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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2012 베니스 인 서울

[리뷰] 레오나르도 디 코스탄초의 <인터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터벌>은 어느 이상했던 하루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날은 보통의 평범한 날이며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감정과 둘 사이의 어떤 간격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살바토레는 아버지와 함께 거리에서 레모네이드를 파는 청년이다. 그는 오늘도 아침부터 얼음을 부수고 음료수를 가득 채우며 장사 준비를 한다. 그러나 숏이 바뀌면 살바토레는 이미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한 폐건물로 끌려온 상황이다.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지만 관객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곳에는 또 한 명의 젊은 여자가 초조한 눈빛으로 앉아 있다(나중에야 그녀의 이름이 베로니카라는 사실과 그녀 역시 이곳에 끌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살바토레는 영문도 모른 채 그녀가 건물 밖으로 못 나가게 해야 하고, 베로니카는 살바토레를 경계하며 이 상황을 벗어날 궁리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둘은 날씨를 예상하는 법과, 먼저 죽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 유령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딱히 극적인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 이 영화의 초반부를 이끌고 가는 것은 두 사람이 건물에 갇힌 사연에 대한 궁금증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설명할 생각이 없으며 대신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그때 영화는 이 메마른 공간에서 의외로 풍부한 감정과 이야깃거리를 끌어내고, 나아가 해가 저물어감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의 길이와 빛의 미묘한 질감까지 포착하며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변한 그 이상한 하루를 보여준다. 그렇게 모든 시간이 다 지나가고 찾아오는 영화의 엔딩은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묘한 슬픔까지 함께 전달하는데, 그 미묘한 정서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2012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상영작.

 

글/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