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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 붉은 모란 - 돌아온 오류

붉은 모란 - 돌아온 오류 緋牡丹博徒・お竜参上 / Red Peony Finds a Daughter

 

 

1970│99min│일본│Color

연출│가토 다이

각본│스즈키 노리부미, 가토 다이

촬영│아카카 시게루

음악│사이토 이치로

편집│미야모토 신타로

출연│후지 준코, 아라시 간주로, 스가와라 분타


 

가짜 ‘붉은 모란’ 행세를 했던 오도키의 딸 기미코를 찾기 위해 오류는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며 돌아다닌다. 도쿄의 아사쿠사 거리에서 결국 오류는 기미코를 찾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조직 간의 항쟁에 휘말리고 만다. 이곳에서는 야쿠자 일가들이 새로 생긴 인기 극장의 지배권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오류는 분쟁에 휘말리고 기미코는 오류가 신세를 지는 뎃포큐와 라이벌 관계인 사메즈 가의 조직원인 긴지와 사랑에 빠진다. 3화에서 보였던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사랑이 반복된다. 그 와중에 오류는 7년 전에 헤어진 여동생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아오야마와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게 된다. 6화에서 오류가 처한 도덕적 곤경은 더 심화된다. 그녀는 기미코를 오랫동안 방치했었고(그 때문에 오류는 소녀를 찾아 수년간 떠돌아다녔다) 급기야 기미코의 약혼자가 야쿠자의 복수극에서 희생당하기 때문이다. 두 장면에서 오류가 처한 상황이 극적으로 표현된다. 가령 오류가 기미코를 뎃포큐 가의 집에서 재회하는 첫 순간. 로우앵글로 표현된 깊이 있는 화면의 전경에는 기미코가 관객을 향해 정면으로 앉아 있다. 중경과 후경에는 그녀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야쿠자들이 보이고 그 사이에 오류가 있다. 긴 화면의 세로축의 심도가 강조된 밀도 높은 인물들의 배치는 중경과 후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것에의 반응과 감정을 전경의 기미코에 집중하게 한다. 마침내 오류는 부모의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 기미코를 두고 떠난 것을 사과하며 그녀에게 용서를 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오류가 화면의 전경에 위치하고 후경에는 기미코가 가부키 연극의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녀는 여인의 운명을 대사로 읊조리고 있다. 오류는 무대 위의 기미코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린다. 복수를 위해 적진에 홀로 나서기 직전이다. 잃어버린 동생이 유곽에서 쓸쓸히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아오야마와 다리 위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장면도 아름다운 순간이다. 눈발이 매섭게 내리고 있다. 아오야마는 이제 고향으로 되돌아가 죽은 여동생의 시신을 부모님 곁에 묻을 거라 말한다. 오류는 기차에서 드시라며 준비해 온 도시락을 내민다. 그 순간 품에서 떨어져 나온 귤 하나가 눈밭 위를 떼구르 굴러간다. 하얀 눈과 대비되는 오렌지빛 귤은 여성적 상냥함과 모성애와 갈망을 의미한다고 한다. 라스트의 액션이 심금을 울리는 것은 이러한 서정적인 순간들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을 격렬한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무리의 적들에 둘러싸여 그녀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격렬한 액션을 우아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때문에 언제나 단정하게 말아 올렸던 머리가 흐트러져 바람에 날린다. 그녀의 사랑이 흩어지고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