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한 마리, 양 두 마리>의 황철민 감독

새해 첫 '작가를 만나다' 에서는 황철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상영하고 감독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4년째 힘겨운 투쟁을 하고 계신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여러분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헌사로 마무리된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황철민 감독은 이 영화가 어떤 상황과 생각에서 출발을 했고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밝혔다. 그 현장을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영화가 2009년에 제작되고 2011년에 어렵게 개봉을 했다.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듣고 싶다.
황철민(영화감독):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가 한국의 여성노동자 문제가 부각이 될 무렵이었다. 그것이 KTX 여성노동자들이었고 여기 보듯이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도 있었다. 여성노동자가 그냥 개념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구나, 우리의 문제란 것을 그 때 알게 되면서 이 문제를 담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다. 그 당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문제 뿐 아니라 청년백수, 88만원 세대 이런 이야기들이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었다. 이상을 잃은 세대 내지는 삶의 목표가 불확실한 세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이야기 속에 담긴 것 같다.

김성욱: 영화의 주된 요소 중 하나가 연극과 관련된 것이다. 체홉의 희곡이 등장하는데 처음부터 체홉을 전제로 한 것인지, 『갈매기』도 나오긴 하지만 주된 것은『세자매』와 관련된 것인데.
황철민: 개인적으로 여러 매체가 영화 속에서 같이 나오는 작업을 좋아한다. 저예산 영화라 해도 관객의 욕구는 일반 블록버스터를 보는 관객의 욕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대한 상상력이 투여가 돼야 하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야한다. 이 경우에는 예원의 방 하나가 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뛰어 넘는 연극의 공간이 되어야 했다.

김성욱: 영화에서 연극적인 부분이 들어갈 때 연극은 어떤 점에선 다른 삶에 대한 표현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진정한 삶의 영역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데.
황철민: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사회는 항상 계산을 하고 산다. 열심히 계산을 하고 살지만 삶은 결국엔 크게 발전하지 않고 추진력을 얻기도 어렵다. 그 때에 우리에게 열정과 일종의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촉매제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결국 노동자는 포기하는 존재인가."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진희의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배우라는 과거의 꿈에 매달리다가 노동현장으로 돌아가 자기가 시작한 일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찾은 것이다.

김성욱:
영화 속에서 2~3번 정도 동물원이 등장한다. 예원의 집이란 공간처럼 동물원도 특별하게 설정돼 있는데 어떻게 설정하게 된 것인지.
황철민: 예원역의 배우와 이야기를 하다 본인이 동물원에 많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원이란 인물과 배우가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고 예원이라면 우울한 원숭이를 쳐다보며 소통이 안 되는 사회 속에서 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외된 장소로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노력하게 되는 장소로 활용해 보고 싶었다.

김성욱: 이 영화는 20대의 두 여인에게 집중되어 있어 윗세대도 아랫세대도 등장하지 않는데, 동물원 수위는 유일하게 등장하는 다른 세대다. 예원과의 대화에서도 묵묵부답이던 그가 사탕을 건네는 설정은 영화의 후반부에 예원이 진희에게 사탕을 건네는 것과 연결되어 상당히 미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황철민: 윗세대 아랫세대와의 문제에서 그 사이에 필요한 것은 전통을 전달해주는 부분인데 그 안에 소통의 방법 같은 것도 포함이 될 것이다. 브레히트가 쓴 글 중에서 이런 문구가 있다. "전통이란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어떻게 빵을 써는지 알려주는 것"이란 말이다. 내가 삶을 통해 얻었던 경험을 아랫세대에게 건네준단 의미다. 구체적 질문을 했을 때 답을 줄 순 없는 말이다. 답을 준다면 돌팔이일 테고, 구체적 답은 아니지만 사탕을 주고받듯이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 어떤 식으로든 시도해보자고 하는 의미로 넣었다.

김성욱: 예원이 일하는 사무실의 옆 건물이 특이하다. 해파리 같은 것이 올라가기도 해서 동물원의 공간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간이 어딘지도 궁금하고, 그 건너편 사무실을 전제로 사무실 공간을 채택한 것인지도 궁금하다.
황철민: 그 공간은 거기에서 그 옆 건물을 보고 선택이 됐다. 진희란 인물이 부유하고 있는, 20대 초반에 인생을 설계하는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주워진 삶의 방법에 따라 대학 나와서 취직하고 결혼하고 살다가 애 낳고. 이런 관습적 삶의 방법을 답습하려는 20대 초반의 여성의 상태, 그런 상황이 해파리 같기도 해 그 건물을 선택했다. 디지털미디어 시티의 KGIT(한독대학원)라는 곳의 협조를 얻어 촬영했다.

김성욱: 예원과 진희, 두 인물의 비중면에서 진희보다는 예원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두 인물을 어떤 식으로 담아낼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황철민: 아까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한국사회에 있어서 나타난 새로운 화두가 여성노동자, 비정규직문제라 생각했는데 이 문제는 진희 같은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가 노력을 해야지 해결되는 문제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관계를 영화 속에서 그리고 싶었다. 또한 예원 같은 사무직 노동자나 진희 같이 컨베이어벨트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나 똑같이 육체적 노동을 하는 노동자라는 인식,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조금 다르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엔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1:
갑자기 노출신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속옷도 잠옷도 화려한데 예원은 겉으로 보면 그런 옷은 전혀 입을 것 같지 않은 캐릭터라 의외였다. 어떤 컨셉이었는지 궁금하다.
황철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야한 속옷을 입고 있다는 상상을 우리 관객들이 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길바닥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투쟁을 한다고 하면 사람으로 안 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에 소통이 두절돼 버리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없어져버릴 수 있다. 똑같은 인간이란 것을 우리가 받아들일 때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표방하면서 왜 노동자를 이렇게 그린 것이냐고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었다. 노동자도 여러 가지 문제와 욕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여준 것이다.

관객2: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다. 또 영어제목은 <Moscow>더라. 감독님께서 전하고자 한 메타포가 있는지 궁금하다.
황철민: 여기서 모스크바는 세자매가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고 동시에 이상이기도 하다. 그것이 첫 번째 의미였고 두 번째 의미로서는 인류가 시민혁명을 완성하고 민주주의로 평등사회를 구현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찾게 된 이상의 개념이라고도 생각했다. 사회주의가 붕괴 되면서 거기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인 느낌이 생겼지만 모스크바로 상징되는 혁명이란 개념을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은 상황 속에서 하나의 옵션으로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미에서 넣었다. 국문제목은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다보니 갖게 된 양과 목자란 개념이 잠재의식에 있던 것 같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안내하시는 분이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들어오세요"하는데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모두 양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동자 문제에서도 서로를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고 서로를 양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관객3: 처음에는 예원과 진희를 볼 때 예원은 어른스럽고 진희는 행동이 변덕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영화 끝에 가서는 서로 이미지가 반전된다. 아이와 어른의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하다.
황철민: 진희는 폭발직전의 인물이다. 그래서 농성장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살기 위해서. 말하자면 여유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짜증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자도 스트레스 받고 힘들면 짜증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이니까. 사람들이 진희가 예원에게 찾아와서 하는 추태를 보면서 진희를 미워하면서도 내가 너무 관대함이 사라진 것 아닌가 반성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는 그런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버텨낸다. 눈이 내리는 숲에서 예원은 버티기가 어렵다. 그런 생존력은 진희가 더 강하다. 매일매일 싸우며 살아가니까.


관객4: 진희가 예원이 구석에 처박아둔 꿈이 담긴 대학시절의 책을 꺼내서 책꽂이에 꽂는 장면이 있다. 그 책을 다시 책꽂이에 꽂는 것은 꿈을 다시 찾는다는 메시지가 아닐까싶었는데 감독님이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던 메시지가 있는가.
황철민: 많은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이야기되고 그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가만히 기다리지 않았으면 했다. 결국엔 자기 인생이기 때문에 부유하지 말자, 답을 찾자, 이런 이야길 해주고 싶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보면 육체적으론 젊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숙해지기도 전에 늙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꿈을 가져라, 쉽게 포기하지 말란 말이 고리타분하지만 다시 외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같다.

김성욱: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면 듣고 이 자리를 마감하겠다.
황철민: 이렇게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일은 참 어렵다. 저 나름대로는 동시대인들이 갖고 있는 근심들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만든 영화인데 어렵게 개봉됐지만 사실 많은 사람이 보진 않았다. 이런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할 문제겠지만 오늘 이렇게 와주신 분들에게는 정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정리|이정아 관객 에디터 사진|최미연 자원 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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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다] <어머니>의 태준식 감독

 
지난 17일 이른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2009년 겨울 첫 촬영이 시작된 이후 장장 3년에 걸쳐 완성된 영화 <어머니>작가를 만나다에서 미리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태일의 어머니이기에 앞서 평범한 어머니로서의 일상을 담은 <어머니>는 그렇게 故 이소선 어머니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록으로서 남게 됐다. 그 여운을 지우기에는 너무도 짧았던 시간, 영화 상영 후 태준식 감독이 전해준 속 깊은 이야기들을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한 해를 끝내는 12작가를 만나다에서 올해 돌아가신 이소선 어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 <어머니>를 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나.

태준식(영화감독): 애초에 생각했던 기획은 전에 활동했던 노동자 뉴스제작단이라는 단체에서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90년대까지는 노동운동이 최종적인 계급적 단결로 가는 확산의 시기였는데 IMF 발발 이후에는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지속됐고 그런 것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노동운동을 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소선 어머니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시간이 지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전작인 <샘터분식>을 끝내면서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를 다시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차근차근 주변에서부터 접근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김성욱: 출발점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서는 마지막 기록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촬영을 하면서도 예상치 않았던 일이었을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어떤 변화도 있었나.

태준식: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을 거라고 100% 확신을 하고 촬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간에 어머니한테 이 작품을 꼭 보여드린다라는 명확한 목표는 있었다. 어머니가 퇴원하시고 몸이 좀 좋아지셔서 많이 또 돌아다니시려 했기에 전혀 예상을 못한 상황이었는데 올해 쓰러지시게 된 거다. <어머니>를 상영한 지 몇 번 안 됐는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고 감정 조절도 잘 안 된다. 또 올해 어머니와 관계가 깊어지면서 정말 격려를 많이 해주셨고 은근히 기대도 많이 하셨다. 처음에는 어머니께서 말년에 집안에만 계시는 스스로의 모습을 다른 분들에게 보여준다는 그 자체를 저어하셨었는데 관계를 맺다 보니 이런 것도 네가 잘 할거라 믿는다는 말씀도 하시고 저도 꼭 보여드린다고 했었다. 장례를 치를 때보다 처음에 쓰러지셨을 때가 많이 힘들어서 1~2달 정도 작업을 못했었다. 원래는 연극 <엄마, 안녕>을 어머니가 보러 가시는 게 끝이었는데, 구성이나 이야기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려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김성욱: 다큐멘터리 거의 초반부에 어두운 골목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와 걸어가는 뒷모습이 나오는데, 그 처음의 느낌부터 굉장히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사람들이 어머님을 모시고 가는 거지만 또 반대로 보면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데리고 다니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러한 영화의 첫 부분을 만드신 데에는 어떤 느낌 같은 게 있으셨을 것 같다.

태준식: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창신동이라는 공간은 서울 중심부에 있지만 재개발이 덜 된 곳이다. 평화시장에서 옷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거의 창신동으로 이동을 했는데, 스팀이 나오는 골목골목마다 미싱을 하고 옷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작은 공장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공간이다. 골목이 복잡하고 아주 옛날부터 생성되어있던 곳인데 거기서 어머니가 오래 사셨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 어머니 인생은 골목길 인생이라고. 멀리 동떨어져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과 가깝게, 항상 옆에 서있던 인생을 사셨던 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약간 아이디어를 준 것도 있고, 또 우연치 않게 어머니 스케치를 하다가 걸어오시는 모습을 잡은 것도 있었다. 저도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옆에서 부축을 하며 쭉 걸어갔었는데, 개인적으로 어머니 말년을 같이 걸었다는 의미도 있겠다 싶었다.

김성욱:함께 걸었던이라는 그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처음에 병원 근처에 있는 풀이 보여지고 연극을 하시는 두 배우 부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그렇고 장례식에 있는 조화들까지, 일관적이고 반복적으로 풀이나 꽃 등이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태준식: 어머니라는 인물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라는 것도 있고, 보통의 사람들에게 각인되어온 노동운동의 이미지가 비호감이지 않나. 작업을 할 때 언제든지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의 발현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소선이라는 인물을 소개한다고 했을 때 일상적으로 많이 보여질 수 있고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어머니가 꽃과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연극 배우 분들 같은 경우도 처음 촬영 시작하는 날 마침 화단 작업을 하셔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준비를 하고 조금씩 자라고 끝이 나는, 그런 것들로 표현을 하려 했던 것 같다.

김성욱: 초반부에 어머니께서 사람들이 전태일을 두고 열사라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있었는데 페이드아웃처럼 소리가 낮아졌다. 거의 끝부분에 가니 그 장면에 이어진 얘기였을 것 같더라. “낮은 데 있고 싶다는 말은 종교나 삶에서 나오는 부분이었을 것 같은데 참 인상적이었다. 아마 감독님께서 인터뷰를 하시면서도 인상적이라서 장면 분리를 한 게 아닌가 싶었다.

태준식: 국가에서 주어지는 열사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 권위적인 느낌이 있어서 노동자들에게 열사라고 불려지는 것도 비슷하게 생각을 하셨던 거다. 원래 인터뷰에선 그 사람의 뜻은 여전히 살아남아있고 같이 싸우는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차라리 동지라고 부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뒤의 말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처리를 한 거다. 물론 이소선이라는 사람을 둘러 싸고 있었던 전태일의 어머니라는 원형 같은 게 있기는 하지만 어머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은 촬영을 하면 할수록 많이 느꼈다. 항상 농담도 잘하시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낮은 자세, 겸양의 자세를 가지고 계셨다. 존경스러운 것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요 몇 년간 딸 아이 빼놓고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김성욱: 최근에 <오월愛>에서도 시와 씨의 음악이 들어갔었는데, 제가 근래 본 다큐멘터리 중에 가장 노래가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 노래가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 작품을 만들어 갈 때부터 생각을 하신 건지, 아니면 나중에 편집을 하면서 가사가 있는 노래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건지 궁금하다.

태준식: 음악을 많이 좋아한다. 음악에서 생각도 많이 떠오르고 작업에서 톤을 잡거나 할 때도 음악에 의지하는 측면들이 많다. 이번에도 당연히 음악은 들어간다라는 생각을 했고, BGM이 아닌 가사가 있는 음악을 생각했던 것은 일정 부분 이아립 씨의 음악을 듣고 생각을 했던 거다. 허스키하고 전반적으로 낮은 어머니 목소리 톤과 다른 목소리가 좋았고, 이아립 씨가 만든 음악들의 가사도 이러저러하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게끔 굉장히 부드러운 톤을 가지고 있어서 BGM의 역할로 끝나는 게 아니라 브릿지씬의 의미로 쓰자는 생각이 좀 있었다. 전반적으로 영화에 설명이 별로 없지 않나. 인물도 한 명, 공간도 한정적이라 톤을 잡을 때 가사가 있는 노래를 써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김성욱: 완벽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거꾸로 흘러 2009년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형태다. 물론 중간에 2011년 일들도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다 찍고 구성을 할 때 영화 <박하사탕>처럼 과거로 단락씩 넘어갔던 것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

태준식: 이런 구성은 어머니가 쓰러지시기 전에 이미 결정이 된 부분이다. 연극 라인은 정석대로 시간 순으로 가고, 어머니의 시간은 거꾸로 돌려서 나중에 만나고 푸는 식으로 하자고 결정을 했던 것 같다. 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인물을 소개하는 데에 있어서 그 인물을 전제하고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인물 자체를 바라보고 난 다음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라고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또 제가 이소선이라는 인물을 처음 봤었을 때는 항상 노동운동 집회에 같이 다니고 싸움이 붙으면 앞에 나가시면서 똑바로 안 한다고 소리지르거나 혼내는 모습들이어서, 그런 이미지들을 찍고 싶었던 것도 있었는데 처음 촬영을 갔었을 때는 현실적으로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작품 안에서 그런 모습을 좀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에는 돌아가셨고, 지금 현재 상태로 얘기하자면 다시 살리고 싶다는 생각의 반영이 아니었을까 한다. 보시는 분들이 전태일과 이소선을 잘 아는 분들이라면 , 이소선이라는 분이 옛날에 정말 저랬었지하는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잘 모르는 분들이 보시기에도 보통의 어머니나 할머니한테도 다 이야기가 있구나, 그러나 이 사람에게는 약간 특별한 이런 이야기가 있구나 라는 것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김성욱: 연극 <엄마, 안녕> 같은 경우는 대만인이 연출을 했고, 중간에는 와다 하루키라는 일본인 교수가 와서 인터뷰를 한다. 연극 연출을 대만인이 맡은 게 좀 특별했다. 물론 그 시기 안에 그런 연극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싶은데, 연극은 어떻게 기획이 되고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궁금하다.

태준식: 배우 부부인 백대현, 홍승이 씨는 부산의 일터라는 극단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다가 따로 나왔고 결혼을 해서 주로 2인극을 많이 했던 분들이다. <엄마, 안녕> 전에 했던 편법 대출에 관한 연극 <빛이 아늑한 방>의 연출가는 이스라엘 분이었는데 그 연출가가 잘 알려진 분이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다가 대만에서 공연을 했고, 그때 처음 만난 왕모림 선생님이 굉장히 감동을 해서 두 배우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의 관계가 만들어진 거다. 그러다 작년 전태일 열사 추모 40주년에 맞춰 두 분이 전태일과 이소선에 관련된 연극을 한 번 해보자라고 했을 때 연출자를 고민하다가 대본 쓴 것을 왕모림 선생님께 보내어 제안을 했고 그분이 어머니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해서 연극이 시작된 거다.


김성욱: 촬영 과정에서는 일정 시간마다 방문을 한 건가.

태준식: 초반에는 카메라를 들고 바로 간 것은 아니었다.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소개를 하고 심부름도 하고 고스톱도 치면서 가끔씩 갔었다. 당연하겠지만 방안에서만 있는 게 뭐가 좋으냐고 처음엔 많이 저어하셨었는데 그렇다고 쫓아내진 않으셨다. 올해 여름부터는 필요한 화면들이 어떤 것들인지 구성도 정리가 되고 연극도 일정 부분 끝이 나서 생각을 해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자주 갔지만 카메라를 들고 간 일은 별로 없었다. 그냥 가서 밥 같이 먹고 이야기 나누고 태삼이 형님이 심부름 시키면 갔다 오고 하는 식의 관계를 맺었다. 원래는 어머니 쓰러지시기 전에 촬영 하나가 남아있어서 다음주에 가겠습니다라고 말을 했었는데 그 다음주 첫째 날 월요일에 쓰러지신 거다. 그래서 처음에 쓰러지셨을 때 자책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툭하면 가서 인터뷰 해달라고 하고 옛날 생각나게 하고, 그런 자책이 있었다. 이 작품을 위한 촬영이 없었으면 그래도 좀 더 사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김성욱: 어쨌든 사람을 찍는다는 것은 그 뒷면에서 무조건 지켜보는 것이지 않나. 여기서는 전개되는 것 안에 감독님 본인이 들어가는 장면들이 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부딪히는 문제일 것 같은데, 특히나 이소선 어머니를 촬영할 때는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태준식: 어머니와 카메라와의 관계를 어머니가 만나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라는 것을 좀 표현하고 싶었다. 저도 똑같이 이소선이라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런 관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자는 생각이 애초부터 있었다. 제가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어떤 권위 같은 것을 처음부터 포기한 측면도 있지만 또 어머니 성향자체가 그런 걸 인정하시는 분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노동운동과 관련된 다큐를 주로 했었는데, 그 동안은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줘야 돼 라는 생각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애초부터 그런 생각이 좀 없어서 저한테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어쨌든 긴 시간 속에서 관계를 맞고 화면 속에서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김성욱: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내용이 전태일의 어머니라는 특정하고 고유한 인물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좋았는데, 사실 고유인명으로서 이소선이라고 했을 때는 그 분의 삶의 매력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좀 하셨을 것 같다.

태준식: 원래는 부차적으로 어머니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예 과감히 포기를 했다. 굉장히 큰 인물인데 너무 설명이 없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지적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은 건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건 아니라는 거다. 한 때의 그 인물이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라고 갔으면 하는 거였다. 한 두 줄이긴 하지만 어쨌든 전태일이라는 인물은 교과서에도 있기 때문에 전태일의 엄마라는 기본적인 정보만 있다면 충분히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본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충분히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작년이 전태일 열사 추모 40주년이기도 했고 이명박 정권 이후 노동의 문제가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늘어났다. 그런 부분에 있어 이전 작업들처럼 성급하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편으로는 했었던 것 같다. 그냥 어머니의 힘을 믿고 가자, 어머니가 보여주는 모습이 분명 힘이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어서 포기한 이유도 많았다.

관객1: 엄청난 정신적 충격이 있었을 텐데 세월이 지난 뒤의 모습에서 유머라든지 위트 같은 게 많이 보여져서 좋았다. 저도 젊어서 전태일의 죽음은 텍스트나 기록으로만 접했기 때문에 솔직히 공감한다기보다는 교육을 받은 세대다. 교육받기 이전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고 또 그것을 해학으로 풀어낸 점이 참 좋았다.

태준식: 항상 단순한 사실을 꿰뚫는 것에서 시작하면 듣는 사람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하게 얘기하지 않고 단순하게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워낙 재미있기도 했고, 굳이 어머니가 웃기는 장면을 넣으려 했던 게 아니라 워낙 많은 장면에서 선택을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반영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관객2: 작업을 하다 보면 다큐멘터리 작가로서의 윤리라고 해야 하나, 개입이냐 아니냐 연출이냐 아니냐의 정의에 대한 작가님의 기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태준식: 작가의 개입과 관련된 것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오래고도 별 영양가 없는 논쟁일 텐데, 저는 당연히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의 연출, 개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그것이 작품의 전반적인 스타일이나 기획 의도, 의미,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감정들에 따라 정도의 수준은 있을 것이다.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등 형식적인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용인이 되어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말의 순서를 바꿔서 원래 의도했던 의미가 아닌 다른 것으로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윤리로써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것이다. 넓게 보여질 필요가 있는 동시에 다큐멘터리스트가 관계의 진정성에 기반하여 그것을 흐리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을 하고자 한다면 많이 용인되어야 한다고 보고 그것을 넘어가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이다.

 


김성욱: 예전에 다르덴 형제가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작업을 전환할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현실에 더 개입하기 위해 픽션을 시작했다.”는 것인데,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현실을 계속 담아내면서 답답함이나 막막함 같은 정신적인 후유증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그래서 어떨 때는 픽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태준식: 다큐멘터리스트는 특히 독립 다큐의 역사 속에서 봤을 때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사람 만나는 걸 더 좋아하는 게 많은 것 같다. 이야기 창작에 대한 욕구도 분명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람들이나 사건과 관련된 나의 발언,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던 메시지들을 사람들과 빨리 소통시키는 것, 기저에 있는 소통의 중요한 도구로서 기능했었던 것이 다큐멘터리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좋아했던 사람들이 동료들의 성향이 아닌가 싶다. 사실 다큐멘터리는 삶을 찍는 거라 오히려 작업이 끝나고가 더 힘들다. 그래도 삶은 지속되지 않나. 사람 관계가 단박에 끝나지는 것도 아니고 관계를 계속 형성해야 하고, 그러면서 작품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서 힘든 측면들이 있는데 촬영을 하고 만드는 게 행복하고 좋아서 버티고 작업을 하는 것 같다.

김성욱: 중간에 딱 한 컷으로 그날 하루나 일주일에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적어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머니 삶의 단편 안에 잠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년에 이 다큐멘터리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하는데, 마지막으로 상영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태준식: 일단 내년 봄에 개봉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라. 사실 어머니의 거대한 의미를 소통한다기보단 한 사람의 죽음까지 보면서 기성세대나 주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요즘 젊은 분들 사이에서 멘토가 유행인데,어머니는 온몸으로, 삶으로 보여주셨던 분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며 주변 분들과 얘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개봉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다른 형식으로 상영 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니 많이 신청해주시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어머니라는 인물이 이 작품을 통해 많이 기억되었으면 한다. 어떤 분이 어머니는 이미 클래식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이 이소선이라는 사람을 가지고 다른 영화를 만들거나 글을 쓰는 등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작업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정리
장미경(관객 에디터) 사진 주원탁(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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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다] <환호성>의 정재훈 감독

지난 11월 26일 진행된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장편 데뷔작 <호수길>로 주목받은 정재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환호성>을 함께 보고 상영 후에 정재훈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가 첫 선을 보였던 올해 CINDI영화제에서의 반응이 호평과 혹평의 극단을 오갔기에 더욱 흥미롭고 농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그 현장을 여기에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정재훈(영화감독): 어렸을 때부터 안 친구고, 지금은 연극학과를 다니고 있다. 배우로 쓰고 싶어서 오랜 시간 설득해서 출연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겨울에만 여름에만 찍으려고 했었고, 마침 그 친구도 방학 동안만 찍을 수 있어서 잘 맞았다.

김성욱: 친구를 먼저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에 대한 구상안에 친구를 위치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정재훈: 이 영화를 처음 생각할 때는 사람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사람이 일하는 장면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점, 그 사람이 젊고 잘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김성욱: 영화의 타이틀을 ‘노동하는 인간’이라고 잡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이나 당구장에서 일하는 장면들이 찍혀지는 방식은 알겠는데, 집 안 내부를 찍는 장면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를 두고 바깥에서 무언가를 본다는 시선이 느껴지는데, 집안 내부에서는 다른 방식의 카메라가 그 사람과 같이 있다는 느낌이 있다. 촬영을 할 때 다른 컨셉으로 생각했던 것인가.
정재훈: 아예 나눠서 생각했던 건 아니었고, 서로 이상하게 섞여 있는 방식들을 생각했다. 산에서의 시점도 사실 인물의 시점과 완전히 나눠지지 않는다. 집 안으로 들어갈 때도 약간 떨어져있는 물체지만 들어왔다 나갔다 할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하고 쇼트들을 구성했다. 노동할 때도 떨어져서 보기도 하고, 쌓아올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김성욱:
어떤 장면을 볼 때 이건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보고 있는가, 즉 누가 보는가라는 문제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위치에 대한 질문들이 존재할 수 있다. 공장에서의 장면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어떤 사람의 시점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 안에서 잠을 잘 때의 시선은 그 누군가의 시선이라고 하기 어렵고, 그 사람 주변에 카메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납득하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사람을 보여주는 장면 중 집 안 내부와 바깥에서의 장면이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장에서의 상당수는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집 내부에서는 사물들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해 있다.
정재훈: 정수기는 소리가 사람들이 내는 소리와 비슷해서 위치시켰고, 국그릇은 따뜻하고 맛있어 보여서 찍었다. 이 영화의 힘이나 기운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스산하거나 뜨거운 느낌, 번쩍거리는 것 같은 것들을 진폭을 주면서 만들고 싶었다.

김성욱: 노동하는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소셜한 관계 안에 위치된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을 둘러싼 소셜한 관계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도리어 통상적인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다룬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재훈: 아직 소셜한 건 찍고 싶지 않았고, 한 명만 줄곧 나오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덩어리자체가 압도적이고, 그 힘이 계속 느껴질 정도로. 살덩어리처럼 사람을 다루고 싶었던 것도 있다.

김성욱:
자연을 보여주는 것과 남자를 보여주는 것 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풍경과 인물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차이를 느끼는 편인가.
정재훈: 이 영화를 찍을 때는 크게 차이는 못 느꼈다. 분명히 극인데 완전히 날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게 재밌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산 장면은 거의 인물의 시점과 그리 다르지 않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깊숙하게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시간을 쌓아가는 게 목표였다. 그것이 뭘 찍는 것이건 간에.

김성욱: 촬영분량도 궁금하다. 전체 촬영 분량에서 누락된 게 많은 편인가.
정재훈: 테이프를 50개정도 찍었다. 그 중 무엇을 쓰고 무엇을 뺄 건인가는 그냥 감인 것 같다. 연출된 상황이나 선택된 상황은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편집에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일하는 장면을 많이 찍어서, 그 부분에서 많이 빠진 것 같다.

김성욱: 영화에는 자연과 인간이 있고, 논휴먼한 것도 있다. 굉장히 기계적인 사운드나 실험적인 영상처럼 표현되어 있는, 자연도 인간도 아닌 제3의 영역이 존재한다. 영화를 구성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었나.
정재훈: 대부분 소리를 많이 따른 것 같다. 보이는 그대로의 기운이나 거기서 들려오는 소리를 선택을 한 것이다. 영화를 찍기 시작하기 전부터 대사는 배재했고, 이 영화 속의 소리들이 대사인 것 같다. 전체적인 구상을 할 때, 잘 때 나는 꼬르륵 소리, 신나서 자기도 모르게 내는 소리, 사람의 몸뚱어리, 공간적으로는 산의 어떤 곳, 밝은 단어를 고르고 싶어서 생각한 ‘환호성’이라는 제목, 거기에 번쩍거리는 것이 계속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무는 과정을 거쳤다.

관객1: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다. 장면 중에서는 밥솥이나 현금인출기 소리처럼 사람의 목소리가 녹음된 기계음에서 유일하게 자막이 나왔던 것과 낮과 밤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필립 그랑드리외의 <솜브르>라는 영화가 많이 생각이 났다.
정재훈: 그냥 같이 느끼면 되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 속의 시간을 같이 체감하는 건데, 이 영화 속의 시간이 기운을 내려고 애쓰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800미터를 뛰면 많이 힘이 드는데, 왠지 기를 쓰고 더 뛰게 되는 무엇이 있다. <환호성>은 너무 힘이 드는데 악을 쓰면서 더 기운을 내려고 하는 그런 영화다. 진폭이 커서 시종일관 번쩍거리는 영화인데, 그게 이 영화의 전부이자 중심인 것 같다. <솜브르>라는 못 봤지만, 그 분의 영화는 영화를 만들고나서 <새로운 삶>을 재밌게 봤다. 영화는 가리지 않고 다 보는 편이지만, 만들 때는 일종의 기본 같은 것을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

관객2: 영화 보면서 ‘환호성’이라는 제목이 역설적이라고 느꼈다. 영화는 기쁨이나 행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명력과 같은 것을 ‘환호성’이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최선의 상태에서의 조합이었는지, 만드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타협한 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재훈: 그런 것은 없고, 모두 애초의 선택된 결과물들의 조합이었다.

김성욱:
어떻게 해서 영화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정재훈: 2004년부터 작업을 했는데, <호수길>이 개인적으로는 ‘0’같은 영화이고, <환호성>은 ‘1’정도 될 것 같은데 이런 과정을 계속해 나가면서 저의 기준, 기본형을 찾고 싶은 면이 있다. 촬영을 직접 하지 않는 방식의 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성욱: 영화 후반부에 빈집 같은 공간이 보인다. 주변의 자연풍경도 같이 보이면서 내부에 들어가기도 한다. 집을 제외하고 다른 공간 안의 내부를 보여주는 것은 그 장면이 유일할 것 같은데, 그 공간은 풍경을 찍다가 발견한 건가.
정재훈: 양평까지 가서 찾은 공간이다. 버려진 공간이었고, 약간 생뚱 맞는 공간인 점이 좋았다. 영화에서 계속 들어가다가 그런 공간을 발견하고 안착하는 느낌,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선물 혹은 보물 같은 것이 있다는 느낌을 생각했다.

김성욱: 본인이 직접 촬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극영화에 비해 사전 작업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단계의 작업들은 어떻게 준비하나.
정재훈: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몸에 새기는 작업 같은 것이다. 메모를 많이 하고 배우와 공유하지는 않았다.

김성욱: 현실적으로 한국영화 혹은 독립영화의 영역 안에서 보더라도 이런 종류의 영화는 굉장히 마이너한 위치를 갖게 되는 면이 있다. 영화제가 있긴 하지만 소개되는 기회 안에서도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된다. 관객과 만나는 과정 안에서 영화 작업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정재훈: 특별히 ‘독립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모르는 거라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되지 않나 싶다.

김성욱: 최근에 페드로 코스타의 영화를 다시 보면서 들었던 부분적인 느낌들이 이 영화와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주어진 설계가 없고, 그래서 훨씬 더 급진적이거나 유기적인 면들도 포함되어져 있다. 누군가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제로의 영화’라고 표현하면서, 영도점으로 이미지를 끌어가는 영화로 얘기한다. <환호성>을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따뜻함, 용기를 다시 내는 것, 끝 지점까지 가서 다시 올라오는 것에 대한 느낌들을 받았다. 앞으로의 작업이나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정재훈: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예쁜 연인이 등장하는 영화다. 등장 인물은 많은데 연인이 중심이고 다정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정리 장지혜(관객 에디터) |사진 주원탁(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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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다] '만추'의 김태용 감독

10월의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가족의 탄생>의 피 한 방울 나누지 않는 가족처럼 ‘따로 또 같이'의 가치, 전혀 타인끼리 마음을 여는 감정에 주목하는 김태용 감독의 최근작 <만추>(2010)를 함께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특히 이번 관객과의 대화에는 <페스티발>의 이해영 감독과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패널로 참여, 김태용 감독의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현장을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이 영화를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다루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먼저 영화에 대한 느낌들을 간단히 듣고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김태용(영화감독):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아하는 동료 감독들과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만추>를 상영한다고 했을 때, 이 영화를 가을에 보면 참 좋겠다, 혼자만의 어떤 생각들을 가지기에 좋은 시간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이 참석한 분들을 보고 나니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고, 오늘은 술을 먹어야할 것 같다. (웃음)
이해영(영화감독): 이 영화를 오늘 세 번째로 봤다. 두 번째 볼 때까지는 좋은 영화인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뭔가 가슴이 저릿한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여기서 보면서 가슴이 저릿하고 멜로적으로 감동을 받았다. <가족의 탄생>을 굉장히 좋아해서, 감독으로 살면서 저런 영화를 한편 정도 만들면 여한이 없겠다 생각할 정도인데, 오늘 <만추>를 다시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감독으로서 축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영주(영화감독):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탕웨이보다 현빈씨가 눈에 띄었었다. 통속적일 수 있는 연기를 통속적이지 않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전반부를 정말 좋아한다.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감성을 전달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특히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는 처음에 탕웨이가 버스를 타고 올 때 길이 보이는 듯하다가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카메라가 팬하면 탕웨이의 얼굴이 보이고, 그렇게 이어지는 감정들이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만추>의 김우형 촬영감독이 최근에 <고지전>를 촬영했는데, 화면의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 전투 장면을 넓게 잡아서 옆으로 쭉 따라가는 그 사이즈는 그야말로 결정적인 사이즈 같은 느낌이 있다. <만추>에서도 마찬가지로 보통 촬영을 할 때 배우의 섬세한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명백한 화면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어느 순간 기다리면서 바라볼 줄 아는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경미(영화감독):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탕웨이와 현빈이 마지막에 버스를 타고 달리는데, 안개가 가득한 풍경을 원경으로 찍고 둘이 주고받는 대화가 목소리로만 들리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다. 내가 왜 여기서 눈물이 나는지, 도대체 언제부터 나의 감정이 쌓였던 것인지 질문하게 되면서 영화를 더듬어가며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 힘이 있다. 대개의 영화에선 감동을 주기 위해 힘을 주는 포인트가 있기 마련인데, 김태용 감독님의 영화는 그런 것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어느 순간 툭 터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변영주:
편집을 할 때 감독으로서 가장 고민하게 되는 것은 ‘이 쇼트를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이다. 어디까지 보여줘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감정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데, 한편으로는 <만추>에서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너무 견고하게 쌓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용: 말씀하신 것처럼 감독은 사실 단순하게 쇼트 하나를 고민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어디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도 있지만,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어디까지가 이 쇼트의 운명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만추>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쇼트가 더 이상 이야기를 가지고 가야하는 의무감이 없어진 상태로 남겨진 그 순간에 대한 매혹이었다. 죽은 시간을 다루는 쇼트들에 대한 고집이나 집착이 생겼던 것 같다. <만추>가 말과 말의 행간처럼, 쇼트가 필요 이상으로 긴 지점들이 있는데, 어떤 의무감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 쇼트 때문에 생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것 때문에 어떤 분들은 이 영화가 약간 지루하거나 과잉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것 때문에 내가 감정을 가져야하는 지점을 지나서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 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성욱: 김태용 감독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확실한 두 남녀의 헤어짐의 슬픔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아직 제대로 된 감정을 모로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을 갖게 되는 영화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영화가 피부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피부, 피부적인 접촉, 만남, 그 안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조금씩 피어오른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 감정이 피어오르는 상태에 도달하고 영화는 끝나는데, 바로 그 지점까지를 영화가 충실히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탕웨이가 모텔에서 금이 가 있는 문에 부딪혀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마치 자기 몸에 뭔가 부딪혔을 때의 통증이라는 감각을 떠올리게 되는 듯하다. 어떤 사람과 새롭게 만났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문에 금이 가고 깨져있는 그 상태와 굉장히 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사물들을 통해서 접촉, 만남, 감정을 이끌어간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굉장히 피부적인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일반적인 영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할 수도 있고, 애매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경미: 감독과 영화가 닮아 있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분이 있다. 김태용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왜 항상 마음이 흔들릴까를 생각해보면, 감독님이 영화 안에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실제로 감독님과 얘기 나눌 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근조근 얘기하시는데 어느 순간 슥 빨려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한 가지 질문은, 두 남녀가 모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감정적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감독님이 어디까지 디렉션을 주셨던 건지 궁금하다.
김태용: 그 장면은 리허설을 많이 했다. 워낙 공간이 좁고, 그런 씬은 액션 씬과 비슷해서 합을 맞추고 거기에 맞춰 카메라가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감정대로 움직일 수 있는 씬이 되기는 어려웠다. 결과물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해야 하는 씬이었다. 이 영화는 하나의 질문을 숙제처럼 가지고 찍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식의 호감을 갖게 되는 때, 그것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이 유혹이든, 연민이나 열망, 욕정, 혹은 사랑이든 뭐든 간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어떤 순간은 과연 어떤 것일까. 흔히 사랑 이야기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확실한데, 그 사랑을 막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믿기지가 않았다. 사랑한다는 감정 자체를 믿는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전제를 두고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에 약간의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만추>는 사랑이 없는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방 안에서 물리적으로 부딪히고 하는 것도, 서로 좋아해서가 아니라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나의 마음보다 몸이 먼저 가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닫은 사람이 움직이는 데에 힘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모텔 안에서도 둘은 그 안에서 어떠한 분명한 감정도 없다. 분명한 감정 없이 몸을 움직여서 하게 되는 상황으로 연출을 하게 된 것 같다.

이해영:
보통 남성감독이 만든 멜로영화를 보면, 그 감독이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절절히 느껴진다. 그런데 <만추>에서는 특이하게도 김태용 감독이 탕웨이의 입장에서 현빈을 그리워하고 동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웃음) 영화의 모든 사연과 아픔은 모두 탕웨이에게 있는 반면, 현빈에게는 긴장감은 전혀 주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탕웨이는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를 매 순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현빈은 자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너무나 잘 알아서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연기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만추>에서의 현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김태용: 정확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실제로 탕웨이와는 너무 편하고 친구 같았다. 탕웨이와는 애나라는 캐릭터의 디테일한 모든 움직임을 시연 하면서 같이 캐릭터를 만들어갔는데, 현빈의 캐릭터에 대해선 디테일한 디렉션을 거의 주지 못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영화를 찍을 때 내가 현빈이 되어서 탕웨이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마음을 열 생각도 없고, 욕망도 없데 갑자기 누군가 내 인생에 푹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었다.

관객1:
데뷔작으로 공포영화인 <여고괴담2>을 만드셨는데, 어떻게 <만추> 같은 영화를 만드시게 됐는지, 그리고 특별히 시애틀을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김태용: <여고괴담2>도 사실 사랑 영화다. 영화를 만들 때, 장르적인 것보다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이 둘은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이 공포든 다른 무엇이든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시애틀은 일 년에 55일 정도만 해가 뜰 정도로 워낙 흐린 날씨다. 가을, 겨울에는 자살률도 높고, 약간 신비로울 정도로 안개와 비로 항상 축축해 있다. <만추>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 때, 가을이란 것을 기후의 느낌과 공간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에서 담아내고 싶었고, 그런 이유로 시애틀을 선택하게 되었다.

관객2: 영화의 일관된 톤을 잡아내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다. 컨셉 조율하는 과정이나 헌팅하실 때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
김태용: <만추>는 영화적인 무드가 중요한 영화이다. 무드를 만드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촬영과 미술이 있는데, 영화의 룩과 관련된 부분은 사실 김우형 촬영감독과 류성희 미술감독 이 두 분이 다 하셨다. 워낙 잘 하셔서 연출자로서는 배우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었고, 많은 힘이 됐다. 두 분이 기본적이 준비를 처음부터 같이 해줬고, 두 배우는 현장에 미리 와서 두 달 동안 같이 리허설을 했다. 사전에 준비하고, 얘기했던 촬영감독과 미술감독, 배우들이 있어서 짦은 촬영 기간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관객3: 포크 장면에 대해 궁금하다. 아마도 애나가 훈이 자기를 위해서 싸웠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가 첫사랑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게 하는 데에 그 장면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는 사실 애나의 삶에 많은 책임이 있을 수 있는 인물인데도, 미안하다고 말한 뒤 무언가 더 덧붙이지 않고 장면이 끝난다.
김태용: 그 장면의 리허설을 하면서 감을 도저히 못 잡았었다. 너무 웃겨서도 안 되고, 너무 슬퍼서도 안 되는 어떤 지점, 웃다가 갑자기 ‘어, 이게 뭐야’ 이런 느낌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 때는 감정이 과해서 애나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슬픔이 너무 확 오고, 어떤 때는 너무 가볍게 가다보니 애니가 울 때까지도 우리의 웃음기가 아직 남아있게 되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원하는 만큼,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으로 나온 것 같다.


관객4: 영화가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몽환적인 느낌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안개의 역할이 궁금하다.
김태용: 안개는 이 영화의 제일 중요한 요소다. 가만히 보면 <만추>는 정말 단순하고, 어떤 것도 숨기는 것 없이 툭툭 가는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안개가 걷히고 나면 다른 게 보일 수도 있는데, <만추>는 안개를 깔고 봐야만 하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안개를 걷고 보려고 하면, 오히려 이 영화를 제대로 못 본다고 생각한다. <만추>의 안개는 단지 미장센의 역할 이상으로 이 영화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제일 큰 요소인 것이다.

정리: 장지혜(관객에디터) 사진: 주원탁(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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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작가를 만나다 -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지난 2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작가를 만나다’ 프로그램으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불멸의 걸작,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상영하고, 상영 후에 장준환 감독이 직접 참석하여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 자리는 유수 영화제와 평단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쓴 맛을 보아야 했지만 여전히 영화적 힘을 갖고 있는 <지구를 지켜라>에 관한 못다 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장준환 감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기자):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지구를 지켜라>가 2000년대 한국영화 중 크게 흥행하진 못했지만,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컬트영화가 아닌가 싶다. 병구는 지구를 지키느라 애썼는데 우리는 이 영화를 지키지 못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그 어떤 장르도 아닐 뿐 더러, 병구의 개인사로 시작해 인류의 역사로까지 나가는 영화였기 때문에. 너무 슬퍼 울었던 기억도 난다. 처음엔 단지 개인적인 복수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지구를 폭파시키는 장면으로 까지 나아가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마케팅이나 홍보 방식에 있어 좀 더 다른 방향으로 했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감독님은 처음에 어떻게 이 영화에 접근했었는지 궁금하다.
장준환(영화감독): 영화를 보시고 영화 마니아가 만든 게 아닐까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자라오면서 봐왔던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시나리오에 녹아든 것 같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주성철: 유인원 연기를 신하균 씨가 직접 하셨다고 들었다.
장준환: 그 땐 왜 그랬는지 고집을 피웠다. 병구와 유인원의 눈빛이 연결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하균 씨가 꼭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웃음) 태안반도의 해수욕장에 암석이 많은 곳이 있는데 거기서 마지막 촬영을 했다. 찍고 보니까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정말 비슷하더라. 전엔 그렇게 까지 비슷할 줄은 몰랐었는데 말이다.

주성철:
백윤식 씨의 출세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장준환: 사실 그때만 해도 배우들이 영화와 텔레비전의 활동 구분이 많았는데 백윤식 씨는 삼십 몇 년간 텔레비전 활동만 거의 하셨다. 백 선생님이 맛깔스럽게 연기하시는 부분들이 좋아서 백 선생님께 배역을 드리기로 마음먹었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옷도 거의 못입고. (웃음) 근데 데뷔작이라 열의가 너무 많아서 일부러 제가 고생시키는 줄 아시고 사실 초반엔 오해도 좀 있었다. 머리를 면도하는 것도 그렇고, 많이 괴롭혀드렸는데, 너무나 열심히 하시고 끝날 때는 영화적으로 친구가 되었다.

주성철: <지구를 지켜라>는 얼마 만에 다시 보시는지?
장준환: 저도 극장에서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오늘 보니까 영화의 강도가 최근의 <악마를 보았다>라든지 <아저씨>같은 영화들 못지않은 것 같다. 인육을 개한테 먹이는 장면도 있는데 <지구를 지켜라>에선 안 잘리고 들어가 있다. 강도 높은 장면들 중 고심 끝에 뺀 장면들도 있다.
주성철: 그 당시에는 연쇄살인마의 공간 같은 것을 이렇게 미술적으로 표현한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 오히려 지금 다시 보니 놀랍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관객1: 캐스팅하실 때 배우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장준환: 신하균 씨 같은 경우는 꼭 같이 하고 싶었다. 신하균 씨의 취향이 이런 류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 것 같다. 작업하면서 신하균 씨는 완전 영화에 빠져있었고, 결과도 너무 흡족하다. 백선생님은 당시 시나리오를 받고 하루는 하고 싶다가도 하루는 너무 힘들 것 같아 망설이고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드님이 특이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추천을 해서 결국은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그리고 목화라는 극단에 박희순 씨와 친구여서 자주 가서 공연을 봤는데, 황정민 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 친구는 꼭 한번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순이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남자가 가지는 ‘대지와도 같은 구원의 여인’이라는 판타지가 들어가 있다.

관객2:
2003년 봄에 개봉 당시 함께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대부분 코미디영화라고 생각했다. 호러도 나오고 SF도 나오고 해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장준환: 당시 조폭 코미디를 비롯해서 코미디 영화가 대세였다. 마케팅팀에서도 이 영화를 보고 어디에 맞춰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코미디가 대세니까 그렇게 밀고가자고 했던 것 같다.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그건 사실 영화에 대해 거짓말을 한 거였다. 한 부분만을 뽑아서 그게 전부인 것처럼 설명한 셈이니까 말이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 영화가 실패의 한 사례로 계속 회자되기도 했다. (웃음)

관객3: <지구를 지켜라>가 영상적으로도 뛰어나지만 스토리가 굉장히 독특한데, 어떻게 구상하시게 되었는지? 그리고 처음에는 병구라는 인물의 복수극으로 착각했다가 결국 모든 게 진실인 것으로 가는데,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인지?
장준환: <미저리>란 영화를 너무 재밌게, 손을 땀을 쥐며 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결국에 미저리가 처참하게 죽게 되는데, 가슴에 뭔가 남게 되었다. 영화에서 케시 베이츠는 악녀, 미친 사람으로만 표현되어있다. 그 사람이 그 정도까지 갔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슬픔이나 어떤 고통이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고 끝나버리는 부분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간다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지구가 폭파되고 병구의 다큐멘터리 같은 일상사가 보여진다는 것은 이 영화의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분명히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 어려웠던 것은 관객들과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관객4: 감독님 팬으로서 차기작이 기대된다. 요즘의 큰 관심사는 무엇인지?
장준환: 오랜만에 필름 작업한 게 있다. 부산프로젝트라고 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획한 영화다. 한국, 태국, 일본의 세 감독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드는 사랑이야기다. 올 겨울에 만들었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된다. 제목은 <러브 포 세일>이라는 SF다. 머릿속의 사랑의 기억을 사람들에게 팔게 되면서 그것이 상품이 되고 밀거래가 되기도 한다. 최근의 관심사는 제 다음 작품은 뭘까이다. (웃음) 사실 솔직히 요즘 ‘나는 왜 하고 싶은 얘기가 없지’ 이런 생각이 든다. 뭔가 나를 막 끌어 오르게 하는 그런 게 안 생기는 게 요즘의 고민이다.

관객5:
영화를 보면서 설마 했던 일들이 진짜 진행되어 놀라웠다. 일종의 자신감의 표출이었을 것 같고, 사람들이 이래서 천재감독님이라는 얘기를 하나보다 싶었다.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에게 제일 망설여졌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장준환: 제일 망설여졌던 부분은 마지막에 지구를 폭파하는 장면이었다. 여러 가지 필터가 자꾸 걸리면서 이렇게 까지 하려면 내가 이 영화에 진실한 감정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안에 웃음도 많고 패러디도 많지만 이 영화를 장난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진심을 가지고 마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상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어떤 메시지를 담았다기보다는 제게는 이 영화가 어떤 물음표다.

주성철: 병구의 노트는 직접 다 만드신건지?
장준환: 제가 한 부분도 있고, 미술팀이 한 것 도 있다. 그 작업도 해보니까 상당히 쉽지 않더라. 병구의 마음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나름대로 즐거운 작업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 노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관객6: 감독님 영화엔 판타지의 경향이 많은데, 원래 판타지 문학도 좋아하는지?
장준환: 사실은 책도 많이 안 읽는다. 우연히 보다가 재밌는 거 같으면 좀 읽고 하는 식인데, 아이작 아시모프 단편 같은 걸 굉장히 재밌게 봤다. 인류사 같은 종류의 책들을 관심 있게 본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어렸을 때부터 과학 잡지들을 좋아하고 재밌게 보곤 했다. 지금도 인터넷 뉴스를 보면 과학 기사들을 재밌게 보기도 한다. 텔레비전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관객7: 지구를 폭파하고 난 이후에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왕자는 지구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저지르는 포악한 짓에 병구는 저항을 하는데, 왜 병구의 그런 저항을 보면서도 희망이 없다고 하는지 궁금하다.
장준환: 영화상에서 설명되는 것으로는 고통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유전자 결합구조가 느슨해지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실험대상으로 쓰게 되고, 그 유전자 구조가 바뀔 수 있으면 성공이니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찾았던 거다. 괴롭힘을 일부러 주기도 했었다는 부분도 있다. 이란의 사람들이 치타들을 관리하듯 관리하다가, 병구에게 납치 되는 것을 계기로 인간의 마음이 되어서 느끼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병구의 일기를 보면서 울부짖는 장면이 있습니다. 관리직으로서 실험대상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희망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식으로 감성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성철: 마지막으로 못 다한 말씀이 있다면 해달라.
장준환: 더운데 많이들 오셔서 이 오래된 영화를 봐주시고, 질문도 해주셔서 실은 저한텐 좋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즐거운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할 이야기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제 안에서 이제는 조금 시동이 걸리는 것 같다. 다시 좋은 영화로 찾아뵐 수 있기를, 무지개 너머 어디에 더 재밌고 아름다운 영화가 있기를 바란다. (정리: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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