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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고바야시 마사키 탄생 100주년 특별전

괴담을 다룬 일본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

괴담을 다룬 일본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


 

일본의 카이단Kaidan  괴담怪談 도깨비나 귀신원귀 따위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지칭한다에도시대(1603~1868) 널리 퍼졌으며 일본 전통 가면극이나 인형극을 통해 일찍이 대중들에게 보여졌다대부분의 괴담은 일본의 특정 지역성이나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참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원래는 에도시대의 전통적인 유령 이야기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과 같은 현대 공포영화에도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

 

괴담의 유행: 햐쿠모노가타리 hyakumonogatari kaidankai

 

일본에는 햐쿠모노가타리(百物語)'라는 아주 오래된 게임이 있다 게임은 유령을 불러오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100개의 촛불을 켜고 차례로 자신이 알고 있는 괴담을 이야기한다이야기를 마친 사람은 촛불 하나를 끈다괴담을 말할수록 하나 촛불이 꺼지기에 방은 점점 어두워져 간다그리고 드디어 번째 촛불이 꺼지고 나면 유령이 찾아온다고 한다. 햐쿠모노가타리의 유행으로 괴담집이 하나의 문학장르로 자리 잡게 된다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일본의 다양한 극예술의 소재로 빈번하게 쓰이며 반복적으로 각색되어왔다.

 

 

<우게츠 이야기>(1953), 미조구치 겐지

 

1776 우에다 아키나리는 우게츠 모노가타리라는 제목의 괴담집을 쓴다.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 괴담을 원작으로 한다. 전쟁 혼란스러운 정세를 틈타 돈을 벌려고 하는 도공 겐주로는 아내를 두고 도시로 떠난다. 도시에서 그릇을 팔던 그는 산속 저택에 사는 와카사라는 미지의 여인에게 현혹되어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던 중 겐주로는 시장 상인에게 산속 저택의 일가가 이미 예전에 몰살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많은 일본 괴담이 그렇듯, 우게츠 이야기에서 역시 지위와 물질적 부에 대한 탐욕이 살인, 갈취, 간음의 동기를 제공한다. 작품은 전쟁 에도시대의 모습을 뛰어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토카이도 요츠야 괴담>(1959), 나카가와 노부오

 

'요츠야 괴담' 30가지 이상의 버전으로 영화화될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눈에 띄게 얼굴이 예뻤던 오이와가 천연두를 앓으면서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자다미야 마타자에몬은 로닌(주군이 없는 사무라이) 이에몬을 속여 딸과 혼례를 치루게 한다. 이후 장인과 장모가 죽자 이에몬은 방탕한 생활을 하며 오이와와 이혼하려는 계략을 세운다. 이에몬에 분노한 오이와는 모노노케(사람을 괴롭히는 원령) 변해 이에몬에게 찾아온다.

요츠야 괴담은 가부키 작가 쓰루야 난보쿠에 의해 '토카이도 요쓰야 괴담'으로 각색된다. 괴담은 나카가와 노부오의 영화 <토카이도 요츠야 괴담> 원작으로 삼고 있는 이야기이다. 이에몬과 오이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장인의 반대가 심하다. 이에몬은 결혼허락을 받으러 장인을 찾아갔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장인의 태도에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고 만다. 이에몬은 장인의 원수를 갚겠다는 거짓 약속으로 오이와를 속이고 그녀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는 이후 오이와에게 독약을 먹인 다음 신분 높은 사무라이의 딸인 우메와 혼인할 계획을 세운다. 원작 요츠야 괴담과 달리 토카이도 요츠야 괴담에선 오이와가 독약을 먹음으로 얼굴이 흉측하게 변한다이에몬에 대한 분노로 원령이 오이와가 이에몬에게 나타나는 모습을 영화는 실험적인 미장센을 통해 보여준다.

 

<괴담>(1964) 고바야시 마사키

 

고바야시 마사키의 영화 <괴담> 고이즈미 야쿠모(라프카디오 ) 괴담 모음집 괴담kwaidan(1904) 영화화한 것이다. 괴담을 다룬 일본 영화 중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흑발, 설녀, 없는 호이치, 찻잔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물에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오프닝 크레딧이 기묘한 인상을 준다. 고바야시 마사키는 <괴담>으로 <할복>(1962) 이후 두 번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번째 에피소드: 흑발


자신이 모시던 영주가 죽자 가난해진 무사는 아내를 버리고 새로운 영주를 찾아 멀리 가려고 한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내는 남자에게 애원하지만, 남자는 출세를 위해 아내를 두고 떠난다. 후에 그는 명문가의 딸과 새로 결혼해 출세하는데, 점점 버리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남자는 임기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가 교토에 도착했을 그의 집은 이미 많이 변해 있다. 아내를 그리워하던 주인공의 심리묘사, 사운드의 활용이 돋보이는 에피소드다.

 


 

번째 에피소드: 설녀


어머니와 둘이 사는 미노키치는 나무를 하러 갔다가 눈보라를 만나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그는 거기서 사람을 얼려버리는 설녀를 만나는데, 설녀는 미노키치에게 누구에게도 자신을 봤다는 말을 하지 것을 당부한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그는 1 유난히 피부가 하얀 여인 유키를 만나 결혼생활을 꾸린다.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작품에선 보기 드물게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세트가 눈에 띄는 에피소드로, 인간적 마음을 갖는 귀신의 모습을 있다. 고바야시 마사키는 영화제 출품을 위해 상영시간을 줄여야 했을 설녀 에피소드를 잘라냈다고 한다.

 


번째 에피소드: 없는 호이치

 

없는 호이치 사무라이 집단인 헤이케 일족과 겐지 일족의 싸움인 단노우라 해전을 배경으로 한다. 헤이케 일족은 승리의 가망이 없자 물에 뛰어 들어 전멸한다. 이곳에서 잡힌 게의 등껍질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어 헤이케의 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고 한다. 없는 호이치는 단노우라 전투로부터 700 후의 이야기다. 헤이케 일족의 유령들은 비파 연주 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맹인 호이치를 홀려 헤이케 일족에 관한 노래인 <헤이케의 모노가타리> 연주시킨다. 호이치가 묵고 있는 절의 주지스님은 사실을 알고 호이치의 전신에 반야심경을 밤마다 찾아오는 유령을 피하려 한다. 개의 에피소드 가장 알려진 이야기로, 전투 죽은 혼령이 가진 비애와 원한을 있다.

 


번째 에피소드: 찻잔

 

마지막 에피소드인 찻잔 찻잔 속에 비친 귀신의 영혼을 마셔버린 남자 관한 괴담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는 이야기를 쓰던 도중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영화 작가가 쓰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찻잔 속에 비친 남자의 형상을 무시하고 물을 마셔버린 무사 칸나이에게 그날 찻잔 비췄던 남자가 찾아온다. 칸나이는 찾아온 남자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고, 다음날 남자의 가신이라 말하는 명의 유령이 칸나이를 찾아오고, 칸나이는 점점 미쳐간다.

 

일본에서 괴담이 특히나 유행하는 이유로 연구자들은 지진과 같은 재해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일본의 전통적인 종교관 때문이라고도 본다. 또 잦은 전쟁, 사무라이들의 전투 등으로 생겨난 비극적 이야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 영화에서도 일본의 괴담은 그 공식을 유지하며 변형되어 오고 있는데, 시라이시 코지 같은 감독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빨간 마스크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일본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현대의 도시 괴담역시 전통적 괴담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황선경 | 관객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