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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영진위가 이제는 영화아카데미까지....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26기 졸업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6일(토),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는 홍대 앞 상상마당 4층 대회의실에서 학교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함과 동시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1기 이용배 • 황규덕 감독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졸업하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새로 입학할 신입생들을 축하해줬어야 할 그날, 권칠인, 봉준호, 민규동, 최동훈, 신태라 감독을 비롯한 150 여 명의 동문들은 2010년 새로운 출발의 기쁨을 나누는 대신 불안한 학교의 미래를 우려하며 졸업영화제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작년 11월 5일 진행되었던 영화진흥위원회 내부조직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는 3개의 사업 단위 중 하나였던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부서급으로 축소하고 임원급이던 원장을 부장급으로 위상 격하시키며 기존의 교육연수팀장이 하던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문들이 본격적인 위기감을 느끼게 된 건 지난 12월 말 박기용 원장의 퇴임 이후 지금까지 원장이 공석이라는 것과 2년 단위로 계약해오던 전공교수들과의 계약을 1년으로 축소, 장편제작연구과정을 책임지고 끌어갈 총괄프로듀서를 3개월 임시직으로 임용하는 등 다소 파행적으로 흘러가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학교 운영 때문이었다.


이에 현 동문회는 지난 12월부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조희문)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청, 한 달이 넘는 기간을 기다리다 어렵게 면담일정(1/26)을 잡았으나 당일, 위원장측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은 바 있다. 결국 아카데미 졸업영화제 개막식이 되어서야 조희문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동문회에서 찾아가 이루어진 짧은 미팅이었다. 항간에 떠도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한 논의와 원장임용 및 학교운영계획에 대해 동문회측에서 묻자 조희문위원장은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해 현재로선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원장은 내부직원이나 외부에서 곧 기용할 계획이며, 아카데미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재고할 시점이 왔으나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카데미의 향후 방향에 대해 토론회나 공청회 같은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대규모 자리는 생각하지 않고 있고 소규모 토론 정도는 생각해보겠다는 짧은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오는 17일이면 26기가 졸업함과 동시에 27기 새내기들의 입학식이 있다. 그리고 22일이면 개강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운영을 총체적으로 끌고 나갈 원장은 공석이며, 각 전공교수들은 불안한 미래 속에서 신입생을 만나야 한다. 3월엔 내년도 정규과정 계획을 수립하고 장편제작연구과정 4기 작품 선발 및 그에 대한 계획과 예산을 확정해야 하는데, 향후 아카데미의 운영방향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지난 27년 동안 수많은 영화인들을 배출하고 2007년 장편제작연구과정을 신설한 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전무후무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위상을 높여온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그러나 1984년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일동은 27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온 아카데미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해주길, 차기 신입생들의 정규과정과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지속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예산을 확정 공개해주길, 동문 및 교육전문가 정책입안자가 참여하는 객관적인 토론과 평가를 통해 아카데미의 발전방향을 신속히 결정해주길, 그리하여 더 이상 정치적인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국립영화학교로서의 독립적인 위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길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는 1984년 설립되어 올해 27년째를 맞이하였다.
오늘 우리는 아카데미의 존폐 위기국면에 맞서, 27년 역사의 수혜자이자 증인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다. 그간 한국 영화 현장 안팎에서 쌓아온 아카데미의 유, 무형의 성과와 역사를 무시하고 누가, 어떤 이유로 아카데미를 폐기처분하려 한단 말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아카데미 기능축소'라는 용어를 주무장관 업무보고에 끼워 넣더니, 급기야 행정 효율성이란 구실로 내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말았다. 독립적 위상의 원장 체계에서 내부 선임의 부장 체계로 추락시킨 것이다. 그나마 후임 원장은 공석으로 방치되었고, 기존 교수진들의 임용도 통상 2년이었던 것을 1년짜리 반쪽계약으로 내몰고 있다.
갓 들어온 27기 신입생들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은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제작연구과정 3기의 마무리와 4기로의 돌입은 책임 있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인가?


그간 아카데미의 노력과 성과들을 비루한 정책논리로 짓밟으려는 영진위의 파행을 좌시할 수 없기에 현 동문회는 지난 12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위기의식을 같이하였다. 곧바로 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조희문)과의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한 달 이상의 기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약속한 면담 일정(1월 26일)마저도 일방적으로 파기한 바 있다.
그 후, 비공식적인 짧은 만남을 가졌으나 구체적인 언급 없이 임기응변의 답변만 되풀이하였다.


아카데미 폐지 음모는 문화관광체육부가 그 진원지이다.
문화부는 그간 예술 문화 전반의 교육 및 재투자, 미디어로서의 시민소통의식 등을 막고자 시대에 역행하는 치졸한 책략들을 자행해왔다.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과폐지와 교수진 임용 파행,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의 비상식적인 공모, 시네마테크에 대한 월권 공모, 인권영화제, 인디포럼 지원 배제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며 성장한 단체들을 와해시키는 정치적 독선을 일삼았다. 멈추지 않는 그들의 관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다음은 바로 아카데미다.


과연 우리가 보아온 아카데미가 '영화인 재교육 기관'인가?
저들은 영화진흥기금의 중복투자라는 빛바랜 실용성으로 기능을 축소, 변경하려 하고 있다. 과연 27년에 이르는 국립영화학교의 전통과 성과를 영화인 재교육만으로 이어가려 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인가. 영화와 문화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생색만 내려는 저들의 잔칫상에 아카데미마저 제물이 되어야 하는가.


오히려 상부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 긍정성과 기능성을 굳건하게 지속시킬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예산을 늘리고 독자적인 교육기관으로서 자신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간 아카데미가 축적한 차별성 있는 양질의 교육시스템을 영화인 재교육에 적용시켜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기능축소가 무슨 어불성설이란 말인가?!
오늘날까지 아카데미는 빈곤한 정책과 논리에 휘둘려 많은 질곡을 거쳐 와야 했다.
얼마나 많은 반목과 시련이 있었던가.
그러나 우리는 꺾이지 않고 그 당당한 이름을 한국영화 역사에 기록해 왔다.
올해에도 스물일곱번째 신입생이 입학하였다. 한국 영화계, 나아가 세계 영화계로 무한한 상상력을 뻗어가기 위해 도전하는 그들이 국립영화학교의 살아있는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에 아카데미 동문일동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아카데미의 27년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라.


- 아카데미 차기 신입생들의 정규과정과 제작연구과정의 지속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예산을 확정, 공개하라.


- 아카데미 동문, 교육전문가, 정책입안자가 참여하는 객관적인 토론과 평가를 통하여
아카데미의 발전방향을 조속히 결정하라.


- 더 이상 정치적인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국립영화학교인 아카데미 독립적인 위상을
인정하고 법에 보장하라.



2010년 2월 6일

한국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