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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 의리의 인력거꾼

의리의 인력거꾼 車夫遊侠伝・喧嘩辰 / Fightin’ Tatsu the Rickshaw Man

 

 

1964│99min│일본│B&W

연출│가토 다이

원작│가미야 고헤

각본│가토 다이, 스즈키 노리부미

촬영│가와사키 신타로

음악│다카하시 나카바

편집│ 미야모토 신타로

출연│우치다 료헤, 가와라자키 초이치로, 후지 준코

 


때는 1898년, 겨울의 오사카. 인력거꾼 다쓰고로는 항상 소동을 벌이는 말썽꾼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그가 오사카 역에서 위세를 떠는 의원을 상대로 싸움질을 하다 구역을 책임지는 니시카와 조직의 야쿠자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모습을 비춘다. 로우앵글의 화면이 돋보이는 초반부의 싸움에는 그러나 가토 다이의 이후 영화에서 보이는 비장함이란 없다. 오히려 시대극에 익살 소동극을 섞은 코미디에 가깝다. <의리의 인력거꾼>은 도에이의 임협영화가 아직 만개하기 전, 말하자면 장르의 규칙과 양식미가 엄격하게 작동하기 전 보다 자유롭고 가벼운 터치로 일관한 영화다. 영화의 흥미로움이 여기에 있다. 자기의 구역이라며 텃세를 부리는 야쿠자들에게 그는 모든 이들이 평등하며, 자신은 규칙을 따르는 일에 저항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후의 임협장르가 요구하는 이른바 규칙에 순응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는 꽤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고, 그 때문에 세 번의 결혼식이 벌어지는 소동이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우연히 만난 게이샤 기미야코 때문에 시작된다. 구역싸움으로 허구한 날 다툼을 벌이던 다쓰고로는 어느 날 미모의 게이샤 기미야코를 인력거에 태우다 그녀가 건방진 행동을 한다며 다리 위에서 강에 내던져 버린다. 그 때문에 그는 니시카와 조직에 끌려가는데, 사실 그녀는 니시카와 두목의 여인이 되기로 했던 터이다. 두목은 그의 호기로움에 매료되어 조직원으로 들어오도록 요구하는데, 당돌하게도 그는 기미야코와 결혼을 하겠다고 나선다. 첫눈에 그녀에게 빠졌다며 한눈에 반한 사랑은 지속된다는 엉뚱한 언설을 늘어놓는데, 이 호기로운 행동에 두목도 허락한다. 하지만 약혼식 후의 온천장에서 그는 기미야코가 두목의 여인이라는 고백을 듣고는 분개해 파혼을 선언한다. 액션의 장면들도 흥미롭지만 영화 초반 다쓰고로가 니시카와 조직에 끌려가 기미야코에게 구애를 하는 순간의 양식미가 눈길을 끈다. 수평으로 긴 시네마스코프 화면의 좌측 원경에서는 두목과 다쓰고로의 대화가 벌어지는데, 이때 정작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화면의 우측 전경에 클로즈업된 기미야코의 얼굴이다. 아주 긴 대화 장면이 컷 없이 지속되는 와중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변모하는 기미야코의 생생한 표정을 관찰할 수 있다. 가토 다이의 영화에서 자주 반복되는 심도 깊은 화면의 연출로 꽤나 아름다운 순간이다. 약혼식을 올리고 저녁길에 그녀를 인력거로 끌어 온천으로 향하는 장면 또한 낭만적이다. 남자들의 거친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이런 세심한 장면들이 도리어 작지만 반가운 선물처럼 다가온다.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