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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후원 릴레이

[시네마테크 지키기 52회] 서울아트시네마서 영화를 계속 보고프다!

아트시네마에 가면 나는 되도록 앞 자리에 앉는다. 표를 끊고서는 자리에 앉아 다가올 무언가를 기대한다. 드디어 불이 꺼지고, 이어 익숙한 화면들이 지나가고 나면, 영사기에서 어둠을 뚫고 한 줄기 빛이 스크린에 퍼진다. 퍼져라~ 빛아~ 내 눈앞에 스크린이 꽉 차게 다가온다. 이미지가 명멸하며 시간이 지나가고 그 움직임들은 감정들을 실어 넘실 거리며 스크린을 벗어나 나를 걷어 올려 다른 세계로 이끈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나를 대신해 움직이며, 내가 꾸는 꿈은 그들이 꾸는 꿈이고, 그들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다. 나는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즐거워하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작아지고, 커지며, 도시의 시궁창에서부터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유람하고, 시간을 뛰어 넘고, 가로 지르고,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를 구하고, 인류를 이끌며, 세상의 빛을 만들어 낸다. 평면의 스크린이 나를 감아서 영화를 만들어낸다. 내가 영화고, 영화가 내가 된다. 대개는 이런 상태다. 그런데 이런 애들이 나를 포함해 매회 관람석에 적지 않다. 스크린에서 아스라이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물러가 주변이 밝아지면, 같은 영화의 동일한 감동에 각자의 감정를 꿈꾸던 우리는 아직 희미하게 남은 감정들의 잔해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언제 왔냐는 듯이 썰물같이 빠져 사라져간 이미지들은 우리 안에 분명히 남아서 그 허상의 실제를 증거한다. 우리는 이미지들의 연속을 속으로 되뇌이며 아트시네마를 나오며, 서로가 혹은 스스로에게 재잘 거린다. 그런 영화들.. 이런 쉽지 않은 공유된 경험들.. 정말 소중한 연대의 감정들..아트시네마가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매표소 앞에 줄을 선다. 표를 끊고 자리에 앉으면 다시 영화가 시작된다. 그렇게 우리는 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본다. 그리고 계속해서 보고 싶다. (박근범, 2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