연애할 때 발이 땅에 안 닿아있는 기분, 그런 말로 설명을 했는데 이심전심으로 알아듣는 그런 상황들은 감독으로서 행복하다.

관객1:
어떻게 보면 어린 인영이 서른 살로 점프하는 꿈을 꾸는 걸로 보인다.
정지우: 그것이 구별되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관객2: 혹시 2편을 만드신다면 사랑니를 빼버릴 건지, 놔둘 건지 궁금하다.
정지우: 그냥 아픈데 못 뽑는 상태를 또 만들고 싶다.

관객3: 인영이와 동거하는 친구 정우의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린다.
정지우: 에로틱한 우정, 너무너무 좋은 내 편인 친구 같은 캐릭터를 원했다.

관객4: 이수가 지구본을 좋아한다. 특별히 지구본을 설정한 이유와 석이가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 김정은이 모텔에서 화분을 들고 도망 나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정유미의 뒤에 배경으로 나왔던 벚꽃이 너무 화사한 이유 등을 묻고 싶다.
정지우: 같은 프레임 안에 소년이 지구본을 갖고 있는 상태가 되게 하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공사는, 일상적인 공간임에도 위태롭고 휘청한 느낌을 영화에서 만들고 싶었다. 벚꽃, 그렇게 하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 여관에서 화분을 갖고 도망가는 건 그게 훨씬 더 재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관객5: 금기관 같은 게 있는가?
정지우: 어떤 이유로든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이야기를 지지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 않다.


관객6: 영화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이것만큼은 꼭 찍어보고 싶었다는 어떤 이미지라든지 설정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혹은 영화를 찍다가 우연하게 충동적으로 찍고 싶었던 장면이 있다면?
정지우: 용기를 얻고 살만하다고 여기는 서른 살 조인영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만들려고 했다. 정유미 양이 일식집에서 전화를 받고 난 다음에 뛰쳐나와서 김정은 씨한테 다가오던 장면이, 계획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카메라가 배우의 움직임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움직임이 생겼다. 그런 순간이 너무너무 행복하다.

김성욱: 정유미 씨가 양호실에서 드러눕고 양호선생님이 구두를 갈아 신는 장면이 있다.
정지우: 운동화신고 완전히 나자빠진 유미랑 구두신고 좋은 사람 만나러 나갈 것 같은 양호선생님이 한 공간에 있는 걸 찍고 싶었다.

김성욱: 이 영화 다음에 <모던보이>가 있고, 그리고 나서도 2년 정도 이상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갖는 의문과 질문들도 있었을 것 같다.
정지우: 2000년대 중반부터 와이드 릴리즈가 급격히 들어오고 다양한 영화들을 보기가 점점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다. 나는 동시대 관객한테 말을 걸고 현실에 영향을 미치려고 영화를 시작을 했고, 그것을 포기한 건 아니기 때문에 힘겹기는 하지만 그 끈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한 번 해보고 싶다. 절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만들겠다. (홍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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