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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CineTalk

[시네토크] 자유분방하고 관습에 얽애이지 않는 잔느 모로를 좋아한다 - 배우 윤진서가 추천한 <쥴 앤 짐> 시네토크

지난 2월 11일 저녁,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을 추천한 윤진서 배우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토크가 열렸다. 윤진서 배우가 친구들로서 처음 참여하는 자리였던 만큼, <쥴 앤 짐>을 극장에서 처음 보게 된 감상과 더불어 연기나 한국 영화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 프랑스 예술에 대한 그녀의 깊은 애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깊이 몰입했던 시네토크의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예전에 영화잡지에 썼던 칼럼에서 극장 공상에 대해 썼던 글을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홍대에 여러 유형의 극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과, 시네마테크의 어려움을 근심하는 글이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친구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시네마테크 후원 촬영도 했었고, 극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미 시네마테크와 인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선택작을 제안했을 때, 되돌아온 세 편의 영화가 모두 프랑스 영화들이었다. 에릭 로메르의 <녹색 광선>, 뤽 베송의 <레옹>, 또 한 편이 오늘 본 프랑스와 트뤼포의 <쥴 앤 짐>이었다. <쥴 앤 짐>에 대해 윤진서씨가 썼던 짤막한 글을 기억하는데, 프랑스 영화에 대한 매혹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진서(배우): <쥴 앤 짐>, <녹색광선>, <레옹>을 추천했던 이유는 자라면서 세 영화를 다 극장에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개인적인 욕심으로 선택했었던 것 같다. 다 고르고 나서 친구가 ‘세 편 다 프랑스 영화’라고 해서 나중에야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었는데, 그 말을 다시 듣게 된다. 내가 극장에서 보고 싶은, 볼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를 골랐다. (웃음) 이 영화는 DVD를 갖고 있어서 자주 보는 영화다. 틀어 놓고 아침 요리를 하기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잠을 깨기도 한다. 그런 것까지 따지면 100번은 본 것 같은데 극장에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극장에서 보니까 표정들이 좀 더 잘 보인다. 제가 좋아했던 장면 중 하나가 포즈 효과로 잔느 모로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지금까지 볼 때에는 잔느 모로의 표정이 굉장히 상반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크게 보니까 확실히 상반되어 보인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라 색달랐던 것 같다.


김성욱:
<쥴 앤 짐>을 좋아하게 됐던 건 잔느 모로 때문인가, 아니면 그녀가 연기한 카트린이라는 여자의 캐릭터 때문인가? 아마도 둘 다일거라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 출연했던 잔느 모로의 나이가 당시 34살 정도였다고 한다. 60년대 초반에 보여준 잔느 모로의 연기 중에서 가장 쾌활하고 발랄하면서 매혹적이라는 생각이다.

윤진서: 잔느 모로와 카트린, 두 사람 다 매혹적이다.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의 영화도 좋아한다. 당시 만들어졌던 프랑스 영화들의 캐릭터가 대부분 자유분방하고 요즘보다 훨씬 더 자신의 생각이나 삶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모습이 많더라. 당시엔 카트린이 그다지 특별했었던 캐릭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작가주의 영화들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잔느 모로라서 더 특별하고 매혹적인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김성욱:
당시 반응을 보면 카트린의 도덕적 태도에 대해서는 당시 프랑스 사람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한 명의 여자가 두 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가,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두 남자가 우정을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제기되는데 이 영화는 답변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카트린의 역할을 배우로서 연기하게 된다면 이런 상황에 대한 감정을 사전에 미리 정해두고 할지, 아니면 매 순간마다 즉흥적으로 연기를 할지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윤진서: 많은 고민이 될 것 같다. 어쨌든 카트린 같은 연기를 해 본적이 없어서 잠깐의 생각으로 말씀 드리기엔 버거운 대답이다. 살짝 비슷한 경험이 있기는 하다. 쌍둥이를 사랑한 연기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상황마다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 않나, 또 그 상황을 설정한 감독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더라. 특정한 분위기에 매혹 당하는, 즉 무드나 분위기에 약한 캐릭터가 여성에게 더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을 드러내는 연기를 하는 거다. 잔르 모로도 무드에 약하고 그런 부분들을 즐기기를 더 원했던 것 같다.


김성욱: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화 촬영 현장이 어땠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로도 즐겁고 흥겹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히 잔느 모로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실제로는 NG 장면에 가까운데,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즉흥적이라서 트뤼포가 그 장면을 그대로 썼다고 하더라. 영화 촬영 당시에도 잔느 모로는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하고, 촬영장에서나 이 영화에서 트뤼포는 배우에게 많이 의존했다고 한다. 영화 작업을 할 때 배우로서 스태프나 감독과의 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집중성과 친밀성을 만들어가는지, 그 과정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윤진서: 그 과정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생각을 한다. 보통 3~4개월 정도 한 현장과 공간에서 70~80명의 사람이 오면, 배우들은 컨디션과 집중을 위해 원하는 것들이 있고 제작팀은 빠른 제작을 위해 원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각자 나름대로 원하는 게 많기 때문에 뒤에서는 항상 트러블이 있는 게 현장이다. 배우는 감독과 그 모든 것들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인데, 그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의 문제가 사실 연기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자유롭고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주어지면 사실 연기할 때도 편하고 상상한대로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분위기가 뭔가에 눌린다거나 트러블이 있는데 숨기고 모르는 척 연기에 집중하려고 하면, 스스로 그 고민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고, 나중에는 관객이나 감독에게도 꼭 들키게 되더라. 제가 경험했던 최고의 영화 현장은 박찬욱 감독님과 <올드보이>를 할 때였는데, 모든 게 완벽했었다. 모든 스태프들과 감독이 스스로 원해서 영화 얘기를 하고, 촬영이 없는 날에도 배우들끼리 영화 애기를 하면서 모두가 <올드보이>라는 작품에 미쳐있는 거다. 누군가 앞으로 그런 현장, 배우, 감독을 만나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하더라. 그런 분위기는 운명처럼 탁 만들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김성욱: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느꼈던 장면을 좀 묻고 싶다.

윤진서: 초반에 나오는 떼레즈라는 여자가 나 좀 데리고 자달라며 집에 가서 담배 연기로 증기기관차 모양을 만들지 않나. 어려서 봤던 거라 처음에는 이 장면이 충격적이었는데 그 시퀀스가 잔느 모로의 또 다른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게 봤었다. 또 그 장면에서 노래가 나오는데, 처음엔 정말 이상하다고 느껴졌던 여자가 그 노래하나로 갑자기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인 여자로 변하더라. 그 노래의 힘을 느끼면서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난다.


김성욱:
이 영화는 어떤 기회로 처음 보게 되었나.

윤진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대학 시절에 봤던 것 같다. 연기를 전공하고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수많은 좋은 영화들을 보고 노트를 했어야 됐었다. 여러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그 중에 하나였다. 사전 지식하나도 없이 봤는데 좋아서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고 그랬다.


김성욱:
연기의 영역은 비평가들도 굉장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연기자로서 잔느 모로의 연기를 보면서 어떤 점들을 많이 느꼈는지 궁금하다. 특정한 장면이나 순간에 주목한 부분이 있는지? 배우로서 잔느 모로의 연기에 어떤 흥미를 갖는 지점들이 있었을 것 같다.

윤진서: 쥴과 짐의 대화중에 카트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지적이지도 않지만 진정한 여자라는 말을 하는데, 그것을 감독이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잔느 모로 자체가 그런 향을 풍기는 여자였던 것 같다. 트뤼포는 그것을 보고 캐스팅을 했던 것 같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줬을 것이다. 다른 배우들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 사적으로 알고 있는 그 사람과 영화 속에서 나온 그 사람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표정, 삶의 습관이나 방향, 살고 싶어 하는 철학 같은 것들이 그들의 얼굴에 반영되고 또 연기하는 스킬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잔느 모로의 연기는 그냥 잔느 모로가 저런 여자이지 않았을까 한다. 굉장히 자유롭고 내재되어있는 것들이 많아서 어디론가 튕겨져 나가버리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영화를 촬영할 당시 34살 무렵이라고 했으니 특히 더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관객1:
영화제 동안 서울아트시네마를 꽤 많이 찾았는데, 40대의 감독님들만 뵙다가 여배우님을 뵙게 되니 너무 좋다. 트뤼포 감독이 일생 동안 2만 편 정도의 영화를 봤다고 하던데, 배우로서 얼마나 많은 영화를 보시는지 궁금하다. 또 이런 공간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떤 영화를 위주로 보시는지도 궁금하다.

윤진서: 집중해서 보는 건 작품을 하지 않을 때에는 하루 두 편 정도인 것 같다. 촬영을 할 때는 수면시간이 3~4시간 정도라 일주일에 한 편 정도를 본다. 오늘 이 행사 때문에 온 스태프가 다 쉬고 있어서 저한테 고마워하고 있다.(웃음) 요즘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볼 수 없어서 잠이 안 오고 있다.(웃음) 촬영한 지 두 달 됐는데, 영화관에 와서는 한 네 편정도 본 것 같다. 집에서는 틀어 놓고 자는데, 그런 것까지 하면 많이 보는 것 같다. 음악이 좋은 영화들이 있지 않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같은 영화를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면 좋더라. 그냥 많이 틀어 놓는다. 영화를 옆에 두고 싶다.

김성욱: 박중훈 씨도 <스카페이스>를 50번 이상 봤다고 하던데, 왜 그렇게 한 영화를 오래 보게 되는 거 같나. 배우로서 특별한 걸까.

윤진서: 이번 영화제 추천작으로 고른 세 편의 영화가 다 프랑스 영화였는데 그저 제 취향이 프랑스 영화에 더 공감되는 게 많아서인 것 같다. 새로 나온 영화보다 살면서 내가 좋아했었던 열편의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게 마음에 위안이 되고 용기를 얻게 되고 영화를 하고 있다는 게 더 좋고, 그런 것 같다.


관객2: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어 기분이 좋다. <쥴 앤 짐>의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 추천해줄 만한 다른 영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윤진서: 이 영화가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녀의 추한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아서 이 엔딩이 마음에 든다. 최근에 봤던 영화는, 엊그제 잠을 포기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질투가 났다. 저도 그렇고, 그런 영화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호감과 호기심을 갖더라. 보면서 질투가 났던 건 “이런 영화가 나와야지”하는 그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남성적인 기운을 뽑아내는,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 코드를 한국 영화 안에 갖고 있다는 게 질투가 난다. 관객들을 한 번에 끌어 모을 만한 장르와 뭐라고 딱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여배우들에겐 아직 없어서 무조건 질투가 나고 부러웠다.



관객3: 윤진서씨가 감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어떤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 있나?

윤진서: 저는 지금 처음 듣는 얘기다.(웃음) 칼럼을 쓰다 보니 어떤 감독님들이 시나리오를 써보라며 제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농담으로 얘기하시더라. 글쎄, 영화를 많이 좋아한다. 그리고 또래의 다른 여배우들보다 좀 더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고, 책을 많이 본다거나 그렇게 느껴지니까 그런 생각이 있냐고 질문들을 하시는데, 그저 배우로서 많이 읽고 많이 보는 거다.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아직 없다. 그 힘든 일을 왜 하나.(웃음)

김성욱: 질투 얘기를 하셔서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도 질투를 느낀 게 있는지 궁금하다. 배우 때문에 질투를 느끼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은데.

윤진서: 질투를 느꼈던 캐나다의 감독이 있다. 89년생인 자비에 돌란이라는 감독인데 <하트비트>라는 영화로 상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상영이 됐다. 개봉했을 때 그 ‘아이’의 영화를 보러 갔었다. 마지막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감독부터 각본, 의상, 미술, 편집, 제작, 배우까지 모든 것에 다 참여를 했더라. 인터뷰에서 “이성을 잃은 사랑만이 우리가 솔직해지는 순간이다. 그 외에 사람들은 다 거짓말을 하고 산다. 나는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걸 표현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보러 갔었다. 딱 89년생의 눈으로 표현이 됐더라.


김성욱:
잔느 모로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스타 배우가 있었다. 그녀는 마흔 살 무렵에 은퇴했지만, 잔느 모로는 80을 넘겨서도 연기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30~40대를 넘기면서 여배우가 연기를 지속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아리아리 한국영화>라는 한국영화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정지영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한국 영화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 했던 게 독특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한국 영화 내에서 배우로서 느끼는 점들도 있었을 것 같다.

윤진서: <아리아리 한국영화>에는 우연한 기회로 출연하게 됐다. 전에 매니저 일을 해주던 언니와 다시 만나는 자리에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님과 그 다큐멘터리 제작을 같이 기획하셨던 감독님이 계시더라. 한국영화 현장을 돌면서 현실이 어떤지, 배우들의 자세는 어떤지, 대기업들과 감독들의 마찰 같은 것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은데 3일 정도만 나와서 인터뷰어로 해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 아무도 안 볼 것 같아서, 배우가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한국영화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제안을 하시더라. 처음엔 3일이라고 제안을 받았는데 촬영이 3개월을 갔다.(웃음) 영화학자들부터 봉준호, 박찬욱 같은 감독이나 안성기, 문소리, 김혜수 같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원로 배우들까지 다 만났다. 한국영화의 현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영화 일을 하면서 그런 것까지 자세히 알게 되지는 않는데 개인적으로도 나는 영화 일을 왜 하고 있고, 특히나 한국이라는 곳에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를 갖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또 나만 이런 게 아니라 다른 배우나 감독들도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구나, 라는 것들을 다시 느끼게 됐던 것 같다. 처음엔 그분들을 만나 영화에 대한 생각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두려웠다. 또 한국이란 나라가 자기 생각을 젊은 사람이 얘기하면 되바라져 보이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많았는데, 그게 나의 선입견과 오해였다는 걸 알았다.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자세가 되어있었는데, 으레 겁먹고 저처럼 뒤로 숨어버리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비단 영화계뿐만이 아니라 다른 예술계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 같더라. 지금은 어르신들을 만나도 하루 종일 술 마시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가 된 거다.


관객4:
트뤼포가 이 영화를 만들었을 때 어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작자는 70살이 넘은 노인이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소설이라고 했다. 나중에 트뤼포가 노년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이 영화에 관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트뤼포가 죽기 직전에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를 묻고 싶다.

윤진서: 트뤼포가 50대에 찍었으면 베드신을 하나씩 꼭 넣지 않았을까.(웃음) 그런 장면이 하나쯤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상상하고 싶다.

김성욱: 이 영화를 만들 때는 트뤼포가 굉장히 수줍음이 많았던 시기다. 말씀대로 가정했더라면, 그보다는 훨씬 더 진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윤진서: 영화에서 짐이 쥘베르트에게 하는 대사 중에 아침에 떠나면서 “내일 당장 내가 없으면 널 내버리는 느낌일 거고, 내일도 있으면 우린 부부 같을 거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만약 베드신이 있었다면 쥘과 짐의 반응이 다를 것 같아서, 그것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관객5:
이 영화의 잔느 모로에 대해 세기의 캐릭터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잔느 모로라는 배우나 그 캐릭터에 대해 따라 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아니면 롤 모델로 삼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윤진서: 잔느 모로도 좋아하고, 요즘에는 마리옹 꼬띠아르라는 배우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게 시기마다 변하긴 한다. 1년 전부터는 마리옹 꼬띠아르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


김성욱: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 달라.

윤진서: 오늘 <쥴 앤 짐>을 같이 보게 되어 너무 즐거웠다. 또 이렇게 좋은 영화를 같이 보고 얘기하는 날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시네마테크가 영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