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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6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현세대의 고통을 담고 싶었다”

7월 작가를 만나다 -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

지난 7월 31일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첫 장편연출작으로 호평을 받은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상영하고, 상영 후에는 김광식 감독과 관객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계의 입담꾼인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진행 하에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이야기가 펼쳐졌던 그 시간의 일부를 여기에 담아본다.


주성철(씨네21 기자): 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감독이 박중훈이라는 배우에 대해 갖는 애정이 드러나고. 취직을 하려면 무릎을 꿇고 빌라고 말하는데, <게임의 법칙>에도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이 있다. 박중훈이라는 배우의 아우라 그런 것이 생각났다.
김광식(영화감독): <게임의 법칙>을 보고 박중훈 씨를 매우 좋아했다. 특별히 그 영화를 연상하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박중훈 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에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박중훈 씨는 영화 내에서 죽은 지 십 년은 됐으니 자꾸 자기 배역을 죽여 달라고 했는데, 죽이지 않았다. 계단에서 쓰러졌을 때 박중훈 씨는 동철이가 죽기를 원했다. 촬영할 때, 죽는 것처럼 자꾸 눈을 감기도 했다.

주성철: 박중훈 씨는 코믹배우로서의 힘과 누아르 장르에서 가진 파괴력이라는 양극단을 잘 오가는 배우다. 영화에서 합기도 도장 사범들하고 싸우는 첫 장면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 봤다. 과장되게 웃기게 할 수 있는데, 진짜로 딱 그 나이 대의 퇴물 조폭이 당할 것처럼 정말 당하더라.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의 정서나 감정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첫 등장을 어떻게 시킬까, 첫 액션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했는지?
김광식: 시나리오를 쓸 때 주인공의 이미지를 잘 잡아야 한다. 특별한 계획보다는 보여지는 그대로, 좀 찌질한 사람 정도로 보였음 싶었다.

주성철:
두 사람이 하룻밤 자고 난 그 다음날의 느낌이 이채로웠다. 그 다음날의 대화나 이후의 관계 및 정서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김광식: 바닷가에서 뽀뽀를 할 때나 감정이 드러나지 하룻밤 장면은 사실 그냥 하룻밤의 일회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다.

주성철: 여기저기에서 읽어 본 영화평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88만원세대라는 말이다. 그런 것들이 두 남녀, 자기 조직 내에서 밀려나고 있는 한 퇴물 건달과 기를 쓰고 취업을 해보려하는 사회 초년병 여자의 관계를 통해 매칭이 된다.
김광식: 88만원 세대에 대한 글은 많이 봤지만, 이 영화에서는 홍보를 할 때도 그것만은 좀 빼달라고 말했다. 그들의 고통이 상업적으로 이용될까봐 부담이 됐던 거다. 영화에서는 의도했다기보다는 거의 무의식중에 나온,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고통 등을 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주성철: 이창동 감독님의 연출부 생활을 하셨는데, 도움이 됐던 가르침이라면?
김광식: 이창동 감독님께는 주로 영화적인 것을 하지 말라고 배웠다. 영화적인, 인위적인, 화면상의 아름다움,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아름다움을 배제하고 현실적인 것, 구질구질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라는 거다. 그런데 저는 한편으론 이명세 감독님의 영화의 표현적인 방식, 영상적인 아름다움의 느낌 등을 좋아하기도 한다. 일본 영화에 한때 경도되어 있던 적도 있었다. 이와이 슌지, 기타노 다케시, 왕가위 등. 이미지적인 것에 경도되어 있었고, 이 영화에도 그런 것들의 흔적이 남은 것 같다. 여전히 그 두 가지를 갖춘 감독이 되고 싶다.

주성철:
본인이 쓴 시나리오와 별개로 미묘하게라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
김광식: 시나리오를 갖고 이견을 보인 적은 없고, 약속한 촬영시간을 어긴 것에 대한 문제는 있었다. 계단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박중훈 씨랑 가장 많은 토론을 했다. 또한 엔딩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사족이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앞부분의 코믹한 터치와 조응을 이루기 위해서도 그러하고, 죽음을 딛고 선 취직이라는 것이 저의 윤리 상 용납이 안 되기도 해서 엔딩에서의 재회가 필요했던 거다.

주성철: 관객들이 많이 웃은 장면들에서 의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있다면?
김광식: 어이없는 부분에서 유머가 작렬하는데 아무도 안 웃더라. 가령 동철이가 세진이를 기다리며 "한세진 씨"하고 부르며 "면접실이 저기에요?"라고 하자, 비서가 "한세진 씨 세요?" 라고 말할 때, 저는 정말 웃긴데, 잘 안 웃더라. 또 동철이가 전단 붙이는데 세진이 "그런거 하면 얼마줘?" 하자 "너 이런 거 나오려고? 이런거 하려면 이뻐야 돼" 이럴 때도 마찬가지다. 뉴트리션 나오는 부분은, 뉴트리션이 뭔지 다들 모르시다가 영양제라고 하니까 그 때서야 웃으시더라. (웃음)

관객1: 영화 잘 봤다. 몇 년 후에 봐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연 배우들도 인상적이다. 조폭 맡으신 분들이나. 재혁 역의 권세인 배우. 캐스팅을 한 이유 같은 것이 있는지?
김광식: 감독과의 대화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지금 감독 된지 두 달 됐다. 권위나 신비화 같은 것들이 싫은 느낌이 있어서 재밌게 하고 싶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다. 권세인 씨는 사실 정유미 씨 소속사의 압박으로 캐스팅하게 됐다. 근데 만나보니까 유머코드도 있고 참 재밌더라. 사람이 재미있어야 영화 속에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재미없으면 같이 일하고픈 생각도 잘 안 든다.

관객2: 스토리상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부산에서 아버지하고 인사하고 나서 동철이 밖에서 시비가 붙는데, 몇 번 참다가 옷자락이 열리면서 문신이 보이고, 그 때부터 폭발하면서 시비남을 구타하기 시작하잖나. 시나리오 상에서 폭발하는 부분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김광식: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는 때리는 장면이 없었다. 문신이 보여지면서 끝나는 거였다. 그런데 조폭을 다루니까 아무래도 장르적으로 필요하다 싶어서 구타장면을 추가한 것이다. 이런 질문이 나와서 놀랐다. 제가 공주출신인데 아직도 서울이 낯설다. 어디를 가나 고향을 잃어버린 이방인이란 느낌을 갖고 살았다. 그 감정을 세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켜볼 생각이었다.

관객3: 제목은 직접 지으셨는지?
김광식: 제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그따위로 지었냐는 말도 들었다. 마돈나가 숀 펜이랑 사귀다 헤어졌는데, 그를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마이 디어 데스페라도' 라고 표현했던 것이 인상 깊었다. 박중훈 씨가 감탄했던 제목인 '무릎 꿇지마'로 바꿨다가 다시 바꿨다. 윤제균 대표님과 머리를 맞대다가 '개의 밤'으로 할까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 제목을 하게 된 거다.


관객4: 대학교 4학년으로서 정유미 역할에 공감하며 봤다. 대리가 된 다음에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는 부분은 꿈이 아닌데 장면이 환하게 비치면서 마치 꿈처럼 묘사된 거 같다.
김광식: 꿈처럼 묘사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모든 상황이 끝났고 환한 느낌이 들긴 할 것 같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그 공간 자체가 창이 많고 밝았다. 그 장면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동진 기자님이 제가 그걸 중요하게 여겼다고 쓰셨는데, 맞다. 그 장면은 꼭 하고 싶었던, 중요한 포인트였다.

관객5: 무거운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연출하셔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 영화의 속편을 만들거나 연극으로 만들거나 할 계획은 있는지?
김광식: 속편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조폭이 나오는 영화는 가능하면 이제 하고 싶지 않다. 미화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고 해서. 사실 뮤지컬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거절했다. 왜냐하면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이제 잊고 싶어서다. 다른 곳에서 결과물로 돌아다니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주성철: 끝으로 못다한 얘기가 있다면 해달라.
김광식: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고 처음이고 해서 긴장이 됐고 안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첫 영화고 보러 와주신 분들이 고마워서 여러분들 때문에 하게 됐다. 와주셔서 고맙고 다음 작품 빨리 결정해서 더 재밌는 걸로 돌아오겠다. 감사드린다. (정리: 박영석)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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