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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영화의 21세기, 미래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8주년 기념 영화제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영화의 고전과 상당수의 예술 작품들을 극장에서 온전하게 감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21세기의 새로운 영화들 또한 마찬가지의 운명에 처해 있다.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 상당수가 아직 우리들에게 제대로 도착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영화들을 발굴하고 소개해왔던 서울아트시네마가 8주년을 맞았다.


상업과 유행에 따라 소멸하고 사라지는 영화들, 문화적 가치와 예술성을 지닌 고전들을 꾸준히 소개해왔던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 8주년을 맞아 21세기에 새롭게 나온 영화들 중 상업성이 적다는 이유로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작품들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오는 18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21세기에 문을 연 서울아트시네마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영화들을 소개하는 행사이자, 왜 동시대의 영화들이 극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상영되지 못하는가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 기간에는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기 위한 영화인들의 후원활동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 ‘후원 사진전’과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벌어진다. 시네마테크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참여를 바란다.

기실 영화인들은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올해 1월에는 ‘서울에 시네마테크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3월에는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기 위한 영화인들의 후원광고 촬영이, 4월에는 잡지 ‘하퍼스 바자’에서 진행한 영화인들의 후원사진 촬영이 있었다.

>> 상영작 소개
침입자 L'intrus /The Intruder
2004 130min 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연출:클레르 드니 Claire Denis

루이 트레버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의 심장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다. 그리고 루이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고독 속에 파묻혀 지내던 루이는 심장이식 수술 뒤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있는 산장에서 시작된 여행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남태평양의 어느 해안까지 이른다. 자신을 괴롭히던 위험을 던져버리고, 청산할 수 없는 혹은 청산하고 싶지 않은 빚을 진 루이는 자신의 과거 그리고 현재와 화해하고자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던 클레르 드니가 선박을 주문하는 공간으로 부산에서 로케이션 촬영했고,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선박회사 대표로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

리댁티드 Redacted/Redacted
2007 90min 미국/캐나다 Color 35mm 18세 이상 관람가
연출: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

이라크전에서 미군들이 자행했던 14세 소녀의 강간, 그리고 그 일가족 몰살의 충격적인 실화를 사건 만큼이나 충격적인 이미지와 사실적인 스토리로 화면에 담아낸 작품. 전쟁과 미군에 대한 고발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렸으며, 그 안에서의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면서도 폭력과 에로티시즘 등의 천착한 미국신화 비틀기의 문법을 구사하며, 문제적 감독으로 활동해온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신작. 2007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안나와의 4일밤 Cztery noce z Anna/Four Nights With Anna
2008 87min 폴란드/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연출: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레온의 유일한 취미는 이웃집의 간호사 안나를 훔쳐보는 것이다. 밤낮으로 그녀를 따라다니던 어느 날, 레온은 안나가 불량배들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동유럽 뉴 웨이브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가 17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감독은 관음증, 사랑 그리고 도덕성의 기묘한 관계 속에 놓인 두 인물의 이야기를 놀랄 만큼 유머러스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칸 영화제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동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의 영예에 빛나는 작품.

승리 Vincere/Win
2009 128min 이탈리아/프랑스 B&W/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연출:마르코 벨로키오 Marco Bellocchio

무솔리니에게 첫눈에 반한 이다는 그가 발간하는 사회주의 일간지 ‘라반티’를 적극 지원한다. 우파로 돌변한 그가 파시스트당의 전신 ‘포폴로 디탈리아’를 창설하는 데에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 붓지만 그에게 이미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낳은 아들이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서 투쟁이 시작된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의 내연관계를 사상 처음 스크린에 담으면서 칸에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국내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무솔리니의 또 다른 측면을 접할 수 있다. 아름다운 미모의 조반나 메조조르노가 이다 역을 맡아 열연했고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이탈리아 배우 필리포 팀미가 무솔리니를 연기한다.

테트로 Tetro/Tetro
2009 127min 미국/이탈리아/스페인/아르헨티나 B&W/Color 35mm 18세 이상 관람가
연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18살 소년 베니는 어릴 때 헤어진 형, 안젤로를 찾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다. 그러나 ‘테트로’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안젤로는 더 이상 베니가 알던 예전의 그 형이 아니다. 과거에서 자꾸만 도망치려는 테트로와 그런 형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베니. 형제는 점점 가족의 어두운 비밀과 가까워지는데…. 빼어난 흑백 화면의 시퀀스와 ‘테트로’역 빈센트 갈로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이탈리아 가족사로 다시 눈을 돌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수작.

누신젠 하우스 La maison Nucingen/Nucingen House
2009 87min 루마니아/프랑스/칠레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연출:라울 루이즈 Raul Ruiz

윌리엄은 도박으로 칠레에 있는 ‘누신젠 하우스’를 넘겨받는다. 아내 안-마리의 요양을 위해, 또 본인의 소설도 완성할 겸 찾아간 그곳의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2년 전에 죽은 누신젠 가의 딸 레오노르의 귀신이 출몰하는가 하면 자매인 로트는 정신이 돈 상태로 윌리엄을 유혹한다. 점점 쇠약해져 가는 안-마리는 떠나고 싶어 한다. 거장 라울 루이즈의 최신작으로 모호한 시간성, 현실과 환상의 공존, 수려하고도 강렬한 색감 등 감독의 개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발 소녀의 기벽 Singularidades de uma Rapariga Loura /Eccentricities of a Blonde-haired Girl
2009 86min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 Color 35mm 15세 이상 관람가
연출:마뇰 드 올리베이라 Manoel de Oliveira

기차를 탄 마카리오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그는 옆 자리의 여자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금발 소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삼촌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마카리오는 어느 날 맞은 편 사무실의 창을 통해 보게 된 금발 소녀에게 반한다. 마카리오는 그녀에게 청혼하고 결혼하려 하지만, 삼촌의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마카리오는 일자리도 잃고, 먼 지방으로 돈을 벌러 떠나게 된다. 100세가 된 거장 올리베이라의 최신 ‘도덕극’으로 사실주의 작가 에사 드 케이로즈의 소설을 각색했다. 불운한 사랑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 기억과 이야기에 대해 고전적 감수성이 가득한 표현 방식으로 풀어낸다.

/ 이동권 기자 suchechon@voiceofpeople.org

[출처]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http://www.vop.co.kr/A000002948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