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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


<고모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마테오 가로네의 초기작은 최근작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박제사> <첫사랑> 등 원작소설을 끌어와 극영화를 만드는 최근과 달리 초기작들은 실제 삶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은 이민자들이 이탈리아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나이지리아 매춘부,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 그리고 이집트에서 온 주유소 직원 등 이민자 자신이 직접 출연, 인공성이 가미되지 않는 일상을 카메라 앞에 그대로 노출한다. 다만 그들이 발붙인 땅은 모든 것이 풍요로운 도시와 거리가 먼 메마르고 황량한 곳으로 그들의 이탈리아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는 배경의 척박함으로 증명이 된다.

그 때문에 <이민자들의 땅>은 ‘가로네 버전의 네오리얼리즘’ 혹은 ‘1990년대에 되살아난 네오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틀린 평가는 아니지만 그것이 가로네가 자국을 바라보는 비극적인 관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독은 이탈리아 내 이민자들이 결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순간에도 동정심 대신 질긴 삶의 생명력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이는 가로네가 이후 영화에서도 줄곧 유지하는 극중 인물과 소재를 대하는 윤리이자 영화적인 태도다. 그는 자신이 다루는 소재를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해당 인물 속으로 들어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1986년 예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촬영감독 보조로 영화 일을 시작한 가로네는 일찍이 카메라가 비추는 현실 그 이면까지 바라보는 방식을 일찍이 터득했다. <이민자들의 땅>을 발표하고 나서도 극중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그는 1998년 이 영화에 출연했던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손님들>에서 다시 다루게 된다. (허남웅_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