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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후원 릴레이

[시네마테크 지키기 49회] 보다 안정적인 집에서 우뚝 서길!

오랜만에 메신저로 친구가 말을 건다. 오늘 술이나 한잔 하자고. 헌데 난 머뭇거린다. 영화를 봐야하기에. 그가 묻는다. 그놈의 영화가 밥 먹여 주냐고.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난 대답한다. ‘응, 나에겐 영화가 양식이야’라고. 그렇다. 어느 날인가부터 나의 모든 스케줄은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에 따라 좌지우지 되었다. 그 좋아하던 옛 친구도 마다한 채 보고픈 영화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내가 그 영화를 만나리’라는 생각에 난 서울아트시네마에 간다. 지금 현재의 내가 어떻게 태어나기도 전인 40년 전 심지어 100년 전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가? 근데 시네마테크는 그걸 가능케 한다. 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창이고 때론 냉혹한 현실을, 혹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환타지를 경험케 한다. 시네마테크는 그런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 속에서 때론 신나게 웃고 울 수 있으며, 때론 내가 모르던 세계, 역사와 마주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렇게 난 시네마테크의 영화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기억의 저장고’를 넓혀간다. 더불어 보너스로 같은 경험으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 공간이 어쩌면 와해될 지도 모른다고 한다. 빌어먹을, 경악할 일이다. 그건 ‘밥’을 먹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하여 나는 소망한다. 더 좋은 조건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금의 시네마테크가 적어도 후퇴하지는 않기를.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헤매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아주 조금씩이라도 진화하며 언제나처럼 거기에 영원히 서 있길. 보다 안정적인 따뜻한 집을 찾기를 진정 기원한다. 내게 애인이자, 친구이며, 나를 다잡아주고 배움과 안식을 준 곳. 학교에서 보다 더 많은 지식과 세계를 만난 곳. 그게 바로 시네마테크다. 그들이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도록 한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나도 나이가 들어도 그 가족의 일원으로 언제까지나 서 있고 싶다. (신선자, 3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