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개관 8주년 기념 및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위한 후원의 밤 성황리에 개최


2010년 5월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 8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극장에서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상황에 빠진 동시대의 뛰어난 영화들을 소개하는 ‘개관 8주년 기념 영화제’가 진행 중이다. 이 영화제는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많은 관객이 찾아들면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가 한창이던 지난 20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의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함과 동시에, 최근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금발 소녀의 기벽>을 상영하고 후원의 밤 행사 이후에, 로비에서의 리셉션까지 이어진 뜨거운 현장을 담아보았다.

지난
5 20일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마의 개관 8주년을 기념하여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에 열린 후원의 밤 행사는
사람으로 치면 이제 초등학생이 된 서울아트시네마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간 서울아트시네마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후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1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는 서울에 안정적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간을 마련하자는 뜻을 모아 마련된 것. 이날 행사에는시네마테크의 친구들대표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창호 감독, 정윤철 감독, 김종관 감독, 이춘연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등 영화인들은 물론 하이트맥주, 하퍼스 바자 코리아, 씨네21 등의 후원사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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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행사로는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간략한 행사소개와 인사말이 이어진 뒤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2009년 작인 <금발 소녀의 기벽>이 상영됐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올리베이라 감독이 100살이 넘었다. 8살이 된 시네마테크도 올리베이라 감독처럼 오래 장수하고 싶어 개관 8주년 기념 상영작으로 선택했다“100살을 넘기고도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올리베이라 감독처럼 서울아트시네마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의 상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짧은 휴식 후 저녁 8시 반부터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박미영 사무국장과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후원의 밤의 본 행사가 이어졌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오늘 행사는 후원의 밤이라는 이름 때문에 마치 후원금을 내야 하는 행사 같지만, 사실은 여덟 살 먹은 서울아트시네마의 생일잔치”라고 말했고, 박미영 사무국장은 “오늘 행사는 후원을 해주신 분들을 모시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했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의 밝혔다. 이후에는 행사장을 찾아주신 내빈 소개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최정운 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최정운 대표는 영화를 사랑하며 시네마테크의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8주년을 기념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시네마테크를 후원해주시는 영화인 여러분들의 정성에 감사하는 특별한 자리이니 부담 없이 즐기시면 좋겠다며 맥스 광고 촬영과 하퍼스 바자 화보 촬영, 씨네21 15주년 기념 촬영에 대한 영화인들의 정성, 그리고 모금활동을 벌인 관객들의 정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 다음으로는 그간의 후원금 활동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 국내 내노라 하는 감독과 배우 12인이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촬영한 맥스 맥주 광고를 감상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아직 방영되지 않은 공효진, 하정우의 출연 분량을 제외한 4편의 작품과도 같은 광고를 많은 사람들이 호탕하게 웃으며 감상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이 광고를 극장에서 틀면 절대로 극장에 안 오겠다고 말한 출연 감독들이 있었다고 말해 장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본 행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서울아트시네마 8년의 기억’이란 제하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5분여의 이 짧은 영상은 지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때 관객들을 감동의 물결에 젖게 했던 배창호 감독의 축사가 배경에 깔린 채, 시네마테크 사태 때 관객들이 보내주었던 후원릴레이 글귀가 함께 어우러져 시네마테크를 되새겨볼 수 있는 애조적인 영상이었다. 객석에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또한 이날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해 뜻을 함께 모은 하이트맥주 신은주 상무
, 박찬욱 감독, 하퍼스 바자 전미경 편집장, 씨네21 등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씨네21측 대표로 감사패를 받은 주성철 기자는 “키노와 필름2.0이 폐간됐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하고 싶고 자기가 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중단해야만 할 때의 감정들이 있다. 시네마테크는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씨네21도 서울아트시네마도 앞으로 잘 해나가자”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광고에 출연한 감독과 배우들이 전혀 돈을 만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 달라”며 웃음을 자아냈고, “회고 영상을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그 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더 이상 소극적으로 기다리지만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앞으로 10주년, 20주년에는 비장한 회고담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무용담을 나누자”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로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에 대한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프리젠테이션도 있었다. 1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는 반드시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자는 기치 아래 “2012 Cinematheque Project: From Art Cinema to Museum”이란 슬로건을 내건 프리젠테이션 시간에 서울아트시네마측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마의 역사를 비롯해 공간 마련을 위해 노력중인 외국의 시네마테크 사례들을 발표했고,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왜 필요한지 그 필요성과 구체적인 공간기획을 발표했다. 10주년을 시네마테크 전용관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진 이 프리젠테이션은 영화문화 환경 조성과 영화의 예술문화적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의 이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의 대미는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이자 제작사 씨네2000을 이끌고 있는 이춘연 대표가 장식했다. 이춘연 대표는 “그 동안 시네마테크는 지루하고, 뭘 해도 어설프며, 축 처진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영화진흥위원회 관련 사태를 보며, 이 중요한 일들을 하는 후배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지루하게 여겨지지만, 힘을 계속 실어주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오겠다. 빨리 전용관을 만들어 이 문제를 털어버리자”고 말하며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30여분 동안 이어진 후원의 밤 본 행사가 끝난 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리셉션이 열렸다. 출장뷔페의 풍성한 먹거리, 그리고 영화인‧ 영화광들의 맥주로 자리 잡은 맥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많은 사람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과 앞으로의 희망과 다짐의 말들이 뒤섞이는 활기 넘치는 시간이었다.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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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의 시네마테크 후원 활동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5명의 감독들(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김지운 감독, 최동훈 감독, 류승완 감독)과 원빈, 김혜수, 하정우, 공효진, 류승범, 박시연, 이민기까지 총 7명의 배우들이 뭉쳐 도네이션으로 CF에 출연, 시네마테크를 위한 후원금 조성 및 안정적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선 것.

‘시네마테크’는 영화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그 자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영화자료보관소, 영화박물관, 영화도서관이라 불리며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전당으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는 그간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해 왔고, 이에 안타까운 마음을 모은 영화인들이 후원에 나서게 된 것.

에 대해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시네마테크를 살리기 위해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이 직접 광고에 출연하여, 출연료 전액을 서울아트시네마 후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시네마테크 후원을 위해 마음을 모은 12명의 영화인들이 출연하게 된 CF는 주류업체 하이트의 ‘맥스’ 맥주 광고. 이번 맥스 맥주 광고는 총 5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12명의 감독과 배우들이 5팀으로 각각 나뉘어 출연한다. 이 5편의 광고는 순차적으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이번 CF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전액 현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와의 안정적인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한편 서울아트시네마는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후원과 지지에 힘입어 올 상반기 정상적인 프로그램 상영회를 갖게 되었다. 이에 서울아트시네마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금 마련에 나선 영화인들과 함께 여러 특별한 행사들을 계획하는 등, 앞으로도 시네마테크의 진정한 주인인 관객들을 위해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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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


<쳐다보지 마라>의 초반부에 이런 문제가 나온다. 지구가 둥글면 왜 얼은 호수는 평평한 것인가(If the world is round, why is a frozen lake flat)? 영화 초반부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호수는 미국의 온타리오 호수인데, 어떤 책에 따르면 이 호수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3도쯤 구부러져 있다고 한다. 얼은 호수가 평평해 보이더라도 그게 진짜 평평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은 없다(Nothing is what it seems). 이 문제는 대부분 물과 가까운 곳에서 전개되는 <쳐다보지 마라>의 공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문제의 답이 곧 이 영화의 주제라는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이 없다면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진실을 잘못 이해하게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잘못을 저지르거나 위험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딸인 크리스틴을 사고로 잃은 후 베니스로 간 존과 로라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겨울철의 베니스는 마치 ‘국에 빠진 것 같은’ 습하고 을씨년스러운 도시로 묘사되는데 주인공인 존은 이곳에서 교회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크리스틴이 사고를 당했을 때 존이 보고 있던 것은 교회 스테인드글라스를 찍은 슬라이드 필름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자주 만지게 되는 유리와 물의 서로 유사한 몇 가지 속성들은 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세계의 속성이기도 하다. 물과 유리는 빛을 반사해서 사물의 상을 비출 수 있다. 또 유리는 깨지는 성질이 있고, 물은 강도가 단단하지 않다. 물과 유리의 성질이 견고하지 못한 것처럼 이 영화의 세계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으며, 그 불안한 느낌이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내리는 비 때문에 연못 표면에 파문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인 로라가 호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보는 책에는 ‘부서지기 쉬운(fragile)’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존과 로라 부부의 아들인 자니는 자전거를 타다 유리 조각을 깨는데,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전주곡이 된다. 그들 부부가 기절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보면, 사람만 쓰러지는 게 아니라 테이블 위에 있던 유리잔이나 병 같은 것들이 전부 다 떨어진다. 각목이 떨어지면서 유리가 산산이 부서질 때 곤돌라 위에 올려놓은 도구 및 유리 타일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들은 첫 시퀀스에서 아이가 익사하는 장면과 느낌이 매우 비슷하다. 온전하던 세계가 부서지고 모든 것이 아래로 가라앉거나 떨어지는, 지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초자연적인 관점 혹은 민속학적인 관점에서 물과 거울-유리가 이승과 저승을 잇는 통로가 된다고 볼 때, 이 영화의 근본적인 불안함은 두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약하다는 데서 나온다. 영매는 통상적인 관념에 따르면 이 세상뿐만 아니라 다른 세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존재다. 세계와 세계 사이의 경계가 약하며 이에 따라 두 세계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이 영화의 세계는 확고한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혼란스럽다. 시간의 혼란, 인과 관계의 혼란, 공간의 혼란은 관객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며 이야기를 수수께끼처럼 만들고 있다.



먼저 시간의 혼란. 존과 로라 부부는 베니스를 돌아다니면서 몇몇 장소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처음 와봤는데 언제 와본 듯한, 부부가 한 번씩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나중에 그들은 그런 감정을 느낀 장소를 다시 찾게 된다. 그들이 전에 이 장소에 들렀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중에 거기 들렀기 때문이다. 다음 인과 관계의 혼란.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몇몇 사건들은 기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존이 식당의 한쪽 문을 열자 갑자기 다른 쪽 문이 벌컥 열리고 그로 인해 로라가 영매를 만나게 된다. 한쪽 문을 열었다고 다른 쪽 문이 열릴 리가 없지만 꼭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공간의 혼란. 중앙에 큰 문이 있고 그 왼편 옆에 작은 문이 보인다. 관객들은 그 안이 욕실이며, 존이 곧 거기서 나올 것임을 알고 있다. 존은 그 문으로 걸어 나오는 대신 옆에 있는 작은 문으로 나온다. 영국에서 로라와 배비지 부부는 카메라와 가까운 쪽의 열려 있는 문으로 나오려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반대편 문으로 나간다. 자니가 깨진 유리에 손가락을 베였는데 존이 보고 있던 슬라이드 필름에 그 피가 배어나오는 장면도 있다.

 

물리적인 법칙이 이렇게 혼란스럽다면 내가 본 것을 확고하게 믿을 수 있을까? 이 영화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들 또한 도처에 널려 있다. 아이는 죽기 전에 빨간 우비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었으며 죽기 전에 가지고 놀았던 공은 빨간색이 섞인 것이다. 존은 안에 물이 찬 인형을 보면서 익사한 아이를 생각하는데, 베니스에서는 빨랫줄에 걸린 빨래조차도 죽어서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 시신을 떠올리게 한다. 쥐의 빨간 눈과 시신을 인양하는 현장에서 아이들이 쓰고 있는 빨간 모자, 베니스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간판의 빨간 글씨, 사고를 당한 자니가 덮고 있는 빨간 이불까지. 보고 있으면 불길하고 불안해지는데, 이 영화가 재미있는 점은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들을 노골적이지 않게, 아주 무심한 태도로 곳곳에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처럼 배치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불길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쳐다보지 마라>는 시선으로 이뤄진 영화라고 할 수도 있는데, 어떤 사물을 보여줌으로써 관객과 주인공으로 하여금 죽음을 연상케 하며, 등장인물들이 누군가를 지켜보거나 아니면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 응시(凝視)하는 행위는 영화의 불길한 느낌을 가중시키며, 이 세계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힘, 사악한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응시하는 자들은 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관찰자라는 느낌을 남긴다. 반대로 관찰자가 아니라 음모자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이 존과 로라 부부를 볼 때의 느낌은 단순히 존과 로라 부부가 이방인이기 때문에 응시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죽은 자가 산자를 보는 느낌 혹은 그 반대의 느낌을 전해준다. 로라가 웬디와 헤더 자매로부터 딸이 곁에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화장실에는 다른 여성이 분명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평범한 그녀는 이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마치 경악하듯이 지켜보고 있다. 그 때의 응시는 화장실에 붙어 있는 여러 개의 거울을 통해 이뤄진다. 살인 현장에서 존과 로라 부부를 지켜보고 있었던 형사 반장은 존이 경찰서에 찾아왔을 때 창밖으로 존이 이야기하고 있는 자매가 지나가는 것을 보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그녀들을 불러오는 대신 부하에게 존을 미행하도록 한다. 그의 행동에는 어떤 숨은 뜻이 있는 것 같고, 그 음험함과 위험한 느낌이 그의 시선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그렇게 지켜본 것, 지금까지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해석도 가능하게 된다. 존이 호텔에서 짐을 정리하고 떠날 때 쓰레기통에 들어 있던 로라의 사진을 꺼내는데, 그 분위기는 마치 로라가 죽어서 존이 베니스를 떠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형사 반장은 자매의 몽타주에 낙서를 하는데 그럴수록 그 몽타주는 점점 더 죽은 사람의 모습을 닮아간다. 웬디 자매는 죽은 사람인가, 아니면 존과 로라도 죽은 것인가라는.


한편 이 영화는 사운드는 사악한 느낌을 준다. 시체를 건져낼 때 발작적으로 터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존과 로라가 부부싸움을 할 때 은밀하게 깔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등. 이처럼 <쳐다보지 마라>는 즉각적인 공포를 조성하는 대신 불길함을 키워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대 공포 영화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스타일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몹시 풍성하고 줌 혹은 슬로우 모션이 극단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쳐다본다는 행동을 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이 영화를 추천한 박찬욱 감독에 따르면 <쳐다보지 마라>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내러티브상의 빈약함을 지적한다고 하는데, 이런 결함과는 별개로 곳곳에 깔린 영화적 상징들, 미로 같은 베니스의 도시 구조가 선사하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몹시 강렬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주는 불길하고 기이한 느낌도 쉽게 잊어버릴 수 없다. (홍성원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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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CBS 라디오 인터뷰






▶양병삼 PD> 서울에도 영화도서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명세,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의 얘기입니다. 이들이 말하는 영화도서관은 고전영화 전용관인 시네마테크를 말하는데요. 흘러간 옛 영화도 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만들자는 겁니다. 서울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 추진 위원회까지 꾸렸는데요. 자세한 얘기 박찬욱 감독 연결해서 들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감독님.

▷박찬욱>네. 안녕하세요.

▶양병삼 PD> 네. 고전영화 전용관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 시네마테크, 어떤 공간인지 먼저 좀 살펴볼까요?

▷박찬욱>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는 요즘에 막 만들어진 영화들뿐이지 않습니까. 영화라는 것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고전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무조건 옛날 영화만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짜서 누구의 회고전, 또 어떤 장르 그런 식으로 작품들을 잘 조직해서 관객들과 만나게 해주는 그런 공간입니다.

▶양병삼 PD> 예. 아니 그런데 서울에는 없습니까?

▷박찬욱>네. 지금 현재에 낙원상가, 옛날 허리우드 극장 자리에 하나 있는데요. 임대를 해서 운영되는 곳이고 젊은이들이 접근하기에 그렇게 쾌적한 공간이 아니고 해서 그리고 여러 가지 시설도 좀 부족하고 해서 다른 선진국들처럼 거기 부럽지 않게 전용관을 하나 만들어야 될 때가 왔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양병삼 PD> 박 감독님 같은 현직의 영화감독분들도 그럴 것 같고요. 또 고전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영화팬들한테도 시네마테크는 아주 특별한 공간일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런 공간들이 다른 나라에는 많이 있습니까?

▷박찬욱>그건 뭐 비교할 수가 없지요. 그러니까 특히 제일 잘 되어 있는 곳은 영화에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고요. 런던만 해도 바비칸 센터나 뉴욕에도 필름포럼 등 해서 동경도 그렇고 서울같은 규모, 또는 그보다 더 작은 도시들에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씩 다 갖춰져 있습니다.

▶양병삼 PD> 이처럼 외국에서 보는 것처럼 시네마테크가 있음으로 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들 참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고요. 영화인들의 예술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데도 또 영화산업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도 굉장히 클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고 계세요?

▷박찬욱>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영화를 공부하는 학도들 그리고 영화인이 되기를 지망하는 지망생들에게 가장 소중합니다.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영화를 제공해야만 학습이 되는 것이고. 물론 여기에 대해서 DVD로 보면 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진짜 관람입니다. 또하나는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 같이 동질감을 느끼면서 공감하면서 그렇게 같이 보는 것. 예를 들어서 코미디 영화인데 혼자서 낄낄거리면서 보는 것과 여러 관객이 함께 깔깔대고 막 웃으면서 그렇게 보는 것은 체험 자체가 다르거든요. 그리고 시네마파크가 좋은 점은 관람이 끝난 다음에 모여서 토론도 하고 또 권위자들을 모셔서 강의도 듣고 그리고 강의가 끝나면 또 대화하고 이런 영화를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음악만해도 현대음악보다는 다들 모차르트, 베토벤 듣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영화도 요즘 영화보다는 세월의 시련을 이겨낸 고전영화가 훨씬 우수하다는 것이죠.

▶양병삼 PD> 네. 근데 이 시네마테크가 그러면 우리나라에 한 군데도 없나요?

▷박찬욱>네. 지금 현재 낙원상가에 겨우겨우 임대되어 운영되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서울에 유일하고요. 재밌는 것은 오히려 부산이 훨씬 더 좋은 시스템으로 전용관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양병삼 PD>예. 문화관광부 관계자들도 만나셨을테고 뭐 영진위 관계자들도 만나셨을텐데 어떻게 좀 분위기가 좀 잘 될 것 같습니까?

▷박찬욱> 네. 뭐 지금은 다들 돕겠다고 말씀을 하시는데요. 서울시와 함께 해서 정말 말씀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적인 그런 계획을 수집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 저희들이 시작이니까 지금부터 관계자들을 만나볼 생각입니다.

▶양병삼 PD> 네. 당장부터는 설립하는 게 목표겠지만 운영상의 문제들도 여러 가지 것들을 미리 감안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어떤 운영지원책들이 필요하리라고 보시나요?

▷박찬욱>아무래도 고전영화, 예술영화 전용관이다 보니까 그냥 민간의 힘으로만은 사실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문화기구에 대한 민간기부 같은 것들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자체나 주무 관청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시장성이 없는 영화를 뭐하러 트느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당장 사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학술서적이나 고전서적을 출판하지 않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런 것처럼 이런 영화가 계속 어디선가는 상영되고 대중에게 또는 학도들에게 공급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모두가 인정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영진위와 서울시에서의 지속적인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양병삼 PD> 예. 대안영화라든지 저예산영화라든지 독립영화라든지 이런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공간들은 사실상 거의 찾아보기 어렵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어떻게 보세요?

▷박찬욱>그런 공간들이 꾸준히 생기는데 대개 10년을 못 가요. 그게 없어지고 또 생기고 또 없어지고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시네마테크가 전용관을 설립함으로써 그런 일에 있어서 아주 좋은 본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 출처: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37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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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영화 전용관 지키기 나선 박찬욱 감독



“비판은 삼가고, 사정하고, 협조하고, 부탁하려고요. 성명서 내고 항의하는 것은 긍정적인 시도를 다 해보고 나서 정말 벽에 부딪쳤을 때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난 16일 서울 낙원상가 4층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마치 로비스트로 변신한 것 같았다. 지난해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퇴출 사태 당시, 영화감독 100명의 성명서 발표를 주도하며 통렬하게 정부를 비판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박 감독은 14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주최한 ‘영화인 신년인사회’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정부 인사들과) 최대한 자주 만나겠다”는 의도가 담긴 행보다.

자신의 영화만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제작으로도 바쁜 그가, 없는 시간을 쪼개 열의를 바치고 있는 일은 ‘서울아트시네마(시네마테크 서울) 지키기’다. 문화부와 영진위가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에 이어 고전영화 전용관인 시네마테크마저도 공모제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서울아트시네마를 운영해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오랜 세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좋은 영화를 모으고 소개하느라 고생해 온 풀뿌리 단체”라며 “그동안의 공을 무시하고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가장 좋은 조건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우수한 단체라는 점을 설득할 계획”이라며, 1968년 프랑스 정부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설립자인 앙리 랑글루아를 쫓아내려다 영화인, 관객들의 저항을 받고 철회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또 그는 “굳이 공모제를 강행한다 해도 1년 단위로 하는 건 안 된다”며 “외국 유명감독을 초대하고 필름을 빌려오려면 최소한 1~2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짜야 하는데 1년 뒤 떨어질지도 모르는 단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공모제 말고도 서울아트시네마 앞에 놓인 벽이 또 하나 있다. 오는 3월 말이면 지금 있는 건물의 계약이 끝난다. 2005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옮겨온 데 이어 두 번째로 이삿짐을 싸야 할 판이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시네마테크는 물론이고, 시네마테크 부산도 전용관을 갖추고 있다.

이에 박 감독을 비롯해, 봉준호·최동훈·김지운·류승완·정윤철·윤제균·이경미 감독 등은 15일 ‘서울에 시네마테크전용관을 설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진위 위원장은 이명세 감독이 맡았다. 박 감독은 서울아트시네마를 지지하는 외곽 모임인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표로서 추진위의 중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는 “좋은 영화를 디브이디나 티브이가 아니라 커다란 스크린에서 필름으로 보는 것,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고, 토론하는 것은 가장 소중한 영화적 경험”이라며 “거대도시 서울에 시네마테크 하나 없다는 것은 수치”라고 했다. (이재성, 김경호 한겨레 기자)


[출처] 한겨레신문 2010년 1월 18일자


* 이 글은 한겨레신문 1월 18일자에 게재된 기사를 발췌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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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령 2010.01.25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찬욱 감독님, 고맙습니다. 힘 없고 돈 없는 관객으로서는 자주 영화를 보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님, 그리고 힘 있는 영화 관계자분들, 부디 아트시네마를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