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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후원 릴레이

[시네마테크 지키기 44회] 오롯한 영화의 역사를 담는 곳

언제였을까? 지금의 낙원상가로 새로운 둥지를 틀기 전, 소격동 시절 아트시네마 마지막 영화제에서 보았던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 그 영화를 보고 돌아서 내려오던 그 풍문여고 사잇길은 꽤나 적적하고, 우울하고, 슬펐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같이 보고 나오는 관객들. 내가 모르는 그들이지만, 같이 극장에 앉아 좋은 영화를 보고 나왔다는 동질감에서 느끼는 평안함에 그 골목길은 내겐 깊은 여운이 남았다. 요즘에야 낙원상가의 옥상아닌 옥상에서 삼삼오오 흩어져서 담배를 피우며, 오래된 낙원상가 아파트를 바라보며 영화를 보러 들어가고 또한 나온다. 항상 밀려다니고 이사를 해야만 한다는 것은 그래도 슬픈 일은 아니겠다고 생각해본다. 어찌되었건 이사갈 곳이라도 있다면…. 하지만 그냥 송두리째 무언가 사라진다고 생각해보면, 그토록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일련의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켜야할 것은 뻔한 답이다. 하지만 지키는 것 이상으로 공격할지도 모른다. 송두리째 앗아가겠다면, 모든 걸 걸고 놀아버릴테다!
서울아트시네마는 게토가 아니며, 만약 게토라고 끝까지 손가락질 한다면, 그 울타리가 '영화'라는 이름이라고 선언한다. 오롯한 영화의 역사를 담는 곳이 바로 시네마테크이다. 그러한 곳에 어이없고 불투명한 정치적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가만 둘 수 없는 일이다.
희문 조! 당신, 쪼까 실수 한 듯 하오. 그대가 정녕 지방극장의 포스터를 뜯어서 모았던 그 마음의 순수성을 아직도 간직한다면, 서울아트시네마로 영화 한 편 보러 오시길, 내가 표 한 장 건네리다. (정경록, 3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