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별전/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

[리뷰] 로코와 그의 형제들


루키노 비스콘티의 초기 대표작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도시 공간 속에서 가족의 해체를 다룬 영화다. 극빈한 가난때문에 낯선 곳으로 이주한 가족사를 다룬 영화는 삼각관계가 불러일으킨 형제간의 균열과 가족의 구제에 대한 형제들의 견해 차로 인해 와해된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원인들 또한 도시 공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영화의 도시 공간은 가족이라는 심리적, 사회적 연대를 허무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격마저 붕괴시킨다. 이 점은 강한 멜로드라마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비스콘티의 필모그래피에서 네오리얼리즘의 정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영화는 밀라노로 상경한 파룬디 가족이 결혼 피로연으로 분주한 맏아들 내외에게서 버림받고 기차 역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니노 로타의 처연한 오프닝 음악은 이들의 운명을 암시하고 영화 내내 반복되며 여운을 남긴다. 맏아들은 부양 부담에서 자유롭길 원해 가난으로 위태로운 가족을 버리고 독립한다. 숙련기술이 없는 형제들은 눈을 치우고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하지만 일확천금에 대한 갈망은 그들을 복싱에 투신하게 만든다. 이후 나디아라는 창녀의 등장은 둘째 시모네(레나토 살바토리)와 셋째 로코(알랑 들롱)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영화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균열을 봉합하려는 로코는 '성인'에 필적할 만한 희생을 하지만 그러한 결단에 대한 거부감으로 넷째 치로는 집을 박차고 나간다.


복서와 창녀는 지극히 도시적인 인간 군상이다. 영화에서 창녀 나디아의 마음을 사기 위해 시모네는 복싱에 몸 담고 절도도 서슴지 않는다. 나디아에 대한 그의 소유욕은 로코와 달리 복싱계에서 낙오된 좌절감과 맞물려 친동생을 피범벅으로 만들고 끝내는 동생의 인생을 담보로 자기 빚을 갚기에 이른다. 한편 형들과 달리 노동자로 살아가는 치로는 시모네의 막대한 빚을 갚을 의향도 없지만 순식간에 복싱 챔피언이 된 로코처럼 그럴 엄두도 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복싱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가족을 구제하기 위해선 시모네를 비난하고 소외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족 일에서 차츰 손을 뗀 맏형과 달리 치로는 가족에 자신의 수입을 내놓을 정도의 의지는 있다. 하지만 형의 빚을 갚으려고 평생 복서로 살아가기로 한 로코의 납득하기 힘든 선택에 절망하고 만다. 이처럼 도시는 가족이라는 '다섯 손가락'을 하나씩 찢어나간다. 문제는 인물들의 인간성마저 비틀어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진실되고 선한 모습의 로코는 영화 속에서 복싱을 할 때 희생 이면에 놓인 증오심을 투사한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해 파괴된 가족을 구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길 애타게 원하는 마음과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싶은 간절함을 나타낸다. 네오리얼리즘에 강렬한 감성이 가미되고 알랭 들롱과 레나토 살바토리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제2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특별사자상과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최용혁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특별전 > 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리얼리즘의 재발견  (0) 2011.03.14
[리뷰] 벨리시마  (0) 2011.03.14
[리뷰] 순수한 사람들  (0) 2011.03.14
[리뷰] 루드비히  (0) 2011.03.14
[리뷰] 저주받은 자들  (0) 201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