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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네필의 향연, 2010 친구들 영화제 ‘완전정복’

즐감 백배의 시간표 이렇게 짜보세요!


한 해 영화제의 시작점이 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대망의 막을 열었다. 아마 시네필이라면 상영작들이 발표되자마자 목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터이다. 말로만 들었던 푀이야드의 뱀파이어 시리즈를 비롯해서, 존 포드, 니콜라스 뢰그, 조셉 로지, 장 으스타슈, 오즈 야스지로, 장 엡스텡, 존 부어맨, 버스터 키튼, 더글라스 서크, 프리츠 랑, 칼 드레이어 등등. 그야말로 성찬이다. 그렇다보니 시간표 앞에서 형광펜을 꺼내든 자세가 사뭇 비장해진다. 더구나 다섯 번째인 친구들 영화제에는 모든 상영작을 보기로 다짐한 탓에 스케줄 짜는 일이 더 고민된다. 필자의 경우, 이제껏 친구들 영화제에 빠짐없이 참여하긴 했지만, 관람 목록은 듬성듬성 빈틈이 많았다. 미리 예매를 못했는데 매진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돌아서야 했던 적도 있고, 일정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놓친 영화도 있지만, 실은 게으름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친구들 영화제에서 놓친 영화들 때문에 작년 한 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고 나니, 올 해 만큼은 부지런을 떨어서라도 꼭 전작을 봐야지 단단히 마음먹는다. 이 거 한편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놓쳤다간 나중에 아쉬워할 순간이 꼭 한 번은 생기니 말이다. 괜한 너스레가 아니다. 사실 작년 친구들 영화제에서 타르코프스키의 <거울>과 마르코 페레리의 <그랜드 뷔페>, 펠리니의 <카비리아의 밤>을 놓치고 나서도 그랬다. 주변의 친구들이 <거울>을 보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영화로 꼽을 때마다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실은 난 영화를 못봐서...’라며 말끝을 흐려야 했고, 나중에 DVD로 <카비리아의 밤>을 볼 땐, 첫 장면에서부터 아차 싶었다. ‘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종종 맛난 식사를 배부르게 하고서 <그랜드 뷔페> 얘기를 하면서 농담하는 틈에선 아쉬운대로 혼자 상상해가며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비단 나의 경우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제안해 본다. 친구들 영화제를 더 맛깔나게 즐길 수 있는 시간표 짜는 법. 관객들 저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를 텐데, 시간대 별로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 완전정복,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나름 고심하며 시간표를 짜보니 몇 편씩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 시간대 별로 고루 배치되어 있었다(고민 고민하며 시간표를 짜셨을 아트시네마 관계자 분께 새삼 감탄을!). 

자! 그럼 당신은 어떤 타입의 시간표가 딱 어울리는지 한번 테스트해보시길..

                  ▶ 당신에게 맞는 친구들영화제 시간표 알아보기 테스트

테스트 결과, 당신에게 맞는 시간표가 A타입으로 나왔다면, 당신에겐 특별한 팁이 따로 필요없다는 얘기. 마음 내키는 대로 보고픈 대로 그야말로 골라보는 재미를 느끼시길. 원하는대로 짜면 된다는 말씀. B타입이라면 저녁시간대를 공략해서 보는 게 백배 즐기는 방법이고. C타입이라면 평일 낮 시간대를 공략하는 거다. D타입은 영화만이 아닌 영화를 가지고 소통을 즐기시는 분이니만큼 시네토크를 사수할 수 있는 시간표 짜기가 필수. 만약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아무리 영화가 좋다지만 생계를 저버릴 수 없는 자라면 그래도 걱정할 필요 없다. 직장인을 위한 주말시간대에도 적절히 시간표가 분배가 되어있으니 주말 시간대를 고수하면 거의 모든 상영작을 섭렵할 수 있다. 여기 내 맘대로 유형의 A타입을 제외한 시간표 몇 가지의 사례를 제시해본다.

친구들 영화제 완전정복 가이드

A : 내 맘대로

 
 
제안 없음. 당신이 원하는 대로 골라보는 재미 백배.

B : 평일저녁 공략

1월 17일 13:00 엄마와 창녀(김한민+윤종빈)
1월 17일 19:00 아파치 요새
1월 19일 19:00 네이키드(박찬옥)
1월 20일 13:30 뱀파이어
1월 21일 19:00 열혈남아(류승완, 주성철)
1월 23일 18:30 작가를 만나다(배창호)
1월 26일 20:00 사냥꾼의 밤(김성욱)
1월 27일 19:00 항해자
1월 28일 19:00 프랑켄슈타인 죽이기
1월 29일 19:00 트로츠키 암살(오승욱)
1월 29일 16:30 바람에 사라지다
1월 30일 15:00 아마데우스(안성기)
1월 31일 15:00 마태복음(김지운)
2월 02일 16:00 분노의 포도
2월 02일 19:00 동경 이야기
2월 03일 19:00 오데트
2월 04일 19:00 쳐다보지 마라
2월 05일 19:00 서바이벌 게임
2월 07일 15:30 디바인 대소동(이재용+전계수)
2월 09일 19:00 황야의 결투
2월 11일 16:30 카프리치
2월 11일 19:00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정성일)
2월 12일 19:00 어셔 가의 몰락
2월 16일 19:00 모호크족의 북소리
2월 17일 19:00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2월 18일 19:30 철마
2월 20일 17: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0일 19: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3일 19:00 굽이도는 증기선
2월 26일 19:00 이유없는 의심(크리스 푸지와라)
2월 27일 14:00 말 위의 두 사람(크리스 푸지와라)
2월 28일 19:00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C : 평일 낮 공략

 1월 19일 13:30 사냥꾼의 밤
1월 20일 13:30 뱀파이어
1월 21일 13:00 이유없는 의심
1월 21일 16:00 말 위의 두 사람
1월 22일 14:00 분노의 포도
1월 22일 17:00 항해자
1월 23일 18:30 작가를 만나다(배창호)
1월 24일 15:30 동경 이야기(이명세)
1월 26일 13:00 엄마와 창녀
1월 26일 17:30 열혈남아
1월 28일 16:00 쳐다보지 마라
1월 29일 13:30 네이키드
2월 02일 13:30 바람에 사라지다
2월 03일 13:00 아파치 요새
2월 04일 13:00 트로츠키 암살
2월 04일 15:30 아마데우스
2월 05일 13:00 마태복음
2월 05일 19:00 서바이벌 게임(봉준호)
2월 07일 15:30 디바인 대소동(이재용+전계수)
2월 09일 16:00 철마
2월 11일 14:00 모호크족의 북소리
2월 11일 16:30 카프리치
2월 11일 19:00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정성일)
2월 12일 14:00 굽이도는 증기선
2월 12일 16:00 프랑켄슈타인 죽이기
2월 12일 19:00 어셔 가의 몰락
2월 17일 16:00 황야의 결투
2월 19일16:00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2월 20일 17: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0일 19: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3일 16:00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2월 24일 16:00 오데트

D : 시네토크 사수

 1월 16일 15:00 쳐다보지 마라(박찬욱)
1월 17일 13:00 엄마와 창녀(김한민+윤종빈)
1월 17일 19:00 아파치요새
1월 19일 19:00 네이키드(박찬옥)
1월 21일 19:00 열혈남아(류승완, 주성철)
1월 23일 14:00 바람에 사라지다(최동훈)
1월 23일 18:30 작가를 만나다(배창호)
1월 24일 15:30 동경이야기(이명세)
1월 26일 20:00 사냥꾼의 밤(김성욱)
1월 29일 19:00 트로츠키 암살(오승욱)
1월 30일 15:00 아마데우스(안성기)
1월 30일 13:00 카프리치
1월 31일 13:00 항해자(관객들의 선택)
1월 31일 15:00 마태복음(김지운)
2월 02일 16:00 분노의 포도
2월 05일 19:00 서바이벌 게임(봉준호)
2월 06일 14:00 오데트(홍상수, 허문영)
2월 07일 15:30 디바인 대소동(이재용+전계수)
2월 09일 19:00 황야의 결투
2월 10일 13:30 뱀파이어1~10부(정성일)
2월 11일 19:00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정성일)
2월 12일 19:00 어셔 가의 몰락
2월 17일 19:00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김영진)
2월 20일 19: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0일 17: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3일 19:00 굽이 도는 증기선
2월 26일 19:00 이유없는 의심(크리스 푸지와라)
2월 26일 16:00 철마
2월 27일 14:00 말 위의 두 사람(크리스 푸지와라)
2월 27일 19:00 모호크족의 북소리
2월 28일 15:00 프랑켄슈타인 죽이기(크리스 푸지와라)
2월 28일 19:00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E : 직장인을 위한 주말코스

 1월 16일 13:00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
1월 16일 15:00 쳐다보지 마라(박찬욱)
1월 17일 19:30 아파치 요새
1월 17일 13:00 엄마와 창녀(김한민+윤종빈)
1월 22일 14:00 분노의 포도
1월 23일 14:00 바람에 사라지다(최동훈)
1월 23일 18:30 작가를 만나다(배창호)
1월 24일 19:30 네이키드
1월 24일 15:30 동경이야기(이명세)
1월 24일 13:00 트로츠키 암살
1월 30일 15:00 아마데우스(안성기)
1월 30일 13:00 카프리치
1월 31일 15:00 마태복음(김지운)
1월 31일 19:00 사냥꾼의 밤
1월 31일 13:00 항해자(관객들의 선택)
2월 05일 19:00 서바이벌 게임(봉준호)
2월 06일 14:00 오데트(홍상수, 허문영)
2월 06일 12:00 이유없는 의심
2월 07일 15:30 디바인 대소동(이재용+전계수)
2월 07일 19:00 열혈남아
2월 12일 14:00 굽이도는 증기선
2월 12일 19:00 어셔 가의 몰락
2월 17일 19:00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김영진)
2월 17일 16:00 황야의 결투
2월 20일 17: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0일 19:00 작가를 만나다(김정)
2월 21일 13:30 뱀파이어1~10부
2월 26일 16:00 철마
2월 27일 14:00 말 위의 두 사람(크리스 푸지와라)
2월 27일 19:00 모호크족의 북소리
2월 28일 19:00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2월 28일 13:00 프랑켄슈타인 죽이기(크리스 푸지와라)

당신이 어떤 시간표를 골랐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뭔가 2% 부족. 여기에 하나 더한 친구들 영화제 100% 즐기기 위한 추가 팁이라면. 하나, 매진되어 돌아서야하는 일이 없으려면, 주말 상영과 시네토크가 있는 상영은 예매가 필수. 둘, ‘작가를 만나다’나 <어셔가의 몰락>처럼 상영이 한 번 뿐인 영화들의 날짜도 기억해 두어야할 듯.  셋, 러닝타임 총 386분인 <뱀파이어>는 평일과 주말에 세 번 상영이 있으니, 종일 관람이 어렵다면 나눠 관람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필자가 나름 고민하면 취향대로, 여건대로 짜맞춰본 몇 가지 시간표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팁이길, 아울러 모쪼록 올해도 친구들 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얘기로 일 년 내내 행복할 수 있기를! (장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