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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ook& Poster& Lunch

아카세가와 겐피이 『침묵의 다도, 무언의 전위』& 미야자키 하야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Poster& 종로3가에서 밥 먹기 4.

Image Book : 아카세가와 겐피이 『침묵의 다도, 무언의 전위』(안그라픽스)

『침묵의 다도, 무언의 전위』 아카세가와 겐피이, 안그라픽스, 2020

 

후방을 돌아보아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때 전방을 주목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예술에도 전위라는 것이 있다.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주변은 모두 낡은 것이니 그것을 파괴하면 즉시 새로운 것이 나타날 것이다. 전위예술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침묵의 다도, 무언의 힘』에서 이런 설명을 다른 식으로 고쳐쓴다. 원래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이 일상 생활에 존재했는데, 근대에 들어서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예술을 추출했고, 예술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머리 위에 등장한다. 그때에 예술이라는 개념을 다시 일상으로 되돌리려 전위예술이 등장한 것이다. 예술을 직접적으로 일상 감각에 연결하려는 행위가 전위인 것이다. 책을 읽지는 않고 제목만 보고 서평을 쓰기도 했던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글은 『나의 클래식카메라 탐닉 - 금속인류학 입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혈중금속농도가 올라간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이미 30년전에 출간된 책이지만(국역본은 올해 1월에 출간됐다), “세상은 어떤 곳에서는 무언이 융성하고 어떤 곳에서는 달변이 지배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어떤 세상일까. 귀를 맑게 정화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의 울림은 여전하다.(김성욱)

Poster : 벽에 붙이고 싶은 포스터 고르기 4.

by Riadykuat Riadykuat

미야자키 하야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쿠, 생각났어.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한테 들은 얘기야. 내가 어렸을 때 강에 빠졌었는데 그 터에 아파트가 들어섰대. 문득 생각이 났어. 그 강의 이름이 코하쿠 강이었어. 네 진짜 이름은 코하쿠야.”

“치히로, 고마워. 내 진짜 이름은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야. 나도 생각났어. 네가 내 안에 빠진 적이 있어. 신발을 주우려고 했었지?”

“맞아, 네가 날 얕은 곳에 옮겨 줬어. 정말 기뻐.”

(예그림)

Lunch : 극장 직원의 극장 일기 - 종로3가에서 밥 먹기 4. 

열심히 일하다보면 때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주 찾는 식당 중 하나가 피카디리 앞에 있는 명동칼국수다. 상호에는 ‘칼국수’라고 적혀 있지만 내가 주로 먹는 메뉴는 11,000원짜리 특보쌈정식이다. 한끼 식사로는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도 고기와 야채가 꽤 넉넉하게 나온다. 균형 있는 식사를 했다는 뿌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어 좋다.

이 가게의 특징은 옆 테이블 손님에 따라 가게 분위기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높은 확률로 밥과 술을 먹으며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만나게 된다. 이건 사실 명동칼국수만의 특징은 아니고 종로3가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종로의 어르신들은 시간에 관계 없이 반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혼잡한 시간을 피해 늦은 점심, 또는 이른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비율로 술에 취한 어르신들을 만난다. 이분들은 기분 좋게 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큰 목소리로 나누시고, 나는 본의 아니게 저분들의 속깊은 생각을 엿들으며 밥을 먹는다. 사업에 성공한 아들 자랑,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 김정은과 문재인과 트럼프와 허경영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밥을 먹다보면 복잡한 일 생각은 잠시 잊을 수 있다. 다른 곳이라면 이런 분위기가 불편할 법도 한데 의외로 이곳에서는 그런 나쁜 기억은 없다. (김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