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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2012 베니스 인 서울

[개막식] 베니스와 서울, 두 영화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밤의 시작!

베니스와 서울, 두 영화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밤의 시작

‘2012 베니스 인 서울의 개막!

 

 

 

 

 

지난 12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가 성황리에 개막했다. '서울에서 만나는 베니스 영화제'라는 컨셉의 이 행사는 해외의 국제영화제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행사로,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개관 10년을 맞은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이다. 베니스와 서울, 두 도시, 두 영화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밤이 탄생하는 순간이자 한국과 이탈리아의 영화교류에서 유례없는 일이었다. 개막작으로는 파솔리니의 문제작 <돼지우리>의 디지털 복원판이 상영되었다.

 

김보년(사회/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 오늘부터 내년 1 6일까지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했던 고전들과 복원작들, 또 동시대 이탈리아 영화들과 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까지 21편의 영화를 만나보시게 될 것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그리고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먼저 최정운 대표이사님의 인사말과 함께 개막식을 시작한다.

 

최정운(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대표이사):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마지막 행사로 베니스 인 서울을 준비했다. 행사를 위해 힘써주신 이탈리아 문화원과 대사관, 비엔날레 재단과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여러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서울에서 열리는 베니스영화제라고 말할 수 있는 큰 행사를 개최하게 되어 기쁘다. 알고 계시다시피 베니스영화제는 올해로 80주년을 맞았고, 80년간 소개되었던 좋은 작품들을 이 자리에서 같이 보게 되었다. 복원된 이탈리아 고전 영화들과 아울러 동시대 영화들도 준비되었고, 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 역시 상영되며 김기덕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있다. 또한 멀리서 베니스영화제의 루이지 꾸치니엘로 매니징 디렉터와 엘레나 뽈라끼 프로그래머도 참석해주셨다. 이번 영화제를 시작으로 베니스영화제의 좋은 작품들을 계속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례없는 영화제의 시작

 

 

 

 

 

 

세르지오 메르쿠리(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대사):베니스 인 서울개막식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며, 특히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한국의 관객들에게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모든 협력에 감사 드린다. 베니스영화제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이며 올해 80주년을 맞았다. 61, 신상옥의 <성춘향>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해왔고, 그 성공적인 발자취의 증표로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있다. 또한 올해는 아트시네마가 1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그 동안 서울아트시네마는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및 문화원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모든 배경적 상황에서 두 도시, 그리고 두 영화문화가 만나는 이 특별한 밤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국과 이탈리아와의 관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이번 2012 베니스 인 서울에서는 비엔날레 재단 역사기록물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보기 힘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이탈리아 영화의 수작들 역시 상영된다. 호기심 많고 의식 높은 한국 관객들이 즐거이 관람하리라고 믿는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행사를 계획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만남은 두 국가의 이해를 보여주는 매우 아름다운 예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2012 베니스 인 서울의 성공을 기원한다. 모두 뜻 깊은 영화적 경험을 하시길 바란다.

 

루이지 꾸치니엘로(베니스국제영화제 매니징 디렉터): 이 중요한 행사에 경제적 물리적 지원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수많은 도움을 주신 서울아트시네마에 감사 드린다. 그리고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과 대사관에도 감사를 전한다. 그들의 끊임없는 지원과 열정 덕분에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행사였지만 두 기관의 물심양면 지원 덕분에 기획되었고,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교류들이 결국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낳지 않았나 한다. 페데리코 펠리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베르토 로셀리니,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처럼 모두가 좋아하는 이탈리안 클래식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영화들을 소개하는 데 이번 행사의 의의가 있다. 이탈리아 영화를 한국에 더 많이 소개하고, 한국 영화가 이탈리아에 더 많이 소개되기를 바란다.

 

 

 

 

 

김의석(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영화제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저는 올해 9월 처음 베니스영화제에 참석했는데, 영광스럽게도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여 제게는 잊지 못할 영화제가 될 것 같다. 자리를 빌어 당시 베니스에서 먼저 만났던 엘레나 뽈라끼 프로그래머와 루이지 꾸치니엘로 디렉터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고전부터 최근의 영화까지 힘들게 한 자리에 모아 상영하게 되었는데, 상호간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자리가 될 것 같다.

 

궁극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탈리아 영화

 

 

 

 

 

박찬욱(영화감독,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표): 베니스가 제 아무리 아름다운 도시라고 해도 이탈리아 영화가 그렇게 훌륭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제가 오늘날처럼 중요한 영화제가 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탈리아가 배출한 위대한 감독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콜세지 만큼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영화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 이탈리아 영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 그 중에서도 버트 랭카스터와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춤추는 장면이다. 이탈리아 영화는 그토록 아름답고 고상하고 철학적인 세계에서부터, 바닥까지 내려가 저속하고 음탕한 세계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 영화들은 무엇을 하든 그 궁극의 경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취향이나 사상이 되었든 끝까지 가보려는 태도를 항상 배우고자 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저는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다. 김기덕 감독님만큼 사랑 받지는 못했지만(웃음), 제 영화를 들고 방문한 적도 있고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적도 있다. 아름답고 행복한 도시였다. 이제는 베니스까지 가지 않아도 이 영화들을 여기서 볼 수 있어 정말 기쁘다. 파솔리니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개막작인 <돼지우리>를 아직 보지 못했다. 예전에 VHS로 보려다 화질이 너무 나빠 포기했는데, 그때 보지 않고 참은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영화제 기간 내내 함께 많은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돼지우리>에 대한 소개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궁극을 보리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개막작을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심을 했는데 이 작품을 정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탈리아 문화원 및 대사관과 공동의 협조로 개최한 행사 중 가장 큰 영화제가 2007년에 있었던 파솔리니 회고전이었다. 또한 2002 5, 서울아트시네마가 정식으로 개관하기 전의 작가전이 파솔리니 회고전이었다. 그래서 <돼지우리>를 선택하는 것이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가장 적절하리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파솔리니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든 뒤 파솔리니는 이 영화는 젊은 청년들을 그리고 있다. 이 청년들은 소비사회 속에서 잡아 먹히고 있다는 짧은 코멘트를 남겼다. 탐욕스러운 소비사회가 젊은이들과 대중들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리고 있다. <돼지우리>는 파솔리니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극악한 영화 중 한 편이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어둠의 세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작은 불빛을 염원하게 만든다. 이번 행사의 메인 이미지를 보시면 베니스와 서울이 기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일종의 동거 관계라고 할까. 80세의 베니스 영화제와 10살의 아트시네마, 말하자면 노년과 10대의 젊은이가 함께하는 행사다. 노년의 지혜와 10대의 젊음이 결합되어 베니스 인 서울 행사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파솔리니는 그가 사랑했던 춤추는 반딧불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시를 남겼다. 대단히 어두운 영화이지만 이 어둠 가운데에서도 춤추는 반딧불의 미명을 발견하시기를 빈다.

 

김보년: 오늘부터 내년 16일까지 21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놓치기 아쉬운,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화들을 상영하니 극장을 많이 찾아주시라. 특별히 꾸치니엘로 디렉터의 영화 복원에 대한 강의, 그리고 뽈라끼 프로그래머와 김기덕 감독님의 대담 역시 준비되어있다. 큰 기대와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정리: 박예하(관객 에디터)  사진: 김윤슬(자원 활동가)