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객 후원 릴레이

[시네마테크 지키기 55회] 가야할 길에 대한 질문과 답을 동시에 주는 곳

한때 거대한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 곳이 밀림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숲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숲길을 개척해 나가기도 한다. 그 길의 초석을 마련해준 곳이 시네마테크였다. 장황한 밀림 속에서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던 나(혹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여러 길들을 안내해주고, 설명해주고,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인심 좋은 노인 같다고나 할까. 이 분은 모진 풍파를 견뎌낸 일화들을 즐겁게, 때론 슬프게, 때론 무섭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가끔은 졸기도 하고) 가야할 길을 묻곤 한다. 시공간을 넘어선 영화와 대화, 동행자들과 대화, 그리고 곧 다가올 대화들. 숲길에서의 대화는 가끔 모진 돌에 걸려 넘어졌을지라도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게 해준다. 시네마테크는 내게 그런 존재다. (최혁규, 2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