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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마리오 바바 특별전

두려워하라, 전설의 그분이 오신다

마리오 바바 특별전, 6월21일부터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6월21일 시네마테크서울에서 특별한 영화제가 열린다. 마스터 오브 호러,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공포영화 감독으로 꼽히는 ‘마리오 바바’ 특별전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포영화 감독인 마리오 바바는 뛰어난 감독일 뿐만 아니라 유려한 촬영으로 기막힌 영상을 찍는 촬영감독이기도 했다. 영화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고, 저예산으로 효과적인 특수효과를 구사하며 호러사에 길이 남을 굵직한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마리오 바바의 영화엔 다른 감독이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한 재능과 감각이 있었다. 이번 특별전에서 필견의 영화인 몇 작품을 소개한다.

마리오 바바는 이탈리아 공포영화 역사와 함께했다. 1956년 리카르도 프레다 감독과 제작자와의 불화로 제작이 중단된 <이 밤피리>는 그의 첫 장편영화다. 후반에 투입된 탓로 완전한 연출작은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사운드를 입힌 공포영화로 기록된다. 대표작으로 <사탄의 가면>(1960)이 첫손에 꼽힌다. 아름답고 강렬한 흑백 영상의 이 영화는 당대 최고의 호러퀸 바버라 스틸의 출세작이기도 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부활한 마녀로 인해 벌어지는 공포와 살육을 그리고 있다. <사탄의 가면>은 마리오 바바의 첫 공식 데뷔작이자 그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바바 자신이 직접 촬영한 흑백 영상은 유니버설 고전 공포영화 팬들이라면 넋이 나갈 만한 볼거리다.


마리오 바바의 업적으로 ‘지알로’(이탈리아어로 노랑이란 뜻으로, 당시 인기를 끌던 범죄·추리소설의 노란색 표지에서 유래가 되었다)의 창조를 빼놓을 수 없다. ‘지알로’는 세련된 스타일과 살인의 극단적인 표현, 강렬한 색채와 같은 특징적인 요소들을 포함한다. 또한 상징적인 소품이 사용되는 심리스릴러물이다. <너무 많이 아는 여자>(1963), <피와 검은 레이스>(1964), 두편은 ‘지알로’ 스타일을 창조하고 확립한 대표작이다. <너무 많이 아는 여자>가 이번 마리오 바바 특별전에서 상영된다. 로마를 찾은 노라 데이비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며,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로 할리우드영화 같은 경쾌함이 인상적이다. 또한 마리오 바바의 마지막 흑백영화다.


<블랙 사바스>(1963)는 마리오 바바의 대표작을 얘기할 때 늘 언급되는 영화다. 세편의 영화를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로 <전화> <우드달락> <한 방울의 물>이며 세 영화가 각기 다른 매력과 스타일을 자랑한다. 유니버설 공포영화 시대의 스타인 보리스 칼로프가 음산하고 재미있는 내레이션을 맡은 것도 이색적이다. <전화>는 제한된 공간에서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걸려온 전화를 소재로 한 심리스릴러로 <스크림>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한다. <우드달락>은 19세기 동유럽의 어느 마을에 나타난 흡혈귀에 관한 영화다. 보리스 칼로프가 흡혈귀 우드달락을 연기하며, 바바 특유의 스타일이 가장 잘 녹아 있는 무서운 영화다. <한 방울의 피>는 간호사를 괴롭히는 유령의 이야기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바바는 이 영화를 통해 심리 공포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보여준다.

<블러드베이>(1971)는 본격 난도질영화다. 마리오 바바의 후기작으로, 할리우드 난도질영화에 끼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3일의 금요일2>는 <블러드베이>의 한 장면을 똑같이 재현해 난도질 팬들을 열광케 했다. 마리오 바바가 남긴 공포영화들은 후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영화들은 유니버설 클래식 공포영화들과 영국 해머 스튜디오의 스타일이 조화롭게 이루어졌다. 우아하면서 아름답고, 한편으로 극단적인 폭력과 에로티시즘을 추구했다. 마리오 바바의 존재가 없었다면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역사는 다른 방식으로 흘렀을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겪었듯이 그 또한 살아생전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작품들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마리오 바바의 영화를 보지 않고 감히 공포영화를 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http://extmovie.com) 편집장)

* 이 글은 씨네21 809호에 게재된 것을 발췌한 것입니다. 기사 원본은 씨네21 809호나 씨네21 사이트 2011.06.21자 온라인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2005&article_id=66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