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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한시협, 파행적인 영진위 공모 불참 공식 표명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지원여부를 결정할지언정 운영자를 선정할 권리는 없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파행적인 공모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유일의 비영리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를 운영해 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하 '한시협)'은 17일 오후 총회를 열어 18일 6시로 접수마감이 예정된 영진위의 시네마테크 지원사업 운영자 선정 공모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많은 논의 끝에 총회를 걸쳐 공식적으로 결정된 주요 사항은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영진위의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

한시협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영진위의 공모제가 어떠한 설명회도 걸치지 않고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영진위 스스로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시네마테크 사업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 기반을 갖지 못하고 단지 요식행위로 전락시켜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진위는 그간에도 30% 정도의 일부 지원을 해왔을 뿐이라 민간이 설립해 힘겹게 일궈놓은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운영자 선정에 대한 어떠한 권리나 자산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불참의 주요 요인이다. 시네마테크의 지원사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정책마련과 제도의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건에서는 시네마테크의 공모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

한편 서울아트시네마 온라인 카페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한창인 서울아트시네마 극장에서는 한시협의 이러한 결정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많은 영화인과 관객들이 민간 영역의 시네마테크가 올곧은 모습으로 자립적으로 설 수 있도록 후원회원 모집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는가하면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영화문화와 교육활동을 위해 8년간 힘들게 쌓아온 탑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 (신선자) 

<한시협의 성명서 전문>
 

영화진흥위원회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에 관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입장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하 한시협)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와 관련해 많은 논의 끝에 이번 ‘2010년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서울아트시네마 운영사업’ 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첫째, 영진위가 현재 진행중인 공모제는 너무 짧은 일정에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2월 10일) 저녁에 공모안이 나왔고,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이후 일 년 동안 사업을 운영할 계획안을 제출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일주일 만에 사업자를 마감하고, 또 일주일 만에 단지 사업계획안만을 보고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사업계획하에서 진행되어야 할 시네마테크 사업에 파행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공모만을 노리고 준비한 사업자가 없는 한 현행의 공모제는 처음부터 파행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둘째, 영진위는 공모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사업자 설명회나,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단 한 페이지의 정책도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부실한 공모제는 문화예술의 지속성 사업이라기보다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계와 영진위의 오랜 논의와 협력으로 안정적인 공간마련을 위해 2008년 영진위 예산에 ‘다양성영화 복합상영관’이라는 이름으로 총 500억 규모의 예산이 마련되었으나 2008년 주어진 예산을 쓰지 않아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복합상영관 설립은 좌초되었습니다. 그 이후 영진위는 ‘다양성영화 복합상영관’과 관련한 아무런 대안 마련 없이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공모전환을 강행했고 이제 시네마테크전용관 운영자 선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셋째, 공모제로의 전환과정, 합당한 평가 절차 등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음에도 그 어떤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진행되는 공모제는 또 한 번의 파행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미 진행되어 물의를 빚고 있는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모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어떤 보장도 할 수 없습니다. 영진위는 앞선 공모제 진행에 관해서도 ‘문제없다’라는 입장만 개진하고 있을 뿐입니다.

넷째,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에 대한 지원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을지언정 민간이 설립한 서울아트시네마의 운영주체를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는 없습니다.

한시협이 지난 2월 16일 공개한 질의서에도 담긴 내용이지만, 엄연히 서울아트시네마는 한시협이 개관하고 극장을 등록한 고유한 브랜드로 영진위가 마음대로 운영자를 모집할 법적 권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영진위가 허리우드 극장과 직접 계약을 하고 있는 한시협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허리우드 극장주와 계약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은 명백한 운영권 침해 행위입니다.

 

 

시네마테크활동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의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90년대 후반부터는 고전영화의 필름 상영회를 진행하며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고전영화의 필름상영회가 양적, 질적인 면에서 큰 도약을 이루면서 전국에 흩어져 있던 시네마테크 단체들은 좀 더 집중적으로 시네마테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시네마테크전용관 설립을 위해 기존에 활동하던 전국의 15개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연합하여 2002년 1월 25일 사단법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를 출범시키게 됩니다.

같은 해 5월 10일에는 전국 시네마테크 단체들의 숙원인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개관하였고 그 과정에서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이 영화문화 다양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 2002년 전용관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시협은 2002년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이후 대관 행사를 제외하고 연간 90%의 고전영화, 영화사 거장들의 회고전 및 특별전 등의 프로그램을 개최하며 3,000편이 넘는 영화를 상영했고 40만 명의 관객이 영화와 새롭게 만났습니다.

 

한시협은 지난 8년 간 한 해 400편이 넘는 고전, 예술, 독립영화를 상영하며 민간 시네마테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평균 75%에 달하는 유료 관객회원 재가입율을 볼 때 한시협의 활동을 통해 고정적인 관객층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배창호, 이명세, 박찬욱, 봉준호 등의 영화감독들과 안성기, 황정민, 유지태, 류승범, 문소리, 김혜수 등의 영화배우들 그리고 정성일, 김영진 등 영화평론가들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함께 개최하며 시네마테크를 알리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한시협은 전국적인 시네마테크 단체들을 대표하면서 국내에 시네마테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비영리 상영방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영진위의 일부지원금 외에도 다양한 자체 수익사업 및 후원사업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 왔고, 국내외의 시네마테크와 많은 문화단체, 대사관, 관공서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국제적인 문화 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또한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운영 외에도 지역 시네마테크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전국의 시네마테크 단체들과 함께 연간 20여 건의 지역순회상영 지원, 지역자립형 사업지원, 지역인프라구축을 위한 지역인력교육사업 등 시네마테크 활동이 전국적으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 8년간 커다란 성과를 내왔고 문제없이 진행한 시네마테크에의 지원사업을 공모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전 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정책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시협은 서울아트시네마와 시네마테크네트워크 사업을 운영하며 연간 4차례의 분기 보고서와 1년 동안의 실적 보고서를 제출했고, 2009년에는 세 차례의 감사를 받았지만 사업 수행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2009년 4월 29일 있었던 시네마테크지원사업 수행평가에서는 평균점수 85점을 받으며 “‘사업계획’(30점) 영역에 따른 4개 항목, 6개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는 다른 영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음. ‘운영목표의 명확성’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 이해도 및 취지 부합성’ 등의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등의 문제가 없었기에 갑자기 시네마테크를 공모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변경이 어떤 근거에서,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 가에 대해 한시협은 영진위가 보다 책임있는 논의와 판단을 내려야 함을 역설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영진위는 정책결정자로서의 책임있는 논의와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급기야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을 공모로 전환하는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난 2월 10일 일방적으로 공모안을 공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해 영진위가 정책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공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입장을 들려주기를 기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노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시협은 시네마테크의 지원사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정책마련과 제도의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건에서 시네마테크의 공모제에 참여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2010년 2월 17일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광주시네마테크, 대구시네마테크,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대전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 시네마테크 부산, 씨네오딧세이(청주), 제주씨네아일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