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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곧 부서질 현실에 대한 예견 - 마이클 만의 <히트>

[리뷰] 곧 부서질 현실에 대한 예견- 마이클 만의 <히트>





<히트>는 마이클 만의 기념비적인 갱스터 영화로 남았다. 기념비적이란 말은 단지 마이클 만 영화의 작품군 가운데 각별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 갱스터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그러하다는 의미다. 영화는 범죄자들의 장인적인 작업(그래서 <도둑>에서처럼 작업의 프로세스가 중요하게 부각된다)과 그들의 가정 내 생활의 충돌을 그린다. 이는 알 파치노가 연기하는 경찰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범죄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와 그를 쫓는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는 피의 온도를 같이한다. 


영화는 이 둘이 마침내 마주하는 순간(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만남) 이전부터 서로의 열heat의 온도를 감지하게 한다. 가령 첫 번째 총격전 후에 현장에 도착한 알 파치노가 ‘전문가의 솜씨’라며 혀를 내두르며 칭찬할 때, 혹은 적외선 카메라로 마치 유령을 대면하듯이 서로 아이-컨택트를 하는 순간들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서스펜스란 없다. 장인들에게는 탁월한 프로세스가 있을 뿐이다. 범죄의 형상화는 <도둑>과 같은 작품에서 탁월한 제스처들로 표현된 바 있지만, 여기서는 거대한 총기 액션으로 규모가 더 커졌다. 총기 액션은 가히 전쟁영화라 할 만하다. 두 번째, 이 영화의 범죄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이다. 사회적 계급의 이면이 영화에서는 주요하게 부각된다. 맥컬리는 은행을 털면서 창구의 고객들에게 '당신들의 돈은 안전하다. 우리는 은행의 돈을 털러 왔을 뿐이다'라 말한다. 월가의 시위에 필적할 일이다.



표현적인 미장센(가령, 마이클 만은 알렉스 콜빌의 ‘퍼시픽’(1967)이란 그림을 즐겨 사용한다. 이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서 있는 한 남자의 형상으로 권태와 고독, 특정한 마음의 상태를 대변한다), 도시의 추상적인 이미지들, 감각적인 사운드의 구성 등 영화적 추상에 사내들의 감성을 이입시키는 형식 또한 탁월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기차역으로, 라스트의 공항과 대구를 이루는데 영화의 주요한 장소들이 이런 이전移轉의 공간이다. 어디론가 떠나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한다. 이런 불가능성은 도시적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미 예견된 것들이다. 가령, 주인공 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가 여자친구 이디(에이미 브레느만)와 L.A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그러하다. 



이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장면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풍경의 서로 다른 몇 가지 층이 겹쳐 있다. 그들은 희망과 열망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불가능한 풍경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풍경, 이미지-평면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지층학적인 선들. 우리는 나중에 이렇게 통합된 평면들이 내외부의 균열로 마치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질 것임을 알게 된다. 깨어지고 파산되는 갱스터 패밀리와 가족의 집단들. 이는 <퍼블릭 에너미>의 실패한 반란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