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좌담

에디터로서의 역할과 관객으로서의 역할


영화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지난 22일, '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관객 에디터로 참여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에디터들은 각자 리뷰를 쓰면서 가졌던 고민들, 녹취를 정리할 때의 어려움들, 관객 에디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은 종종 교차하여, ‘에디터’가 아닌 ‘관객 에디터’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그 자리를 여기에 옮긴다.


 

프리뷰와 리뷰 사이에서

박민석: 에디터 활동을 리뷰부터 시작했으니 리뷰에서부터 얘기를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비평 글에 익숙해져 있어서 프리뷰에 가까운 글을 쓸 때 어려움이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을 상대로 설득하는 것이 영화를 본 관객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

최혁규: 자막 팀에서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막 작업을 맡은 영화의 리뷰를 맡았다. 관객의 흥미를 어떻게 이끄느냐는 고민보다는 같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게 조금 더 곤혹스러웠다. 자막 작업을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으로 볼 때는 사운드만 먼저 들렸는데 그것이 이미지와 합쳐질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송은경: <카이로의 붉은 장미>의 리뷰를 맡았는데 이 영화는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놓인 영화인 것 같다. 안 본 사람도 많겠지만 영화를 자주 보는 관객들이라면 상당수가 이 영화를 이전에 접했을 것이다. 그래서 프리뷰와 리뷰 사이에 어디에 중점을 맞추고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김경민: 러프하게 말해서 글쓰기가 자기주장이라고 치면 프리뷰는 그것과 정보전달이 함께 가야되는 건데 그것이 좀 어려웠다. 내 글을 읽었던 다른 에디터 분들도 정보전달이 좀 빠져있는걸 지적했고 그런 걸 넣으면 서술형이 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배동미: 리뷰보다는 특집기사를 쓸 때 더 어려움을 겪었다. 댄스영화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페임>과 <플래시댄스>의 특집기사를 맡았다. 영화 상영 전까지 기한도 지켜야 되고 정신 없이 썼는데, 그래서 맘에 들지 않은 부분도 많다. 스스로 만족을 하지 못했던 글이다.

장지혜: <이터널 선샤인>의 리뷰를 맡아서 쓸 때는 고민을 많이 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고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영화라서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하니까 그게 좀 더 어려웠다. 반면에 스콜세지에 대한 특집기사를 쓸 때는 영화의 한 부분에 집중해서 쓰려고 하니까 오히려 글이 더 쓰기 편하더라.


시네토크

박민석: 시네토크를 정리하는 건 경우에 따라 녹취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정리하는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영화제 시네토크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다면?

장지혜: <남부군>의 시네토크에서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90년대에 나온 영화였는데 당시의 얘기와 지금의 상황이 겹쳐지고 만나는 부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이걸 정리를 하면서 관객들이 별로 없었으니까 녹취 글도 많은 사람이 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경민: 이번에 에디터 업무와 별개로 시네토크 소개영상 편집일도 맡았는데, 그 영상에는 친구들이 왜 이 영화를 골랐는지에 대한 게 꼭 들어가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옛날에 봤던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서 추천을 했다고 한다. 스크린으로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아직 답은 잘 모르는데, 계속 그에 대해서 생각해봤던 것 같다.

배동미: 김경주 시인의 시네토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들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는데 정리를 하는 것은 조금 어려웠다. 시인이라서 그런지 시네토크 중간 중간에 시적인 표현들을 많이 쓰셔서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송은경: 저의 경우는 오승욱 감독의 녹취가 그랬다. 정리하기는 제일 힘들었지만 시네토크는 굉장히 흥미롭게 들었다. 관객석에서 작년과 달리 유쾌하게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서 재밌었다.

최혁규: 평론가들의 시네토크의 정리를 맡았다. 팀장님이 다 할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제가 좀 욕심을 부렸다. 시네토크를 정리하는 것도 영화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게 달라붙어서 했다. 유운성 평론가와 이용철 평론가의 시네토크가 재미있었다. 영화비평계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가 강하신 분들이라 특히 그랬다.


영화제 돌아보기

박민석: 이번 영화제 상영된 영화들은 어땠는가?

송은경: <황야의 7인>이 인상 깊었다. 친구들 영화제 전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특별전을 하지 않았나. 레오네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이 그대로 나오니까 너무 좋았고 집에 가서 서부극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리뷰 쓰면서 이미 여러 번 봤지만 다시 확인하려고 <마르케타 라자로바>를 스크린으로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실패했다.

배동미: 영화보다는 감독들이 더 인상 깊었는데 그들에게서 정 같은 것을 느꼈다. 감독들이 처한 상황이 있지 않나. 김곡 감독 같은 경우는 <자가당착>이 개봉하지 못하고 있고 이명세 감독은 촬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는데, 그런 걸 서로 걱정해주더라. 서로 다른 영화로 만났으면서 또 그 감독의 영화 작업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그런 게 친구들 영화제의 매력 같았다.

김경민: <좋은 친구들>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볼 때 정말 신나게 봤고 보고 나서도 너무 좋더라. 원래 갱영화나 서부영화에 편견 같은 게 있었다. 너무 마초적일 것 같고 시끄러울 것 같고. 영화를 이어폰으로 보니까 시끄러운 영화는 기피하게 되더라.(웃음) 혼자 볼 때는 우디 앨런이나 로메르 영화 같은 조용한 영화만 봤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남성성이 가득한 영화들에도 애정이 생긴 것 같다.

장지혜: 상영작들 보면 개별적으로 선택된 작품이지 않나. 공교롭게도 그 안에서 묶이는 게 있더라. <페임>이나 <플래시댄스>. <내일을 위한 길>과 <카이로의 붉은 장미>. <우묵배미의 사랑>과 <남부군>. 이런 식으로 상영작들 내에서 제 나름대로 엮일 수 있는 영화들을 찾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터뷰

박민석: 영화를 보기 전에 다른 관객들은 여기에 어떻게 왔을지,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다른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궁금할 때가 있는데 이들을 모아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객인터뷰가 이를 약간이나마 해소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분들은 생각이 어떠한지?

최혁규: 예전에는 에디터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의 구조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어서 안으로 뭉치면서 밖으로 퍼질 수 있는 게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구심점 같은 걸 에디터가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트위터를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 서로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

박민석: 관객 인터뷰 외에 아트시네마의 직원 분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배동미: 직원 인터뷰는 두 분 했는데 두 분 다 영화를 많이 좋아하시고 극장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극장을 누구보다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관객 에디터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극장에 오랫동안 머물고 계신 분들의 말씀이 굉장히 감동적이다. 극장에 대한 사랑이나 영화에 대한 사랑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송은경: 인터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몰랐다. 김보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랑 인터뷰를 했는데 굉장히 대화가 안 이어져서 민망한 상황이 많았다.(웃음) 관객 인터뷰를 하나 실패하기도 해서 인터뷰를 어떻게 하는게 좋은 건지 방법론에 대한 고민들이 생겼다. 그리고 직원 인터뷰를 계획했던 것만큼 못했는데 영사팀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아쉽다. 필름으로 상영하는 곳은 이제 시네마테크밖에 없으니까.


관객/에디터

박민석: 이번에 관객 에디터로 참여하면서 하고 싶었지만 못한 일도 있을 테고 아쉬웠던 점도 있을 것이다.

최혁규: 기본적으로 참여를 제대로 못해서 죄송하다. 이런 작업이 지속적으로 많아졌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의무감을 가지고 할 필요는 없지만 무언가 하고 싶다고 느꼈을 때는 이런 활동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바라는 점은 친구들 영화제가 끝나더라도 관객 에디터라는 형식을 끝까지 갖고 갔으면 하는 것이다.

박민석: 우리가 그냥 에디터가 아닌 ‘관객’ 에디터로 참여하는 만큼 관객 문화에 무언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다가갈 수 있는 몇몇 기획들이 회의에서만 이야기하고 실행되지 못했는데 나 스스로 조금만 더 열심히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동미: 관객 에디터로 참여하는 게 굉장히 좋은 기회인데 자꾸 까먹고 게을리한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극장 측에서는 많은 기회를 준건데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김경민: 관객 에디터로서라기보다 관객으로서의 바람이 있다. 얼마 전에 상영 몇 분 전에 정전이 났던 적이 있다. 이게 만약에 상영 중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점이 극장을 자주 가다보니까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루빨리 안정적인 환경의 극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참석 에디터: 김경민, 박민석, 배동미, 송은경, 장지혜, 최혁규

진행/정리: 박민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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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토크가 진행되는 극장을 둘러보면, 구석에서 노트북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누군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바로 2012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웹데일리 팀으로 활동한 서울아트시네마 소속 에디터들이다. 영화제를 딱 일주일 남기고 에디터들은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날의 대화는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놓으면서도 결의를 다지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이제 친구들 영화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인터뷰, 녹취, 리뷰 등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부터 말해보자.

장지혜:
인터뷰 핑계로 자원 활동가 분들과 얘기 나눈 게 좋았다. 얘기해보면 다들 시네마테크에 대한 애정과 애틋한 마음이 크더라. 녹취는 에디터 활동 전부터 조금씩 했던 것이라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던 반면에 리뷰를 제대로 쓴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부담이 많이 됐다. 또 리뷰를 쓸 땐 집에서 혼자 영화를 봤는데 영화제가 시작하고 난 뒤에 극장에서 보니까 느낌이 달랐다. 그때서야 ‘왜 글을 이렇게 썼을까’하면서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극장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게 다른 걸 확실히 알 것 같다.
송은경: 나도 <스카페이스>를 쓰면서 그런 경험을 했다. 브라이언 드 팔마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스카페이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리뷰 쓸 때도 괴로웠다. (웃음) 그런데 극장에서 보고난 뒤에는 글을 이런 방향으로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컸다.
이정아: <멀홀랜드 드라이브>랑 <로스트 하이웨이>는 필름으로 보니까 색감이 달라서 놀랐다.
손소담: <정복자 펠레>의 상영시간은 150분인데 내가 리뷰를 쓰기 위해 본 건 120분짜리였다. 결말이 다른 건 아니었지만 결말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행동 이유가 완전히 달랐다. 영화관에서 150분 버전을 보고나서 ‘내가 이걸 어떻게 다시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줄까’하는 생각을 했다.
김준완: <로제타>와 <샤이닝>도 극장에서 보는 것이 집에서 볼 때와는 느낌이 월등히 다른 영화들이었다. 사실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한, 혹은 이 영화에 대해 특정 목적이 있지 않는 한 그렇게 여러 번씩은 안 보게 되지 않나. 그래도 이 두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극장에서 여러 번 볼만한 가치가 있고, 그때서야 반응이 확실히 오는 거 같아서 극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단 걸 느꼈다.
이정아: 그래도 이야기의 힘이 강한 영화의 경우에는 변함없는 부분이 있다. <부기나이트>도 물론 영화적인 충격이 크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의 힘이 워낙 강해서 모니터로 봐도 그게 여실히 다가오는 편이다. 그리고 확실히 혼자서 끄적거리는 글이랑 웹진에 올리는 목적으로 쓰는 글은 다르더라. 녹취는 이전에 녹취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봐서 좀 빠른 편이다. 그런데 녹취를 정리하면 게스트와 진행자가 한마디씩 하는 걸로 올라가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서로 끼어들기 때문에 그걸 정리하는 게 쉽지 않더라.

시네마테크 에디터 활동을 통하여 좋았던 점이나 아쉬움, 혹은 변화될 지점 등에 대한 생각은?

송은경: 나는 관객인터뷰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원래는 모르는 분이었지만 인터뷰 이후 마주치면 눈인사도 하게 되고, 이번 에디터 업무를 하면서 극장 사람들과 좀 더 친해진 것 같아 좋았다. 리뷰 쓰는 건 굉장히 힘들었다. 원래 글 쓰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고 나의 글을 보여주는 건 너무 부끄러워해서 피하고 싶었다.
손소담: 그래도 나는 내 글이 실리니까 기분이 좋았다. (웃음) 트위터로 내 글이 링크됐을 때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시네마테크에 자주 오시는 분을 우연히 알게 되어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그 분은 서울아트시네마 웹진 블로그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시더라.
장지혜: 아트시네마를 오래 다닌 관객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정아: 나도 블로그가 있다는 걸 늦게 알았다.
송은경: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웹진에 올라가는 글을 많이 읽는 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약간 안심하고 있다. (웃음) 그래도 잘 써야한다는 바람이 있고, 그러면 또 부담감을 갖게 되고, 계속 악순환이 되더라. 에디터들끼리라도 글에 대한 피드백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준완: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현실적으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지만 필요한 것 같다.
이정아: 이를테면 내가 <스카페이스>를 안 봤더라도 독자로서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이 있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편하게 공유하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송은경: 그런 것들이 영화제 데일리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영화제들에서도 보면 매일매일 리뷰가 계속 쏟아지는데 독자와 글 쓰는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 안 되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친구들 영화제도 ‘영화제’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여긴 시네마테크의 영화제니까 뭔가가 좀 달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정아: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외에 다른 독자들의 생각을 알 수 없는데 영화를 안 봤더라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아무리 주관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좋은 영화라는 공공연한 합의에 따라 튼다. 그래서 글을 쓸 때도 이 영화는 좋은 영화라고 인정을 받았고, 이미 얘기는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무슨 얘기가 더 나올 수 있을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 영화의 이것이 좋아서 쓰는데 나만 새로운 듯이 말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게 어렵고 망설이게 되는 지점이다. 그래도 중요한 얘기는 꼭 써야 하는데. (웃음)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은 어땠나?

이정아:
큐브릭의 두 영화가 상영되고 린치의 두 영화가 상영됐는데, 이렇게 감독이 겹치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는 <샤이닝>, <롤리타>, <시계태엽 오렌지> 등을 봤는데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큐브릭의 이미지와 달라서 조금 놀랐다.
송은경: 영화제가 아직 안 끝났지만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서 얘기하자면 나는 <붉은 수염>이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았다. 시네마스코프에 완전히 압도된 느낌이었다. 보리스 바르넷의 영화도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봤는데 기대만큼이나 좋았다.
손소담: 옛날 80년대 영화들은 동시대에 극장에서 못 봐서 항상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 영화제에서 <아비정전>을 보니까 너무 좋더라.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개봉 당시엔 미성년자여서 못 봤는데, 옛날에 못 봤던 영화들을 여기서 다시 만나는 느낌으로 재밌게 봤다.
이정아: 이해영 감독은 자신이 영화학교 출신이 아니어서 영화학도라면 으레 보는 고전들을 교과서 대하듯 접했던 게 아쉬웠다고 얘기했다. 나도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고전을 접하다보니 제대로 와 닿지 못하는 편이었다. 감독님 그런 얘기에 공감이 갔다.
김준완: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제 특성상 정말 아무도 모르고 지극히 숨겨진, 더 안 알려지고 비대중적이면서 이런 것도 있다는 식으로 선택이 이루어지면 관객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좋은 영화고 유명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영화보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의미가 있는 영화를 보고 나서 진짜 ‘친구’가 되는 거다.
이정아: 나는 옛날 영화, 클래식을 늦게 보기 시작했다는 자격지심도 약간 있다. 하지만 당장 <부기 나이트>만 해도 많이들 사랑하는 대중영화였다. 지금 상영하는 영화도 나중에 클래식으로 거론될 수 있는 영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인데 다른 분들도 시네마테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오셨으면 좋겠다.
김준완: 우리 에디터만 해도, 영화를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고, 영화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경향이 시네마테크의 취지에 부합하는 건지 궁금하다. 이렇게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제대로 느껴 보겠다는 유희의 목적도 있지 않나. 그런 게 시네마테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 당시 개봉했던 시기의 평범한 관객의 입장에서 옛날 영화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힘을 빼고 편하게. (웃음) 시네마테크에 가는 걸 의식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편하게 보는 게 이상적일 것 같다.

영화의 매혹, 혹은 시네필?!

손소담: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시네필리아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도 영화는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심야영화, 토요명화로만 보고 그랬다. 소도시에서 자라서 기회가 없는 편이기도 했고, 영화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스무 살 이후부터 영화를 혼자 많이 봤던 편이다. 그런데 그런 나더러 누가 시네필이라고 하는 거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나는 아름다운 이미지에 매혹을 느낀 적이 많았다. 그 이미지를 소유하려는 욕구가 크다.
송은경: 나는 아직 시네필리아가 아닌 것 같다. (웃음) 사실 영화를 볼 때 서사 따라가기에 급급한 편이다. 영화를 무관심하게 보다가 감각적인 이미지를 뽑아내는 훈련이 덜 됐다. 그래서 반복관람이 필수다. 두 번째 보면 좀 풀어져서 보게 되니까.
이정아: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 같은 경우는 스토리를 따라가려고 하면 견디기 힘든 영화들이다. 나 역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닌 영화들은 여러 번 보게 되는 것 같다.
장지혜: 영화를 보다보면 누구에게나 특정 순간에 도드라지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걸 계속 붙잡고 얘기를 풀어가기에는 자신이 없다. 이 영화에서 그 장면이 중요한 건지, 너무 쓸데없는 데 매달리는 건지 나도 헷갈릴 때가 많다. 자신감 부족인 것 같은데 그걸 계속 붙들고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은 거 같다.
김준완: 그것에 대해서는 사람 수만큼 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가 없다. 개인적인 자신의 느낌이 확장되고 그걸 표현 하는 게 낫지 않나. 절대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손소담: 그래도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가르는 기준은 있지 않나.
이정아: 감상이 개인적이기는 해도, 글은 객관적으로 써야 하는 것 같다. 아무리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은 있는 거 아닌가.

이제 마지막으로, 소감 한마디씩 얘기하고 자리를 정리해보자.

장지혜:
마지막 날 상영하는 <사랑의 행로>를 다들 꼭 봤으면 좋겠다. 영화제를 마무리하기에 정말 좋은 영화다. 다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
김준완: 꼭 보도록 하겠다. (웃음)
손소담: 다들 수고했다.
송은경: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자.
이정아: 극장에서 자주 보면 좋겠고, 아까 얘기했듯이 서로 의견을 많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참석 에디터: 김준완, 손소담, 송은경, 이정아, 장지혜
진행/정리: 송은경 관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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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imyeon 2012.02.26 0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글 고대해왔어요.. 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